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 톨스토이 · 안나 카레니나 · 1877

제3부 제12장

건초를 다 묶은 수레와 갈퀴를 든 여자들
건초를 다 묶은 수레와 갈퀴를 든 여자들

건초를 다 묶었다.

이반은 수레에서 뛰어내려 살이 잘 오른 좋은 말을 고삐로 끌었다.

젊은 여자는 갈퀴를 수레 위에 던져놓은 뒤 팔을 힘차게 흔들며 여자들이 둥글게 모인 곳으로 활기차게 걸어갔다.

이반은 길로 나가 다른 수레들과 함께 행렬에 들어섰다.

여자들은 갈퀴를 어깨에 메고 밝은 색깔의 옷을 반짝이며 수레 뒤를 따라갔다.

높고 즐거운 목소리들이 쉴 새 없이 울렸다.

거칠고 야성적인 여자 목소리 하나가 노래를 시작해 한 소절을 끝까지 부르자, 굵고 가늘고 건강한 쉰 개쯤 되는 목소리가 한꺼번에 합쳐져 처음부터 같은 노래를 다시 받아 불렀다.

노래하는 여자들이 레빈에게 가까워졌다.

그에게는 마치 즐거움의 천둥을 품은 구름이 자기 쪽으로 밀려오는 것 같았다.

그 구름이 다가와 그를 덮었다.

그가 누워 있는 건초더미와 다른 건초더미들, 수레들, 먼 들판까지 온 초원 전체가 그 야성적이고 환희에 찬 노래의 박자에 맞추어 움직이고 흔들리는 듯했다.

노래 사이에는 고함과 휘파람과 특유의 외침이 섞여 있었다.

레빈은 그 건강한 기쁨이 부러웠다.

자기도 저 삶의 기쁨을 표현하는 데 함께하고 싶었다.

그러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누워서 보고 듣는 수밖에 없었다.

노래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소리가 멀어지고 사라지자, 자기의 고독과 육체의 무위와 이 세계에 대한 적대감이 한꺼번에 짙은 슬픔이 되어 레빈을 덮쳤다.

건초를 두고 가장 심하게 자기와 다퉜던 바로 그 농민들, 레빈이 모욕했다고 느낀 사람들, 실제로 자기를 속이려고 했던 사람들까지 모두 지나가면서 즐겁게 인사를 했다.

그들의 얼굴에는 레빈에게 대한 악의도 없었고, 잘못했다는 후회도 없었으며, 심지어 자기를 속이려 했던 일에 대한 기억조차 남아 있지 않은 듯했다.

그 모든 것은 즐거운 공동노동의 바다 속에 가라앉아버렸다.

하느님이 하루를 주셨고 하느님이 힘을 주셨다.

그 하루와 힘은 노동을 위해 쓰였다.

그리고 노동 자체가 보상이었다.

누구를 위해 일하는가?

그 노동의 결과가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가?

그런 생각은 부수적이고 하찮은 것이었다.

레빈은 전에도 이런 삶을 자주 감탄하며 바라보았고, 이런 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부러워한 적도 많았다.

그러나 오늘 처음으로, 특히 이반 파르메노프가 젊은 아내를 대하는 모습을 본 영향으로, 한 가지 생각이 뚜렷하게 떠올랐다.

자기가 지금까지 살아온 고통스럽고 한가하고 인위적이고 개인적인 삶을 버리고, 노동하며 깨끗하고 공동적이며 아름다운 이 삶으로 바꾸는 것은 자기에게 달려 있다는 생각이었다.

옆에 앉아 있던 늙은이는 벌써 오래전에 집으로 갔다.

사람들도 모두 흩어졌다.

가까운 곳에 사는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갔고 먼 곳 사람들은 저녁을 먹고 초원에서 잘 준비를 했다.

아무도 레빈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는 계속 건초더미 위에 누워 보고 듣고 생각했다.

초원에 남아 밤을 보내는 사람들은 짧은 여름밤 거의 내내 잠들지 않았다.

처음에는 저녁 식사를 하면서 즐겁게 이야기하고 웃는 소리가 들렸다.

그다음에는 다시 노래와 웃음이 들려왔다.

긴 하루의 힘든 노동이 그들에게 남긴 흔적은 오직 즐거움뿐인 것 같았다.

새벽이 오기 전이 되어서야 모든 것이 조용해졌다.

늪에서 끊이지 않는 개구리 소리와, 새벽 안개 속 초원에 묶인 말들이 콧김을 내뿜는 소리만 들렸다.

정신을 차린 레빈은 건초더미에서 일어나 별들을 보았다.

밤이 지나갔음을 알아차렸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떻게 해야 하지?’

그는 이 짧은 밤 동안 생각하고 느낀 모든 것을 자기 자신에게 명확히 설명하려 애쓰며 말했다.

그가 생각하고 느낀 것은 세 갈래로 나뉘었다.

첫째는 옛 삶을 버리는 일이었다.

아무 쓸모 없는 지식과 아무 데에도 필요하지 않은 교육을 버리는 것.

그 포기는 그에게 즐거움을 주었고 너무도 쉽고 단순하게 느껴졌다.

두 번째 생각은 이제 자기가 살고 싶은 삶 자체에 관한 것이었다.

