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킨 언덕까지 모두 베고 마지막 이랑을 끝내자 사람들은 겉옷을 걸치고 즐거운 마음으로 집 쪽으로 걸어갔다.
레빈은 말에 올라탔다.
농부들과 헤어지는 것이 아쉬워 작별인사를 한 뒤 집으로 향했다.
언덕 위에서 뒤를 돌아보았지만, 낮은 곳에서 피어오르는 안개 속에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대신 거칠고 즐거운 목소리와 웃음소리, 낫끼리 부딪치는 소리만 들려왔다.
세르게이 이바노비치는 벌써 오래전에 식사를 마치고 자기 방에서 레몬과 얼음을 넣은 물을 마시며 막 우편으로 받은 신문과 잡지를 훑어보고 있었다.
그때 레빈이 들어왔다.
땀에 젖어 헝클어진 머리카락은 이마에 달라붙어 있었고, 등과 가슴은 햇볕에 검게 타고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그는 기쁨에 찬 목소리로 형의 방에 뛰어들었다.
“우리 초원 전부 다 베었어요! 아,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정말 놀라워요! 형은 어떻게 지냈어요?”
레빈은 전날의 불쾌했던 논쟁을 완전히 잊어버린 채 말했다.
“세상에! 네 꼴 좀 봐라!”
세르게이 이바노비치는 처음에는 못마땅한 듯 동생을 훑어보았다.
“문, 문부터 닫아! 열 마리는 들어오게 했겠다!”
그가 소리쳤다.
세르게이 이바노비치는 파리를 몹시 싫어했다.
그래서 자기 방의 창문은 밤에만 열고 문은 꼼꼼히 닫아두었다.
“정말 한 마리도 안 들어왔어요. 들어왔으면 내가 잡아줄게요. 형은 믿지 못할 거예요, 이게 얼마나 큰 즐거움인지! 형은 오늘 어떻게 보냈어요?”
“나는 잘 지냈지. 그런데 정말 하루 종일 풀을 벤 거냐? 배가 늑대처럼 고프겠구나. 쿠즈마가 네 먹을 걸 다 준비해뒀다.”
“아니, 먹고 싶지도 않아요. 거기서 먹었어요. 우선 씻고 올게요.”
“그래, 가라, 가. 나도 곧 네 방으로 가마.”
세르게이 이바노비치는 고개를 흔들며 동생을 바라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빨리 갔다 와.”
그는 책들을 한데 모으며 나갈 채비를 했다.
자기 자신도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고 동생과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비 올 때는 어디 있었니?”
“무슨 비요? 몇 방울 떨어진 것뿐인데. 금방 올게요. 그러니까 형도 잘 지냈죠? 그럼 됐어요.”
레빈은 옷을 갈아입으러 갔다.
오 분 뒤 형제는 식당에서 다시 만났다.
레빈은 배가 고프지 않다고 생각했고 쿠즈마를 섭섭하게 하지 않으려고 식탁에 앉았을 뿐이었다.
하지만 먹기 시작하자 음식이 놀랄 만큼 맛있었다.
세르게이 이바노비치는 미소를 띠고 동생을 바라보았다.
“아, 맞다. 네게 편지가 왔다.”
그가 말했다.
“쿠즈마, 아래층에서 가져다주게. 문은 꼭 닫고.”
편지는 오블론스키에게서 온 것이었다.
레빈은 소리 내어 읽었다.
오블론스키는 페테르부르크에서 이렇게 썼다.
돌리에게서 편지를 받았네. 예르구쇼보에 있는데 모든 일이 잘 풀리지 않는 모양이야. 제발 한번 가보게. 자네는 이런 일을 다 알고 있으니 조언도 해주고 도와주게. 자네를 보면 아주 좋아할 거야. 불쌍하게도 완전히 혼자라네. 장모님과 모두는 아직 외국에 있고.
“잘됐네요! 꼭 가봐야겠어요.”
레빈이 말했다.
“형도 같이 갑시다. 돌리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그렇죠?”
“거기서 여기까지 멀지 않니?”
“삼십 베르스타쯤이에요. 어쩌면 사십쯤. 하지만 길이 아주 좋아요. 같이 가면 정말 좋겠어요.”
“기꺼이 가지.”
세르게이 이바노비치는 여전히 미소를 띠고 말했다.
동생의 모습만 보고 있어도 덩달아 유쾌해졌다.
“그런데 네 식욕은 대단하구나!”
