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 톨스토이 · 안나 카레니나 · 1877

제1부 제16장

가정을 모르고 자란 젊은 장교의 초상
가정을 모르고 자란 젊은 장교의 초상

브론스키는 가정생활이라는 것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자랐다. 그의 어머니는 젊은 시절 눈부신 사교계 여성이었고, 결혼생활 중에도, 특히 남편이 죽은 뒤에는 온 사교계가 알고 있을 만큼 많은 연애를 했다. 브론스키는 아버지를 거의 기억하지 못했고 파제스키 군단(황실 근위사관학교)에서 교육받았다.

아주 젊은 나이에 눈부신 장교가 되어 학교를 나온 그는 곧 부유한 페테르부르크 군인들의 생활 궤도에 들어갔다. 가끔 페테르부르크 상류사교계에도 드나들었지만 그의 연애 관계는 모두 사교계 밖에 있었다.

모스크바에 와서 그는 처음으로, 화려하면서도 거친 페테르부르크 생활 뒤에, 자기를 사랑하게 된 사교계의 사랑스럽고 순진한 아가씨와 가까워지는 매력을 맛보았다.

그는 키티와의 관계가 잘못될 수 있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다.

무도회에서는 주로 키티와 춤추었고, 셰르바츠키 집을 방문했다. 그녀와 사교계에서 흔히 하는 온갖 쓸데없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그 쓸데없는 말들에 키티에게만 특별한 의미가 있을 법한 뉘앙스를 실었다.

모든 사람 앞에서도 할 수 없는 말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키티가 점점 자신에게 의존하게 된다는 것은 느꼈다. 그것을 더 강하게 느낄수록 그는 더 기뻤고 키티에 대한 마음도 점점 다정해졌다.

브론스키는 자신이 키티에게 하고 있는 행동에 분명한 이름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결혼할 생각도 없으면서 처녀에게 구애하는 것, 그리고 그런 행동이 자기처럼 화려한 젊은이들 사이에서 흔히 저질러지는 잘못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오히려 자신이 이런 즐거움을 처음 발견했다고 생각했고, 그 발견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날 저녁 키티의 부모가 나눈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면, 가정의 입장에서 이 일을 볼 수 있었다면, 자기가 키티와 결혼하지 않으면 그녀가 불행해질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그는 몹시 놀랐을 것이고 믿지 않았을 것이다.

자기에게도, 무엇보다 키티에게도 이렇게 크고 선량한 즐거움을 주는 일이 나쁜 것일 수 있다고는 믿을 수 없었다. 자기가 결혼해야 한다는 말은 더더욱 믿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에게 결혼은 한 번도 가능한 일로 떠오른 적이 없었다. 그는 가정생활을 좋아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자신이 속한 독신자 세계의 공통된 관념에 따라 가족, 특히 ‘남편’이라는 존재에서 자기와는 낯설고 적대적이며 무엇보다 우스운 어떤 것을 보았다.

브론스키는 키티의 부모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날 저녁 셰르바츠키 집에서 나오면서 자기와 키티 사이의 보이지 않는 정신적 유대가 오늘 저녁 매우 강해져 이제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생각해 낼 수 없었다.

‘바로 그게 이 관계의 매력이야.’ 그는 셰르바츠키 집에서 돌아오며 생각했다. 그 집에 다녀올 때마다 느끼던 순수함과 신선함이 오늘도 마음에 남아 있었다. 저녁 내내 담배를 피우지 않은 것도 그 느낌에 한몫했다. 동시에 키티가 자기에게 보내는 사랑 앞에서 새로운 감동도 느꼈다.

‘나도 아무 말 하지 않았고, 그 애도 아무 말 하지 않았는데 우리는 눈빛과 말투의 보이지 않는 대화로 서로를 너무 잘 이해했어. 오늘은 어느 때보다도 분명하게 그 애가 나를 사랑한다고 말했어. 얼마나 사랑스럽고 단순하고, 무엇보다 믿음에 가득 차 있던가! 나 자신도 더 좋은 사람, 더 깨끗한 사람이 된 것처럼 느껴져. 나에게도 마음이라는 게 있고 좋은 것이 아주 많이 남아 있다는 느낌이야. 그 사랑에 빠진 사랑스러운 눈! 그 애가 “그리고 아주……”라고 말했을 때……’

‘그럼 이제 어떡하지? 뭐, 아무것도 아니지. 나도 행복하고 그 애도 행복하니까.’

그는 오늘 저녁을 어디에서 마무리할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갈 만한 곳들을 마음속으로 떠올렸다.

‘클럽? 베지크 카드 한 판, 이그나토프와 샴페인? 아니, 안 가. 샤토 데 플뢰르? 거기 가면 오블론스키도 있고, 노래와 캉캉도 있겠지? 아니, 지겨워. 바로 그래서 내가 셰르바츠키 집을 좋아하는 거야. 거기 다녀오면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니까. 집으로 가자.’

그는 곧장 뒤소 호텔의 자기 방으로 돌아가 저녁을 가져오게 했다. 그리고 옷을 벗은 뒤 베개에 머리를 대기 무섭게 언제나처럼 깊고 평온한 잠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