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 톨스토이 · 안나 카레니나 · 1877

제3부 제28장

러시아 농업 전체를 생각하는 지루한 저녁
러시아 농업 전체를 생각하는 지루한 저녁

그날 저녁 레빈은 여자들과 함께 있는 것이 견딜 수 없이 지루했다.

지금 느끼는 농장에 대한 불만은 자기만의 예외적인 실패가 아니라 러시아 농업 전체가 처한 조건이라는 생각에 예전 어느 때보다 강하게 사로잡혀 있었다.

그리고 길에서 만난 농민의 집처럼 노동자들이 자기 일처럼 일할 수 있는 어떤 관계를 만드는 것이 꿈이 아니라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느꼈다.

그 문제는 해결할 수 있고,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자들에게 작별을 고하고, 다음 날도 하루 더 머물러 함께 말을 타고 국유림에 있는 흥미로운 함몰지를 보러 가겠다고 약속했다.

잠자리에 들기 전 레빈은 스비야시스키가 빌려주겠다고 한 노동문제 책들을 받으러 그의 서재로 갔다.

서재는 책장들로 가득 찬 거대한 방이었다.

탁자가 두 개 있었다.

하나는 방 한가운데 놓인 크고 육중한 책상이었고, 다른 하나는 둥근 탁자로, 등불을 중심으로 여러 언어의 최신 신문과 잡지가 별 모양으로 펼쳐져 있었다.

책상 곁에는 금빛 글씨로 항목을 표시한 여러 업무 서랍들이 달린 선반이 있었다.

스비야시스키는 책들을 꺼내고 흔들의자에 앉았다.

“뭘 그렇게 보고 계십니까?”

그는 둥근 탁자 곁에 멈춰 잡지를 뒤적이는 레빈에게 물었다.

“아, 맞아요. 거기 아주 흥미로운 논문이 있습니다.”

스비야시스키는 레빈이 들고 있는 잡지를 가리켰다.

“폴란드 분할의 가장 큰 책임자는 프리드리히가 전혀 아니었다는 게 밝혀졌다는군요.”

그는 특유의 명확함으로 그 새롭고 중요하고 흥미로운 발견을 간단히 설명했다.

지금 레빈의 가장 큰 관심사는 농업이었지만, 주인의 말을 들으면서 계속 자기에게 물었다.

‘이 사람 속에는 도대체 무엇이 들어 있는 거지? 그리고 왜, 왜 이 사람에게 폴란드 분할이 그렇게 흥미로운 거야?’

스비야시스키가 말을 끝냈을 때 레빈은 저도 모르게 물을 뻔했다.

‘그래서?’

하지만 뒤에 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알고 보니 그렇더라’는 사실 자체가 흥미로운 것이었다.

스비야시스키는 왜 그것이 자기에게 흥미로운지 설명하지도 않았고 설명할 필요를 느끼지도 않았다.

“하지만 나는 아까 그 화난 지주가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레빈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영리한 사람이고 옳은 말도 많이 했어요.”

“아, 그만두세요! 골수까지 농노제주의자인 사람입니다. 그 사람들 전부 그렇죠!”

스비야시스키가 말했다.

“그런 분들의 귀족단장이시잖습니까.”

“그래요. 다만 나는 그 사람들을 다른 방향으로 이끌고 있지요.”

스비야시스키가 웃으며 말했다.

“내가 아주 궁금한 것은 이것입니다. 그 사람 말대로 우리의 농업, 다시 말해 합리적 농업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어요. 길에서 만난 그 조용한 늙은 농민의 돈벌이형 농업이나 가장 단순한 농업만 잘되고 있죠. 누구 책임입니까?”

“물론 우리 책임입니다. 게다가 합리적인 농업이 안 된다는 말 자체가 사실이 아니에요. 바실치코프는 잘되잖습니까.”

“그건 종마 목장이고…….”

