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 톨스토이 · 안나 카레니나 · 1877

제1부 제1장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 된 오블론스키 집의 아침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 된 오블론스키 집의 아침

행복한 가정은 모두 서로 닮았고,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나름대로 불행하다.

오블론스키 집안은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었다. 아내는 남편이 전에 이 집에서 일하던 프랑스인 가정교사와 관계를 맺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더는 남편과 한집에서 살 수 없다고 선언했다. 이런 상황은 벌써 사흘째 계속되고 있었으며, 부부 자신은 물론 가족 모두와 집안사람들까지 몹시 괴로워하고 있었다. 가족과 집안사람들은 하나같이 이제 그들이 함께 산다는 것 자체에 아무 의미가 없다고 느꼈고, 우연히 같은 여관에 묵게 된 낯선 사람들조차 오블론스키 집안의 가족과 하인들보다 서로 더 긴밀하게 이어져 있을 것만 같았다.

아내는 자기 처소에서 나오지 않았고, 남편은 사흘째 집에 없었다. 아이들은 길을 잃은 사람들처럼 온 집 안을 뛰어다녔다. 영국인 가정교사는 살림을 맡은 관리인과 다툰 뒤 친구에게 쪽지를 보내 새 일자리를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요리사는 전날 한창 식사 중에 집을 나가 버렸고, 부엌의 허드렛일을 맡은 하녀와 마부도 품삯을 정산해 달라고 요구했다.

부부가 다툰 지 사흘째 되는 날, 스테판 아르카디치 오블론스키 공작―사교계에서는 모두 그를 스티바라고 불렀다―은 평소와 같은 시간, 곧 아침 여덟 시에 잠에서 깨어났다. 그가 눈을 뜬 곳은 아내의 침실이 아니라 자기 서재의 모로코 가죽 소파 위였다.

그는 잘 살이 오르고 정성스럽게 가꾼 몸을 스프링 소파 위에서 반대쪽으로 돌렸다. 다시 한참 잠들고 싶은 사람처럼 베개를 두 팔로 꼭 끌어안고 뺨을 갖다 댔다. 그러나 갑자기 벌떡 일어나 소파에 앉아 눈을 떴다.

‘그래, 그래. 어떻게 된 꿈이었더라?’

그는 꿈을 떠올리며 생각했다.

‘그래, 어떻게 된 거였지? 맞아! 알라빈이 다름슈타트에서 만찬을 열었어. 아니, 다름슈타트가 아니었는데. 뭔가 미국에 있는 곳이었지. 그래, 그런데 거기서는 다름슈타트가 미국에 있었어. 맞아, 알라빈이 유리로 된 식탁 위에서 만찬을 열었지. 그리고 식탁들이 노래를 불렀어. Il mio tesoro…… 아니, Il mio tesoro가 아니라 그보다 더 좋은 노래였어. 그리고 조그만 유리병 같은 것들이 있었는데, 그것들이 또 여자들이었지.’

스테판 아르카디치의 눈이 즐겁게 빛났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생각에 잠겼다.

‘그래, 좋았어. 아주 좋았지. 그 밖에도 멋진 것이 잔뜩 있었는데, 말로는 다 할 수가 없어. 깨어 있는 정신으로 생각해도 표현할 수가 없단 말이야.’

그러다 두꺼운 커튼 한쪽 틈으로 스며든 한 줄기 햇빛을 발견하고는 기분 좋게 소파에서 두 다리를 내렸다. 발로 슬리퍼를 더듬어 찾았다. 아내가 손수 수놓아 지난해 생일에 선물한 것으로, 황금빛 모로코 가죽으로 가장자리를 댄 슬리퍼였다. 그리고 아홉 해 동안 몸에 밴 습관대로, 아직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은 채 손을 뻗어 침실에서 늘 실내복이 걸려 있던 곳을 찾았다.

바로 그 순간 그는 자신이 왜 아내의 침실이 아니라 서재에서 자고 있는지를 갑자기 떠올렸다.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고 이마가 찌푸려졌다.

“아, 아, 아! 아아…….”

그는 지난 일을 떠올리며 신음했다. 아내와 벌인 다툼의 모든 세세한 장면이 다시 머릿속에 떠올랐다. 빠져나갈 길이 전혀 없어 보이는 자신의 처지도 생각났다. 그리고 무엇보다 견디기 힘든 것은 이 모든 일에 자신의 잘못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래! 그 여자는 용서하지 않을 거야. 용서할 수도 없겠지. 그런데 무엇보다 끔찍한 건, 이 모든 일의 원인이 나라는 거야. 잘못은 내게 있어. 그런데도 나는 죄가 없단 말이지. 바로 그게 이 비극의 전부야.’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 아, 아…….”

그는 절망스럽게 중얼거리며 이번 다툼에서 자신에게 가장 괴로웠던 순간들을 떠올렸다.

무엇보다 불쾌했던 것은 모든 일이 처음 드러난 바로 그 순간이었다.

그날 그는 극장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기분도 좋았고 만족스러웠다. 손에는 아내에게 줄 커다란 배 한 개까지 들고 있었다. 그런데 응접실에 아내가 없었다. 놀랍게도 서재에도 없었다. 마침내 침실에 들어갔을 때 그는 아내를 보았다. 모든 것을 폭로해 버린 그 불행한 편지를 손에 들고 앉아 있었다.

늘 이것저것 걱정하고 집안일에 마음을 쓰며, 그가 속으로는 다소 머리가 둔하다고 여겨 왔던 돌리가 그 편지를 손에 든 채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공포와 절망과 분노가 뒤섞여 있었다.

그녀는 그를 바라보며 편지를 가리켰다.

“이게 뭐예요? 이게?”

이 순간을 떠올릴 때마다 스테판 아르카디치를 괴롭히는 것은 사건 자체라기보다, 그때 아내의 질문에 자신이 어떻게 반응했는가 하는 점이었다.

그 순간 그에게 일어난 일은, 사람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때에 몹시 수치스러운 일을 들켜 버렸을 때 흔히 일어나는 바로 그런 일이었다. 그는 자신의 잘못이 폭로된 뒤 아내 앞에 서게 된 상황에 알맞은 표정을 미처 지을 수가 없었다.

화를 내든지, 사실을 부정하든지, 변명하든지, 용서를 빌든지, 심지어 무심한 얼굴로 가만히 있기라도 했더라면―어떤 것이든 그가 실제로 한 행동보다는 나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의 얼굴은 완전히 제멋대로 움직였다.

스테판 아르카디치는 생리학에 관심이 많았으므로 훗날 속으로 이것을 ‘대뇌의 반사작용’이라고 생각했다. 아무튼 그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얼굴에 갑자기 미소가 떠올랐다. 평소의 그 친절한 미소였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욱 어리석어 보이는 미소였다.

그는 그 어리석은 미소만큼은 자기 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었다.

그 미소를 보는 순간 돌리는 육체적인 고통이라도 느낀 사람처럼 몸을 움찔했다. 그리고 특유의 격렬한 기질대로 가혹한 말들을 한꺼번에 쏟아낸 뒤 방을 뛰쳐나갔다. 그날 이후 그녀는 남편을 만나려 하지 않았다.

‘모든 것은 그 멍청한 미소 때문이야.’

스테판 아르카디치는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해야 해?’

그는 절망하며 자신에게 물었지만 아무런 대답도 찾을 수 없었다.

이 장의 주

  1. Il mio tesoro: 이탈리아어로 “나의 보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