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 톨스토이 · 안나 카레니나 · 1877

제1부 제21장

차 시간, 아래층으로 방을 옮기자는 이야기
차 시간, 아래층으로 방을 옮기자는 이야기

어른들이 차를 마실 때가 되자 돌리가 자기 방에서 나왔다. 스테판 아르카디치는 보이지 않았다. 아마 아내의 방에서 뒷문으로 나온 모양이었다.

“위층은 추울까 봐 걱정이야.”

돌리가 안나에게 말했다.

“네 방을 아래층으로 옮기면 좋겠어. 그러면 우리도 더 가까이 있고.”

“아, 제 걱정은 정말 하지 마세요.”

안나는 돌리의 얼굴을 유심히 살피며, 화해가 이루어진 것인지 아닌지를 알아보려 했다.

“여기가 더 밝기도 할 거야.”

올케가 대답했다.

“말했잖아요. 저는 어디서든, 언제든 마멋처럼 잘 자요.”

“무슨 이야기들이야?”

스테판 아르카디치가 서재에서 나오며 아내에게 물었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키티도 안나도 화해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안나 방을 아래층으로 옮기려고 해요. 그런데 커튼을 다시 달아야 해요. 아무도 제대로 못 할 테니 내가 직접 해야겠어요.”

돌리는 남편을 향해 대답했다.

‘정말 완전히 화해한 걸까?’

돌리의 차갑고 침착한 말투를 들으며 안나는 생각했다.

“아, 돌리, 당신은 뭐든 어렵게 생각한다니까. 원한다면 내가 다 해 줄게……”

남편이 말했다.

‘그래, 아무래도 화해했어.’

안나는 생각했다.

“당신이 어떻게 ‘다 해 주는지’ 내가 잘 알죠.”

돌리가 대답했다.

“마트베이한테 할 수도 없는 일을 시켜 놓고 당신은 나가 버릴 테고, 마트베이는 일을 온통 엉망으로 만들어 놓겠죠.”

그 말을 하면서 돌리의 입가에는 예전부터 익숙한 장난스럽고 비꼬는 미소가 잡혔다.

‘완전히, 완전히 화해했구나. 정말 완전히!’

안나는 생각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자기가 그 화해의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 기뻐 안나는 돌리에게 다가가 입을 맞췄다.

“전혀 그렇지 않아. 왜 당신은 나와 마트베이를 그렇게 얕잡아보는 거야?”

스테판 아르카디치는 아주 희미하게 웃으며 아내에게 말했다.

그날 저녁 내내 돌리는 여느 때처럼 남편에게 조금씩 짓궂은 말을 던졌고, 스테판 아르카디치는 만족스럽고 명랑했다. 다만 용서받았다고 해서 자기가 저지른 잘못까지 잊어버렸다는 인상을 줄 만큼 지나치게 즐거워하지는 않았다.

아홉 시 반쯤 되었을 때, 오블론스키 집안의 차탁을 둘러싸고 유난히 즐겁고 다정하게 이어지던 가족의 저녁 대화가 겉보기에는 지극히 평범한 한 사건으로 끊겼다. 그런데 그 평범한 일이 어째서인지 모두에게 이상하게 느껴졌다.

페테르부르크의 공통 지인들 이야기를 하다가 안나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사진이 제 앨범에 있어요.”

그녀가 말했다.

“그리고 이참에 제 세료자도 보여 드릴게요.”

그녀는 어머니다운 자랑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열 시 무렵이면 안나는 평소 아들과 작별 인사를 했고, 무도회에 가는 날에도 떠나기 전에 직접 아들을 재워 주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지금 아들에게서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다는 사실이 갑자기 서글퍼졌다.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도 그녀의 생각은 자꾸만 곱슬머리 세료자에게 돌아갔다. 아들의 사진을 보고 싶었고, 아들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녀는 마침 좋은 핑계가 생겼다는 듯 일어나 가볍고 단호한 걸음으로 앨범을 가지러 갔다. 그녀의 방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현관의 넓고 따뜻한 계단참으로 이어져 있었다.

안나가 응접실에서 나오는 순간 현관에서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누구지?”

돌리가 말했다.

“저를 데리러 오기에는 너무 이르고, 다른 사람이 찾아오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인데요.”

키티가 말했다.

“아마 서류를 가져왔겠지.”

스테판 아르카디치가 덧붙였다.

안나가 계단 앞을 지나갈 때 하인은 손님이 왔다고 알리려고 위층으로 뛰어 올라오고 있었고, 찾아온 사람은 아래층 등불 곁에 서 있었다. 안나는 아래를 내려다보다 곧바로 브론스키를 알아보았다. 그러자 이상하게도 기쁨과 함께 무엇인가에 대한 두려움이 갑자기 그녀의 가슴속에서 움직였다.

그는 외투도 벗지 않은 채 주머니에서 무엇인가를 꺼내고 있었다.

안나가 계단 중간쯤 내려왔을 때 그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았다. 순간 그의 얼굴에는 부끄러워하는 듯하면서도 겁먹은 듯한 표정이 떠올랐다. 안나는 고개를 조금 숙인 채 지나갔다. 뒤에서는 스테판 아르카디치가 크게 소리쳐 그에게 들어오라고 권하는 목소리와, 브론스키가 조용하고 부드럽고 침착한 목소리로 사양하는 말이 들렸다.

안나가 앨범을 들고 돌아왔을 때 그는 이미 가고 없었다. 스테판 아르카디치는 브론스키가 내일 그들이 외지에서 온 유명 인사를 위해 마련하는 만찬에 관해 물어보려고 들렀다고 설명했다.

“죽어도 들어오려고 하지 않더군. 어쩐지 이상한 사람이야.”

스테판 아르카디치가 덧붙였다.

키티는 얼굴을 붉혔다. 그녀는 브론스키가 왜 왔으며 왜 들어오지 않았는지 자기만 이해했다고 생각했다.

‘우리 집에 갔다가 나를 못 만났고, 내가 여기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온 거야. 그런데 너무 늦었다고 생각했고, 안나도 여기 있으니까 들어오지 않은 거겠지.’

모두 말없이 서로를 바라본 뒤 안나의 앨범을 보기 시작했다.

아홉 시 반에 한 남자가 친구 집에 잠깐 들러 다음 날 열리는 만찬의 세부 사항을 물어보고 들어오지 않은 것에는 특별할 것도 이상할 것도 없었다. 그런데도 모두에게 그것은 이상하게 느껴졌다.

누구보다도 안나에게 그것은 이상했고, 기분 좋지 않은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