“그래도 나는 무엇이 그렇게 놀라운지 모르겠습니다. 농민은 물질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아주 낮은 발달 단계에 있기 때문에 자기에게 낯선 모든 것에 저항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유럽에서 합리적인 농업이 되는 것은 민중이 교육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우리도 민중을 교육하면 됩니다. 그게 전부예요.”

“그런데 어떻게 민중을 교육합니까?”

“민중을 교육하려면 세 가지가 필요합니다. 학교, 학교, 그리고 학교.”

“하지만 조금 전에 민중이 물질적으로 낮은 수준에 있다고 하셨잖아요. 학교가 그걸 어떻게 도와줍니까?”

“당신은 병자에게 충고하는 우화를 생각나게 합니다. ‘하제를 써보십시오.’ ‘썼는데 더 나빠졌습니다.’ ‘거머리를 붙여보세요.’ ‘해봤는데 더 나빠졌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하느님께 기도할 수밖에 없군요.’ ‘그것도 해봤는데 더 나빠졌습니다.’ 지금 우리도 그래요. 내가 정치경제학을 말하면 당신은 더 나쁘다고 하고, 사회주의를 말해도 더 나쁘다, 교육을 말해도 더 나쁘다고 하니까.”

“학교가 대체 어떻게 돕는다는 겁니까?”

“새로운 욕구를 줍니다.”

“나는 바로 그걸 한 번도 이해하지 못했어요.”

레빈은 열을 내며 반박했다.

“학교가 어떻게 민중의 물질상태를 개선한다는 겁니까? 학교와 교육이 새로운 욕구를 준다면 오히려 더 나쁩니다. 그 욕구를 만족시킬 능력이 없으니까. 덧셈과 뺄셈과 교리문답을 알게 되는 것이 어떻게 물질생활을 개선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사흘 전 저녁에 젖먹이를 안고 가는 여자 하나를 만나 어디 가느냐고 물었습니다. ‘할머니에게 갔어요. 아이가 밤마다 울어서 치료받으러요’라고 하더군요. 어떻게 치료하느냐고 물으니 닭장 횃대 위에 아이를 올려놓고 무슨 주문을 한다는 겁니다.”

“자, 바로 그런 일을 하지 않게 만들려면…….”

스비야시스키는 즐겁게 웃으며 말했다.

“아니요!”

레빈은 짜증이 나 말을 끊었다.

“내가 그 이야기를 한 것은 학교로 민중을 고친다는 것이 바로 그 횃대의 닭으로 아이를 고치는 것과 비슷하다는 뜻입니다. 민중이 가난하고 교육받지 못한 것은 아이가 울어서 아프다는 것을 여자가 보는 것처럼 우리 눈에 분명해요. 하지만 가난과 무교육이라는 병에 왜 학교가 도움이 되는지는, 밤울음에 왜 닭장이 도움이 되는지와 똑같이 이해되지 않아요. 고쳐야 할 것은 그 사람들이 가난한 원인입니다.”

“그 점에서는 적어도 그렇게 싫어하는 스펜서와 의견이 같군요. 그 사람도 교육은 더 높은 생활수준과 편리함, 이를테면 잦은 목욕 같은 것의 결과일 수는 있지만 글을 읽고 셈하는 능력 때문에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스펜서와 의견이 같아서 기쁜지 아니면 오히려 불쾌한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나는 오래전부터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학교가 직접 고치는 게 아니라, 민중이 더 부유해지고 여가가 많아질 경제적 구조가 생기면 학교도 따라 생기는 거죠.”

“그런데 유럽 전체에서는 학교가 지금 의무교육이잖습니까.”

“그럼 당신 자신은 이 문제에서 스펜서와 동의하는 겁니까?”

레빈이 물었다.

그러나 스비야시스키의 눈에 다시 짧은 공포가 번쩍였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아니, 그 밤울음 치료 이야기는 정말 훌륭합니다! 직접 들으신 겁니까?”

