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 톨스토이 · 안나 카레니나 · 1877

제5부 제29장

아들을 만나겠다는 단 하나의 목적
아들을 만나겠다는 단 하나의 목적

안나가 러시아로 돌아온 목적 가운데 하나는 아들을 만나는 것이었다.

이탈리아를 떠난 날부터 그 만남에 대한 생각은 한순간도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페테르부르크에 가까워질수록 만남의 기쁨과 중요성은 더 커졌다.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는 자기에게 묻지도 않았다.

같은 도시에 있게 되면 아들을 보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럽고 단순한 일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하자 지금 자기의 사회적 위치가 갑자기 분명하게 보였고, 만남을 만드는 일이 어렵다는 것을 이해했다.

도착한 지 이틀이 되었지만 아들에 대한 생각은 단 한순간도 떠나지 않았는데 아직 보지 못했다.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와 마주칠 수도 있는 집으로 직접 가는 것은 자기에게 권리가 없다고 느꼈다.

문에서 들여보내지 않을 수도 있고 모욕당할 수도 있었다.

남편에게 편지를 쓰거나 직접 연락하는 것은 생각만 해도 견딜 수 없었다.

남편을 생각하지 않을 때에만 마음이 편했다.

산책 때 어디로 몇 시에 나오는지 알아내 길에서 멀리 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그 만남을 그렇게 오래 준비했고 세료자에게 하고 싶은 말도 너무 많았으며 껴안고 입을 맞추고 싶었다.

세료자의 늙은 유모가 도와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유모는 이제 카레닌 집에 없었다.

유모를 찾아보는 일과 망설임 속에서 이틀이 지나갔다.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와 리디야 이바노브나 백작부인이 가까운 사이라는 말을 들은 뒤, 셋째 날 안나는 큰 결심 끝에 리디야 이바노브나에게 편지를 썼다.

아들을 보게 해주는 결정은 남편의 관대함에 달린 일이라고 일부러 적었다.

편지가 남편에게 전달되기만 하면 그가 지금까지의 관대한 역할을 계속하기 위해서라도 거절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편지를 가지고 간 심부름꾼은 안나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가장 잔인한 답을 가져왔다.

‘아무 답도 없을 것이다.’

안나는 심부름꾼을 불러, 얼마나 기다렸고 마지막에 정확히 어떤 말을 들었는지 상세한 이야기를 듣는 순간만큼 굴욕당한 적이 없었다.

굴욕과 모욕을 느꼈다.

그러나 리디야 이바노브나 입장에서는 그 사람이 옳다고도 느꼈다.

그래서 더 외로웠고 더 괴로웠다.

브론스키에게 이 고통을 말하고 싶지 않았고 말할 수도 없었다.

브론스키가 자기 불행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것과는 별개로, 자기가 아들을 만나는 문제를 그에게는 아주 사소한 문제로 보일 것임을 알고 있었다.

자기 고통이 얼마나 깊은지 그는 결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이 문제를 말했을 때 브론스키의 목소리가 조금이라도 차가우면 자기는 그를 미워하게 되리라는 것도 알았다.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래서 아들과 관련한 일은 전부 그에게 숨겼다.

하루 종일 호텔방에 앉아 세료자를 만날 방법을 궁리했다.

결국 남편에게 직접 편지를 쓰기로 하고 이미 문장도 만들어가고 있었을 때 리디야 이바노브나의 편지가 도착했다.

백작부인의 침묵은 안나를 낮추고 굴복시켰지만, 그 편지와 그 행간에 있는 모든 것은 안나를 너무 раздраж하게 했다.

아들을 향한 자기의 열정적이고 정당한 사랑과 비교하면 그 악의가 너무 역겨웠다.

안나는 이제 다른 사람들에게 반항하기 시작했고 자기 자신을 비난하지 않았다.

‘이 차가움은 감정을 가장한 연기야.’

그녀는 자기에게 말했다.

‘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나를 모욕하고 아이를 괴롭히는 것뿐이야. 그런데 내가 거기에 순종해? 절대로 안 돼. 저 여자가 나보다 더 나빠. 나는 적어도 거짓말은 안 해.’

그리고 바로 그 자리에서 결심했다.

다음 날, 세료자의 생일에 남편 집으로 직접 가겠다.

사람들에게 돈을 주어 매수하든 속이든 어떻게 해서든 아들을 보겠다.

