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운 자들과 슬기로운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어린아이들에게는 나타내셨다.”
그날 저녁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며 레빈은 복음서의 이 말을 떠올렸다.
자기가 지혜롭다고 생각해서 그런 구절을 떠올린 것은 아니었다.
그는 자기 자신을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그러나 자기가 아내와 아가피야 미하일로브나보다 지적으로 뛰어나다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자기가 죽음을 생각할 때에는 정말 영혼의 모든 힘으로 생각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자기가 읽어온 수많은 위대한 남성 지성들도 죽음에 관해 고민했다.
그런데 그들도 아내와 아가피야 미하일로브나가 죽음에 관해 알고 있는 것의 백 분의 일도 알지 못한다고 느꼈다.
아가피야 미하일로브나와 카탸, 니콜라이가 키티를 그렇게 부르고 이제 레빈도 유난히 즐거운 마음으로 그렇게 부르는 두 여자는 서로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그러나 죽음 앞에서는 완전히 똑같았다.
두 사람 모두 삶이 무엇이고 죽음이 무엇인지 의심 없이 알고 있었다.
레빈 앞에 떠오르는 질문에 대답할 수도 없고, 질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할지도 몰랐다.
그런데도 이 현상의 뜻을 의심하지 않았다.
둘 사이에서만 같은 것이 아니라 수백만 사람과 똑같은 시선으로 삶과 죽음을 보고 있었다.
그들이 죽음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고 있다는 증거는 하나였다.
죽어가는 사람을 대할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단 한순간도 망설이지 않았고, 그들을 무서워하지 않았다.
레빈과, 죽음에 관해 무수한 말을 할 수 있는 다른 사람들은 분명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왜냐하면 죽음을 무서워하고 실제로 사람이 죽고 있을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 도무지 몰랐기 때문이다.
지금 키티 없이 형 니콜라이와 단둘이 있었다면 레빈은 공포 속에서 바라보다가 더 큰 공포로 마지막 순간만 기다렸을 것이다.
그 이상 아무것도 못 했을 것이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도, 어떻게 걸어다녀야 할지도 몰랐다.
엉뚱한 일을 이야기하는 것은 모욕 같았다.
죽음이나 어두운 이야기를 직접 하는 것도 안 됐다.
침묵도 할 수 없었다.
‘쳐다보면 내가 형을 연구하거나 두려워한다고 생각하겠지. 안 보면 딴생각한다고 느낄 거고. 발끝으로 걸으면 싫어할 거고, 그냥 걸으면 내가 부끄럽다.’
그러나 키티는 분명 자기 자신에 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고 생각할 시간도 없었다.
그녀는 병자를 생각했다.
무언가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모든 일이 자연스럽게 잘되었다.
자기 이야기도 하고 결혼 이야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형이 가엾다고 말하기도 하고 쓰다듬기도 했다.
회복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했다.
그 모든 것이 어색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키티는 알고 있었다.
키티와 아가피야 미하일로브나의 행동이 무의식적이고 동물적이며 비이성적인 것이 아니라는 증거도 있었다.
두 사람은 물질적인 간호와 고통을 줄이는 것 외에도 죽어가는 사람에게 육체와 전혀 관계없는, 더 중요한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아가피야 미하일로브나는 얼마 전 죽은 늙은 하인을 이야기하면서 말했다.
“그래도 하느님께 감사하지요. 성찬도 받고 종부성사도 받았으니. 누구든 그렇게 죽게 해주시면 좋겠어요.”
키티 역시 시트와 욕창과 마실 것들을 돌보는 데만 그치지 않았다.
첫날부터 환자에게 성찬과 병자성사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득했다.
밤이 되어 자기들 방 두 개로 돌아왔을 때 레빈은 고개를 숙이고 앉아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저녁을 먹는다거나 잠자리를 정리한다거나 앞으로 어떻게 할지 생각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아내와 이야기하는 것조차 부끄러운 일처럼 느껴졌다.
반대로 키티는 평소보다 더 활동적이었다.
오히려 평소보다 생기가 넘쳤다.
저녁을 가져오게 하고, 직접 짐을 풀고, 침대 펴는 것을 도와주고, 빈대약 가루를 침대에 뿌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남자들이 싸움을 앞두거나 위험하고 결정적인 순간에 보이는 흥분과 사고의 민첩함이 그녀에게 나타났다.