레빈은 이 사람의 삶과 생각 사이의 연결을 끝내 찾을 수 없으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스비야시스키는 자기 논리가 어디에 도달하는지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추론하는 과정 자체였다.

그리고 추론이 막다른 골목으로 들어가는 순간만은 싫어했다.

그래서 그런 때면 곧 대화를 즐겁고 가벼운 다른 것으로 돌려버렸다.

오늘 하루의 모든 인상이 레빈을 강하게 흔들어놓았다.

그 모든 인상의 밑바탕에는 길에서 본 늙은 농민의 집이 있었다.

공공의 용도로만 생각을 갖고 있는 듯하고 실제 삶에는 레빈에게 숨겨진 다른 근거가 있는 사랑스러운 스비야시스키.

그러면서 자기와 같은 사람이 수없이 많아 자기와는 낯선 생각으로 여론을 이끌고 있었다.

삶에서 우러난 논리에는 상당히 옳으면서도 러시아에서 가장 좋은 계층 전체를 향한 분노 때문에 틀린 늙은 지주.

자기 자신의 농업활동에 대한 불만.

그 모든 것을 고칠 방법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희미한 희망.

이것이 한데 합쳐져 내적 불안과 곧 해결이 올 것 같은 기대가 되었다.

손발을 조금만 움직여도 뜻밖에 몸이 튀는 스프링 매트리스 위에 누운 레빈은 오랫동안 잠들지 못했다.

스비야시스키와 나눈 이야기들은 영리한 말도 많았지만 별로 흥미롭지 않았다.

반면 늙은 지주의 논리는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었다.

레빈은 그가 한 말들을 하나씩 떠올리고, 자기 머릿속에서 자기가 더 잘했어야 할 대답을 고쳐 만들었다.

‘그래. 나는 이렇게 말했어야 해. “당신은 농업이 안 되는 것이 농민이 모든 개량을 싫어하고 강제로 넣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개량 없이는 농업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면 당신 말이 옳을 겁니다. 하지만 농업은 됩니다. 길에서 만난 늙은 농민처럼 일꾼이 자기 습관에 맞춰 일하는 곳에서는 잘됩니다. 당신이나 나나 농장에 불만이 있다는 것은 잘못이 우리나 노동자 쪽에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노동력의 특성을 묻지 않고 유럽식으로 억지로 밀고 왔습니다. 노동력을 이상적인 추상 노동력이 아니라 본능과 습관을 가진 러시아 농민으로 인정하고 거기에 맞게 농업을 조직해보아야 합니다.”’

‘“당신 농장이 그 늙은이처럼 운영되고, 일꾼이 노동의 성공에 이해관계를 갖게 만들고, 그들 자신도 받아들일 만한 개량의 중간선을 찾아냈다고 상상해봅시다. 그러면 땅을 소모하지 않고도 지금보다 두 배, 세 배를 얻을 겁니다. 절반은 노동자에게 주어도 남는 몫은 지금보다 많고 노동자가 얻는 것도 많습니다. 그러려면 농업 수준을 조금 낮추고 노동자가 성공에 이해를 갖게 만들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느냐는 세부문제지만 가능하다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이 생각은 레빈을 크게 흥분시켰다.

그는 밤 절반을 자지 않고 그 생각을 실제로 옮길 세부를 고민했다.

원래 다음 날 떠날 생각이 아니었지만 이제는 아침 일찍 집에 돌아가기로 했다.

게다가 깊이 파인 드레스의 처제는 나쁜 일을 저지른 뒤 느끼는 수치와 후회 같은 감정을 레빈에게 주었다.

무엇보다 서둘러야 했다.

가을곡식 파종이 시작되기 전에 농민들에게 새 계획을 제안해서 올해 가을 파종부터 새 조건으로 시작해야 했다.

그는 이전 농업 전체를 뒤집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