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론스키의 상처는 심장을 비켜갔지만 위험했다.
며칠 동안 그는 삶과 죽음 사이에 있었다.
처음으로 말을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방에는 형수 바랴만 있었다.
“바랴.”
브론스키는 그녀를 엄격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실수로 총을 쏜 거야. 제발 절대로 다른 이야기는 하지 말아줘.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말해. 일부러 그랬다고 하면 너무 우스운 일이잖아.”
바랴는 대답하지 않았다.
몸을 숙여 기쁜 미소로 얼굴을 살폈다.
브론스키의 눈은 맑고 열도 없어 보였지만 표정은 엄격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바랴가 말했다.
“아픈 데는 없어?”
“여기가 조금.”
그는 가슴을 가리켰다.
“그럼 붕대를 갈아줄게.”
브론스키는 넓은 광대뼈를 굳게 다문 채 말없이 바랴가 상처를 싸매는 것을 바라보았다.
끝나자 다시 말했다.
“나는 헛소리하는 게 아니야. 정말 부탁할게. 내가 일부러 나한테 총을 쐈다는 이야기가 돌지 않게 해줘.”
“그런 말은 아무도 안 해. 다만 이제부터는 우연히 총을 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네.”
바랴는 질문하는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마 없겠지. 하지만…… 차라리 맞았으면 나았을지도.”
그는 어둡게 웃었다.
이 말과 웃음은 바랴를 겁나게 했다.
그러나 염증이 가라앉고 회복하기 시작하자 브론스키는 자기 고통의 한 부분에서 완전히 해방되었다고 느꼈다.
그 행동을 통해 자기가 전에 겪은 수치와 굴욕을 씻어낸 듯했다.
이제는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를 침착하게 생각할 수 있었다.
그의 모든 관대함을 인정하면서도 더는 자기 자신이 그 앞에서 모욕당했다고 느끼지 않았다.
동시에 예전 삶의 궤도로 돌아왔다.
사람들의 눈을 다시 부끄러움 없이 바라볼 수 있었고, 자기 습관과 규칙에 따라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계속 싸우고 또 싸워도 마음에서 뜯어낼 수 없는 것이 하나 있었다.
안나를 영원히 잃었다는 절망적인 아픔이었다.
이제는 남편 앞에서 자기 죄를 치렀으며, 남편에게 돌아가 뉘우친 안나와 다시는 그 사이에 끼어들지 않아야 한다는 결심은 단단했다.
그러나 안나의 사랑을 잃었다는 아픔은 지울 수 없었다.
함께 있을 때는 충분히 소중하게 여기지 못했지만 지금은 모든 매력을 다해 따라다니는 행복의 순간들을 기억에서 지울 수 없었다.
세르푸홉스코이는 브론스키에게 타슈켄트로 가는 자리를 마련해주었고, 브론스키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출발이 가까워질수록 자기가 의무라고 믿는 것에 바치는 희생이 점점 견디기 어려워졌다.
상처는 아물었고 이미 외출도 하며 타슈켄트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한 번만 보자. 한 번 보고 그다음에는 묻혀버려도 좋고 죽어도 좋아.’
브론스키는 생각했다.
작별방문을 다니던 중 벳시에게 그 생각을 털어놓았다.
벳시는 그 부탁을 안나에게 전달하러 갔고 거절의 답을 가져왔다.
‘잘됐어.’
브론스키는 답을 받고 생각했다.
‘약함이었어. 그것 때문에 남은 힘까지 잃었을 거야.’
그런데 바로 다음 날 아침 벳시 자신이 그를 찾아와, 오블론스키를 통해 좋은 소식이 왔다고 말했다.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가 이혼을 허락했고, 따라서 브론스키가 안나를 만나도 된다는 것이었다.
브론스키는 벳시를 배웅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자기가 한 결심들을 전부 잊었다.
언제 만날 수 있는지, 남편은 어디 있는지 묻지도 않았다.