그런 순간이야말로 남자의 진짜 가치가 드러나고, 지금까지의 삶이 헛된 것이 아니라 바로 이런 순간을 위한 준비였음을 보여주는 때다.
키티에게는 모든 일이 손쉽게 진행되었다.
아직 자정도 되기 전에 짐은 깨끗하고 단정히 정리되었고 호텔방은 어쩐지 집, 자기들의 방처럼 변해 있었다.
침대가 정돈되고 솔과 빗과 거울이 놓이고 작은 천들도 깔렸다.
레빈은 지금 먹고 자고 심지어 말하는 것조차 용서할 수 없는 일처럼 느꼈고 자기 동작 하나하나가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키티는 솔을 정리하면서도 모든 일을 조금도 모욕적이지 않게 만들었다.
그래도 둘은 먹을 수 없었고 오랫동안 잠도 잘 수 없었으며 한참 동안 침대에도 눕지 않았다.
“내일 종부성사를 받으시게 설득해서 정말 다행이야.”
키티는 잠옷을 입고 접이식 거울 앞에 앉아 촘촘한 빗으로 부드럽고 향기로운 머리카락을 빗으며 말했다.
“나는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엄마한테 들었어. 회복을 위한 기도도 한다고 했어.”
“당신은 정말 형이 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
레빈은 키티가 빗을 앞으로 쓸어내릴 때마다 동그란 머리 뒤에서 좁은 가르마가 열렸다 닫히는 것을 바라보며 말했다.
“의사에게 물어봤는데 사흘 이상 살 수 없을 거라고 했어. 하지만 의사들이 어떻게 확실히 알겠어? 그래도 설득해서 기뻐.”
키티는 머리카락 사이로 남편을 곁눈질하며 말했다.
“무슨 일이든 가능하잖아.”
종교 이야기를 할 때마다 그녀 얼굴에 나타나는 조금 비밀스럽고 영리한 표정이 떠올랐다.
약혼시절 종교에 관해 이야기한 뒤 두 사람은 이 문제를 일부러 다시 꺼내지 않았다.
키티는 예배와 기도를 늘 똑같이 차분한 확신으로 행했다.
그래야 하는 일이라고 알고 있었다.
레빈이 자기는 그렇지 않다고 아무리 말해도 키티는 남편이 자기와 같은, 아니 자기보다 더 좋은 그리스도인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가 종교에 관해 하는 말은 브로더리 앙글레즈에 대해 하던 우스운 남자다운 농담과 비슷한 것으로 생각했다.
‘착한 사람들은 구멍을 꿰매는데 당신은 일부러 구멍을 낸다’고 놀렸던 것처럼.
“마리야 니콜라예브나는 이런 일을 정리할 줄 몰랐던 거야.”
레빈이 말했다.
“그리고…… 정말 고백해야겠는데 당신이 따라와줘서 정말, 정말 기뻐. 당신은 너무 깨끗해서…….”
그는 키티의 손을 잡았다.
죽음이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손에 입을 맞추는 것은 어딘가 부적절하다고 느껴 입을 맞추지는 못했다.
대신 미안한 듯 밝아진 눈을 바라보며 손만 힘주어 쥐었다.
“당신 혼자였으면 너무 괴로웠을 거야.”
키티는 두 팔을 높이 올렸다.
기뻐 붉어진 뺨을 팔이 가렸다.
머리 뒤에서 땋은 머리를 둥글게 감아 핀으로 고정했다.
“그분은 이런 것을 몰랐지. 나는 운 좋게도 조덴에서 많은 것을 배웠어.”
“거기도 이렇게 아픈 사람이 있었어?”
“더 심한 사람들도.”
“나한테 끔찍한 건 형을 볼 때마다 젊었을 때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는 거야. 믿지 못하겠지만 정말 사랑스러운 젊은 사람이었어. 그런데 나는 그때 형을 이해하지 못했어.”
“믿어. 아주 믿어.”
키티가 말했다.
“내 느낌으로는 나도 형님하고 친해질 수 있었을 것 같아…….”
말하고 나서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아차리고 겁먹은 듯 남편을 보았다.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래. 그랬을 거야.”
레빈은 슬프게 말했다.
“바로 저런 사람을 두고 사람들이 ‘이 세상을 위해 태어난 사람이 아니다’라고 하는 거겠지.”
“그렇지만 앞으로 며칠은 힘들 거야. 이제 자야 해.”
키티는 작은 시계를 보며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