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미하일로프는 브론스키 백작과 골레니셰프의 명함을 받았을 때도 늘 그렇듯 일하고 있었다.
아침에는 작업실에서 큰 그림을 그렸다.
집으로 돌아온 뒤에는 돈을 달라고 찾아온 집주인 여자에게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아내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내가 스무 번은 말했잖아. 그 여자하고 설명하려고 하지 말라고. 당신은 원래도 바보인데 이탈리아어로 설명을 시작하면 세 배로 바보가 돼.”
긴 말다툼 끝에 미하일로프가 말했다.
“당신이 밀리지 않으면 되잖아. 내가 잘못했어? 돈이 있었다면…….”
“하느님을 봐서 나 좀 내버려둬!”
미하일로프는 울음이 섞인 목소리로 소리쳤다.
두 귀를 막고 칸막이 너머 자기 작업방으로 가 문을 잠갔다.
‘답답한 여자야!’
자기에게 말하고 탁자에 앉았다.
화첩을 펼친 뒤 조금 전까지의 싸움이 없었던 것처럼 특별한 열정으로 하던 그림에 매달렸다.
삶이 잘 풀리지 않을 때, 특히 아내와 싸우고 난 뒤만큼 열정적으로 성공적으로 일하는 때가 없었다.
‘어디론가 사라져버렸으면 좋겠어!’
그는 생각하면서도 손은 계속 움직였다.
분노에 사로잡힌 남자의 인물 소묘를 하고 있었다.
전에 그려놓은 그림이 있었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니야. 전 것이 더 좋았는데…… 어디 있지?’
그는 아내에게 가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쳐다보지도 않은 채 큰딸에게, 전에 자기들이 가지고 놀라고 준 종이가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버린 스케치가 그려진 종이를 찾아냈지만 얼룩이 묻고 양초기름이 떨어져 있었다.
그래도 가지고 와 자기 탁자 위에 놓았다.
한 걸음 물러나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았다.
갑자기 미소를 짓더니 기쁨에 양팔을 흔들었다.
“그래, 그래!”
그는 말하고 곧 연필을 잡아 빠르게 그리기 시작했다.
양초기름 얼룩이 인물에 새로운 자세를 만들어주고 있었다.
새 자세를 그리다가 갑자기 담배를 사는 상인의, 앞으로 나온 턱과 힘찬 얼굴이 떠올랐다.
그 얼굴과 턱을 그대로 인물 위에 그렸다.
기쁨에 웃음이 나왔다.
죽어 있고 만들어낸 것 같던 형상이 갑자기 살아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어떤 부분도 멋대로 바꿀 수 없을 만큼 확실한 존재가 되었다.
그 인물은 살아 있었고 분명하고 의심할 수 없이 정해져 있었다.
이제 그림을 ‘그 인물이 요구하는 것’에 맞추어 고칠 수는 있었다.
다리의 위치를 다르게 놓고, 왼손의 위치를 완전히 바꾸고, 머리카락을 뒤로 넘겨야 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렇게 고치면서도 인물 자체를 바꾸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그 인물을 가리고 있던 것을 벗겨내는 것이었다.
그림 속 인물을 온전히 볼 수 없게 했던 덮개를 하나씩 치우는 것 같았다.
새로 더해지는 선 하나하나가 양초기름 얼룩 때문에 갑자기 보이기 시작한 그 인물을, 그 힘찬 생명 전체를 더욱 뚜렷하게 드러냈다.
미하일로프는 아주 조심스럽게 마무리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명함들이 들어왔다.
“곧 갑니다, 곧!”
그는 아내에게 갔다.
“그만 화내, 사샤.”
미하일로프는 겁이 난 듯 다정하게 웃으며 말했다.
“당신이 잘못했고 나도 잘못했어. 내가 다 해결할게.”
아내와 화해한 뒤 그는 벨벳 칼라가 달린 올리브색 외투를 입고 모자를 쓰고 작업실로 갔다.
조금 전 그렇게 잘된 인물은 이미 잊었다.
지금은 마차를 타고 찾아온 중요한 러시아 사람들이 자기 작업실을 보러 온다는 일이 그를 기쁘고 불안하게 했다.
지금 작업실 이젤 위에 있는 자기 큰 그림에 관해서 미하일로프는 마음 가장 깊은 곳에서는 단 하나의 판단만 갖고 있었다.
이런 그림은 지금까지 누구도 그린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자기 그림이 라파엘로의 모든 그림보다 낫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이 그림에서 자기가 전하려 한 것, 실제로 전한 바로 그것만은 지금까지 누구도 전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것을 그림을 시작한 때부터 오래전부터 굳게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다른 사람들이 내리는 판단은 어떤 것이든 미하일로프에게 엄청나게 중요했고 영혼 밑바닥까지 뒤흔들었다.
어떤 하찮은 말이라도 보는 사람이 자기가 그림에서 본 것 가운데 아주 작은 부분을 알아보았다는 증거라면 깊이 감동했다.
그는 자기 그림을 판단하는 사람들에게 언제나 자기 자신보다 더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으리라고 생각했고, 그들이 자기 그림에서 자기가 못 본 것을 하나쯤 말해주기를 기대했다.
그리고 관람객들의 말 속에서 실제로 그런 것을 발견했다고 느끼는 때도 많았다.
미하일로프는 빠른 걸음으로 작업실 문으로 향했다.
흥분해 있었지만, 현관 그늘에 서 있는 안나에게 닿는 부드러운 빛이 갑자기 눈을 붙잡았다.
안나는 골레니셰프가 열정적으로 무언가 말하는 것을 들으면서 동시에 다가오는 화가를 살펴보고 싶어 하는 것이 분명했다.
미하일로프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그 장면의 인상을, 담배상인의 턱을 붙잡아 삼켰던 것처럼 한순간에 붙잡아 어디엔가 저장했다.
언젠가 필요할 때 꺼내게 될 곳에.
골레니셰프에게서 화가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 이미 조금 실망하고 있던 손님들은 미하일로프의 외모를 보자 더 실망했다.
키는 중간쯤이고 몸은 다부졌으며 걸음은 약간 부산스러웠다.
갈색 모자와 올리브색 외투, 이미 오래전부터 넓은 바지를 입는 시대인데도 몸에 붙는 좁은 바지를 입고 있었다.
무엇보다 넓고 평범한 얼굴, 그리고 한 얼굴 안에 동시에 들어 있는 수줍음과 자기 존엄을 지키려는 태도가 좋지 않은 인상을 주었다.
“들어오십시오.”
미하일로프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애쓰며 말했다.
현관 안으로 들어가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작업실 문을 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