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먹고 돌아온 레빈은 아까와는 다른 자리에 들어갔다.
자기를 옆자리로 오라고 한 익살맞은 늙은이와, 지난가을 결혼하여 올여름 처음 풀베기에 나왔다는 젊은 농부 사이였다.
늙은이는 허리를 곧게 편 채 앞에서 갔다.
밖으로 벌어진 발을 넓고 일정하게 옮겼고, 걸으면서 팔을 흔드는 것보다 더 힘이 들지 않는 것처럼 정확하고 한결같은 움직임으로, 마치 놀이하듯 똑같이 높고 고른 풀줄을 만들어냈다.
늙은이가 베는 것이 아니라 예리한 낫 한 자루가 스스로 즈윽, 즈윽 소리를 내며 싱싱한 풀을 잘라내는 것 같았다.
레빈 뒤에는 젊은 미시카가 갔다.
싱싱한 풀을 꼬아 머리 둘레에 띠처럼 묶은 그의 잘생긴 젊은 얼굴은 힘을 쓸 때마다 온통 긴장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누가 쳐다보기만 하면 그는 웃었다.
일이 힘들다고 인정하느니 차라리 죽는 편을 택할 사람처럼 보였다.
레빈은 그 둘 사이에서 갔다.
한낮의 가장 뜨거운 때였지만 풀베기는 오히려 전보다 덜 힘들게 느껴졌다.
온몸에서 흐르는 땀이 몸을 식혀주었고, 등과 머리와 팔꿈치까지 걷어 올린 팔을 태우는 햇볕은 오히려 일할 힘과 끈기를 더해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무의식의 순간들이 점점 더 자주 찾아왔다.
낫이 저절로 풀을 베었다.
그것은 행복한 순간들이었다.
더 즐거운 것은 이랑이 강에 닿는 곳에 이르렀을 때였다.
늙은이는 젖고 무성한 풀로 낫을 닦고 차가운 강물에 강철 날을 씻었다.
그리고 양철 숫돌통으로 물을 퍼 올려 레빈에게 마시라고 내밀었다.
“자, 내 크바스 한번 마셔보시오! 어때, 좋지?”
그는 눈을 찡긋하며 말했다.
사실 레빈은 이런 음료를 한 번도 마셔본 적이 없었다.
풀잎이 둥둥 떠 있는 미지근한 물이었고, 양철통의 녹 냄새가 섞여 있었지만 더없이 맛있었다.
그리고 곧이어 낫자루에 손을 얹은 채 천천히 걷는 행복한 시간이 찾아왔다.
쏟아지는 땀을 닦고 가슴 깊이 숨을 들이쉬고, 길게 늘어선 풀베는 사람들의 행렬과 숲과 들판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둘러볼 수 있었다.
레빈은 오래 벨수록 그 망각의 순간을 더 자주 느꼈다.
그때에는 팔이 낫을 휘두르는 것이 아니었다.
낫이 의식이 있고 생명으로 가득 찬 몸 전체를 끌고 가는 것 같았다.
마법이라도 걸린 듯 일을 생각하지 않아도 정확하고 깔끔한 노동이 저절로 이루어졌다.
그것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힘든 것은 이제 무의식적인 동작이 되어버린 움직임을 멈추고 다시 생각해야 할 때뿐이었다.
두더지가 만든 흙둔덕이나 뽑아내지 않은 수영이 있는 곳을 돌아 베어야 할 때였다.
늙은이는 그런 일도 쉽게 해냈다.
흙둔덕이 나오면 동작을 바꾸어 발뒤꿈치 쪽 날이나 낫 끝을 써서 짧은 동작으로 양옆을 쳐냈다.
그런 일을 하면서도 그는 눈앞에 나타나는 모든 것을 관찰했다.
산딸기를 따 먹기도 하고 레빈에게 건네기도 했고, 낫 끝으로 떨어진 나뭇가지를 밀어내기도 했다.
낫 바로 앞에서 암컷이 날아오른 메추라기 둥지를 들여다보기도 했고, 길에 걸린 작은 뱀을 낫으로 포크처럼 들어 레빈에게 보여준 뒤 멀리 던지기도 했다.
레빈과 그 뒤의 젊은이에게는 그런 동작 변화가 어려웠다.
두 사람은 힘이 잔뜩 들어간 하나의 리듬에 빠져 노동의 열기에 사로잡혀 있었으므로, 동작을 바꾸면서 동시에 눈앞의 것을 살펴볼 여유가 없었다.
