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 톨스토이 · 안나 카레니나 · 1877

제1부 제31장

밤새 잠들지 않은 채 앞만 바라보는 브론스키
밤새 잠들지 않은 채 앞만 바라보는 브론스키

브론스키는 그날 밤 잠을 청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는 자기 의자에 앉아 때로는 앞을 똑바로 바라보고, 때로는 드나드는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예전에도 낯선 사람들에게 흔들림 없는 침착한 모습으로 강한 인상을 주고 심지어 불안을 느끼게 하곤 했지만, 지금은 더욱 오만하고 자기 자신만으로 완전한 사람처럼 보였다.

그는 사람을 사물처럼 바라보았다.

맞은편에 앉아 있던 지방 법원 서기인 신경질적인 젊은 남자는 그 모습 때문에 브론스키를 미워하게 되었다.

그 젊은이는 브론스키 앞에서 담배도 피우고, 말을 걸기도 하고, 심지어 일부러 몸을 부딪쳐 자기가 물건이 아니라 인간임을 느끼게 하려고 했다.

그러나 브론스키는 여전히 그를 등불이나 바라보듯 바라보았다.

젊은이는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한다는 압박 때문에 자제력을 잃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얼굴을 찡그렸다. 결국 그 때문에 잠도 자지 못했다.

브론스키에게는 아무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자기가 왕이라도 된 것처럼 느꼈다.

안나에게 강한 인상을 주었다고 믿어서가 아니었다. 아직 그것까지는 믿지 않았다.

그녀가 자기에게 준 인상 자체가 그에게 행복과 자부심을 안겨 주었기 때문이었다.

이 모든 일에서 무엇이 생겨날 것인지 그는 몰랐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제멋대로 흩어져 있던 자기 힘이 모두 하나로 모여, 무서운 에너지로 오직 하나의 황홀한 목표를 향해 쏟아지고 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그것이 행복했다.

그가 아는 것은 단 하나였다.

자기는 안나에게 진실을 말했다. 안나가 있는 곳으로 가고 있었다. 이제 삶의 모든 행복과 삶의 유일한 의미는 그녀를 보고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 데 있었다.

볼로고예에서 탄산수를 마시려고 객차에서 내렸을 때 안나를 발견하자,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나온 첫마디가 바로 마음속에 있던 말이었다.

그 말을 그녀에게 했다는 것이 기뻤다. 이제 안나도 그것을 알고, 생각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기뻤다.

브론스키 역시 밤새 자지 않았다.

객차로 돌아온 뒤에도 안나를 보았던 모든 순간과 그녀의 모든 말을 끊임없이 되풀이해 보았다. 가슴이 멎을 듯한 미래의 가능성들이 상상 속에서 쉼 없이 떠올랐다.

페테르부르크에서 객차에서 내렸을 때 그는 밤새 한숨도 자지 못했는데도 찬물로 목욕한 사람처럼 생기 있고 산뜻했다.

그는 자기 객차 곁에 서서 안나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한 번만 더 보게 되는군.’

자기도 모르게 웃으며 생각했다.

‘걸어오는 모습과 얼굴을 보겠지. 무슨 말을 하고, 머리를 돌리고, 바라보고, 웃을지도 몰라. 어쩌면…….’

그러나 안나를 보기 전에 먼저 그녀의 남편을 보았다.

역장이 군중 사이로 공손하게 안내하고 있었다.

‘아, 그렇지! 남편!’

브론스키는 그제야 처음으로 ‘남편’이라는 것이 안나와 연결된 하나의 사람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깨달았다.

그녀에게 남편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존재를 실감한 적은 없었다.

머리와 어깨와 검은 바지를 입은 두 다리를 가진 실제 남자를 눈으로 보고 나서야 완전히 믿게 되었다.

특히 그 남편이 소유권을 가진 사람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안나의 손을 잡는 것을 보는 순간이었다.

페테르부르크 특유의 말끔한 얼굴, 엄격하고 자신만만한 몸가짐, 둥근 모자, 약간 튀어나온 등을 가진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를 보고 브론스키는 그 존재를 믿었다.

그리고 불쾌한 기분을 느꼈다.

목이 타 죽을 지경인 사람이 가까스로 샘에 도착했는데, 그 샘에서 개나 양이나 돼지가 먼저 물을 마시며 물을 흐려 놓은 것을 발견했을 때 느낄 법한 감정이었다.

둔한 두 다리로 걸을 때마다 골반 전체를 움직이는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의 걸음걸이가 브론스키에게는 특히 모욕적으로 느껴졌다.

안나를 사랑할 명백한 권리는 자기에게만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러나 안나는 여전히 똑같은 안나였다.

그녀를 보기만 해도 육체까지 생기를 얻는 듯했고, 그의 영혼은 흥분과 행복으로 가득 찼다.

브론스키는 2등칸에서 뛰어온 독일인 하인에게 짐을 가져가라고 지시하고 자신은 안나에게 다가갔다.

그는 부부가 처음 만나는 모습을 보았다.

