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 톨스토이 · 안나 카레니나 · 1877

제1부 제3장

향수를 뿌리고 시계를 채우며 하루를 준비하는 스티바
향수를 뿌리고 시계를 채우며 하루를 준비하는 스티바

옷을 다 입은 스테판 아르카디치는 향수를 뿌리고 셔츠 소매를 당겼다. 담배와 지갑, 성냥, 두 줄 사슬과 장식이 달린 시계를 익숙한 동작으로 주머니마다 나누어 넣고 손수건을 한번 털었다. 불행한 일을 겪고 있으면서도 몸은 깨끗하고 향기롭고 건강하며 생기 있다고 느꼈다. 그는 걸을 때마다 다리를 조금씩 흔들며 식당으로 나갔다. 그곳에는 이미 커피가 준비되어 있었고, 그 옆에는 편지와 관청 서류가 놓여 있었다.

스테판 아르카디치는 앉아서 편지를 읽었다. 그중 하나는 매우 불쾌했다. 아내의 영지에서 숲을 사려는 상인이 보낸 편지였다. 그 숲은 반드시 팔아야 했지만, 아내와 화해하기 전에는 그 일에 관해 말조차 꺼낼 수 없었다. 무엇보다 불쾌한 것은, 앞으로 아내와 화해하려는 일에 금전적 이해관계가 뒤섞인다는 사실이었다. 숲을 팔기 위해 아내와 화해하려 한다고 자신이 생각할지도 모른다는 것, 바로 그 생각이 그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편지를 다 읽자 스테판 아르카디치는 관청 서류를 앞으로 끌어당겼다. 두 사건 서류를 빠르게 훑어 보고 굵은 연필로 몇 군데 표시한 다음 서류를 밀어 놓고 커피를 마셨다. 커피를 마시며 아직 잉크 냄새가 날 듯한 아침 신문을 펼쳐 읽기 시작했다.

스테판 아르카디치가 받아 보는 것은 자유주의 신문이었다. 극단적이지 않고 대다수가 지지하는 방향의 신문이었다. 사실 과학도 예술도 정치도 그 자체로는 그에게 별 관심이 없었지만, 그는 이 모든 문제에서 다수와 자기 신문이 지지하는 견해를 확고하게 따랐다. 다수가 견해를 바꿀 때에만 그도 견해를 바꾸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가 바꾼 것이 아니라 견해들이 어느새 그의 안에서 저절로 변해 있었다.

스테판 아르카디치는 어떤 사상이나 견해도 스스로 선택하지 않았다. 모자나 외투의 모양을 스스로 고르지 않고 사람들이 입는 것을 고르는 것처럼, 사상과 견해가 저절로 그에게 찾아왔다. 일정한 사회에서 살고 있고, 나이를 먹으며 어느 정도 생각하는 활동도 필요하게 된 그에게 견해를 갖는다는 것은 모자를 쓰는 것만큼이나 필요한 일이었다.

그가 자기 계층의 많은 사람들이 따르는 보수주의보다 자유주의를 좋아하는 데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자유주의가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생활 방식과 더 잘 맞았기 때문이다.

자유주의자들은 러시아의 모든 것이 형편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스테판 아르카디치에게는 빚이 많았고 돈은 몹시 부족했다.

자유주의자들은 결혼은 이미 낡아 버린 제도이며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가정생활은 스테판 아르카디치에게 별 즐거움을 주지 못했으며, 그의 천성과 맞지 않는 거짓말과 연기를 강요했다.

또 자유주의자들은, 아니 정확히 말하면 암시하기를, 종교란 미개한 대중을 억제하기 위한 굴레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로 스테판 아르카디치는 짧은 기도식조차 다리가 아파 견디기 어려웠고, 이 세상에서도 충분히 즐겁게 살 수 있는데 저세상에 관한 그 무섭고 장황한 말들이 왜 필요한지 이해할 수 없었다.

즐거운 농담을 좋아하는 그는 때때로 온순한 사람을 당황하게 만드는 것도 좋아했다. 혈통을 자랑할 거라면 류리크에서 멈출 게 아니라 최초의 조상, 곧 원숭이까지 인정해야 한다는 식이었다.

그렇게 자유주의는 스테판 아르카디치의 습관이 되었다. 그는 식후의 시가처럼 자기 신문을 좋아했다. 머릿속에 옅은 안개를 만들어 주기 때문이었다.

그는 사설을 읽었다. 지금 시대에 급진주의가 모든 보수적 요소를 집어삼킬 듯하다고 아우성치는 것은 전혀 근거가 없으며, 정부가 혁명의 히드라를 억누르기 위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잘못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오히려 “우리의 견해로는 위험은 허구의 혁명적 히드라가 아니라 진보를 가로막는 완고한 전통주의에 있다”는 식이었다.

그는 또 벤담과 밀을 언급하며 정부 부처를 교묘하게 비꼬는 재정 기사를 읽었다. 빠른 눈치를 타고난 그는 그 모든 빈정거림이 누구에게서 나와 누구를 향하며 무슨 일 때문에 겨누어진 것인지 이해했고, 그것은 언제나 그에게 얼마간의 즐거움을 주었다.

그러나 오늘은 마트료나 필리모노브나의 충고와 집안 사정이 엉망이라는 생각 때문에 그 즐거움도 씁쓸했다. 그는 베이스트 백작이 비스바덴을 지나갔다는 소식, 백발이 더 이상 생기지 않게 하는 방법, 가벼운 마차 판매 광고와 젊은 여성의 구직 광고까지 읽었지만, 평소처럼 잔잔하고 빈정거리는 즐거움을 느끼지는 못했다.

