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는 아들을 만나기를 그렇게 강하게 원했고, 그렇게 오래 생각하고 준비해왔지만, 실제 만남이 자기에게 이토록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호텔의 외로운 방으로 돌아온 뒤에도 한동안 자기가 왜 여기 있는지조차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 모든 것이 끝났고, 나는 다시 혼자야.’
안나는 자기에게 그렇게 말하고 모자도 벗지 않은 채 벽난로 옆 안락의자에 앉았다.
창 사이 작은 탁자 위에 놓인 청동 시계를 움직이지 않는 눈으로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외국에서 데려온 프랑스인 하녀가 들어와 옷을 갈아입을지 물었다.
안나는 놀란 듯 바라보았다.
“나중에.”
하인이 커피를 가져올지 물었다.
“나중에.”
이탈리아인 유모가 딸을 단정하게 꾸며 안고 들어와 안나에게 내밀었다.
통통하고 잘 먹여 키운 아이는 늘 그랬듯 어머니를 보자 실로 묶은 것처럼 통통한 맨팔을 손바닥이 아래로 향하게 쭉 내밀었다.
이가 하나도 없는 입으로 웃으면서 물고기가 지느러미를 젓듯 두 팔을 움직였다.
풀 먹인 자수치마 주름이 바스락거렸다.
그런 아기를 보고 웃지 않을 수는 없었다.
입을 맞추지 않을 수도 없었다.
손가락을 내밀지 않을 수도 없었다.
아이는 그 손가락을 움켜쥐고 짧은 소리를 지르며 온몸으로 뛰었다.
입술을 내밀지 않을 수도 없었다.
아기는 입맞춤 대신 그 입술을 자기 작은 입 안에 넣었다.
안나는 그 모든 것을 했다.
아기를 품에 안고 몇 번 뛰게 하고 싱싱한 볼과 드러난 팔꿈치에 입을 맞췄다.
그러나 이 아이를 바라보면서 안나는 더욱 분명하게 알았다.
자기가 딸에게 느끼는 감정은 세료자에게 느끼는 것과 비교하면 사랑이라고 부르기도 어려웠다.
딸에게는 모든 것이 사랑스러웠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 깊은 곳까지 붙잡지는 못했다.
사랑하지 않는 남자에게서 낳은 첫아이에게는 만족할 데 없었던 자기 사랑의 모든 힘을 쏟아부었다.
둘째 아이는 가장 괴로운 상황 속에서 태어났고, 첫아이에게 쏟았던 걱정의 백 분의 일도 받지 못했다.
게다가 딸에게 있는 것은 아직 전부 ‘앞으로 있을 것’이었다.
세료자는 이미 거의 하나의 사람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그 안에서는 생각과 감정이 싸우고 있었다.
그는 이해했고 사랑했고 어머니를 판단했다.
안나는 아들의 말과 눈빛을 떠올리며 생각했다.
그리고 자기는 이제 세료자와 육체적으로만이 아니라 영혼으로도 영원히 갈라져 있다.
그것은 고칠 수 없는 일이었다.
안나는 아이를 유모에게 돌려보내고 나가게 했다.
그리고 메달리온을 열었다.
거기에는 세료자가 지금의 딸과 거의 같은 나이였을 때의 초상화가 들어 있었다.
일어나 모자를 벗고 작은 탁자에서 앨범을 가져왔다.
그 안에는 나이가 다른 세료자의 사진들이 있었다.
사진들을 비교하고 싶어 하나씩 앨범에서 빼기 시작했다.
전부 꺼냈다.
마지막 한 장, 가장 좋은 사진 하나만 남아 있었다.
흰 셔츠를 입고 의자에 말을 탄 듯 거꾸로 앉아 눈은 찌푸렸지만 입으로 웃는 세료자.
그 아이에게만 있는 가장 특별하고 사랑스러운 표정이었다.
오늘 유난히 흥분해 빠르게 움직이던 안나의 작고 능숙한 손가락이 사진 모서리를 몇 번이나 건드렸지만 자꾸 미끄러졌다.
사진을 빼낼 수 없었다.
탁자에는 종이칼도 없었다.
그래서 바로 옆에 있던 다른 사진을 빼내 그것으로 세료자의 사진을 밀어냈다.
그것은 로마에서 둥근 모자를 쓰고 긴 머리를 한 브론스키의 사진이었다.
‘그래, 여기 있구나!’
안나는 세료자의 사진을 빼면서 브론스키 사진을 보았다.
그리고 갑자기 지금 자기 고통의 원인이 누구인지를 떠올렸다.
오늘 아침 내내 브론스키를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익숙하고 사랑스럽고 남성적이며 고귀한 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뜻밖에 강한 사랑이 밀려왔다.
‘그런데 그 사람은 어디 있지? 어떻게 나를 이런 고통 속에 혼자 두는 거야?’
안나는 갑자기 원망하는 마음으로 생각했다.
아들에 관한 일은 전부 자기 스스로 브론스키에게 숨겨왔다는 사실은 완전히 잊었다.
곧바로 사람을 보내 당장 자기에게 와달라고 했다.
가슴을 졸이며 기다렸다.
전부 이야기할 말과 자기를 위로해줄 그의 사랑의 표현을 머릿속으로 만들었다.