사랑에 빠진 사람 특유의 날카로운 눈으로, 안나가 남편과 이야기할 때 약간 어색해하는 징후를 알아차렸다.

‘아니야. 저 여자는 남편을 사랑하지 않아. 사랑할 수도 없어.’

브론스키는 결론을 내렸다.

안나에게 뒤에서 다가갈 때부터, 안나가 자기의 접근을 느끼고 몸을 돌리려 하다가 자기를 알아본 뒤 다시 남편에게 향하는 것을 보고 그는 기뻤다.

“밤은 편안히 보내셨습니까?”

브론스키는 안나와 남편 둘 모두에게 동시에 몸을 숙이며 말했다.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가 그 인사를 자기에게 한 것으로 받아들여도 좋고, 자기를 알아보아도 알아보지 않아도 좋다는 태도였다.

“고맙습니다. 아주 잘 보냈어요.”

안나가 대답했다.

그녀의 얼굴은 피곤해 보였다. 모스크바에서처럼 미소나 눈빛으로 터져 나오려는 생기의 움직임도 없었다.

하지만 브론스키를 바라본 단 한순간, 눈에서 무언가가 번쩍였다.

그 불빛은 즉시 꺼졌지만 브론스키는 그 한순간만으로도 행복했다.

안나는 남편이 브론스키를 아는지 확인하려고 남편을 바라보았다.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브론스키를 바라보며 그가 누구였는지 건성으로 기억해 내고 있었다.

브론스키의 침착함과 자신감은 이곳에서 마치 낫이 돌에 부딪히듯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의 차가운 자신감과 맞부딪혔다.

“브론스키 백작이에요.”

안나가 말했다.

“아! 우리 서로 아는 사이인 것 같군요.”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는 무심하게 말하며 손을 내밀었다.

“갈 때는 어머니와 가더니 돌아올 때는 아들과 함께 왔군요.”

그는 한마디 한마디를 또렷하게 발음했다. 마치 말 한마디마다 루블 은화 한 닢씩을 하사하는 듯했다.

“휴가에서 돌아오는 길이신가요?”

그는 물었지만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아내에게 돌아서서 늘 하던 장난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그래, 모스크바에서는 헤어지면서 눈물을 많이 흘렸소?”

그가 아내에게로 화제를 돌린 것은 브론스키에게 두 사람만 있고 싶다는 뜻을 알리는 것이었다. 그는 브론스키 쪽으로 돌아 모자에 손을 댔다.

그러나 브론스키는 안나 아르카디예브나에게 말했다.

“댁에 찾아뵐 영광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는 피곤한 눈으로 브론스키를 바라보았다.

“기꺼이.”

그는 차갑게 말했다.

“월요일마다 손님을 받습니다.”

그렇게 브론스키를 완전히 관심 밖으로 밀어낸 뒤 아내에게 말했다.

“마침 당신을 맞으러 올 반 시간이 있었던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소. 내 다정함을 보여 줄 수도 있었고.”

그는 똑같은 장난스러운 어조를 이어 갔다.

“당신이 다정하다는 것을 너무 강조하니까 오히려 그다지 고맙게 느껴지지 않네요.”

안나도 똑같이 장난스러운 말투로 대답했다.

그러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뒤에서 걸어가는 브론스키의 발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무슨 상관이야?’

안나는 생각하고, 자기 없는 동안 세료자가 어떻게 지냈는지 남편에게 묻기 시작했다.

“아, 아주 훌륭했소! 마리에트 말로는 아주 착하게 지냈다더군. 그리고…… 당신을 실망시키게 됐지만, 당신을 그리워하지 않았소. 당신 남편처럼 말이지.”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가 말했다.

“그나저나 다시 한 번 merci, 친구여. 나에게 하루를 선물해 줘서 고맙소. 우리의 사랑스러운 사모바르가 아주 기뻐할 거요.”

그는 모든 일에 늘 흥분하고 열을 올리는 유명한 리디야 이바노브나 백작부인을 ‘사모바르’라고 불렀다.

“당신 이야기를 물어보더군. 그리고 내가 조언을 해도 된다면 오늘 그분 댁에 한번 가 보는 게 좋겠소. 모든 일 때문에 가슴앓이를 하는 분이잖소. 지금은 그 많은 근심에 더해 오블론스키 부부를 화해시키는 일까지 맡고 있더군.”

리디야 이바노브나 백작부인은 남편의 친구였고, 안나가 남편을 통해 가장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페테르부르크 사교계의 한 집단에서 중심적인 인물이었다.

“편지는 썼는데요.”

“그분은 모든 걸 자세히 알고 싶어 하잖소. 피곤하지 않다면 한번 가 보시오, 친구여. 자, 콘드라티가 마차를 대 줄 거요. 나는 위원회로 가야 하고. 또 혼자 저녁을 먹지는 않겠군.”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는 이제 장난스럽지 않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당신은 내가 얼마나 익숙해졌는지 믿지 못할 거요……”

그는 안나의 손을 오래 잡아 누르고 특별한 미소를 지은 뒤 마차에 태웠다.

이 장의 주

  1. merci: 프랑스어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