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소리와 남자의 목소리가 들리고, 이어 여자의 목소리와 웃음이 들렸다.
기다리던 손님들이 들어왔다.
사포 슈톨츠와 건강이 넘쳐 흐르는 듯한 젊은 남자, 이른바 바시카였다.
피 묻은 쇠고기와 송로버섯과 부르고뉴 포도주로 몸을 길러온 것이 그에게는 분명히 잘 맞는 모양이었다.
바시카는 여자들에게 인사하고 바라보았다.
하지만 단 일 초뿐이었다.
그는 사포 뒤를 따라 응접실로 들어와 방 안에서도 마치 몸이 그녀에게 묶여 있는 사람처럼 뒤를 따라다녔다.
빛나는 눈을 그녀에게서 떼지 않았고, 마치 잡아먹기라도 할 듯 바라보았다.
사포 슈톨츠는 검은 눈을 가진 금발 여자였다.
높은 구두굽을 신은 작은 발로 빠르고 힘차게 걸어 들어오더니 남자처럼 단단하게 여자들의 손을 잡았다.
안나는 이 새로 떠오른 유명인을 처음 보았다.
그녀의 아름다움에도 놀랐고, 의상이 극단적으로 과장된 것에도 놀랐으며, 태도의 대담함에도 놀랐다.
머리 위에는 자기 머리카락과 남의 머리카락을 모두 이용한 연한 금빛 머리 장식이 건축물처럼 높이 쌓여 있었다.
그 바람에 머리는 날씬하게 솟은, 앞쪽이 대단히 크게 열린 가슴만큼이나 커 보였다.
몸의 전진하는 움직임은 너무 강해서 한 걸음 움직일 때마다 드레스 아래로 무릎과 허벅지 윗부분의 형태가 드러났다.
그리고 뒤쪽에 인위적으로 만들어놓은 흔들리는 산 같은 치마 속에서 실제로 작은 날씬한 몸이 어디까지 이어지고 어디에서 끝나는지 자기도 모르게 궁금하게 만들었다.
위쪽은 그렇게 드러났고 뒤와 아래는 그렇게 숨겨져 있었다.
벳시는 서둘러 사포를 안나에게 소개했다.
“상상해보세요, 병사 둘을 거의 치어죽일 뻔했어요.”
사포는 눈을 찡긋하고 웃으며, 한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친 치맛자락 장식을 뒤로 잡아당기면서 곧바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는 바시카와 같이 오는데…… 아, 참, 두 분은 모르죠.”
그녀는 그의 성을 말하며 젊은이를 소개했고, 자기도 모르게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그를 바시카라고 부른 실수 때문에 얼굴을 붉히며 큰 소리로 웃었다.
바시카는 안나에게 다시 인사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사포에게 말했다.
“내기에서 졌습니다. 우리가 먼저 왔어요. 값을 치르셔야죠.”
사포는 더 크게 웃었다.
“지금 당장 줄 수는 없잖아요.”
그녀가 말했다.
“상관없습니다. 나중에 받지요.”
“좋아요, 좋아. 아, 맞다!”
사포는 갑자기 안주인에게 돌아섰다.
“나 정말 대단하죠. 깜박했어요…… 손님을 한 사람 데리고 왔어요. 저기 오네요.”
사포가 데려오고서 잊어버린 뜻밖의 젊은 손님은, 젊은 나이인데도 여자 두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 맞을 만큼 중요한 사람이었다.
그는 사포의 새로운 숭배자였다.
지금은 바시카처럼 그녀 뒤를 한 걸음씩 쫓아다니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칼루시스키 공작과 리자 메르칼로바, 스트레모프가 도착했다.
리자 메르칼로바는 동양적으로 게으른 인상의 얼굴과, 누구나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눈’이라고 부르는 아름다운 눈을 가진 마른 흑발 여자였다.
검은 드레스의 분위기는 그녀의 아름다움과 완전히 어울렸다.
안나는 곧 그것을 알아보고 높이 평가했다.
사포가 딱딱하고 몸을 조여 만든 듯한 여자라면 리자는 부드럽고 풀어져 있었다.
하지만 안나의 취향에는 리자가 훨씬 매력적이었다.
벳시는 안나에게 리자가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의 태도를 일부러 취한다고 했지만, 실제 리자를 보자 그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느꼈다.
리자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듯하면서 타락해 있었고, 동시에 사랑스럽고 무방비한 여자였다.
물론 겉으로 보이는 방식은 사포와 같았다.
사포에게 두 남자가 꿰매놓은 것처럼 붙어 다니며 눈으로 잡아먹듯 바라보듯, 리자에게도 젊은 남자 하나와 늙은 남자 하나가 붙어 다녔다.
하지만 리자에게는 주위의 모든 것보다 높은 무엇인가가 있었다.
유리조각들 사이에 놓인 진짜 다이아몬드에서 나오는 빛과 같은 것이었다.
그 빛은 실제로 설명할 수 없는 그 아름다운 눈에서 나왔다.
눈꺼풀에 빽빽하게 둘러싸인 눈의 피곤하면서도 동시에 정열적인 시선은 완전히 진실해 보여 사람을 놀라게 했다.
그 눈을 보면 누구든 자기가 리자를 전부 이해한 것처럼 느꼈고, 그렇게 이해하고 나면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안나를 보자 리자의 얼굴 전체가 갑자기 기쁨의 미소로 밝아졌다.
