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 톨스토이 · 안나 카레니나 · 1877

제4부 제11장

대화에 끼지 못한 채 서로를 의식하는 두 사람
대화에 끼지 못한 채 서로를 의식하는 두 사람

전체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은 키티와 레빈뿐이었다.

처음 한 민족이 다른 민족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 레빈의 머릿속에는 이 문제에 관해 자기가 하고 싶은 말들이 자기도 모르게 떠오르기는 했다.

그러나 전에는 그토록 중요하게 느껴졌던 생각들이 이제는 꿈속에서 얼핏 스쳐가는 것처럼 머리를 지나갈 뿐 조금도 관심을 끌지 못했다.

오히려 그는 사람들이 아무에게도 필요하지 않은 문제를 두고 왜 저렇게 애써 이야기하는지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키티 역시 여성의 권리와 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어야 할 것 같았다.

외국에서 사귄 바렌카와 그녀의 무거운 종속적 생활을 생각하며 이 문제를 얼마나 자주 떠올렸던가.

자기가 결혼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지도 수없이 생각했고, 그 문제를 두고 언니와 몇 번이나 논쟁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모든 것이 조금도 흥미롭지 않았다.

키티와 레빈 사이에는 그들만의 대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아니, 대화라기보다 어떤 비밀스러운 교류였다.

매 순간 둘을 더 가까이 묶으며, 이제 두 사람이 들어가려는 알 수 없는 세계 앞에서 기쁨과 두려움을 동시에 키워가는 교류였다.

처음에는 키티가 어떻게 지난해 큰길에서 자기 마차를 볼 수 있었느냐고 물었고, 레빈은 풀베기에서 돌아와 큰길을 걷다가 그녀를 마주친 일을 이야기했다.

“아주 이른 아침이었어요. 아마 막 잠에서 깨셨을 겁니다. 어머님은 자기 모퉁이에서 주무시고 계셨고요. 정말 아름다운 아침이었어요. 나는 걷다가 생각했죠. ‘저 네 마리 말이 끄는 마차는 누구지?’ 방울이 달린 훌륭한 네 필이었어요. 그런데 한순간 창문으로 당신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바로 이렇게 앉아 두 손으로 모자 끈을 잡고 무언가를 아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었죠.”

레빈은 웃었다.

“그때 무슨 생각을 하고 계셨는지 정말 알고 싶었습니다. 중요한 일이었습니까?”

‘머리가 헝클어져 있지는 않았을까?’

키티는 순간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 세부를 떠올리는 레빈의 얼굴에 떠오른 황홀한 미소를 보고는 오히려 자기가 아주 아름다운 인상을 남겼다는 것을 느꼈다.

얼굴을 붉히고 기쁘게 웃었다.

“정말 기억 안 나요.”

“투로브친은 웃는 모습이 정말 좋군요!”

레빈은 눈에 물기까지 맺히고 몸 전체를 흔들며 웃는 투로브친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오래전부터 아세요?”

키티가 물었다.

“누가 그 사람을 모르겠습니까.”

“그런데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시죠?”

“나쁘다기보다는 하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죠.”

“그건 틀렸어요! 그리고 이제부터는 절대로 그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키티가 말했다.

“나도 예전에는 아주 낮게 봤는데, 정말 사랑스럽고 놀랄 만큼 선한 사람이에요. 마음이 금 같아요.”

“그 사람 마음을 어떻게 아셨습니까?”

“우리는 아주 친해요. 내가 그 사람을 잘 알아요. 지난겨울에, 그…… 당신이 우리 집에 오셨던 뒤 얼마 안 돼서…….”

키티는 죄책감과 동시에 신뢰가 섞인 미소를 지었다.

“돌리네 아이들이 모두 성홍열에 걸렸잖아요. 그런데 투로브친이 우연히 들렀다가 너무 가여워서 그대로 남아 아이들 간호를 도와준 거예요. 상상이 돼요?”

그녀는 목소리를 낮췄다.

“세 주 동안 집에서 살면서 유모처럼 아이들을 돌봤어요.”

키티는 몸을 언니 쪽으로 기울였다.

“투로브친이 성홍열 때 어떻게 했는지 콘스탄틴 드미트리치에게 이야기하고 있었어.”

“정말 놀라웠죠. 얼마나 고마웠는지!”

돌리는 투로브친 쪽을 바라보았다.

자기 이야기를 한다는 것을 느낀 투로브친은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레빈은 다시 그를 바라보며 자기가 왜 예전에는 이 사람의 사랑스러움을 전혀 보지 못했는지 놀랐다.

“내가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어요. 다시는 사람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겠습니다!”

레빈은 즐겁게 말했다.

지금 자기 마음에 있는 것을 진심으로 말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