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 톨스토이 · 안나 카레니나 · 1877

제1부 제13장

결정적인 저녁을 앞두고 심장이 뛰는 키티
결정적인 저녁을 앞두고 심장이 뛰는 키티

점심을 먹고 저녁이 시작되기 전까지 키티는 젊은 병사가 전투를 앞두고 느낄 법한 감정을 느꼈다. 심장은 세차게 뛰었고 생각은 어느 한 곳에도 머물지 못했다.

두 남자가 처음으로 한자리에서 만나게 될 오늘 저녁이 자기 운명에 결정적인 날이 될 것이라고 느꼈다. 그녀는 끊임없이 두 사람을 마음속에 그렸다. 때로는 각각 따로, 때로는 둘이 함께 있는 모습을.

과거를 생각하면 키티는 기쁘고 다정한 마음으로 레빈과의 관계를 떠올렸다. 어린 시절의 기억과, 세상을 떠난 오빠와 레빈이 나누었던 우정은 그와의 관계에 특별한 시적인 매력을 더해 주었다.

레빈이 자기를 사랑하고 있다는 확신은 기쁘고 흐뭇한 일이었다. 그래서 레빈을 생각하는 것은 쉬웠다. 반대로 브론스키를 떠올릴 때에는 어딘가 어색한 것이 섞여 들었다. 브론스키 자신에게 거짓된 데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지극히 사교적이고 침착하면서도 아주 솔직하고 상냥한 사람이었다. 어색함은 오히려 키티 자신 안에 있는 듯했다. 레빈과 함께 있을 때에는 자기 자신이 아주 단순하고 분명해졌지만, 브론스키 앞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그러나 미래를 생각하면 사정이 정반대였다. 브론스키와 함께하는 미래는 눈부시게 행복한 전망으로 떠올랐지만, 레빈과 함께할 미래는 안개 속처럼 흐릿했다.

저녁을 위해 옷을 갈아입으러 위층으로 올라가 거울을 들여다본 키티는 기뻤다. 오늘은 자신의 좋은 날 가운데 하나였고, 가진 매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는 날이었다. 오늘 저녁을 위해서는 그것이 무엇보다 필요했다. 몸짓에는 평온함과 자연스러운 우아함이 있었다.

일곱 시 반, 키티가 막 응접실로 내려오자 시종이 알렸다.

“콘스탄틴 드미트리치 레빈 씨가 오셨습니다.”

공작부인은 아직 자기 방에 있었고 공작도 나오지 않았다.

‘역시 그랬어.’

키티는 생각했다. 피가 모두 심장으로 몰리는 것 같았다. 거울을 보니 얼굴이 너무 창백해 자신도 놀랐다.

이제 그녀는 레빈이 일부러 일찍 와 자기를 혼자 만나 청혼하려는 것임을 확실히 알았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처음으로 이 문제가 전혀 새로운 면에서 보였다.

이 문제는 누구와 함께라면 자기가 행복할 것인가, 누구를 사랑하는가 하는 자기 자신의 문제만이 아니었다. 지금 이 순간 자기는 사랑하는 한 사람에게 상처를 주어야 했다. 그것도 잔인하게.

무엇 때문에? 그가 좋은 사람이고, 자신을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래야 했고, 그렇게 되어야 했다.

‘맙소사, 정말 내가 직접 말해야 하는 걸까?’ 그녀는 생각했다. ‘무슨 말을 하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그건 거짓말이잖아. 그럼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고 말해? 아니, 그건 불가능해. 나가 버릴 거야, 도망칠 거야.’

키티가 문으로 다가가려는 순간 레빈의 발소리가 들렸다.

‘안 돼! 그건 비겁해. 내가 무엇을 두려워하지? 나는 나쁜 일을 한 게 없어. 될 일은 될 거야. 진실을 말하자. 그 사람하고라면 어색한 일이 생길 수 없어. 저기 온다.’

그녀는 자기 쪽을 향해 빛나는 눈을 고정한, 힘세면서도 수줍은 그의 온몸을 보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키티는 자비를 구하기라도 하듯 그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손을 내밀었다.

“제가 때를 잘못 맞춘 것 같군요. 너무 일찍 왔습니다.”

레빈은 텅 빈 응접실을 둘러보며 말했다. 자기가 예상한 대로 아무도 방해할 사람이 없어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자 얼굴이 어두워졌다.

“아니에요.” 키티는 말하며 탁자 곁에 앉았다.

“하지만 저는 바로 당신을 혼자 만나고 싶어서 온 겁니다.”

레빈은 앉지도 않았고, 용기를 잃을까 봐 그녀를 보지도 않은 채 말을 시작했다.

“엄마는 금방 나오실 거예요. 어제 아주 피곤하셨어요. 어제……”

키티는 자기 입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며 말을 이어 갔다. 애원하고 어루만지는 듯한 눈길을 레빈에게서 떼지 않았다.

레빈이 그녀를 바라보자 키티는 얼굴을 붉히고 입을 다물었다.

“제가 오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씀드렸죠…… 그것은 당신에게 달렸다고……”

키티는 점점 고개를 숙였다. 다가오는 말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당신에게 달렸다는 것은……” 레빈이 되풀이했다.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은…… 제가 이 때문에 왔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제 아내가 되어 주십시오!”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조차 모르는 채 말해 버렸다. 그러나 가장 두려운 말이 이미 나왔다는 것을 느끼자 그는 입을 다물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키티는 거칠게 숨을 쉬며 그를 바라보지 않았다. 황홀함이 밀려왔다. 영혼 전체가 행복으로 가득 찼다. 레빈이 직접 사랑을 말하는 것이 자기에게 이토록 강한 감동을 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것은 단 한순간이었다.

브론스키가 떠올랐다.

키티는 밝고 진실한 눈을 들어 레빈을 바라보았다. 절망에 빠진 그의 얼굴을 보자 서둘러 대답했다.

“그럴 수 없어요…… 용서해 주세요……”

불과 일 분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얼마나 가깝고, 그의 삶에서 얼마나 소중한 사람이었던가! 그런데 지금은 얼마나 낯설고 멀리 떨어진 사람이 되어 버렸는가.

“다른 결과는 있을 수 없었겠지요.”

그는 그녀를 보지 않고 말했다.

레빈은 고개 숙여 인사하고 떠나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