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 톨스토이 · 안나 카레니나 · 1877

제5부 제16장

새 사모바르 앞에서 편지를 쓰는 키티
새 사모바르 앞에서 편지를 쓰는 키티

레빈이 위층으로 올라갔을 때 아내는 새 은제 사모바르와 새 찻잔 세트 앞에 앉아 있었다.

작은 탁자에는 늙은 아가피야 미하일로브나를 앉혀 차 한 잔을 따라주었고, 자기는 늘 편지를 주고받는 돌리에게서 온 편지를 읽고 있었다.

“보세요. 댁의 안주인이 나를 여기 앉혀놓고 자기하고 같이 있으라고 하잖아요.”

아가피야 미하일로브나는 키티를 다정하게 바라보며 웃었다.

레빈은 그 말 속에서 최근 아가피야 미하일로브나와 키티 사이에 일어나던 작은 드라마의 결말을 읽었다.

젊은 안주인이 집안의 주도권을 자기에게서 빼앗아가는 것을 아가피야 미하일로브나가 몹시 서운해했음에도, 결국 키티가 그녀를 이기고 자기를 사랑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레빈은 보았다.

“당신 앞으로 온 편지는 읽었어.”

키티는 서투른 글씨로 쓴 편지 한 장을 건네며 말했다.

“아마 당신 형님과 살던 그 여자에게서 온 것 같아…… 나는 안 읽었어. 이건 우리 집에서 온 것과 돌리 편지야. 상상해봐. 돌리가 그리샤하고 타냐를 사르마트스키네 어린이 무도회에 데려갔는데 타냐가 후작부인으로 분장했대.”

그러나 레빈은 듣지 않았다.

얼굴을 붉히며 형 니콜라이의 옛 애인 마리야 니콜라예브나의 편지를 받아 읽기 시작했다.

그녀에게서 받은 두 번째 편지였다.

첫 번째 편지에는 니콜라이 드미트리치가 아무 잘못도 없는 자기를 내쫓았다고 쓰여 있었다.

자기는 다시 가난해졌지만 아무것도 요구하거나 바라지 않는다고, 다만 니콜라이 드미트리치가 몸이 약하니 자기 없이 지내다가는 틀림없이 죽고 말 것 같아 걱정된다고, 동생인 레빈이 잘 살펴봐달라고 순진하고 감동적으로 부탁하고 있었다.

이번 편지에는 다른 내용이 적혀 있었다.

마리야 니콜라예브나는 니콜라이 드미트리치를 다시 찾아냈고, 모스크바에서 화해한 뒤 함께 지방도시로 갔다.

거기에서 니콜라이는 관직을 하나 얻었지만 상관과 싸운 뒤 모스크바로 돌아오다가 길에서 너무 심하게 앓아, 다시 일어날 수 있을지조차 모르겠다고 했다.

계속 당신 이야기를 하십니다. 돈도 이제 거의 없습니다.

“돌리가 당신 이야기를 쓴 것도 읽어봐.”

키티가 웃으며 말을 꺼냈다가 갑자기 멈췄다.

남편 얼굴이 변한 것을 본 것이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형 니콜라이가 죽어가고 있다는 편지야. 가야겠어.”

키티의 얼굴도 순식간에 달라졌다.

타냐의 후작부인 이야기도 돌리 이야기도 전부 사라졌다.

“언제 가?”

“내일.”

“나도 같이 가면 안 돼?”

키티가 말했다.

“키티! 대체 왜 이러는 거야?”

레빈은 나무라듯 말했다.

“왜 그러긴?”

키티는 자기가 내놓은 제안을 남편이 내키지 않고 귀찮은 일처럼 받아들이는 데 상처를 받았다.

“내가 왜 같이 가면 안 돼? 방해하지 않을게.”

“나는 형이 죽어가고 있어서 가는 거야.”

레빈이 말했다.

“당신은 왜…….”

“왜냐고? 당신이 가는 것과 같은 이유로 가는 거야.”

‘나한테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도 키티는 혼자 남으면 심심하다는 생각밖에 못 하는군.’

