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 톨스토이 · 안나 카레니나 · 1877

제3부 제3장

지방의회에 나가라고 권하는 형의 말
지방의회에 나가라고 권하는 형의 말

“그런데 말이다, 내가 너를 생각해봤다.”

세르게이 이바노비치가 말했다.

“아까 그 의사가 네 지방의 형편을 이야기해주는데, 정말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되겠더라. 그 청년, 꽤 영리해. 내가 전에도 말했고 지금도 말하지만, 네가 지방의회에 나가지 않고 지방자치 일에서 아예 손을 떼고 있는 것은 좋지 않아. 괜찮은 사람들이 다 빠져버리면 일이 어떻게 되겠니? 우리가 돈을 내면 그 돈은 봉급으로만 나가고, 학교도 없고 의무원도 없고 산파도 없고 약국도 없고 아무것도 없잖아.”

“나도 해봤어요.”

레빈은 조용하고 마지못해 대답했다.

“못하겠어요. 그럼 어떻게 해요?”

“뭘 못한다는 거냐? 솔직히 나는 이해가 안 된다. 무관심하다고 보기도 싫고 능력이 없다고 보기도 싫다. 그러면 단순히 게으른 거냐?”

“그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또 그다음 것도 아니에요. 해봤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알았어요.”

레빈은 형의 말을 별로 깊이 듣고 있지 않았다.

강 너머 밭을 눈여겨보며 검은 점 하나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말인지 말을 탄 관리인인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거냐? 한번 해봤는데 네 뜻대로 안 되었다고 바로 굴복해버리는 거냐? 자존심도 없단 말이냐?”

“자존심이라…….”

형의 말이 아픈 곳을 찌르자 레빈이 말했다.

“대학에서 다른 사람들은 미적분을 이해하는데 나는 이해하지 못한다고 들었다면, 그런 데에는 자존심이 걸리겠지요. 하지만 이런 일에서는 먼저 자기가 그런 일을 해낼 능력을 갖고 있다고 확신해야 하고, 무엇보다 이 모든 일이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확신해야 해요.”

“그럼! 중요하지 않단 말이냐?”

세르게이 이바노비치도 자기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동생이 중요하지 않다고 하는 데 상처를 받았다. 무엇보다 동생이 자기 말을 거의 듣지 않는 듯한 것이 기분을 상하게 했다.

“나한테는 그렇게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아요. 나를 끌어당기지 않는 걸 어떡해요?”

레빈은 이제 자기가 보고 있던 것이 관리인이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관리인이 농부들을 밭갈이에서 풀어준 모양이었다. 사람들이 쟁기를 뒤집어놓고 있었다.

‘벌써 다 갈았나?’

레빈은 생각했다.

“그래도 들어봐.”

형은 잘생기고 지적인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모든 것에는 한계가 있어. 네가 괴짜이고 솔직하고 거짓을 싫어한다는 건 좋다. 나도 다 알아. 하지만 네가 지금 하는 말은 아무 의미가 없거나, 아니면 아주 좋지 않은 의미를 갖고 있어. 네가 그렇게 사랑한다고 늘 말하는 민중이…….”

‘나는 그런 말 한 적 없는데.’

콘스탄틴 레빈은 속으로 생각했다.

“……아무 도움도 받지 못해 죽어가고, 무지한 산파들이 아이들을 죽이고, 민중은 무지 속에 굳어져 서기 나부랭이의 손아귀에 남아 있는데, 너에게는 그것을 도울 수단이 주어져 있어. 그런데 네 생각에는 그 일이 중요하지 않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거냐?”

세르게이 이바노비치는 동생 앞에 양자택일을 내놓았다.

네가 너무 미개해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보지 못하거나, 아니면 자기의 평온이나 자존심이나 그 밖의 무엇인가를 희생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콘스탄틴 레빈은 이제 굴복하거나, 공공의 일에 대한 사랑이 자기에게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수밖에 없다고 느꼈다.

그 사실이 그를 모욕했고 마음을 아프게 했다.

“둘 다예요.”

그가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가능하다고 보지도 않아요…….”

“뭐라고? 돈을 제대로 배분하면 의료 지원을 할 수 없다고?”

“내 생각에는 못해요. 우리 군이 사천 제곱 베르스타나 되는데 강 얼음이 막히고 눈보라가 치고 농번기까지 있는데, 어디에나 의료를 제공할 수 있다는 걸 나는 상상할 수 없어요. 게다가 나는 의학 자체도 별로 믿지 않아요.”

“잠깐, 그건 공정하지 않다. 내가 예를 천 가지도 댈 수 있어. 그럼 학교는?”

“학교가 왜 필요하죠?”

“무슨 말을 하는 거냐? 교육이 유익하다는 데 의심이 있을 수 있어? 너에게 좋다면 누구에게나 좋은 거다.”

콘스탄틴 레빈은 도덕적으로 벽에 몰린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흥분한 나머지 공공의 일에 무관심한 자기 마음의 가장 큰 이유를 자기도 모르게 입 밖에 내고 말았다.

