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론스키는 차장을 따라 객차 안으로 들어갔다. 칸 입구에서 나오려는 부인에게 길을 비켜 주려고 멈췄다.
사교계 사람 특유의 익숙한 감각으로, 브론스키는 그 여자의 외모를 한 번 보고 곧 상류사교계 사람임을 알아차렸다.
그는 사과하고 객차 안으로 들어가려다가 다시 한번 그녀를 돌아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아주 아름다웠기 때문도 아니고, 몸 전체에 드러난 세련됨과 수수한 우아함 때문도 아니었다. 그의 곁을 지나갈 때 사랑스러운 얼굴에 유난히 다정하고 부드러운 무언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뒤를 돌아보았을 때 그녀도 고개를 돌렸다.
짙은 속눈썹 때문에 검게 보이기까지 하는 빛나는 회색 눈이 그를 알아본 듯 친근하고 주의 깊게 그의 얼굴에 머물렀다. 그리고 즉시 누군가를 찾는 듯 다가오는 군중 쪽으로 옮겨 갔다.
그 짧은 눈길 속에서 브론스키는 억눌러진 생동감을 알아차렸다. 그것은 그녀의 얼굴에서 뛰놀며 빛나는 눈과, 붉은 입술을 살짝 휘게 하는 거의 보이지 않는 미소 사이를 날아다니는 듯했다. 무엇인가가 그녀의 존재 전체에 너무 넘쳐흘러서,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눈빛의 반짝임과 미소로 드러나는 것 같았다.
그녀는 일부러 눈 속의 빛을 눌렀지만, 그 빛은 그녀의 의지와 상관없이 희미한 미소 속에서 다시 빛났다.
브론스키는 객차 안으로 들어갔다.
검은 눈과 양옆으로 말아 내린 머리를 한 마른 노부인인 그의 어머니는 눈을 가늘게 뜨고 아들을 바라보며 얇은 입술로 살짝 미소 지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하녀에게 작은 가방을 건네고, 작고 마른 손을 아들에게 내밀었다. 브론스키가 그 손에 입을 맞추자 어머니는 그의 머리를 들어 얼굴에 입을 맞췄다.
“전보 받았니? 건강하니? 하느님 감사합니다.”
“편안히 오셨습니까?”
아들은 어머니 옆에 앉으면서 문 너머에서 들리는 여자 목소리에 자기도 모르게 귀를 기울였다. 입구에서 마주친 부인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저는 당신 의견에 동의하지 않아요.”
그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페테르부르크식 견해이십니다, 부인.”
“페테르부르크식이 아니라 그저 여자다운 생각이에요.”
“그럼 손에 입 맞출 영광을 허락해 주십시오.”
“안녕히 가세요, 이반 페트로비치. 제 오빠가 왔는지 좀 봐 주시고, 여기로 보내 주세요.”
여자는 문 바로 곁에서 그렇게 말하고 다시 칸 안으로 들어왔다.
“오빠는 찾으셨나요?” 브론스카야 백작부인이 그 여인에게 물었다.
브론스키는 그제야 그 여자가 카레니나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오빠분은 여기 있습니다.” 그는 일어서며 말했다. “실례합니다. 제가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우리 인사는 너무 짧았으니 아마 저를 기억하지 못하시겠지요.”
“아니에요.” 그녀가 말했다. “저라면 알아봤을 거예요. 어머님과 제가 오는 내내 거의 당신 이야기만 했거든요.”
그녀는 마침내 밖으로 나오고 싶어 하던 생동감이 미소로 드러나게 내버려 두었다.
“그런데 내 오빠가 아직 안 보이네요.”
“알료샤, 가서 오빠분을 불러 오렴.” 늙은 백작부인이 말했다.
브론스키는 승강장으로 나가 외쳤다.
“오블론스키! 여기입니다!”
그러나 카레니나는 오빠를 기다리지 않았다. 그를 보자 단호하면서도 가벼운 걸음으로 객차에서 내렸다. 오빠가 다가오자 브론스키에게 그 결단력과 우아함으로 깊은 인상을 준 동작으로 왼팔을 오빠 목에 감고 재빨리 자기 쪽으로 끌어당겨 힘껏 입을 맞췄다.
브론스키는 눈을 떼지 못하고 그녀를 바라보며, 자기도 왜 그런지 모른 채 웃었다. 그러다 어머니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떠올라 다시 객차로 들어갔다.
“정말 사랑스럽지 않니?” 백작부인이 카레니나를 두고 말했다. “남편이 나와 같은 칸에 앉혀 주었는데 정말 잘됐어. 오는 내내 이야기를 나눴단다. 그런데 너는 듣자니…… vous filez le parfait amour. Tant mieux, mon cher, tant mieux.”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maman.” 아들은 차갑게 대답했다. “자, 이제 가시죠.”