레빈은 속으로 생각했다.

그렇게 중요한 일에 이런 핑계를 대는 것이 화가 났다.

“안 돼.”

그는 딱딱하게 말했다.

아가피야 미하일로브나는 싸움이 날 것 같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조용히 찻잔을 내려놓은 뒤 방을 나갔다.

키티는 그녀가 나가는 것도 보지 못했다.

남편이 마지막 말을 한 어조가 특히 마음을 찔렀다.

자기가 한 말을 믿지 않는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나는 말할게. 당신이 가면 나도 갈 거야. 꼭 갈 거야.”

키티는 빠르고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왜 안 된다는 건데? 왜 ‘안 돼’라고 말하는 거야?”

“어디인지도 모를 지방도시고 길도, 호텔도 형편없을 텐데. 당신 때문에 신경을 써야 하잖아.”

레빈은 침착하려고 애쓰며 말했다.

“전혀. 나는 아무것도 필요 없어. 당신이 견딜 수 있는 곳이면 나도 견딜 수 있어…….”

“게다가 거기에는 당신이 가까이 지낼 수 없는 여자가 있잖아.”

“나는 그 여자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알고 싶지도 않아. 내가 아는 것은 내 남편의 형이 죽어가고 있고 남편이 만나러 간다는 거야. 그래서 나도 남편과 함께 가서…….”

“키티! 화내지 말고 생각해봐. 이 문제는 너무 중요해. 그런데 당신은 지금 혼자 남기 싫다는 나약함을 거기에 섞고 있어. 혼자 있기 싫고 심심할 것 같으면 모스크바로 가면 되잖아.”

“봐. 당신은 언제나 내게 나쁘고 비열한 생각을 갖다 붙여.”

키티는 모욕과 분노의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나는 아무런 나약함도,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어. 내 남편이 고통스러운 일을 당할 때 곁에 있는 것이 내 의무라고 느껴. 그런데 당신은 일부러 나를 아프게 하려고 해. 일부러 내 말을 이해하지 않으려 하고…….”

“이건 정말 끔찍하군. 무슨 노예가 된 것 같잖아!”

레빈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외쳤다.

분노를 더는 참을 수 없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자기가 자기 자신을 때리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면 왜 결혼했어? 자유롭게 살지 그랬어. 후회한다면 왜 결혼했어?”

키티는 벌떡 일어나 응접실로 달려갔다.

레빈이 뒤따라갔을 때 키티는 흐느끼고 있었다.

그는 키티의 생각을 틀렸다고 증명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진정시키기 위한 말을 찾으려고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키티는 듣지 않았고 어느 말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레빈은 몸을 숙여 저항하는 손을 잡았다.

손에 입을 맞추고 머리에 입을 맞추고 다시 손에 입을 맞췄지만 키티는 계속 침묵했다.

그러다가 두 손으로 키티 얼굴을 감싸고 말했다.

“키티!”

그 순간 그녀는 갑자기 정신을 차린 듯했다.

조금 더 울고 난 뒤 둘은 화해했다.

다음 날 함께 떠나기로 결정했다.

레빈은 아내가 오직 도움이 되고 싶어서 간다는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마리야 니콜라예브나가 형과 함께 있는 것이 조금도 부적절한 일이 아니라고도 인정했다.

그러나 마음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키티에게도, 자기에게도 불만이 있었다.

키티에게는 자기가 꼭 필요할 때 자기를 혼자 보내줄 수 없다는 점이 불만이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키티가 자기를 사랑할 수 있다는 행복조차 감히 믿지 못했던 자기가, 이제는 키티가 자기를 너무 사랑한다는 이유로 불행해한다는 사실이 스스로도 이상했다.

자기에게는 끝까지 단단하게 행동하지 못했다는 것이 불만이었다.

더 깊은 마음에서는 키티가 형 곁의 여자에 대해 아무것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데도 여전히 동의할 수 없었다.

자기의 키티, 자기 아내가 ‘그런 여자’와 같은 방 안에 있게 되리라는 생각만으로 혐오와 공포에 몸이 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