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 톨스토이 · 안나 카레니나 · 1877

제3부 제20장

해야 할 일과 해선 안 될 일을 정해 주는 규칙
해야 할 일과 해선 안 될 일을 정해 주는 규칙

브론스키의 삶이 특별히 행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해서는 안 되는지를 의심할 여지 없이 정해주는 규칙의 체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규칙들이 적용되는 삶의 범위는 아주 좁았다.

하지만 그 안에서는 규칙이 의심할 여지가 없이 명확했고, 브론스키는 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단 한순간도 망설이지 않았다.

그 규칙은 이를테면 이런 것이었다.

카드 사기꾼에게 진 돈은 반드시 갚아야 하지만 재단사에게 진 돈은 바로 갚을 필요가 없다.

남자에게는 거짓말해서는 안 되지만 여자에게는 해도 된다.

누구도 속여서는 안 되지만 남편은 속여도 된다.

모욕은 용서해서는 안 되지만 자기가 남을 모욕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 밖에도 그런 규칙들이 있었다.

불합리할 수도 있고 좋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확실했다.

브론스키는 그 규칙을 지키는 한 마음이 편했고 머리를 높이 들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안나와의 관계에 관한 문제에서 처음으로 자기 규칙 체계가 삶의 모든 조건을 다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는 느낌을 갖기 시작했다.

앞으로는 그 규칙만으로 길을 찾을 수 없는 어려움과 의심들이 보였다.

지금까지 안나와 그녀의 남편에 대한 자기 태도는 단순하고 분명했다.

자기가 따르는 규칙 체계 안에서 정확히 규정될 수 있었다.

안나는 자기에게 사랑을 준 품위 있는 여자였고, 그는 그녀를 사랑했다.

따라서 안나는 합법적인 아내와 같은, 아니 그보다 더 높은 존중을 받을 자격이 있는 여자였다.

브론스키는 말 한마디나 암시 하나로 안나를 모욕하기는커녕, 여자에게 기대할 수 있는 최대의 존중을 보여주지 않는 일을 하느니 자기 손 하나를 잘라내는 편을 택했을 것이다.

사교계와의 관계도 분명했다.

모두가 알 수 있고 의심할 수 있다.

그러나 누구도 감히 입 밖으로 말해서는 안 된다.

누군가 말한다면 그는 그 입을 다물게 하고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의,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명예를 존중하도록 강요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남편에 대한 태도는 가장 분명했다.

안나가 브론스키를 사랑한 순간부터 그는 안나에 대한 자기의 권리를 빼앗길 수 없는 것으로 생각했다.

남편은 쓸데없이 끼어들어 방해하는 사람일 뿐이었다.

물론 불쌍한 처지이기는 했다.

그러나 어떻게 하겠는가?

남편이 가질 수 있는 권리는 하나뿐이었다.

무기를 들고 만족을 요구하는 권리.

그리고 브론스키는 처음부터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자기와 안나 사이에 새롭고 내적인 관계들이 생겨났고, 그 관계의 불분명함이 브론스키를 두렵게 했다.

불과 어제 안나는 자기가 임신했다고 말했다.

브론스키는 그 소식과, 안나가 자기에게 기대한 것이 지금까지 삶을 이끌어온 규칙의 체계에는 완전히 규정되어 있지 않은 무엇인가를 요구한다는 것을 느꼈다.

실제로 그는 갑작스럽게 당했다.

안나가 자기 상태를 말한 첫 순간에는 남편을 떠나라고 말해야 한다고 마음이 명령했다.

그래서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자, 차라리 그런 말을 하지 않는 편이 좋았을 것이 분명하게 보였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자기가 나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두려워졌다.

‘내가 남편을 떠나라고 말했다면 그건 나와 결합하라는 뜻이야. 나는 정말 그럴 준비가 되어 있나? 지금 돈도 없는데 어떻게 그녀를 데리고 갈 수 있지? 돈 문제야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다고 치자…… 하지만 내가 군복무 중인데 어떻게 그녀를 데리고 가나? 그런 말을 했다면 실제로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돈을 준비하고 군에서 나와야 해.’