그는 곧바로 카레닌 집으로 달려갔다.
계단을 뛰어올라가며 사람도 아무것도 보지 않았다.
달리지 않으려고 간신히 걸음을 억제하면서 빠르게 안나의 방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 누가 있는지 없는지 생각도 알아차리지도 않은 채 그녀를 끌어안고 얼굴과 손과 목에 입을 맞췄다.
안나는 이 만남을 준비했었다.
그에게 무슨 말을 할지도 생각해두었다.
하지만 그 가운데 하나도 말할 수 없었다.
그의 열정이 그녀를 그대로 덮쳐버렸다.
브론스키를 진정시키고 자기 자신도 진정시키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그의 감정이 그대로 안나에게 옮아왔다.
입술이 너무 떨려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래, 당신은 나를 완전히 차지했어. 나는 당신 거야.”
마침내 그녀는 그의 손을 자기 가슴에 누르며 말했다.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어!”
브론스키가 말했다.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은 언제나 이렇게 되어야 해. 이제는 알아.”
“그래, 맞아.”
안나는 점점 더 창백해지며 그의 머리를 품에 안았다.
“하지만 그 모든 일이 있은 뒤 이렇게 된다는 것은 그래도 무언가 끔찍해.”
“다 지나갈 거야. 전부 지나갈 거야. 우리는 너무 행복해질 거야! 우리 사랑이 더 강해질 수 있었다면, 바로 이 끔찍함 때문에 더 강해진 거야.”
브론스키는 고개를 들고 튼튼한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안나는 그의 말 때문이 아니라 사랑으로 가득 찬 눈 때문에 자기도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손을 잡아 자기의 차갑게 식은 뺨과 짧게 잘린 머리카락 위로 움직였다.
“이 짧은 머리로는 당신이 낯설어. 훨씬 더 아름다워졌어. 소년 같아. 그런데 너무 창백해.”
“그래, 아직 아주 약해.”
안나는 웃으며 말했다.
입술은 다시 떨렸다.
“이탈리아로 가자. 거기 가면 건강도 좋아질 거야.”
브론스키가 말했다.
“정말 가능할까? 우리가 남편과 아내처럼, 우리 둘만의 가족으로 살 수 있을까?”
안나는 그의 눈 가까이 들여다보며 말했다.
“그렇게 살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해.”
“스티바는 그 사람이 모든 것에 동의했다고 해. 하지만 나는 그 사람의 관대함을 받을 수 없어.”
안나는 브론스키의 얼굴 너머를 생각에 잠겨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이혼을 원하지 않아. 이제는 아무래도 좋아. 다만 세료자에 관해 그 사람이 무엇을 결정할지는 모르겠어.”
브론스키는 이 재회의 순간에 안나가 어떻게 아들과 이혼을 생각하고 기억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모든 것이 지금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 이야기는 하지 말자. 생각하지도 말고.”
그는 안나의 손을 자기 손 안에서 돌리며 그녀의 주의를 자기에게로 끌려고 했다.
그러나 안나는 여전히 그를 보지 않았다.
“아, 내가 왜 죽지 않았을까. 죽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안나가 말했다.
울음을 터뜨리지는 않았지만 눈물이 양쪽 뺨으로 흘러내렸다.
브론스키를 괴롭히지 않으려는 듯 억지로 미소를 지으려 했다.
예전의 브론스키에게라면 타슈켄트의 화려하고 위험한 임명을 거절하는 것은 치욕스럽고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는 단 한순간도 망설이지 않고 거절했다.
윗사람들이 자기 행동을 좋지 않게 본다는 것을 알아차리자 곧바로 군에서도 사직했다.
한 달 뒤,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는 아들과 함께 자기 집에 홀로 남았다.
안나와 브론스키는 이혼을 받지 않은 채, 그리고 이제는 이혼을 받는 것 자체를 단호하게 거절한 채 외국으로 떠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