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혼예식이 끝나자 성직자가 교회 한가운데 독서대 앞에 분홍색 비단천 한 장을 펼쳐놓았다.
성가대에서는 베이스와 테너가 서로 주고받는 정교하고 복잡한 성가가 울려퍼졌다.
신부가 몸을 돌려 신랑과 신부에게 그 분홍색 천을 가리켰다.
카펫 위에 누가 먼저 발을 올리느냐에 따라 집안의 주인이 결정된다는 말을 두 사람 모두 셀 수 없이 많이 들었지만, 막상 몇 걸음을 옮기는 그 순간 레빈도 키티도 그런 미신을 전혀 떠올리지 못했다.
구경하던 사람들 사이에서는 어떤 사람은 레빈이 먼저 밟았다고 했고, 어떤 사람은 둘이 동시에 밟았다고 큰소리로 말하고 논쟁했지만 두 사람 귀에는 그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결혼할 의사가 정말 있는지, 다른 사람과 혼인을 약속한 적은 없는지 묻는 익숙한 질문들이 이어졌다.
그 질문에 자기들 입으로 대답하는 말이 두 사람에게 스스로도 이상하게 들렸다.
그리고 새 예식이 시작되었다.
키티는 기도문을 듣고 그 뜻을 이해하려고 애썼지만 할 수 없었다.
예식이 진행될수록 영혼을 채우는 장중함과 밝은 기쁨이 너무 커져 다른 데 주의를 돌릴 능력 자체를 빼앗아갔다.
그들을 위해 정결함과 유익한 자녀의 열매가 주어지기를, 아들과 딸을 보며 기뻐하게 되기를 기도했다.
하느님이 아담의 갈비뼈로 여자를 만드셨으며, 그러므로 남자가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아내와 결합하고 둘이 한 몸이 될 것이며, 이 신비는 위대하다는 말이 이어졌다.
이사악과 레베카, 요셉, 모세와 십보라에게 베푸신 것과 같은 풍성함과 축복을 주고, 자손의 자손까지 보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이 모든 것이 아름다워.’
키티는 들으며 생각했다.
‘이렇게 되지 않을 수는 없어.’
그녀의 환해진 얼굴에는 기쁨의 미소가 빛났고, 바라보는 사람들에게까지 저절로 옮아갔다.
“왕관을 아예 머리에 올려놓으세요!”
신부와 신랑의 머리 위에 결혼관이 들려지자 사람들이 조언했다.
셰르바츠키는 세 단추 장갑을 낀 손을 떨며 키티의 머리 위에 왕관을 높이 들고 있었다.
“씌워주세요.”
키티는 웃으며 속삭였다.
레빈이 돌아보았다.
그는 그녀의 얼굴에 있는 기쁨의 빛을 보고 놀랐고, 그 감정은 그대로 자기에게도 옮아왔다.
그 역시 갑자기 밝고 즐거워졌다.
두 사람은 사도서 낭독을 듣는 것도 즐거웠고, 사람들이 잔뜩 기다리던 마지막 구절에서 수석보제의 목소리가 천장 아래로 우렁차게 울리는 것도 즐거웠다.
납작한 잔에 든 따뜻한 붉은 포도주와 물을 나누어 마시는 것도 즐거웠다.
그리고 신부가 제의 자락을 걷고 두 사람의 손을 한 손에 잡아, 베이스가 장엄하게 “이사야여, 기뻐하라”를 노래하는 동안 독서대 주위를 돌게 했을 때는 더욱 즐거웠다.
왕관을 들고 따라오는 셰르바츠키와 치리코프는 신부의 긴 드레스 자락에 발이 걸려 엉키면서도 웃고 기뻐했다.
신부가 멈출 때마다 뒤늦게 따라붙었다가 새 신랑 신부에게 부딪히기도 했다.
키티에게서 처음 일어난 그 기쁨의 불꽃이 교회 안의 모든 사람에게 옮겨붙은 것 같았다.
레빈에게는 신부와 보제까지 자기를 따라 웃고 싶어 하는 듯 보였다.
마침내 머리 위의 왕관을 벗긴 뒤 신부는 마지막 기도문을 읽고 두 사람을 축하했다.
레빈은 키티를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모습이었다.
얼굴에 새롭게 켜진 행복의 빛 때문에 정말 아름다웠다.
레빈은 무슨 말을 하고 싶었으나 예식이 완전히 끝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신부가 그 곤란을 해결해주었다.
선한 입으로 미소를 지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내에게 입맞추시오. 그리고 당신은 남편에게 입맞추시오.”
그러고는 두 사람 손에서 촛불을 받아들었다.
레빈은 웃고 있는 키티의 입술에 조심스럽게 입을 맞췄다.
그녀에게 팔을 내밀었다.
그리고 전혀 새롭고 이상한 친밀감을 느끼며 교회를 나섰다.
정말 이 모든 것이 현실이라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두 사람의 놀라고 수줍은 눈길이 마주치는 순간에만 그것을 믿었다.
이미 둘이 하나가 되었다는 것을 그 눈길 안에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날 밤 저녁식사를 마친 뒤 신혼부부는 시골로 떠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