그는 생각에 잠겼다.

군에서 나올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문제는 다른 한 가지로 이어졌다.

그것은 오직 브론스키 자신만 알고 있는 비밀스럽고, 어쩌면 평생 가장 중요한 관심사였다.

야심은 어린 시절과 젊은 시절부터 이어진 오래된 꿈이었다.

자기 자신에게도 인정하지 않는 꿈이었지만, 너무 강해서 지금도 사랑과 맞설 만큼 강한 열정이었다.

사교계와 군복무에서 그의 첫걸음은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이 년 전 그는 큰 실수를 했다.

독립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동시에 더 높이 올라가고 싶어서 제안받은 자리를 거절했다.

그 거절이 자기 값을 더 높여줄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너무 대담했던 것이다.

그는 그대로 방치되었다.

자기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독립적인 사람의 위치를 만들어버렸고, 그 뒤로는 아주 영리하고 섬세하게 그 역할을 유지했다.

누구에게도 화난 적 없고, 누구에게도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여기지 않으며, 자기는 그저 즐겁게 살고 싶으니 사람들이 내버려두기를 바라는 것처럼 행동했다.

실제로는 지난해 모스크바로 떠날 무렵부터 그 생활이 더는 즐겁지 않았다.

무엇이든 할 수 있지만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독립적인 사람이라는 이미지는 점점 닳아 없어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이제는 자기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그저 정직하고 좋은 청년인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보기 시작하는 듯했다.

카레니나와의 관계는 그렇게 큰 소문을 일으키고 모든 사람의 관심을 끌어 그에게 새 빛을 더해주었고, 한동안 그 야심의 벌레를 잠재웠다.

하지만 일주일 전 그 벌레가 다시 강하게 깨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같은 계층과 사교계에서 지냈고 사관학교 동기이기도 한 세르푸홉스코이가 중앙아시아에서 돌아온 것이었다.

수업에서도 체조에서도 장난에서도 야심찬 꿈에서도 늘 브론스키와 경쟁하던 친구였다.

세르푸홉스코이는 그곳에서 두 계급을 뛰어올랐고, 그렇게 젊은 장군에게는 드물게 주어지는 훈장까지 받았다.

페테르부르크에 돌아오자마자 사람들은 그를 다시 떠오르는 가장 밝은 별 가운데 하나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브론스키와 동갑이고 학교 동기인 세르푸홉스코이는 이제 장군이었고 국가의 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자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반면 브론스키는 독립적이고 화려하고 아름다운 여자에게 사랑받고 있어도 결국은 대위에 지나지 않았다.

마음대로 독립적인 척하도록 그냥 내버려둔 대위였다.

‘물론 나는 세르푸홉스코이를 질투하지 않아. 질투할 수도 없어. 하지만 저 사람이 올라가는 것을 보면 기다릴 줄만 알면 나 같은 사람의 경력도 아주 빠르게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어. 삼 년 전에는 저 사람도 나와 같은 위치였어. 내가 군을 나오면 돌아갈 다리를 불태우는 거야. 계속 남아 있으면 잃는 것이 없어. 안나 자신도 지금 자기 상태를 바꾸고 싶지 않다고 했지. 그리고 그녀의 사랑이 있는데 내가 세르푸홉스코이를 질투할 이유가 없어.’

브론스키는 천천히 콧수염을 비틀며 책상에서 일어나 방 안을 걸었다.

눈은 유난히 밝게 빛났다.

자기 상황을 분명하게 정리했을 때마다 찾아오던 단단하고 침착하고 기쁜 기분이 다시 느껴졌다.

예전의 계산 뒤와 마찬가지로 모든 것이 깨끗하고 분명해졌다.

브론스키는 면도를 하고 옷을 입고 찬물 목욕을 한 뒤 밖으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