카레니나가 다시 백작부인에게 작별 인사를 하러 들어왔다.
“자, 백작부인께서는 아드님을 만나셨고 저는 오빠를 만났네요.” 그녀가 유쾌하게 말했다. “제 이야기거리도 이제 다 떨어졌어요. 더는 들려드릴 것이 없었을 거예요.”
“아니에요, 아니야, 사랑스러운 분.” 백작부인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 “나는 당신과 세계를 한 바퀴 돌아도 지루하지 않을 거예요. 당신은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고, 함께 말없이 있어도 좋은 사랑스러운 여자 가운데 한 사람이야. 그리고 아드님 걱정은 그만하세요. 언제나 한순간도 떨어져 있지 않을 수는 없잖아요.”
카레니나는 꼿꼿하게 선 채 움직이지 않았지만 눈은 미소 짓고 있었다.
“안나 아르카디예브나에게는 여덟 살쯤 된 아들이 있어.” 백작부인이 아들에게 설명했다. “한 번도 아이와 떨어져 본 적이 없어서 이번에 두고 온 걸 계속 괴로워하시는구나.”
“그래요. 오는 내내 백작부인과 각자 아들 이야기만 했답니다. 저는 제 아들 이야기를 하고, 백작부인은 아드님 이야기를 하고요.”
안나가 말했다. 다시 얼굴이 미소로 환해졌다. 이번의 미소는 다정했고 브론스키를 향하고 있었다.
“아마 몹시 지루하셨겠군요.” 브론스키가 말했다. 그는 그녀가 던진 듯 보인 가벼운 유혹의 공을 즉시 받아쳤다.
그러나 안나는 분명 그 어조로 대화를 계속할 생각이 없었고 늙은 백작부인에게 돌아섰다.
“정말 감사해요. 어제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였어요. 안녕히 가세요, 백작부인.”
“잘 가요, 내 사랑.” 백작부인이 말했다. “그 예쁜 얼굴에 입 한번 맞추게 해 줘요. 나는 늙은 여자니까 빙 돌려 말하지 않고 솔직하게 말할게요. 당신을 좋아하게 되었어요.”
아무리 상투적인 말이라 해도 카레니나는 진심으로 믿고 기뻐하는 듯했다. 얼굴을 붉히며 조금 몸을 숙여 백작부인의 입술에 뺨을 내주었다. 다시 몸을 일으키고, 입과 눈 사이를 오가는 똑같은 미소를 띤 채 브론스키에게 손을 내밀었다.
브론스키는 내민 작은 손을 잡았다. 안나가 단단하고 거리낌 없이 그의 손을 흔들자, 그는 그것조차 특별한 일처럼 기뻤다.
그녀는 제법 풍만한 몸을 놀라울 만큼 가볍게 옮기는 빠른 걸음으로 나갔다.
“정말 사랑스러운 여자구나.” 늙은 백작부인이 말했다.
아들도 똑같이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우아한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눈으로 따라갔고 얼굴에는 미소가 남아 있었다. 창문 너머로 안나가 오빠에게 가서 팔짱을 끼고, 분명 자기 브론스키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무엇인가를 생기 있게 이야기하기 시작하는 것이 보였다. 그는 그 사실이 왠지 못마땅했다.
“그런데 maman, 정말 건강하신 거죠?”
그가 다시 어머니에게 물었다.
“모든 게 좋아, 아주 좋단다. 알렉상드르도 아주 다정했고, 마리도 정말 좋아졌더구나. 아주 재미있는 아이야.”
백작부인은 다시 자기에게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번에 페테르부르크에 간 이유였던 손주의 세례식과, 황제가 큰아들에게 특별한 호의를 보였다는 이야기였다.
“저기 라브렌티가 보이는군요.” 브론스키가 창밖을 보며 말했다. “이제 가시죠.”
백작부인과 함께 여행한 늙은 집사가 들어와 준비가 다 되었다고 알렸고, 백작부인은 일어섰다.
“이제 사람이 적으니 나갑시다.” 브론스키가 말했다.
하녀는 작은 가방과 개를 들고, 집사와 짐꾼은 다른 가방들을 들었다. 브론스키는 어머니의 팔을 잡았다.
그들이 막 객차에서 나오려 할 때 갑자기 겁에 질린 얼굴의 사람들이 몇 명씩 옆을 뛰어 지나갔다. 보기 드문 색의 모자를 쓴 역장까지 달려갔다. 분명 무슨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났다. 기차에서 나왔던 사람들이 도로 뛰어가고 있었다.
“뭐라고?…… 어떻게?…… 뛰어들었다고?…… 치였다고?……”
지나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런 말들이 들렸다.