그 삶의 단순함과 깨끗함과 정당함을 그는 분명하게 느꼈고, 지금까지 그토록 고통스럽게 느껴온 만족과 평온과 존엄의 결핍을 거기에서는 반드시 채울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그러나 세 번째 생각은 옛 삶에서 새 삶으로 어떻게 넘어갈 것인가 하는 문제를 맴돌았다.

그 지점에서는 아무것도 분명하지 않았다.

‘아내가 있어야 하나? 노동하고 노동할 필요가 있어야 하나? 포크롭스코예를 떠나야 하나? 땅을 사야 하나? 농민 공동체에 들어가야 하나? 농민 여자와 결혼해야 하나?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하지?’

그는 다시 자기에게 물었지만 답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밤새 잠을 못 잤어. 지금은 명확히 판단할 수 없어. 나중에 정리하면 돼.’

그는 자신에게 말했다.

‘한 가지는 분명해. 오늘 밤이 내 운명을 결정했어. 전에 가졌던 가정생활에 대한 꿈은 모두 허튼 것이었어. 그게 아니었어. 모든 것은 훨씬 단순하고 훨씬 좋을 수 있어…….’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는 하늘 한가운데 자기 머리 바로 위에 멈춰 있는, 흰 양털구름이 진주조개처럼 펼쳐진 이상한 모양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 아름다운 밤에는 모든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런데 저 조개 모양은 언제 생긴 거지? 조금 전 하늘을 봤을 때는 아무것도 없었는데. 흰 줄 두 개뿐이었어. 그래, 내 삶을 보는 생각도 바로 저렇게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변해버린 거야!’

그는 초원을 빠져나와 큰길을 따라 마을로 걸어갔다.

약한 바람이 일었고 날은 잿빛으로 흐려졌다.

새벽, 빛이 어둠을 완전히 이기기 전에 흔히 오는 어둡고 흐릿한 순간이었다.

추위에 몸을 움츠리며 레빈은 땅을 바라보고 빠르게 걸었다.

‘저게 뭐지? 누가 오나?’

방울 소리가 들려 고개를 들었다.

사십 걸음쯤 앞, 자기가 걷는 풀 난 큰길을 따라 네 마리 말이 끄는 마차가 마주 오고 있었다.

마차에는 마부와 안내인이 타고 있었다.

가운데 두 말은 바퀴자국 때문에 끌채 쪽으로 몸을 붙이고 있었지만, 마부석에 비스듬히 앉은 능숙한 마부가 끌채를 바퀴자국에 정확히 맞추어 바퀴가 매끄러운 곳을 따라가게 하고 있었다.

레빈은 그 정도만 알아차렸다.

누가 타고 있을까 생각하지도 않고 무심히 마차 안을 바라보았다.

한쪽 모서리에는 늙은 여자가 졸고 있었다.

창가에는 방금 잠에서 깬 듯한 젊은 처녀가 앉아 두 손으로 흰 모자의 끈을 잡고 있었다.

밝고 생각에 잠긴 얼굴.

레빈이 알 수 없는 섬세하고 복잡한 내면의 삶으로 가득한 그녀는 레빈을 지나쳐 새벽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환영이 거의 사라지려는 순간, 진실한 눈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를 알아보았다.

놀라움과 기쁨이 얼굴 전체를 밝혔다.

그는 착각할 수 없었다.

세상에 그런 눈은 하나뿐이었다.

세상에는 그에게 삶의 모든 빛과 의미를 한곳에 모아줄 수 있는 존재도 하나뿐이었다.

그녀였다.

키티였다.

그는 키티가 기차역에서 예르구쇼보로 가는 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잠 못 든 밤 내내 레빈을 휘젓던 모든 생각과 모든 결심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농민 여자와 결혼하겠다는 자기 꿈을 혐오스럽게 떠올렸다.

지금 빠르게 멀어져 길 반대편으로 사라져가는 저 마차 안에만, 오직 저곳에만, 얼마 전부터 그토록 고통스럽게 자기를 짓누른 삶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다.

그녀는 다시 몸을 내밀어 보지 않았다.

마차의 스프링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고, 방울 소리마저 희미해졌다.

개들이 짖는 소리로 마차가 이미 마을까지 지나갔음을 알 수 있었다.

주위에는 빈 들판과 앞쪽의 마을, 그리고 모든 것과 동떨어진 채 버려진 큰길을 혼자 걷는 자기 자신만 남았다.

레빈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오늘 밤 자기의 모든 생각과 감정의 흐름을 상징한다고 느꼈던 그 조개 모양의 구름을 다시 찾고 싶었다.

하지만 하늘에는 이제 조개를 닮은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손이 닿지 않는 높이에서 이미 신비로운 변화가 일어나 있었다.

조개의 흔적은 사라지고, 하늘 절반에는 더 잘고 더 고르게 나뉜 작은 양털구름들이 하나의 융단처럼 펼쳐져 있었다.

하늘은 푸르게 밝아졌고, 똑같이 부드러우면서도 똑같이 닿을 수 없는 모습으로 그의 묻는 눈길에 답했다.

‘아니야.’

그는 자기에게 말했다.

‘아무리 단순하고 노동하는 삶이 아름답다고 해도, 나는 그 삶으로 돌아갈 수 없어. 나는 그녀를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