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 톨스토이 · 안나 카레니나 · 1877

제5부 제26장

생일 전날, 웃으며 돌아온 세료자
생일 전날, 웃으며 돌아온 세료자

“그래, 카피토니치?”

생일 전날 산책에서 돌아온 세료자는 장밋빛 얼굴로 유쾌하게 웃으며 물었다.

주름 잡힌 웃옷을 벗어 키 큰 늙은 문지기에게 건네면서였다.

문지기는 자기 큰 키에서 아래의 작은 아이를 내려다보며 웃고 있었다.

“오늘 그 목에 붕대 감은 관리가 또 왔어? 아빠가 만나줬어?”

“만나주셨지요. 사무실 책임자께서 나가시자마자 내가 바로 말씀드렸습니다.”

문지기는 즐겁게 눈을 찡긋했다.

“자, 이리 주세요. 내가 벗겨드리지요.”

“세료자!”

안쪽으로 들어가는 문에 서 있던 슬라브계 가정교사 바실리 루키치가 말했다.

“직접 벗어야 합니다.”

세료자는 가정교사의 약한 목소리를 들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한 손으로 문지기의 어깨띠를 붙잡고 얼굴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래서 아빠가 그 사람한테 필요한 걸 해줬어?”

문지기는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목에 붕대를 감은 그 관리는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를 벌써 일곱 번이나 찾아온 사람이었다.

세료자도 문지기도 그에게 관심이 많았다.

세료자는 전에 현관에서 그 사람을 본 적이 있었다.

아이가 있는 몸인데 굶어 죽게 생겼다면서 문지기에게 애처롭게 들어가게 해달라고 비는 말을 들었다.

그 뒤로 다시 현관에서 마주칠 때면 세료자는 그 사람 일을 궁금해했다.

“많이 기뻐했어?”

“그럼요. 뛰어갈 듯 좋아하면서 나갔습니다.”

“그런데 뭐 온 것은 있어?”

세료자가 잠시 뒤 물었다.

“나리.”

문지기는 고개를 흔들고 목소리를 낮췄다.

“백작부인에게서 온 물건이 있습니다.”

세료자는 그 말이 리디야 이바노브나 백작부인이 자기 생일선물로 보낸 것임을 즉시 알아차렸다.

“뭐라고? 어디 있어?”

“코르네이가 아버님께 가져갔습니다. 아주 좋은 물건인가 봅니다.”

“얼마나 큰데? 이만해?”

“그보다는 작지만 좋은 겁니다.”

“책이야?”

“아니요, 물건입니다. 이제 들어가세요. 바실리 루키치께서 부르십니다.”

문지기는 가정교사 발소리가 가까워지는 것을 들었다.

어깨띠를 붙잡은 아이 손이 반쯤 벗겨진 장갑의 손끝과 함께 늘어져 있자 조심스럽게 빼내고, 윙크하며 머리로 가정교사를 가리켰다.

“바실리 루키치, 잠깐만요!”

세료자는 늘 바실리 루키치를 이기던 그 밝고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오늘 세료자는 너무 즐거웠고 모든 것이 너무 행복해서, 여름정원 산책에서 리디야 이바노브나의 조카딸에게 들은 또 하나의 집안 기쁨을 문지기 친구에게 말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그 기쁨은 목에 붕대를 감은 관리가 도와준 일을 얻은 것과, 자기에게 선물이 왔다는 기쁨과 같은 날 겹쳐 더 중요해 보였다.

세료자에게는 오늘이 모든 사람이 기뻐하고 즐거워해야 하는 날처럼 느껴졌다.

“있잖아, 아빠가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훈장을 받았어?”

“그럼요. 벌써 축하하러 오신 분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아빠도 기뻐해?”

“황제 폐하의 은총인데 어찌 기뻐하지 않겠습니까. 그만큼 공을 세우셨다는 뜻이지요.”

문지기는 갑자기 엄숙하고 진지하게 말했다.

세료자는 생각에 잠겨 문지기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수없이 많이 보아 구석구석 외우고 있는 얼굴, 특히 회색 구레나룻 사이에 매달린 턱을 보았다.

세료자처럼 아래에서 올려다보지 않으면 아무도 그렇게 자세히 보지 못하는 턱이었다.

“당신 딸은 요즘 찾아왔어?”

문지기의 딸은 발레 무용수였다.

“평일에는 언제 시간이 있겠습니까. 그 사람들도 공부해야 하지요. 도련님도 공부할 시간입니다. 어서 가세요.”

방으로 들어온 세료자는 공부를 시작하는 대신, 오늘 들어온 선물이 틀림없이 어떤 기계일 것 같다는 자기 추측을 가정교사에게 이야기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가 물었다.

그러나 바실리 루키치에게 중요한 것은 두 시에 올 선생을 위해 문법 공부를 하는 것이었다.

“아니, 딱 이것만 말해주세요, 바실리 루키치.”

세료자는 이미 책상 앞에 앉아 책을 들고 있다가 갑자기 물었다.

“알렉산드르 네프스키보다 높은 훈장은 뭐예요? 아빠가 알렉산드르 네프스키를 받았다는 것 알고 있죠?”

바실리 루키치는 그보다 높은 훈장에는 블라디미르가 있다고 말했다.

“그 위에는?”

“가장 높은 것은 안드레이 페르보즈반니입니다.”

“그럼 안드레이보다 더 높은 것은?”

“그건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선생님도 몰라요?”

세료자는 두 팔꿈치를 탁자에 얹고 깊은 생각에 빠졌다.

그 생각은 아주 복잡하고 다양한 것이었다.

아버지가 갑자기 블라디미르와 안드레이를 모두 받는 장면을 상상했다.

그러면 오늘 수업에서도 아버지가 훨씬 더 친절해질 것이다.

자기가 어른이 되면 모든 훈장을 다 받을 것이다.

안드레이보다 높은 것이 새로 생겨도 생기자마자 자기가 받을 것이다.

그러면 또 더 높은 것을 만들 테고 자기는 그것도 곧 받게 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다 시간이 흘러 선생이 왔다.

시간·장소·방법의 부사에 관한 수업은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선생은 불만스러웠을 뿐 아니라 섭섭해했다.

그 섭섭함이 세료자의 마음을 움직였다.

자기는 공부를 하지 않은 것이 잘못이라고 느끼면서도 실제로는 아무리 애써도 공부가 되지 않았다.

선생이 설명하는 동안에는 믿고 이해하는 것 같았는데 혼자 남으면 ‘갑자기’처럼 짧고 뻔한 말이 왜 ‘방법의 부사’인지 도저히 기억하거나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도 선생을 섭섭하게 한 것이 가여워 기분을 풀어주고 싶었다.

선생이 말없이 책을 보는 순간을 골라 갑자기 물었다.

“미하일 이바니치, 선생님 명명일은 언제예요?”

“자기 공부를 생각하는 편이 낫겠습니다. 명명일은 이성적인 존재에게 아무 의미가 없어요. 일해야 하는 다른 날과 똑같은 날입니다.”

세료자는 선생의 성긴 수염과 코에 난 자국 아래까지 미끄러진 안경을 자세히 보다가 생각에 잠겨, 뒤에 무슨 설명을 하는지 전혀 듣지 못했다.

선생이 지금 말한 것을 진심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말투만 들어도 알 수 있었다.

‘왜 어른들은 모두 서로 짠 것처럼 똑같은 방식으로 말하는 걸까? 제일 지루하고 필요 없는 말만 하지? 왜 선생님은 나를 밀어내는 거지? 왜 나를 사랑하지 않아?’

세료자는 슬프게 생각했지만 답은 찾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