스테판 아르카디치도 누이와 팔짱을 낀 채 겁에 질린 얼굴로 돌아왔다. 두 사람은 사람들을 피해서 객차 입구에 멈춰 섰다.
여자들은 객차 안으로 들어갔고, 브론스키와 스테판 아르카디치는 사고가 어떻게 된 것인지 알아보려고 사람들을 따라갔다.
선로지기가 술에 취했는지, 심한 추위 때문에 몸을 너무 싸매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뒤로 움직이는 열차 소리를 듣지 못했고 기차에 치였다.
브론스키와 오블론스키가 돌아오기 전 여자들은 집사에게서 이미 사고 내용을 들었다.
오블론스키와 브론스키는 훼손된 시신까지 보았다. 오블론스키는 분명 큰 충격을 받았다. 얼굴을 찡그렸고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았다.
“아, 끔찍해! 안나, 네가 봤다면! 아, 정말 끔찍해!”
그는 몇 번이고 되풀이했다.
브론스키는 침묵했다. 잘생긴 얼굴은 진지했지만 완전히 침착했다.
“아, 백작부인, 보셨더라면……” 스테판 아르카디치가 말했다. “그 아내도 여기 있었어요…… 정말 끔찍하게도 시신 위로 몸을 던졌습니다. 그 사람이 대가족의 유일한 생계 책임자였다고 하더군요. 얼마나 끔찍합니까!”
“그 여자를 위해 무언가 할 수 없을까요?” 카레니나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브론스키는 그녀를 바라본 뒤 즉시 객차 밖으로 나갔다.
“금방 돌아오겠습니다, maman.”
그는 문에서 돌아보며 덧붙였다.
몇 분 뒤 브론스키가 돌아왔을 때 스테판 아르카디치는 이미 백작부인과 새로 등장한 가수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백작부인은 아들을 기다리며 조급하게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갑시다.” 브론스키가 들어오며 말했다.
그들은 함께 밖으로 나왔다. 브론스키는 어머니와 앞서 걷고, 뒤로 카레니나와 오빠가 걸었다.
출구에서 역장이 브론스키를 따라잡아 다가왔다.
“제 조수에게 200루블을 맡기셨습니다. 누구에게 주는 돈인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미망인에게요.” 브론스키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걸 왜 물어보는지 모르겠군요.”
“자네가 준 거였나?” 오블론스키가 뒤에서 외치더니 누이의 팔을 꼭 누르며 말했다. “정말 훌륭해, 정말 훌륭한 일이야! 멋진 친구 아니니? 안녕히 가십시오, 백작부인.”
그와 누이는 안나의 하녀를 찾느라 잠시 멈췄다.
밖으로 나왔을 때 브론스키네 마차는 이미 떠난 뒤였다. 나오는 사람들은 아직도 사고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정말 끔찍한 죽음이군!” 지나가던 한 신사가 말했다. “두 동강이 났다더군.”
“오히려 가장 편한 죽음 아닌가. 한순간에 끝났으니.” 다른 사람이 말했다.
“대체 왜 이런 일을 막을 조치를 안 취하는 거지?” 세 번째 사람이 말했다.
카레니나는 마차에 탔다. 스테판 아르카디치는 누이의 입술이 떨리고 눈물을 억지로 참는 것을 보고 놀랐다.
“왜 그래, 안나?”
마차가 수백 사젠쯤 달린 뒤 그가 물었다.
“나쁜 징조야.” 그녀가 말했다.
“무슨 쓸데없는 소리야!” 스테판 아르카디치가 말했다. “네가 왔다는 게 중요하지. 내가 너한테 얼마나 큰 기대를 걸고 있는지 넌 모를 거야.”
“브론스키를 오래전부터 알았니?” 안나가 물었다.
“그래. 알다시피 우리는 그가 키티와 결혼하기를 기대하고 있어.”
“그래?” 안나는 조용히 말했다.
“자, 이제 네 이야기를 하자.”
그녀는 무언가 쓸데없고 방해되는 것을 몸으로 떨쳐 버리기라도 하듯 고개를 한번 흔들며 덧붙였다.
“네 일 말이야. 편지를 받고 그래서 내가 온 거잖아.”
“그래, 내 모든 희망이 너한테 달렸어.” 스테판 아르카디치가 말했다.
“자, 처음부터 전부 이야기해 봐.”
스테판 아르카디치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집에 도착하자 오블론스키는 누이를 내려 주고, 한숨을 쉬고, 손을 힘껏 잡은 뒤 관청으로 떠났다.
이 장의 주
주
- vous filez le parfait amour. Tant mieux, mon cher, tant mieux: 프랑스어로 대략 “아주 이상적인 사랑을 하고 있다면서. 잘됐구나, 얘야, 잘됐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