“좋아요. 다 좋을 수도 있죠. 하지만 내가 한 번도 쓰지 않을 의료시설을 세우는 데 왜 내가 마음을 써야 하고, 내 아이들은 보내지 않을 학교를 세우는 데 왜 내가 애써야 하죠? 농민들도 아이들을 보내고 싶어 하지 않는데, 나 자신도 그들을 보내야 하는지 아직 확신하지 못하고 있고요.”

세르게이 이바노비치는 이 뜻밖의 관점에 잠시 놀랐지만 즉시 새로운 공격계획을 세웠다.

잠깐 말없이 있다가 낚싯대 하나를 들어 다시 던지고, 미소를 지으며 동생을 보았다.

“좋아, 그럼 생각해보자. 우선 의료시설은 필요했지 않니? 바로 아가피야 미하일로브나 때문에 지방의사를 불렀잖아.”

“나는 그 손이 결국 굽은 채로 남을 것 같은데요.”

“그건 아직 모르는 일이고. 또 글을 아는 농부라면 일꾼으로서도 너에게 더 필요하고 더 가치 있을 텐데.”

“아니에요. 누구에게 물어봐도 돼요.”

콘스탄틴 레빈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글을 아는 농부가 일꾼으로서는 훨씬 나빠요. 길도 못 고쳐요. 다리를 놓으면 훔쳐가고.”

“그건 그렇고…….”

세르게이 이바노비치는 얼굴을 찌푸렸다.

그는 반박을 좋아하지 않았고, 특히 논점에서 논점으로 끝없이 뛰어다니면서 아무 연결도 없이 새 근거를 꺼내놓아 무엇에 답해야 할지조차 알 수 없게 만드는 반박을 싫어했다.

“그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대답해봐. 교육이 민중에게 좋은 일이라는 것은 인정하느냐?”

“인정해요.”

레빈은 무심코 대답한 뒤 곧 자기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 말을 했음을 깨달았다.

이것을 인정하면 자기가 하는 말이 아무 의미도 없는 헛소리라는 것이 논리적으로 증명될 것을 느꼈다.

어떻게 증명될지는 몰랐지만 반드시 증명될 것이라는 것은 알았고, 그는 그 증명을 기다렸다.

논증은 콘스탄틴 레빈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간단했다.

“그게 좋은 것이라고 인정한다면,” 세르게이 이바노비치가 말했다. “정직한 인간인 너는 그런 사업을 좋아하고 지지하지 않을 수 없고, 따라서 그 일을 위해 일하고 싶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나는 아직 그 사업 자체가 좋은 것이라고 인정하지 않아요.”

콘스탄틴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뭐라고? 방금 인정했잖아.”

“교육 자체가 나쁘다고는 하지 않았다는 말이에요. 지금 하는 이 사업이 좋은지, 가능한지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노력해보지도 않고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칩시다.”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서도 레빈이 말했다.

“그렇다고 쳐도, 나는 왜 내가 거기에 마음을 써야 하는지는 여전히 모르겠어요.”

“그게 무슨 말이냐?”

“아니, 말이 나온 김에 철학적으로 설명해주세요.”

레빈이 말했다.

“여기에 철학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는데.”

세르게이 이바노비치가 대답했다.

레빈에게는 그 말투가 마치 자기는 철학을 논할 자격조차 없다고 형이 여기는 것처럼 들렸다.

그것이 그를 자극했다.

“이래서 필요하다는 거예요!”

그는 흥분해서 말했다.

“나는 모든 행동을 움직이는 힘은 결국 개인의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지방자치제도에서 나는 지주로서 내 행복에 도움이 되는 것을 아무것도 못 봐요. 길은 좋아지지도 않았고 좋아질 수도 없어요. 내 말들은 나쁜 길에서도 나를 실어다녀요. 의사나 진료소도 필요 없고, 치안판사도 필요 없어요. 나는 거기에 호소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안 할 거예요. 학교는 필요 없는 정도가 아니라, 내가 말했듯 오히려 해롭다고 느껴요. 나에게 지방자치제도라는 것은 그저 토지 한 데샤티나마다 18코페이카를 내고, 읍내까지 가서 빈대와 함께 자고, 온갖 헛소리와 추잡한 이야기를 듣는 의무일 뿐이에요. 개인적인 이해가 나를 움직이지 않아요.”

“잠깐.”

세르게이 이바노비치가 웃으며 끼어들었다.

“농노해방을 위해 일할 때도 개인적인 이해가 우리를 움직인 것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일했잖아.”

“아니에요!”

콘스탄틴은 점점 흥분하며 말을 끊었다.