레빈은 시간이 흐르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얼마나 오랫동안 베었느냐고 누가 물었다면 반 시간쯤이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하지만 벌써 점심때가 되어가고 있었다.
다음 이랑으로 돌아들어갈 때 늙은이는 레빈에게 아이들을 보라고 했다.
소녀와 소년들이 사방에서 키 큰 풀 사이와 길을 따라 거의 보이지도 않게 걸어오고 있었다.
작은 팔을 잡아당길 만큼 무거운 빵 꾸러미와 천 조각으로 입구를 막은 크바스 단지를 들고 있었다.
“봐, 작은 벌레들이 기어오는군!”
늙은이는 아이들을 가리키고 손으로 햇빛을 가린 채 해를 보았다.
두 이랑을 더 간 뒤 늙은이가 멈췄다.
“자, 나리. 점심 먹읍시다!”
그가 단호하게 말했다.
강가에 도착하자 풀베는 사람들은 이랑을 가로질러 겉옷을 벗어둔 곳으로 갔다.
아이들이 가져온 점심을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모였다.
멀리서 온 이들은 수레 아래에 앉고, 가까운 사람들은 버드나무 아래에 풀을 던져 자리를 만들었다.
레빈도 그들과 함께 앉았다.
떠나고 싶지 않았다.
주인이 옆에 있다는 어색함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다.
농부들은 점심 준비를 했다.
어떤 사람들은 씻었고, 젊은이들은 강에 들어가 몸을 담갔다.
또 어떤 사람들은 쉴 곳을 만들고 빵자루를 풀고 크바스 단지의 천마개를 뽑았다.
늙은이는 그릇에 빵을 잘게 부수고 숟가락 자루로 으깬 뒤 숫돌통에서 물을 붓고 빵을 더 잘라 넣었다.
소금을 뿌린 다음 동쪽을 향해 서서 기도했다.
“자, 나리. 내 튜랴 좀 드셔보시오.”
그는 그릇 앞에 무릎을 꿇고 앉으며 말했다.
그 빵국은 너무 맛있어서 레빈은 집으로 점심을 먹으러 가려던 생각을 그만두었다.
그는 늙은이와 함께 점심을 먹으며 집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레빈은 늙은이의 사정에 진심으로 깊은 관심을 느꼈고, 자기의 일도 늙은이가 흥미로워할 만한 범위 안에서 모두 이야기했다.
레빈은 형보다 오히려 이 늙은이와 더 가깝다고 느꼈다.
그리고 이 사람을 향해 자기가 느끼는 다정함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미소가 났다.
늙은이는 다시 일어나 기도를 한 뒤 바로 그 덤불 아래에 누워 풀을 베개 삼았다.
레빈도 똑같이 했다.
햇볕 아래서 끈질기게 달라붙는 파리와 벌레들이 땀에 젖은 얼굴과 몸을 간지럽혔지만 그는 곧 잠들었다.
그리고 해가 덤불 반대쪽으로 넘어가 자기 몸에 비칠 때에야 눈을 떴다.
늙은이는 진작 깨어 젊은이들의 낫을 두드려 날을 다듬어주고 있었다.
레빈은 주위를 둘러보고 장소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만큼 모든 것이 달라져 있었다.
거대한 초원의 넓은 부분이 베어져, 저녁의 비스듬한 햇빛 속에서 벌써 향기를 내기 시작한 풀줄과 함께 특별하고 새로운 빛으로 반짝였다.
강가의 덤불들도 둘레가 말끔하게 베여 있었다.
전에는 보이지 않던 강은 이제 구불구불 흐르며 강철처럼 빛났다.
일어나 움직이는 사람들, 아직 베지 않은 초원의 높고 가파른 풀벽, 텅 빈 초원 위를 도는 매들까지 모든 것이 완전히 새로웠다.
잠에서 깨어난 레빈은 얼마나 베었고 오늘 얼마나 더 할 수 있을지 계산하기 시작했다.
마흔두 사람이 한 일이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엄청난 양이었다.
농노제 시절 서른 명의 일꾼이 이틀씩 걸려 베곤 했던 넓은 초원 전체가 이미 거의 끝나 있었다.
짧은 이랑이 남은 모퉁이들만 베지 않은 채 남았다.
하지만 레빈은 오늘 가능한 한 많이 끝내고 싶었다.
해가 그렇게 빨리 내려가는 것이 성가셨다.
몸에는 피곤함이 하나도 없었다.
그저 더, 더 빨리, 더 많이 일하고 싶었다.
