키티는 남편과 둘만 있을 기회를 특히 기뻐했다.
레빈이 테라스에 들어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느냐고 물었는데 아무도 대답하지 않던 순간, 모든 것을 생생하게 드러내는 그의 얼굴 위로 잠깐 서운한 그림자가 지나가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둘이 다른 사람들보다 앞서 걸어 집이 보이지 않는 곳까지 나왔다.
잘 다져지고 먼지가 일며 호밀 이삭과 낟알이 흩어진 길이었다.
키티는 남편 팔에 더 단단히 기대 몸에 끌어당겼다.
레빈은 벌써 아까의 불쾌한 인상을 잊어버렸다.
이제 둘이 단둘이 있으니, 키티가 임신했다는 생각이 한순간도 머리를 떠나지 않는 지금, 그는 아직도 자기에게 새롭고 기쁜 종류의 행복을 느꼈다.
감각적인 욕망과는 완전히 분리된, 사랑하는 여자와 가까이 있다는 순수한 기쁨이었다.
특별히 이야기할 것은 없었다.
그런데도 레빈은 키티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임신 뒤 달라진 그 목소리도 시선과 같았다.
늘 한 가지 사랑하는 일에 마음을 집중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서 생기는 부드러움과 진지함이 있었다.
“힘들지 않아? 내 팔에 더 기대.”
그가 말했다.
“아니. 당신하고 단둘이 있을 기회가 생겨서 너무 좋아. 사람들하고 함께 있는 것이 아무리 좋더라도, 둘만 보낸 겨울 저녁들이 조금 그리워.”
“그것도 좋았고 지금은 더 좋아. 둘 다 더 좋은 거야.”
레빈은 그녀 팔을 몸 쪽으로 붙이며 말했다.
“내가 들어왔을 때 무슨 이야기하고 있었는지 알아?”
“잼 이야기?”
“응, 잼 이야기도. 그런데 그 뒤에는 남자가 청혼하는 이야기를 했어.”
“아.”
레빈은 그녀가 말하는 내용보다 목소리를 더 듣고 있었다.
길이 이제 숲으로 들어갔고, 키티가 잘못 디딜 만한 곳을 살피느라 계속 발밑을 신경 쓰고 있었다.
“세르게이 이바노비치하고 바렌카 이야기도 했어. 당신도 느꼈어? 나는 정말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어.”
키티는 계속했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
남편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뭐라고 생각해야 할지 모르겠어.”
레빈은 웃으며 말했다.
“세르게이 형은 이 점에서는 정말 이상한 사람이거든. 내가 이야기했지…….”
“응. 어릴 때 좋아했던 처녀가 죽었다고 했지.”
“그때는 내가 어린애였어. 전해 들은 이야기로만 아는 거야. 그때 형을 기억해. 정말 사랑스러웠어. 그런데 그 뒤 여자들을 대하는 형을 계속 보아왔거든. 친절하고, 마음에 들어 하는 여자도 있는데…… 형에게는 결국 그냥 사람일 뿐이야. 여자로 보는 것이 아니야.”
“그래도 바렌카한테는…… 뭔가 있는 것 같잖아.”
“그럴 수도 있어. 하지만 형을 알아야 해. 아주 특별하고 놀라운 사람이야. 오직 정신적인 삶으로만 사는 사람이거든. 너무 맑고 영혼이 높은 사람이야.”
“그럼 결혼하면 그게 낮아진다는 말이야?”
“아니, 그런 뜻은 아니고. 너무 오랫동안 정신적인 삶 하나로만 살아서 현실과 타협을 못 해. 바렌카도 결국은 현실이잖아.”
레빈은 이제 아내에게는 생각을 정확한 말로 다듬기 위해 애쓰지 않고 그대로 말하는 데 익숙해져 있었다.
지금 같은 사랑의 순간에는 한두 마디 암시만 해도 자기 뜻을 알아들을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키티는 알아들었다.
“그래도 바렌카 안에는 나 같은 현실성이 없는데. 나는 형님이 절대로 나를 사랑할 수 없었을 것 같아. 바렌카는 전부 정신적인 사람이잖아…….”
“아니, 형은 당신을 아주 좋아해. 그래서 나는 우리 집 사람들이 다 당신을 좋아하는 것이 늘 기뻐.”
“응, 형님은 나한테 친절하지. 하지만…….”
“하지만 죽은 니콜렌카하고는 달랐지. 당신들 둘은 서로 사랑했잖아.”
레빈이 말을 끝내주었다.
“왜 말하지 않겠어?”
잠깐 침묵한 뒤 덧붙였다.
“어떤 때는 내가 나 자신을 꾸짖어. 이렇게 가다가는 결국 잊어버리게 될 거라고. 아, 정말 끔찍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사람이었어…… 그래, 그런데 무슨 이야기하고 있었지?”
“당신은 형님이 사랑에 빠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는 이야기.”
키티는 자기 언어로 번역해 말했다.