“농노해방은 다른 일이었어요. 거기에는 개인적 이해가 있었어요. 우리 모두, 모든 괜찮은 사람들을 짓누르던 그 멍에를 우리 자신에게서 벗어던지고 싶었으니까요. 하지만 지방의회 의원이 되어 내가 살지도 않는 읍내에 오물 수거 인부를 몇 명 둘지, 배수관을 어떻게 놓을지 의논하는 것, 배심원이 되어 햄을 훔친 농부를 재판하면서 변호사와 검사가 여섯 시간 동안 떠드는 헛소리를 듣는 것, 재판장이 우리 늙은 바보 알료시카에게 ‘피고인은 햄 절취 사실을 인정합니까?’ 하고 묻고, 알료시카가 ‘예?’ 하는 꼴을 보는 것…….”

콘스탄틴 레빈은 벌써 논점에서 벗어나 재판장과 바보 알료시카를 떠올리고 있었고, 자기 생각에는 이 모든 것이 논지에 꼭 들어맞았다.

그러나 세르게이 이바노비치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

“그저 내 권리, 내 이해에 직접 닿는 권리라면 나는 언제나 모든 힘을 다해 지키겠다는 말이에요. 학생 때 헌병들이 우리를 수색하고 우리 편지를 읽었을 때, 나는 교육받을 권리와 자유를 지키기 위해 온 힘을 다할 준비가 되어 있었어요. 내 아이와 형제와 나 자신의 운명에 직접 관계되는 징병제도라면 이해해요. 그런 문제라면 논의할 준비가 되어 있어요. 하지만 지방자치 돈 사만 루블을 어디에 배분할지 판단하거나 바보 알료시카를 재판하는 일은 나는 이해하지도 못하고 할 수도 없어요.”

콘스탄틴 레빈의 말은 둑이 터진 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세르게이 이바노비치는 미소를 지었다.

“내일 네가 재판받을 일이 생기면 어떡할래? 옛날 형사재판소에서 재판받는 편이 더 좋겠니?”

“나는 재판받을 일이 없어요. 누구를 칼로 찌르지도 않을 테고. 나한테는 필요가 없어요. 아니, 정말이에요.”

레빈은 다시 전혀 다른 곳으로 뛰어갔다.

“우리 지방자치제도와 이 모든 것은 성삼위일체 축일에 자작나무 가지를 땅에 꽂아놓고 유럽에서 저절로 자라난 숲처럼 보이게 하는 것과 같아요. 나는 그 자작나무에 마음에서 우러나 물을 줄 수도 없고, 그게 진짜 숲이 될 거라고 믿을 수도 없어요!”

세르게이 이바노비치는 어깨를 으쓱했다.

갑자기 이 논쟁에 웬 자작나무가 나타났느냐는 놀라움을 몸짓으로 나타냈지만, 동생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즉시 이해했다.

“그런 식으로는 생각할 수 없지.”

그가 말했다.

그러나 콘스탄틴 레빈은 자기도 인정하고 있는 자기의 약점, 공공의 선에 대한 무관심을 어떻게든 정당화하고 싶어 계속 말했다.

“내 생각에는 어떤 활동도 개인적 이해에 기반을 두지 않으면 오래갈 수 없어요. 이건 일반적인 진리예요. 철학적인 진리죠.”

그는 ‘철학적’이라는 말을 힘주어 되풀이했다.

마치 자기 역시 누구나 그렇듯 철학을 이야기할 권리가 있다고 보여주려는 듯했다.

세르게이 이바노비치는 다시 웃었다.

‘이 녀석도 자기 기질을 변호하기 위한 나름의 철학을 하나 갖고 있군.’

그는 생각했다.

“철학 이야기는 그만두자.”

그가 말했다.

“모든 시대의 철학이 해결하려고 한 가장 큰 문제가 바로 개인의 이해와 공동의 이해 사이에 존재하는 필연적인 연결을 찾는 것이었어. 하지만 그건 지금 중요한 게 아니고, 네 비유에서 고쳐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자작나무들은 그냥 꽂아놓은 게 아니야. 어떤 것은 심었고 어떤 것은 씨를 뿌렸지. 그러니 더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해. 자기 제도에서 무엇이 중요하고 의미 있는지 알아보는 감각이 있고 그것을 소중히 여기는 민족만이 미래를 가질 수 있고, 역사적인 민족이라 불릴 수 있어.”

세르게이 이바노비치는 문제를 콘스탄틴 레빈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철학적·역사적 영역으로 옮기고, 동생의 견해가 얼마나 부당한지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네가 그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에 관해서라면, 미안하지만 그건 우리 러시아인의 게으름과 귀족적 습성 때문이야. 하지만 너에게는 일시적인 착각일 뿐이고 곧 지나갈 거라고 믿는다.”

콘스탄틴은 침묵했다.

자기가 사방에서 논파당했다는 것은 느꼈지만, 동시에 자기가 말하려던 것은 형에게 이해되지 않았다는 것도 느꼈다.

왜 이해되지 않았는지는 몰랐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명확히 표현하지 못했기 때문인지, 형이 이해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더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형에게 반박하는 대신 전혀 다른, 자기 개인의 일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자, 이제 갑시다.”

세르게이 이바노비치는 마지막 낚싯대를 감았고, 콘스탄틴은 말을 풀었다.

두 사람은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