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 톨스토이 · 안나 카레니나 · 1877

제1부 제6장

청혼하러 왔다는 말을 삼키고 얼굴을 붉히는 레빈
청혼하러 왔다는 말을 삼키고 얼굴을 붉히는 레빈

오블론스키가 왜 모스크바에 왔느냐고 묻자 레빈은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 얼굴이 붉었다는 사실 때문에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났다. 사실 그는 오직 한 가지 일을 하려고 왔으면서도 “네 처제에게 청혼하러 왔어”라고는 말할 수 없었다.

레빈 집안과 셰르바츠키 집안은 모두 모스크바의 오래된 귀족 집안이었고 언제나 가까운 친분을 유지해 왔다. 그 관계는 레빈이 대학생이던 시절 더욱 깊어졌다. 그는 돌리와 키티의 오빠인 젊은 셰르바츠키 공작과 함께 대학 입학을 준비했고 함께 입학했다.

그 무렵 레빈은 셰르바츠키 집을 자주 드나들며 그 집 자체를 사랑하게 되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콘스탄틴 레빈은 바로 그 집과 그 가족, 특히 셰르바츠키 집안의 여자들이 사는 세계를 사랑했다.

레빈은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없었고 유일한 누이는 자기보다 나이가 많았다. 그래서 아버지와 어머니의 죽음으로 누리지 못했던 오래된 귀족적이고 교양 있으며 정직한 가정의 분위기를 셰르바츠키 집에서 처음 보았다.

그에게 그 가족 모두, 특히 여자들은 신비롭고 시적인 베일에 싸여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그들에게 어떤 결점도 보지 못했을 뿐 아니라, 그 시적인 베일 아래에는 가장 고상한 감정과 온갖 완벽함이 숨어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세 아가씨가 왜 하루씩 번갈아 프랑스어와 영어만 써야 하는지, 왜 정해진 시간마다 번갈아 피아노를 쳤으며 그 소리가 학생들이 공부하던 위층의 오빠 방까지 들려오는지, 왜 프랑스 문학과 음악, 그림, 춤 선생들이 찾아오는지, 왜 일정한 시간이 되면 세 아가씨가 마드무아젤 리농과 함께 새틴 모피 외투를 입고 마차를 타고 트베르스코이 대로에 오는지―돌리는 긴 외투, 나탈리는 중간 길이, 키티는 아주 짧은 외투를 입어 팽팽한 붉은 스타킹을 신은 늘씬한 다리가 훤히 보였는데―그리고 왜 금빛 휘장이 달린 모자를 쓴 하인을 데리고 트베르스코이 대로를 산책해야 하는지, 레빈은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의 신비로운 세계에서 벌어지는 이 모든 일과 수많은 다른 일을 그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곳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은 아름답다고 믿었으며 바로 그 신비로움을 사랑했다.

학생 시절 그는 맏이인 돌리를 거의 사랑할 뻔했다. 그러나 돌리는 곧 오블론스키와 결혼했다. 그 뒤 둘째에게 마음이 기울기 시작했다. 마치 셰르바츠키 자매 가운데 한 사람을 반드시 사랑해야 하지만 누구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느끼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탈리도 사교계에 데뷔하자마자 외교관 리보프와 결혼했다. 레빈이 대학을 마쳤을 때 키티는 아직 어린아이였다.

젊은 셰르바츠키는 해군에 들어갔다가 발트해에서 익사했다. 오블론스키와 친구였음에도 레빈과 셰르바츠키 집안의 왕래는 뜸해졌다.

그러다 올해 초겨울, 시골에서 1년을 보내고 모스크바에 올라온 레빈은 셰르바츠키 가족을 다시 보았고, 세 자매 가운데 누구를 사랑하도록 운명지어졌는지를 깨달았다.

좋은 집안 출신이고 가난하기보다는 부유한 편이며 서른두 살인 그가 셰르바츠키 공녀에게 청혼하는 것보다 쉬운 일은 없을 것처럼 보였다. 아마 누구나 곧 그를 좋은 신랑감으로 인정했을 것이다.

그러나 레빈은 사랑에 빠져 있었다. 그래서 키티는 모든 면에서 완벽한, 세속을 초월한 존재이고 자신은 너무도 세속적이고 보잘것없는 인간이어서, 다른 사람들도 키티 자신도 그를 그녀에게 어울리는 남자로 여길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했다.

두 달 동안 그는 몽롱한 사람처럼 모스크바에 머물렀다. 키티를 만나기 위해 거의 매일 사교계에 나가 그녀를 보았다. 그러다 갑자기 불가능한 일이라고 결론 내리고 시골로 돌아가 버렸다.

불가능하다는 그의 확신에는 이런 근거가 있었다. 키티의 가족 눈에 자신은 그 아름다운 아가씨에게 어울리지 않는, 별 볼 일 없는 신랑감일 것이고, 키티 자신도 자신을 사랑할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

가족의 눈에 그는 사회에서 정해진 직업이나 지위가 없었다. 서른두 살이 된 지금 그의 동료들은 어느새 대령이나 황제의 부관, 교수, 존경받는 지방귀족 대표, 은행이나 철도의 이사, 오블론스키 같은 관청 책임자가 되어 있었다. 반면 자신은―남들에게 어떻게 보일지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소를 키우고 도요새를 쏘고 건물을 짓는 지주에 불과했다. 사회의 관점에서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무능한 인간, 쓸모없는 사람들이나 하는 일을 하는 사람인 셈이었다.

신비롭고 아름다운 키티가 자기가 생각하는 것처럼 못생긴 남자, 무엇보다도 평범하고 특별할 것 없는 남자를 사랑할 리 없다고 그는 생각했다. 게다가 키티의 오빠와 친구였던 탓에 예전의 두 사람 관계는 어른과 아이의 관계였고, 그것 역시 사랑의 새로운 장애물처럼 느껴졌다.

자기처럼 못생겼지만 착한 사람은 친구로서 사랑받을 수는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러나 자신이 키티를 사랑하는 것과 같은 사랑을 받으려면 잘생긴 사람, 무엇보다 특별한 사람이 되어야 했다.

여자들이 못생기고 평범한 남자를 사랑하는 경우가 많다는 말을 들어 보기는 했다. 그러나 그는 믿지 않았다. 자신을 기준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자신은 아름답고 신비롭고 특별한 여자만을 사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골에서 두 달을 혼자 보내면서 그는 이것이 젊은 시절 몇 번 겪었던 단순한 연정 중 하나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감정은 단 한순간도 그를 편안하게 놓아주지 않았다. 키티가 자기 아내가 될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었다.

그리고 절망은 상상에서만 생겨난 것이었다. 거절당하리라는 확실한 증거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그는 이제 확고한 결심을 하고 모스크바에 왔다. 청혼하고, 받아들여지면 결혼할 것이다.

아니면……

거절당한다면 자기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그는 생각할 수조차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