심부름꾼이 돌아와 손님이 와 있지만 곧 올라갈 것이며, 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한 야시빈 공작을 같이 데리고 가도 되는지 물으라고 했다는 답을 전했다.
‘혼자 오지 않는다고? 어제 점심 뒤로 나를 보지도 않았으면서.’
안나는 생각했다.
‘내가 모든 것을 말할 수 있도록 혼자 오는 것이 아니라 야시빈과 같이 온다고?’
그 순간 갑자기 이상하고 끔찍한 생각이 떠올랐다.
‘만약 그 사람이 나를 더는 사랑하지 않는다면?’
지난 며칠의 일을 하나씩 되짚어보자 모든 것이 이 무서운 생각을 증명하는 것 같았다.
어제 호텔 밖에서 식사를 한 일.
페테르부르크에서는 방을 따로 써야 한다고 고집한 일.
심지어 지금도 자기와 단둘이 있는 것을 피하려는 사람처럼 혼자 오지 않는 일.
‘그렇다면 직접 말해야 해. 나는 알아야 해. 그것을 알기만 하면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될 거야.’
안나는 자기에게 말했다.
그러나 정말 그의 사랑이 식었다는 것을 확인하면 어떤 상태가 될지는 상상할 수 없었다.
그가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자 절망 바로 곁에 서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오히려 신경은 특별히 흥분했다.
종을 울려 하녀를 부르고 화장실로 갔다.
옷을 입으며 지난 며칠보다 훨씬 더 정성을 들였다.
마치 브론스키가 자기를 더는 사랑하지 않게 되었다면, 자기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드레스와 머리모양을 하면 다시 사랑하게 만들 수 있는 것처럼.
준비가 끝나기도 전에 종소리가 들렸다.
응접실로 나가보니 자기를 먼저 바라본 사람은 브론스키가 아니라 야시빈이었다.
야시빈은 안나가 탁자 위에 잊어두고 간 세료자의 사진들을 보고 있었고, 곧바로 안나를 보려고 서두르지도 않았다.
“우리 전에 만났었죠.”
안나는 당황하는 야시빈의 거대한 손 안에 자기 작은 손을 넣으며 말했다.
그 큰 키와 거친 얼굴을 가진 야시빈이 당황하는 것이 기묘해 보였다.
“지난해 경마장에서 만났어요.”
그리고 브론스키가 보고 있던 세료자 사진을 빠르게 빼앗아 들며 의미 있게 빛나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올해 경마는 좋았나요? 나는 로마 코르소에서 경마를 대신 봤어요. 하지만 당신은 외국생활을 좋아하지 않죠.”
안나는 다정하게 웃었다.
“당신을 자주 만나지는 않았지만 당신 취향은 다 알고 있어요.”
“그건 나에게 아주 유감이군요. 내 취향은 대개 나쁜 것뿐이라서.”
야시빈은 왼쪽 콧수염을 씹으며 말했다.
얼마간 이야기를 나눈 뒤 브론스키가 시계를 보는 것을 알아차린 야시빈은 안나에게 페테르부르크에 얼마나 더 머물 것이냐고 물었다.
거대한 몸을 펴고 모자를 집었다.
“아마 오래 있지는 않을 거예요.”
안나는 당황한 듯 브론스키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더는 못 보겠군?”
야시빈은 일어나 브론스키에게 말했다.
“오늘 어디서 저녁 먹나?”
“우리에게 와서 저녁 드세요.”
안나는 갑자기 단호하게 말했다.
자기 당황을 스스로 화내기라도 하는 듯했지만,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자기 처지를 드러낼 때 늘 그렇듯 얼굴은 붉어졌다.
“여기 음식은 별로지만 적어도 알렉세이를 만날 수 있어요. 연대 친구 가운데 알렉세이는 당신을 누구보다 좋아하거든요.”
“기꺼이 오겠습니다.”
야시빈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 미소를 보고 브론스키는 안나가 야시빈 마음에 아주 들었다는 것을 알았다.
야시빈은 인사하고 나갔다.
브론스키는 뒤에 남았다.
“당신도 가려고?”
안나가 말했다.
“이미 늦었어.”
그가 대답했다.
“가! 금방 따라갈게!”
브론스키는 야시빈에게 소리쳤다.
안나는 브론스키의 손을 잡고 눈을 떼지 않은 채 바라보았다.
어떤 말을 해야 이 사람을 붙잡을 수 있을지 마음속에서 찾고 있었다.
“잠깐만. 말할 게 있어.”
안나는 짧고 단단한 그의 손을 자기 목에 눌렀다.
“야시빈을 저녁에 부른 것 괜찮지?”
“아주 잘했어.”
브론스키는 침착하게 미소 지으며 가지런한 이를 드러냈다.
그리고 그녀 손에 입을 맞췄다.
“알렉세이, 나를 대하는 마음이 달라진 건 아니지?”
안나는 두 손으로 그의 손을 힘주어 잡으며 말했다.
“알렉세이, 나는 여기서 너무 괴로워. 우리 언제 떠나?”
“곧, 아주 곧. 나도 여기 생활이 얼마나 괴로운지 당신은 믿지 못할 거야.”
브론스키는 자기 손을 빼려고 했다.
“그래, 가, 가버려!”
안나는 모욕당한 듯 말하고 빠르게 그에게서 돌아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