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 톨스토이 · 안나 카레니나 · 1877

제3부 제25장

철도도 역마차도 없는 군으로 가는 타란타스
철도도 역마차도 없는 군으로 가는 타란타스

수로프스키 군에는 철도도 정기 역마차 길도 없었다.

그래서 레빈은 자기 말들을 메운 타란타스를 타고 갔다.

중간쯤에서 말을 먹이기 위해 넉넉하게 사는 농민의 집에 들렀다.

머리가 벗겨졌지만 혈색 좋고 건강해 보이는 늙은이가 넓고 붉은 수염, 뺨 쪽으로는 회색이 섞인 수염을 하고 문을 열었다.

그는 삼두마차가 지나가도록 문기둥에 몸을 바짝 붙였다.

깨끗하고 정돈된 넓고 새 뜰 안의 헛간 아래, 불에 그을린 나무쟁기들이 놓인 곳을 마부에게 가리켜 말을 세우게 하고, 레빈에게 방 안으로 들어오라고 청했다.

깨끗하게 입은 젊은 며느리 하나가 맨발에 덧신을 신고 새 현관방 바닥을 허리를 굽혀 닦고 있었다.

레빈을 따라 뛰어 들어온 라스카를 보고 놀라 소리를 질렀지만, 개가 해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는 바로 자기 겁에 웃었다.

소매를 걷은 팔로 레빈에게 방 문을 가리킨 뒤 다시 허리를 숙여 아름다운 얼굴을 감추듯 바닥을 닦았다.

“사모바르를 올릴까요?”

그녀가 물었다.

“네, 부탁합니다.”

방은 넓었고 네덜란드식 난로와 칸막이가 있었다.

성상 아래에는 무늬를 그린 탁자와 벤치, 의자 두 개가 놓여 있었다.

입구에는 그릇이 든 작은 찬장이 있었다.

덧문은 닫혀 있었고 파리도 거의 없었다.

너무 깨끗해서 레빈은 길을 달리고 웅덩이에 들어갔다 나온 라스카가 바닥을 더럽힐까 걱정되어 문 옆 한쪽 구석에 있으라고 했다.

방을 둘러본 레빈은 뒷마당으로 나갔다.

덧신을 신은 아름다운 젊은 여자가 빈 물통 둘을 어깨대에 흔들거리며 우물로 먼저 뛰어갔다.

“빨리빨리 해라!”

늙은이는 즐겁게 며느리에게 외치고 레빈에게 다가왔다.

“나리, 니콜라이 이바노비치 스비야시스키에게 가시는 겁니까? 그분도 우리 집에 들르십니다.”

그는 현관 난간에 팔꿈치를 기대고 수다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늙은이가 스비야시스키를 알게 된 이야기를 하는 중에 대문이 다시 삐걱거렸다.

밭에서 쟁기와 써레를 가지고 일꾼들이 돌아왔다.

쟁기와 써레에 매인 말들은 살이 잘 오르고 튼튼했다.

일꾼들은 집안사람과 품꾼으로 나뉘는 것이 분명했다.

둘은 무명셔츠와 모자를 쓴 젊은 집안 남자였고, 다른 둘은 거친 삼베옷을 입은 고용 노동자였다.

한 사람은 늙었고 한 사람은 젊었다.

늙은이는 현관에서 내려가 말 곁으로 가 마구를 풀기 시작했다.

“무슨 밭을 갈았습니까?”

레빈이 물었다.

“감자에 북을 돋워줬지요. 우리도 땅을 제법 다룹니다. 페도트, 그 거세마는 풀어놓지 말고 구유에 매어둬. 다른 놈을 매면 돼.”

“아버지, 내가 쟁기날 가져오라고 했는데 가져오셨어요?”

키가 크고 건장한 젊은이가 물었다.

보아하니 늙은이의 아들이었다.

“저기…… 썰매 위에 있어.”

늙은이는 벗긴 고삐를 둘둘 감아 땅에 던지며 말했다.

“밥 먹는 동안 맞춰놔.”

물통이 어깨를 잡아당길 만큼 가득 찬 젊은 며느리가 현관 안으로 지나갔다.

어디선가 여자들이 더 나타났다.

젊고 아름다운 여자들, 중년 여자들, 늙고 못생긴 여자들.

아이를 데린 여자도 있었고 없는 여자도 있었다.

사모바르에서는 물이 끓기 시작했다.

일꾼들과 집안 남자들은 말 정리를 마치고 식사하러 갔다.

