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빈은 결혼한 지 석 달째였다.
행복했다.
하지만 자기가 기대했던 방식의 행복은 전혀 아니었다.
한 걸음 한 걸음마다 과거의 꿈은 실망으로 바뀌었고, 그 대신 한 번도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매력을 발견했다.
행복하기는 했지만 가정생활에 들어온 뒤에는 매 순간 이것이 자기가 상상한 것과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호수 위를 매끄럽고 행복하게 미끄러지는 작은 배를 바라보며 감탄하다가 실제로 그 배 위에 자기가 올라탄 사람이 느낄 법한 것이었다.
그저 균형을 잃지 않고 얌전히 앉아 있는 것만으로는 되지 않았다.
어디로 가는지 한순간도 잊어서는 안 되고 물이 바로 발밑에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했다.
노도 저어야 했다.
익숙하지 않은 손에는 물집이 잡히고 아프다.
밖에서 바라보는 일은 쉽다.
직접 하는 것은 대단히 즐겁지만 동시에 대단히 어렵다.
총각 시절 레빈은 남의 결혼생활을 보며 사소한 살림걱정과 다툼과 질투를 보면 마음속으로 경멸하듯 웃었다.
자기 미래의 결혼생활에는 그런 것이 하나도 있을 수 없다고 믿었다.
그뿐 아니라 겉으로 드러나는 생활방식 자체가 다른 부부와는 전혀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로 아내와의 생활은 특별하기는커녕 오히려 예전에 그렇게 경멸하던 바로 그 하찮은 일들로 전부 이루어져 있었다.
더구나 그 하찮은 일들은 레빈의 뜻과 상관없이 엄청나고 부정할 수 없는 중요성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든 사소한 일을 정리하는 것이 전에는 생각했던 것처럼 조금도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자기는 가정생활이 무엇인지 가장 정확하게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모든 남자와 똑같이 실제로는 결혼생활을 오직 사랑의 즐거움으로만 상상하고 있었다.
그 사랑을 방해하는 것은 없어야 하며 사소한 걱정은 그 행복에서 사람을 떼어놓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기는 자기 일을 하고, 그 뒤 사랑의 행복 속에서 쉬면 된다.
키티는 사랑받으면 된다.
그게 전부였다.
그러나 다른 모든 남자처럼 레빈은 한 가지를 잊고 있었다.
키티 역시 자기 일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 시적이고 사랑스러운 키티가 신혼생활의 첫 몇 주는커녕 첫날부터 식탁보와 가구와 손님들이 잘 매트리스와 쟁반과 요리사와 저녁식사 같은 것을 생각하고 기억하며 뛰어다닐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약혼자였을 때부터 키티가 외국여행을 분명히 거부하고 시골로 가겠다고 한 것이 이미 그를 놀라게 했다.
마치 자기는 모르는, 꼭 필요한 무언가를 키티는 알고 있고 사랑 외에도 다른 일을 생각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것은 당시에는 레빈을 조금 상하게 했다.
지금도 키티가 사소한 살림일로 정신없이 바쁘게 움직이는 것이 여러 번 마음에 걸렸다.
그런데 레빈은 키티에게는 바로 그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았다.
왜 필요한지는 이해하지 못했다.
속으로는 웃기도 했다.
그래도 사랑스러워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키티가 모스크바에서 가져온 가구를 다시 배치하는 모습.
자기 방과 레빈의 방을 새롭게 꾸미는 모습.
커튼을 다는 모습.
앞으로 올 손님들과 돌리가 머물 방을 정하는 모습.
새 하녀의 방을 마련하는 모습.
늙은 요리사에게 저녁 메뉴를 지시하는 모습.
식료품을 맡으려는 아가피야 미하일로브나와 다투며 창고의 주도권을 넘겨받는 모습.
늙은 요리사는 웃으며 키티의 서툴고 실행하기 어려운 명령을 들으면서도 그녀를 좋아했다.
아가피야 미하일로브나는 젊은 안주인이 저장실에서 새로운 지시를 하면 생각 깊고 다정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하녀 마샤가 아직 자기를 ‘아가씨’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무도 말을 제대로 듣지 않는다고, 키티가 웃다가 울다가 하며 레빈에게 와 호소할 때는 더없이 사랑스러웠다.
레빈은 그것이 사랑스럽기는 했지만 이상하다고 생각했고, 차라리 그런 것이 없다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는 키티가 경험하고 있는 변화의 감정을 몰랐다.
예전 친정에 있을 때 어떤 날 양배추국에 크바스를 넣어 먹고 싶거나 사탕이 먹고 싶어도 자기가 원하는 대로 얻을 수는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주문할 수 있었다.
사탕을 산더미처럼 사놓을 수도 있고 마음대로 돈을 쓸 수 있고 자기가 좋아하는 케이크를 만들라고 시킬 수 있었다.
키티는 돌리와 아이들이 찾아오는 것을 기쁜 마음으로 상상했다.
아이들 하나하나가 좋아하는 케이크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돌리가 자기 새 살림 전체를 보며 잘했다고 말해줄 것도 기뻤다.
자기 자신도 왜, 무엇 때문에인지 설명할 수 없었지만 가정살림은 강하게 키티를 잡아당겼다.
봄이 오고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면서 궂은 날도 함께 오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새처럼, 키티는 자기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둥지를 틀었다.
둥지를 만들면서 동시에 만드는 법을 배워야 했으므로 서둘렀다.