신문과 두 번째 커피, 버터를 바른 빵까지 다 먹고 난 그는 일어섰다. 조끼에 떨어진 빵 부스러기를 털고 넓은 가슴을 펴며 기분 좋게 웃었다. 마음에 특별히 기쁜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소화가 잘되어 자연스럽게 나온 미소였다.

하지만 그 기분 좋은 미소는 곧 모든 일을 떠올리게 했고, 그는 생각에 잠겼다.

문밖에서 아이 둘의 목소리가 들렸다. 스테판 아르카디치는 어린 아들 그리샤와 맏딸 타냐의 목소리임을 알아보았다. 둘은 무언가를 끌고 가다 떨어뜨렸다.

“지붕 위에는 승객을 태우면 안 된다고 내가 말했잖아. 자, 네가 주워!”

딸아이가 영어로 소리쳤다.

‘정말 모든 게 뒤죽박죽이군. 아이들마저 저렇게 저희끼리 뛰어다니잖아.’

스테판 아르카디치는 문으로 가서 아이들을 불렀다. 아이들은 기차 역할을 하던 상자를 내던지고 아버지에게 달려왔다.

아버지가 특히 사랑하는 딸은 거리낌 없이 뛰어들어 아버지 목을 끌어안고 매달렸다. 늘 그랬듯 구레나룻에서 풍겨 오는 익숙한 향수 냄새가 좋아 웃음을 터뜨렸다. 딸은 몸을 숙이느라 붉어진 데다 다정함으로 환하게 빛나는 아버지 얼굴에 입을 맞추고는 팔을 풀고 다시 달려나가려 했다. 그러나 아버지가 붙잡았다.

“엄마는 어떠니?”

아버지는 딸의 매끈하고 부드러운 목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물었다.

“안녕.”

그는 인사하는 아들에게도 웃어 보였다.

자신이 아들보다 딸을 더 사랑한다는 사실을 그는 알고 있었고, 늘 똑같이 대하려 애썼다. 하지만 아들은 그것을 느끼고 있었으며 아버지의 차가운 미소에 웃음으로 답하지 않았다.

“엄마요? 일어나셨어요.”

딸이 대답했다.

스테판 아르카디치는 한숨을 쉬었다.

‘그럼 또 밤새 한숨도 못 잤겠군.’

“그래, 기분은 좀 좋아 보이시니?”

딸은 부모가 다투었다는 것, 엄마가 기분 좋을 수 없다는 것, 아버지도 그것을 알고 있을 텐데 아무렇지도 않게 묻는 척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아버지 대신 얼굴이 붉어졌다. 그는 곧 그것을 알아차렸고 자신도 얼굴을 붉혔다.

“모르겠어요. 엄마가 공부하지 말라고 하시고, 미스 굴과 할머니 댁에 산책 가라고 하셨어요.”

“그래, 가 보렴, 우리 타뉴로치카. 아, 잠깐.”

그는 딸을 붙잡고 부드러운 손을 쓰다듬었다.

스테판 아르카디치는 벽난로 위에 전날 올려 둔 사탕 상자를 가져와, 딸이 좋아하는 초콜릿 사탕과 퐁당 사탕 하나씩을 골라 주었다.

“그리샤 것도요?”

딸이 초콜릿 사탕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 그래.”

그는 딸의 어깨를 한 번 더 쓰다듬고 머리칼이 난 언저리와 목에 입을 맞춘 뒤 놓아주었다.

“마차가 준비되었습니다.”

마트베이가 말했다.

“그리고 청원하러 온 부인이 한 분 계십니다.”

“오래 기다렸나?”

“반 시간쯤 됐습니다.”

“내가 몇 번이나 바로바로 알리라고 했나!”

“커피라도 드실 시간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마트베이는 화를 낼 수 없게 만드는, 친근하면서도 무뚝뚝한 말투로 대답했다.

“그럼 얼른 들여보내게.”

오블론스키는 짜증스럽게 얼굴을 찌푸렸다.

청원인은 참모대위의 아내 칼리니나였다. 그녀가 부탁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앞뒤도 맞지 않는 일이었다. 그러나 스테판 아르카디치는 평소처럼 그녀를 앉히고 말을 끊지 않은 채 주의 깊게 들어 주었다. 그런 다음 누구를 찾아가 어떤 식으로 부탁해야 하는지를 자세히 조언해 주었고, 도움을 줄 만한 사람에게 보내는 짤막한 편지까지 크고 길쭉하고 아름다우며 또렷한 글씨로 능숙하게 써 주었다.

참모대위의 아내를 돌려보낸 뒤 그는 모자를 들고 자신이 무언가 잊은 것이 없는지 생각해 보았다.

알고 보니 그가 잊은 것은 딱 하나였다. 바로 잊어버리고 싶었던 것―아내였다.

‘아, 그렇지.’

그는 고개를 숙였고 잘생긴 얼굴에 우울한 표정이 떠올랐다.

‘갈까, 말까?’

내면의 목소리는 가지 않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가 봐야 거짓밖에는 나올 것이 없었다. 아내를 다시 매력적이고 사랑을 불러일으키는 여자로 만들 수도 없고, 자신을 사랑할 능력이 없는 늙은이로 만들 수도 없으니 그들의 관계를 고치거나 수선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지금으로서는 위선과 거짓밖에 나올 것이 없었다. 그러나 위선과 거짓은 그의 천성에 맞지 않았다.

‘그래도 언젠가는 해야 할 일 아닌가. 이 상태로 계속 둘 수는 없잖아.’

그는 스스로 용기를 내려고 애쓰며 가슴을 폈다.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불을 붙여 두 모금 빨고는 자개 재떨이에 버렸다. 어두운 응접실을 빠른 걸음으로 가로질러 다른 문을 열었다. 아내의 침실로 들어가는 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