그는 접시 위로 고개를 숙인 레빈의 갈색으로 붉게 탄 얼굴과 목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주 좋습니다! 형은 이런 생활방식이 온갖 쓸데없는 생각에 얼마나 좋은 치료가 되는지 몰라요. 의학에 새 용어 하나를 보태고 싶어요. ‘노동치료’, Arbeitskur.”
“너에게는 별로 필요 없는 치료 같은데.”
“나는 아니어도 각종 신경증 환자들에게는요.”
“그건 한번 시험해볼 만하겠군. 사실 나는 네가 풀을 베는 걸 구경하러 가려고 했어. 그런데 더위가 너무 심해서 숲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숲에 좀 앉아 있다가 마을 쪽으로 걸어갔고, 네 유모를 만났지. 그래서 농부들이 네 행동을 어떻게 보는지 슬쩍 떠보았어. 내가 이해한 바로는 그 사람들은 별로 좋게 보지 않는 것 같더구나. 유모가 ‘주인 나리 할 일이 아니지요’라고 하더군. 내 생각에는 민중의 관념 속에는 이른바 ‘주인다운’ 활동이 무엇인지 아주 분명하게 정해져 있어. 그리고 그들은 자기들이 정해놓은 그 테두리를 지주가 벗어나는 걸 허용하지 않지.”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나는 생전 처음 느껴본 즐거움이었어요. 그리고 나쁜 일도 아니잖아요. 그렇죠?”
레빈이 대답했다.
“그 사람들이 싫어하면 어쩔 수 없지요. 사실 나는 별로 싫어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어쨌든 보아하니 너는 오늘 하루에 만족한 것 같구나.”
세르게이 이바노비치가 계속 말했다.
“아주 만족해요. 초원 전체를 다 베었고요. 그리고 거기서 어떤 늙은이 하나와 친구가 됐는데…… 정말 형은 상상도 못 할 거예요. 얼마나 사랑스러운 사람인지!”
“그래, 너는 네 하루가 만족스럽고. 나도 만족스럽다. 우선 체스 문제 두 개를 풀었는데 그중 하나가 아주 예뻐. 폰으로 길을 여는 문제야. 보여주마. 그리고 어제 우리 대화를 좀 생각해봤다.”
“뭐라고요? 어제 대화?”
레빈은 식사를 끝낸 뒤 행복한 듯 눈을 가늘게 뜨고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는 어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도무지 기억할 수 없었다.
“나는 네가 어느 정도는 옳다고 생각한다. 우리 의견 차이는 네가 행동의 동기를 개인적인 이해에 두는 데 있고, 나는 일정한 교육 수준에 있는 사람이라면 공공의 선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데 있어. 어쩌면 네 말대로 물질적인 이해가 직접 연결된 활동 쪽이 더 바람직할 수도 있겠지. 너는 원래 너무 ‘첫 충동대로 움직이는’ 성격이야. 프랑스 사람이 말하듯 prime-sautière한 기질이지. 너에게는 열정적이고 힘찬 활동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거야.”
레빈은 형의 말을 듣고 있었지만 전혀 이해하지 못했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형이 갑자기 질문을 해서 자기가 아무 말도 듣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을까 두려울 뿐이었다.
“그런 거다, 친구야.”
세르게이 이바노비치는 동생의 어깨를 건드리며 말했다.
“그래요, 물론이죠. 뭐 어떻겠어요. 나도 내 생각만 옳다고 고집하지 않아요.”
레빈은 아이처럼 미안한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도대체 뭘 가지고 싸웠더라?’
그는 생각했다.
‘물론 나도 옳고 형도 옳고, 다 훌륭해. 이제 사무실에 가서 일만 좀 지시하면 돼.’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켜며 미소를 지었다.
세르게이 이바노비치도 웃었다.
“산책하고 싶으면 같이 가자.”
형은 동생과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레빈에게서는 신선함과 활기가 그대로 풍겨 나오는 것 같았다.
“네가 사무실에 가야 한다면 거기도 같이 들르고.”
“아, 세상에!”
레빈이 너무 크게 소리쳐 세르게이 이바노비치가 놀랐다.
“왜? 무슨 일이냐?”
“아가피야 미하일로브나 손은 어떻게 됐죠?”
레빈은 자기 머리를 한 대 치며 말했다.
“완전히 잊어버렸어요.”
“훨씬 좋아졌다.”
“그래도 가봐야겠어요. 형이 모자 쓰기도 전에 내가 돌아올게요.”
그는 딱따구리처럼 요란하게 구두 굽 소리를 울리며 계단 아래로 뛰어 내려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