결혼 첫 시기를 고상한 행복으로 상상한 레빈의 이상과 너무도 반대되는 키티의 이런 작은 걱정은 하나의 실망이었다.
그리고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그 귀여운 분주함은 동시에 새로운 매력이었다.
또 하나의 실망이자 매력은 부부싸움이었다.
레빈은 자기가 아내와 나누는 관계에는 부드러움과 존경과 사랑 말고 다른 것이 있을 수 있다고는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결혼 며칠 만에 이미 싸웠다.
키티는 그에게 자기를 사랑하지 않고 자기 자신만 사랑한다고 말하며 울고 두 손을 휘저었다.
첫 다툼은 레빈이 새 농장에 갔다가 반 시간 늦게 돌아온 것 때문에 일어났다.
가까운 길로 오려고 다른 길에 들어갔다가 길을 잃은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키티와 그녀의 사랑과 자기 행복만 생각했다.
집에 가까워질수록 다정한 마음은 더 뜨거워졌다.
셰르바츠키 집으로 청혼하러 달려가던 때보다 더 강한 마음으로 방 안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한 번도 본 적 없는 어두운 표정이 키티 얼굴에 있었다.
레빈이 입을 맞추려 하자 밀어냈다.
“왜 그래?”
“당신은 즐거웠겠지…….”
키티는 차분하면서도 독하게 말하려 했다.
하지만 입을 여는 순간 그 반 시간 동안 창가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 자기를 괴롭힌, 아무 근거 없는 질투와 원망의 말이 전부 터져나왔다.
그때 처음으로 레빈은 결혼식 뒤 교회에서 키티의 손을 잡고 나올 때도 아직 이해하지 못했던 것을 분명히 알았다.
키티는 단순히 자기에게 가까운 사람이 아니었다.
이제는 어디까지가 키티이고 어디서부터가 자기 자신인지 알 수 없었다.
그 순간 느낀 고통스러운 ‘둘로 갈라짐’ 때문에 그것을 이해했다.
첫순간에는 모욕당했다고 느꼈다.
그런데 바로 다음 순간 키티에게 모욕당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자기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등 뒤에서 갑자기 세게 한 대 맞고 화가 나 복수할 생각으로 범인을 찾아 돌아보았다가, 자기가 실수로 자기 몸을 때렸음을 알아차린 사람 같은 느낌이었다.
화낼 대상은 없었다.
그저 아픔을 참고 가라앉혀야 했다.
그 뒤로 그만큼 강하게 그 감정을 느낀 적은 없었다.
하지만 첫 싸움 때는 오래도록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본능은 자기 정당성을 증명하고 키티의 잘못을 밝혀내라고 했다.
그러나 키티가 잘못했다고 증명하는 것은 더 화나게 하고, 지금 모든 고통의 원인이 된 틈을 더 넓히는 일이었다.
습관적인 한 감정은 자기에게서 죄를 벗겨 키티에게 넘기라고 했다.
그러나 그보다 더 강한 다른 감정은 틈이 더 커지기 전에 최대한 빨리 메워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부당한 비난을 받고 그대로 있는 것은 괴로웠다.
그러나 자기를 정당화하며 키티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그보다 더 괴로웠다.
반쯤 잠든 채 아픈 곳 때문에 괴로워하는 사람이 그 부분을 몸에서 떼어내 던져버리고 싶어 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픈 곳 역시 자기 몸임을 이해하는 것과 같았다.
해야 할 것은 아픈 부분이 견뎌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뿐이었다.
레빈은 그렇게 했다.
두 사람은 화해했다.
키티는 자기 잘못을 깨달았지만 직접 입으로 말하지 않고 더 다정해졌다.
두 사람은 사랑이 두 배로 커진 새 행복을 느꼈다.
그렇다고 그런 충돌이 다시 생기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생각지도 못한 가장 하찮은 이유로 특별히 자주 일어났다.
서로에게 무엇이 중요한지를 아직 몰랐고, 이 첫 시기에는 둘 모두 자주 기분이 나빴기 때문이다.
한쪽 기분이 좋고 다른 쪽이 나쁘면 평화가 깨지지 않았다.
하지만 둘이 동시에 나쁜 기분인 날에는 너무도 사소해서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충돌했고, 나중에는 무엇 때문에 싸웠는지 기억조차 하지 못했다.
둘 다 좋은 기분이면 삶의 기쁨도 두 배가 된 것은 사실이었다.
그래도 첫 시기는 두 사람 모두에게 힘든 시기였다.
그동안에는 둘을 묶은 사슬이 이쪽과 저쪽에서 계속 잡아당겨지는 듯한 긴장이 특히 또렷했다.
세상의 전통 때문에 레빈이 그렇게 큰 것을 기대했던 이른바 ‘밀월’, 결혼 뒤 첫 한 달은 꿀처럼 달지 않았다.
오히려 두 사람 기억 속에서는 생애 가장 어렵고 굴욕적인 시기로 남았다.
훗날 두 사람은 정상적인 자기 자신으로 있는 날보다 그렇지 않은 날이 더 많았던 그 병든 시기의 추하고 부끄러운 일들을 똑같이 기억에서 지우려고 했다.
결혼 석 달째, 한 달간 다녀온 모스크바에서 다시 시골로 돌아오고 나서야 두 사람의 생활은 조금씩 고르게 흐르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