불쌍한 아이 둘레에 저들이 쌓아놓은 이 흉측한 거짓을 부숴버리겠다.

장난감가게에 가 선물을 잔뜩 샀다.

그리고 행동계획을 만들었다.

아침 일찍 여덟 시에 간다.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는 아직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돈을 가지고 가 문지기와 하인에게 주어 들여보내달라고 한다.

베일은 올리지 않고 세료자의 대부 스코로두모프 공작의 심부름으로 생일을 축하하러 왔다고 말한다.

아이 침대 곁에 선물을 놓아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말한다.

준비하지 못한 것은 단 하나였다.

아들을 만나서 무슨 말을 할 것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 말만은 생각해낼 수 없었다.

다음 날 아침 여덟 시, 안나는 삯마차에서 혼자 내려 전에 자기 집이었던 큰 현관의 종을 눌렀다.

“가서 무슨 일인지 좀 봐. 웬 부인 하나가 왔다.”

아직 옷을 완전히 입지 않은 카피토니치는 외투와 고무덧신 차림으로 창문을 내다보며 베일을 쓴 채 문 바로 앞에 서 있는 여자를 보았다.

안나가 모르는 젊은 보조 문지기가 문을 여는 순간 그녀는 이미 안으로 들어왔다.

머프 안에서 삼 루블 지폐를 꺼내 재빨리 그의 손에 넣었다.

“세료자…… 세르게이 알렉세예비치.”

말하고 앞으로 들어가려 했다.

젊은 문지기는 지폐를 살펴본 뒤 두 번째 유리문 앞에서 막아섰다.

“누구를 찾으십니까?”

그러나 안나는 듣지 않았고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낯선 부인의 당황을 알아차린 카피토니치가 직접 나와 안으로 들이고 용건을 물었다.

“스코로두모프 공작께서 세르게이 알렉세예비치에게 보냈습니다.”

안나가 말했다.

“아직 일어나지 않으셨습니다.”

문지기는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말했다.

아홉 해를 살았던 집의 현관이 완전히 변하지 않은 모습을 보고 안나는 이렇게 강한 충격을 받으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기쁜 기억과 고통스러운 기억이 하나씩 영혼에 올라왔고, 잠깐은 자기가 왜 여기 왔는지조차 잊었다.

“기다리시겠습니까?”

카피토니치는 외투를 벗겨주며 말했다.

외투를 받아든 순간 얼굴을 보았고 그녀를 알아보았다.

그는 말없이 아주 깊이 머리를 숙였다.

“들어오시지요, 마님.”

안나는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미안하고 애원하는 눈으로 노인을 한번 보고 빠르고 가벼운 걸음으로 계단을 올라갔다.

카피토니치는 몸 전체를 앞으로 구부리고 고무덧신이 계단에 걸리면서도 그녀를 앞지르려고 뛰었다.

“선생님이 계십니다. 아직 옷을 안 입고 있을 수도 있어서. 내가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안나는 익숙한 계단을 올라가면서 노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이쪽 왼쪽입니다. 청소가 안 돼 있어 죄송합니다. 지금은 옛 응접실에서 지내십니다.”

문지기는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잠깐만 기다려주십시오. 내가 먼저 보겠습니다.”

그는 그녀보다 앞서가 높은 문을 조금 열고 안으로 사라졌다.

안나는 멈춰 기다렸다.

“방금 깨셨습니다.”

문지기가 다시 나오며 말했다.

그가 말하는 바로 그 순간 아이가 하품하는 소리가 들렸다.

안나는 하품 소리만으로 아들을 알아보았고 살아 있는 얼굴 전체를 눈앞에 본 것처럼 느꼈다.

“비켜줘요, 가세요!”

안나는 말하고 높은 문을 열어 들어갔다.

문 오른쪽에 침대가 있었다.

침대 위에서 단추가 풀린 셔츠 하나만 입은 소년이 몸을 일으켜 앉아 있었다.

상체를 구부리고 기지개를 켜면서 하품을 마치고 있었다.

입술이 다시 닫히는 순간 행복하고 졸린 미소가 만들어졌고, 바로 그 미소를 지은 채 다시 천천히 달콤하게 뒤로 쓰러졌다.

“세료자.”

안나는 들리지 않을 만큼 조용히 다가가 아이 귀에 속삭였다.

떨어져 있던 동안, 그리고 최근 더욱 강해진 아들을 향한 사랑 속에서 안나는 세료자를 가장 사랑했던 네 살 아이의 모습으로 상상해왔다.