“사랑에 빠질 수 없다는 것은 아니고.”
레빈은 웃었다.
“형한테는 필요한 종류의 약함이 없다는 거야…… 나는 늘 형이 부러웠어. 지금 이렇게 행복한데도 아직 부러워.”
“사랑에 빠질 수 없어서 부럽다는 거야?”
“형이 나보다 훨씬 나은 사람이라서 부러운 거지.”
레빈은 웃었다.
“형은 자기 자신을 위해 살지 않아. 삶 전체가 의무에 복종해 있거든. 그러니까 평온하고 만족할 수 있어.”
“그럼 당신은?”
키티는 놀리면서도 사랑이 가득한 미소로 물었다.
그 미소를 짓게 한 생각의 흐름을 키티 자신도 정확히 말로 설명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 결론은 단순했다.
자기 남편이 형을 칭찬하면서 자기 자신을 낮추는 것은 진심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물론 그 거짓은 형을 향한 사랑과, 너무 행복한 자기 자신에 대한 양심의 가책과, 무엇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그칠 줄 모르는 욕망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키티는 바로 그 점을 사랑했다.
그래서 웃었다.
“그런데 당신은 뭐가 그렇게 불만인데?”
같은 미소로 물었다.
자기가 자기 자신에게 불만이라는 말을 믿지 않는 아내의 태도가 레빈에게는 즐거웠다.
그리고 그는 자기도 모르게 키티가 왜 믿지 않는지를 말하게 하고 싶었다.
“나는 행복해. 하지만 나 자신에게 만족하지는 않아.”
“행복하면서 어떻게 자기 자신에게 만족하지 않을 수 있어?”
“뭐라고 설명해야 하지…… 내 마음 자체가 원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그냥 당신이 넘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밖에는.”
레빈은 길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너무 빠르게 넘는 키티를 보고 갑자기 나무라며 말을 멈췄다.
“아, 그렇게 훌쩍 넘으면 안 되잖아!”
그리고 다시 말했다.
“하지만 나 자신을 생각하고 다른 사람, 특히 형과 비교하면 나는 별로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어.”
“뭐가 그런데?”
키티는 여전히 웃으며 말했다.
“당신도 다른 사람을 위해 일하잖아. 농장도 있고, 개량한 농업도 있고, 책도 있잖아…….”
“아니. 나는 느껴. 특히 지금은…… 당신 탓이야.”
그는 그녀 팔을 더 힘주어 붙였다.
“내가 하는 일은 그런 것이 아니야. 그냥 대충 해. 형이 저 일을 사랑하듯 내가 내 일을 사랑할 수 있다면 좋겠어…… 하지만 요즘 나는 무슨 숙제하듯 해.”
“그럼 우리 아빠는 어떻게 생각해?”
키티가 물었다.
“아빠도 공적인 일을 안 했으니 나쁜 사람이라는 거야?”
“공작님?”
레빈은 말했다.
“그분은 아니야. 장인처럼 단순하고 명료하고 선해야 그렇게 살아도 괜찮겠지. 하지만 나한테 그런 것이 있나? 나는 아무것도 안 하면서 괴로워하잖아. 이 모든 것을 당신이 만든 거야. 당신이 없고, 또 이것도 없었을 때는…….”
레빈은 키티가 알아듣는 눈길로 그녀 배를 보았다.
“나는 가진 힘을 일에 전부 쏟았어. 그런데 이제는 못 해. 그래서 양심에 걸려. 숙제처럼 겨우 해. 스스로를 속이면서…….”
“그래도 지금 세르게이 이바노비치하고 바꾸고 싶어?”
키티가 말했다.
“형님처럼 공적인 일을 하고 그 숙제를 사랑하면서, 오직 그것만 갖고 살고 싶어?”
“물론 아니지.”
레빈이 말했다.
“사실 나는 너무 행복해서 아무것도 이해가 안 돼. 그런데 정말 당신 생각에는 오늘 청혼할까?”
잠시 뒤 덧붙였다.
“할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해. 다만 너무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어. 잠깐.”
키티는 몸을 숙여 길가의 들국화 한 송이를 꺾었다.
“자, 세어봐. 청혼한다, 안 한다.”
꽃을 남편에게 주며 말했다.
“한다, 안 한다.”
레빈은 가늘고 흰, 선이 들어간 꽃잎들을 하나씩 떼었다.
“아니, 안 돼!”
키티가 흥분해 그의 손을 붙잡았다.
“두 장을 같이 뗐잖아.”
“그럼 이 작은 것은 안 치면 되지.”
레빈은 제대로 자라지 못한 짧은 꽃잎 하나를 떼며 말했다.
“저기 긴 마차가 우리를 따라왔네.”
“키티, 안 힘드니?”
공작부인이 멀리서 외쳤다.
“전혀요.”
“그러면 말이 얌전하면 타고 천천히 가도 된다.”
하지만 이미 가까이 왔으므로 탈 필요가 없었다.
모두 걸어서 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