“아, 만나서 정말 기뻐요!”
그녀는 안나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어제 경마장에서 막 당신에게 가려고 했는데 당신이 가버렸어요. 어제는 특히 당신을 꼭 보고 싶었어요. 정말 끔찍했죠?”
그녀는 영혼 전체가 열리는 듯한 눈으로 안나를 바라보았다.
“그래요. 그렇게까지 마음을 뒤흔드는 일일 줄은 나도 몰랐어요.”
안나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사람들은 정원으로 나가려고 일어나기 시작했다.
“나는 안 갈래요.”
리자는 웃으며 안나 가까이에 앉았다.
“당신도 안 가지 않을래요? 크로케를 해서 뭐해요!”
“아니, 나는 좋아해요.”
안나가 말했다.
“봐요. 당신은 어떻게 하면 지루하지 않게 사는 거예요? 당신을 보기만 해도 즐거워 보여요. 당신은 살고 있는데 나는 지루해요.”
“어떻게 지루할 수 있어요? 페테르부르크에서 가장 즐거운 사람들하고 사는데.”
안나가 말했다.
“우리보다 바깥 사람들은 더 지루할지도 모르죠. 하지만 우리는, 적어도 나는, 즐겁지 않아요. 끔찍하게, 정말 끔찍하게 지루해요.”
사포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두 젊은 남자와 정원으로 나갔다.
벳시와 스트레모프는 차를 마시며 남았다.
“지루하다고요?”
벳시가 말했다.
“사포가 어제 당신네 집에서 아주 즐거웠다고 하던데.”
“아, 정말 지겨웠어요!”
리자 메르칼로바가 말했다.
“경마 뒤에 다 우리 집으로 갔죠. 그런데 늘 그 사람들이고 늘 똑같아요! 저녁 내내 소파에 뒹굴었어요. 그게 뭐가 즐거워요? 아니, 정말 당신은 어떻게 하면 지루하지 않아요?”
그녀는 다시 안나를 향했다.
“당신은 보기만 해도 알겠어요. 행복할 수도 있고 불행할 수도 있지만 지루해하지는 않을 여자예요. 나에게도 가르쳐줘요. 어떻게 하는 거예요?”
“아무것도 안 해요.”
안나는 집요한 질문에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
“그게 제일 좋은 방법입니다.”
스트레모프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스트레모프는 쉰 살쯤 된 반백의 남자로 아직 건강해 보였다.
몹시 못생겼지만 개성 있고 영리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리자 메르칼로바는 그의 아내의 조카였고, 그는 여가의 거의 모든 시간을 리자와 함께 보냈다.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의 관직상 적인 그는 안나 카레니나를 만나자 사교적이고 영리한 사람답게 자기 적의 아내에게 특히 다정하려 애썼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는 미묘하게 웃으며 안나의 말을 받아 반복했다.
“그게 제일 좋은 방법이에요. 내가 오래전부터 리자에게 말해왔죠. 지루하지 않으려면 지루할 거라고 생각하지 말아야 해요. 잠이 안 올까 두려워하면 오히려 잠들지 못하는 것과 같죠. 안나 아르카디예브나가 바로 그 말을 한 겁니다.”
“내가 정말 그렇게 말한 셈이라면 기쁘겠네요. 영리할 뿐 아니라 사실이기도 하니까요.”
안나는 웃으며 말했다.
“아니, 그런데 왜 잠을 못 자고 왜 지루한지는 정말 말해주세요.”
“잠들려면 일을 해야 하고, 즐겁게 살려면 역시 일을 해야 해요.”
“내 일이 아무에게도 필요하지 않은데 왜 일을 해야 해요? 일부러 일하는 척하는 것은 싫고 못 해요.”
“당신은 고칠 수 없군요.”
스트레모프는 리자를 보지도 않고 말했다.
그리고 다시 안나에게 돌아섰다.
안나를 자주 보지 못하는 그는 할 수 있는 이야기가 평범한 말밖에 없었다.
페테르부르크로 언제 돌아오는지, 리디야 이바노브나 백작부인이 안나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같은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 하찮은 말을 할 때도 진심으로 안나의 마음에 들고 싶고 존중하며 그 이상까지 느끼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투시케비치가 들어와 모두가 크로케 참가자를 기다린다고 알렸다.
“제발 가지 마세요.”
안나가 떠난다는 것을 들은 리자 메르칼로바가 부탁했다.
스트레모프도 거들었다.
“차이가 너무 큽니다. 이 사람들 속에 있다가 늙은 브레데에게 가다니. 그 사람에게는 당신이 남 흉볼 소재 하나를 주는 것뿐이지만, 여기에서는 그 반대의, 가장 좋은 감정만 일으키잖습니까.”
안나는 잠시 망설이며 생각에 잠겼다.
이 영리한 남자의 아첨하는 말, 리자 메르칼로바가 보여주는 순진하고 아이 같은 호감, 익숙한 사교계 분위기 전체가 너무도 편했다.
반면 자기를 기다리는 일은 너무 어려웠다.
그녀는 잠깐 그대로 남아 힘든 설명의 순간을 조금 더 미룰까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 결정도 하지 않고 혼자 집에 돌아가면 무엇이 기다리는지 떠올렸다.
두 손으로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던, 기억만 해도 무서운 그 동작이 생각났다.
안나는 작별인사를 하고 떠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