그런데 지금은 자기가 떠날 때보다도 더 달라져 있었다.

네 살의 모습에서는 더 멀어졌다.

키가 더 자랐고 말랐다.

‘이게 뭐야! 얼굴이 얼마나 말랐고 머리는 왜 이렇게 짧아! 팔은 얼마나 길어졌어! 내가 떠난 뒤 이렇게나 변했구나!’

그러나 머리 모양과 입술과 부드러운 목, 넓은 어깨는 틀림없이 세료자였다.

“세료자.”

그녀는 아이 귀 바로 곁에서 다시 불렀다.

소년은 다시 팔꿈치로 몸을 일으켰다.

헝클어진 머리를 양쪽으로 움직이며 무언가를 찾다가 눈을 떴다.

눈앞에 꼼짝하지 않고 서 있는 어머니를 몇 초 동안 조용하고 질문하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다시 잠겨드는 눈을 감고 이번에는 뒤가 아니라 그녀의 팔 안으로 몸을 쓰러뜨렸다.

“세료자! 내 사랑하는 아들!”

안나는 숨이 막히는 목소리로 말하며 통통한 몸을 두 팔로 안았다.

“엄마!”

세료자는 자기 몸의 더 많은 부분을 그녀 손에 닿게 하려는 듯 품 안에서 움직이며 말했다.

졸린 미소를 지은 채 눈은 여전히 감고 있었다.

통통한 두 팔을 침대 등받이에서 어머니 어깨로 옮겨 걸었다.

아이에게서만 나는 사랑스러운 잠 냄새와 따뜻함을 그녀에게 내뿜으며 목과 어깨에 얼굴을 비볐다.

“알고 있었어.”

눈을 뜨며 세료자가 말했다.

“오늘은 내 생일이잖아. 엄마가 올 줄 알고 있었어. 지금 일어날게.”

그렇게 말하다 다시 잠이 들었다.

안나는 굶주린 사람처럼 아들을 바라보았다.

자기가 없는 동안 얼마나 자라고 달라졌는지 보았다.

이불 밖으로 나온 맨발은 낯설 만큼 컸고, 말라진 볼과 짧게 잘라낸 뒤통수의 곱슬머리는 낯설면서도 너무 익숙했다.

그 뒤통수에 얼마나 많이 입을 맞췄던가.

안나는 그 모든 것을 손으로 만져보았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눈물이 목을 막았다.

“엄마는 왜 울어?”

세료자는 완전히 깨어나 물었다.

“엄마, 왜 울어?”

아이도 금방 울 것 같은 목소리로 외쳤다.

“나? 이제 안 울어…… 기뻐서 우는 거야. 너무 오래 못 봤잖아. 이제 안 울어, 안 울 거야.”

안나는 눈물을 삼키며 얼굴을 돌렸다.

“자, 이제 옷 입어야지.”

마음을 추스른 뒤 잠시 후 말했다.

아이 손을 놓지 않은 채, 옷을 준비해둔 침대 곁 의자에 앉았다.

“엄마 없이 어떻게 옷을 입어? 어떻게…….”

평범하고 즐겁게 이야기하려 했지만 또 할 수 없었다.

다시 얼굴을 돌렸다.

“나는 이제 찬물로 안 씻어. 아빠가 하지 말래. 바실리 루키치는 못 봤어? 곧 올 거야. 그런데 엄마 내 옷 위에 앉았어!”

세료자는 크게 웃었다.

안나는 아이를 보고 웃었다.

“엄마, 내 사랑, 엄마!”

세료자는 그 미소를 보고서야 지금 일어난 일이 진짜라는 것을 완전히 깨달은 듯 다시 안나에게 몸을 던져 껴안았다.

“이건 필요 없어.”

그는 어머니 모자를 벗겼다.

모자가 벗겨진 얼굴을 새로 본 사람처럼 또 입을 맞췄다.

“그런데 엄마는 내가 어떻게 생각했을 거라고 생각해? 내가 엄마가 죽었다고 믿었을 것 같아?”

“한 번도 안 믿었어.”

“안 믿었어, 내 사랑?”

“나는 알고 있었어, 알고 있었어!”

세료자는 자기가 좋아하는 말을 반복했다.

그리고 자기 머리를 쓰다듬던 어머니 손을 붙잡아 손바닥을 자기 입에 대고 입을 맞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