“어때요, 마시킨 언덕까지 더 베면 어떨까요?”
그가 늙은이에게 물었다.
“하느님 뜻대로지요. 해가 높지는 않지만. 젊은것들에게 보드카 한잔 약속하실까요?”
오후 간식 때 사람들이 다시 앉고 담배 피우는 이들이 담배를 피우자, 늙은이는 젊은이들에게 선언했다.
“마시킨 언덕까지 끝내면 보드카가 있다!”
“그걸 못 벨까! 티트, 들어가자! 금방 쳐내자! 밥은 밤에 먹으면 되지. 들어가!”
목소리들이 여기저기서 들렸고, 사람들은 빵을 씹으면서 다시 이랑으로 들어갔다.
“자, 사람들아, 힘내자!”
티트가 말하고 거의 뛰듯 맨 앞으로 나갔다.
“가, 가!”
늙은이는 그를 따라가며 가볍게 따라붙었다.
“내가 따라잡는다! 조심해!”
젊은이와 늙은이 모두 경쟁하듯 풀을 베었다.
그러나 서두르면서도 일을 망치지 않았다.
풀줄은 여전히 깨끗하고 반듯하게 놓였다.
한쪽 모퉁이에 남은 작은 부분은 오 분 만에 사라졌다.
뒤쪽 사람들이 마지막 풀을 베고 있는 동안 앞사람들은 벌써 겉옷을 어깨에 걸치고 길을 건너 마시킨 언덕으로 향했다.
숫돌통을 달그락거리며 숲속 골짜기로 들어갈 때 해는 이미 나무 쪽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골짜기 가운데 풀은 허리까지 올라왔고, 연하고 부드러우며 잎이 넓었다.
숲 여기저기에는 노랑과 보라가 섞인 꽃들이 얼룩져 있었다.
세로로 벨지 가로로 벨지 짧은 의논이 있은 뒤, 역시 유명한 풀베기꾼인 프로호르 예르밀린이 맨 앞으로 나섰다.
크고 거무스름한 농부였다.
그는 먼저 한 이랑을 앞으로 갔다가 되돌아오면서 풀을 벴고, 모두가 그의 뒤에서 줄을 맞췄다.
사람들은 골짜기를 따라 아래로 내려갔다가 다시 숲 가장자리까지 비탈을 올랐다.
해는 숲 너머로 사라졌다.
벌써 이슬이 내리고 있었다.
언덕의 풀만 아직 햇빛을 받고 있었고, 안개가 피어오르는 낮은 곳과 반대편에서는 사람들의 몸이 서늘하고 이슬 젖은 그늘 속으로 들어갔다.
일은 불붙듯 진행되었다.
싱싱한 소리를 내며 잘려나가는 향긋한 풀은 높고 두꺼운 줄로 쓰러졌다.
짧은 이랑에서 서로 바짝 붙은 사람들은 사방에서 숫돌통을 딸랑거렸다.
낫끼리 맞부딪치는 소리, 숫돌이 날을 가는 휘파람 같은 소리, 즐거운 고함소리가 섞이며 서로를 재촉했다.
레빈은 여전히 젊은이와 늙은이 사이에서 갔다.
양가죽 외투를 다시 입은 늙은이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명랑하고 농담을 했으며 자유롭게 움직였다.
숲에서는 싱싱한 풀 속에 통통하게 부푼 자작나무 버섯들이 자꾸 나타나 낫에 잘렸다.
하지만 늙은이는 버섯을 발견할 때마다 몸을 굽혀 집어 가슴 속에 넣었다.
“또 우리 마누라에게 줄 선물 하나.”
그는 그렇게 말하곤 했다.
젖고 연한 풀은 쉽게 베였지만 가파른 골짜기를 오르내리는 일은 힘들었다.
하지만 늙은이는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낫을 똑같이 휘두르며 커다란 짚신을 신은 발로 작고 단단한 걸음을 옮겨 천천히 비탈을 올랐다.
셔츠 아래로 늘어진 바지와 온몸이 흔들리는데도 길에 난 풀 하나, 버섯 하나 놓치지 않았고, 농부들과 레빈에게 계속 농담을 던졌다.
레빈은 그 뒤를 따라가며, 낫도 없이 오르기 힘든 비탈을 낫까지 든 채 올라가는 늙은이가 반드시 넘어질 것이라고 몇 번이나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올라갔고 해야 할 일을 해냈다.
레빈은 마치 자기 몸을 어떤 외부의 힘이 움직여주는 것 같다고 느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