레빈은 자기 마차에서 먹을 것을 꺼내 늙은이에게 같이 차를 마시자고 했다.

“오늘 벌써 마시기는 했소.”

늙은이는 분명히 기쁘게 제안을 받아들이며 말했다.

“그래도 동무 삼아 한 잔은 하지.”

차를 마시며 레빈은 늙은이 농장의 내력을 전부 들었다.

십 년 전 그는 지주 여자에게서 백이십 데샤티나를 빌려 농사를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그 땅을 아예 샀으며 이웃 지주에게서 삼백 데샤티나를 더 빌렸다.

땅의 작은 부분, 가장 나쁜 곳은 다시 임대를 놓았다.

경작지 사십 데샤티나쯤은 자기 가족과 품꾼 둘을 데리고 직접 갈았다.

늙은이는 농사가 잘되지 않는다고 불평했다.

그러나 레빈은 그것이 체면상 하는 불평일 뿐 농장은 번성하고 있음을 알았다.

정말 농사가 안 되었다면 데샤티나당 백오 루블씩 땅을 사지도 않았을 것이고, 아들 셋과 조카 하나를 결혼시키지도 못했을 것이다.

불이 난 뒤 집을 두 번이나 다시 지으면서 매번 더 크게 지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늙은이의 불평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기 번영을 정당하게 자랑스러워하는 것이 분명했다.

아들들과 조카, 며느리들, 말과 소, 특히 이 모든 농장을 자기가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했다.

대화를 통해 레빈은 늙은이가 새 농법을 싫어하지도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감자를 많이 심고 있었다.

레빈이 오는 길에 본 그의 감자는 이미 꽃이 지고 열매가 맺히기 시작했는데, 레빈의 감자는 이제 막 꽃이 피고 있었다.

감자에는 이웃 지주에게 빌려온 쟁기로 북을 돋웠다.

밀도 심었다.

특히 사소한 한 가지가 레빈의 마음을 강하게 끌었다.

늙은이는 호밀밭의 잡초를 뽑으면서 뽑힌 호밀을 말먹이로 쓰고 있었다.

레빈은 그렇게 버려지는 훌륭한 사료를 볼 때마다 몇 번이나 모아 쓰려고 했지만 언제나 실제로는 불가능했다.

그런데 이 농민은 그것을 하고 있었고 그 사료를 칭찬해 마지않았다.

“여자들이 뭐 하겠소? 뽑은 걸 길가에 더미로 내놓으면 수레가 와서 싣고 가지.”

“우리 지주들은 품꾼을 데리고는 일이 제대로 되지 않는데요.”

레빈이 차를 따라주며 말했다.

“고맙습니다.”

늙은이는 잔을 받되 설탕은 거절했다.

이미 베어 먹던 설탕 덩어리를 가리켰다.

“품꾼을 데리고 어떻게 제대로 하겠소? 손해뿐이지. 스비야시스키 댁만 해도 그렇잖소. 땅이 어떤지는 우리가 알지. 양귀비 씨처럼 좋은 땅인데 수확은 자랑할 게 없어. 다 눈이 안 가서 그런 거요.”

“하지만 당신도 품꾼을 쓰잖습니까?”

“우리는 농민 일이니까. 우리가 하나하나 직접 봐요. 품꾼이 나쁘면 내보내면 되고, 우리 식구끼리 하면 되지.”

“아버지, 피노겐이 타르 좀 달라고 해요.”

덧신을 신은 젊은 여자가 들어오며 말했다.

“자, 나리. 이런 겁니다!”

늙은이는 일어나 천천히 성호를 긋고 레빈에게 감사한 뒤 나갔다.

레빈이 마부를 부르려고 검은 부엌방 안으로 들어갔을 때 온 가족의 남자들이 식탁에 둘러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여자들은 서서 시중을 들고 있었다.

건장한 젊은 아들은 죽을 한입 가득 문 채 우스운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모두가 웃었다.

특히 덧신을 신은 여자가 그릇에 양배추국을 따라주면서 가장 즐겁게 웃었다.

아마도 덧신을 신은 젊은 여자의 아름다운 얼굴이 이 농가 전체의 번영과 조화에 대한 인상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인상은 너무 강해 레빈은 좀처럼 떨칠 수가 없었다.

그 늙은이의 집에서 스비야시스키의 집까지 가는 내내 때때로 그 농장을 다시 생각했다.

마치 그 인상 속에 자기의 특별한 주의를 요구하는 무엇인가가 들어 있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