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 톨스토이 · 안나 카레니나 · 1877

제4부 제15장

잠든 집 앞을 서성이다 돌아온 새벽
잠든 집 앞을 서성이다 돌아온 새벽

거리에는 아직 사람이 거의 없었다.

레빈은 셰르바츠키 집으로 걸어갔다.

대문은 닫혀 있었고 집 전체가 잠들어 있었다.

그는 돌아와 호텔로 다시 들어가 커피를 달라고 했다.

낮 근무 하인이 들어왔다.

예고르는 아니었다.

레빈은 그 사람에게도 말을 걸어보려 했지만 곧 종이 울려 하인이 나갔다.

커피를 마시려고 했고 칼라치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

그러나 입이 그것을 가지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완전히 잊은 것 같았다.

레빈은 칼라치를 뱉어버리고 외투를 입고 다시 걸으러 나갔다.

두 번째로 셰르바츠키 집 현관에 도착했을 때는 열 시였다.

집에서는 이제 막 사람들이 일어났고 요리사가 장을 보러 나가는 중이었다.

아직 적어도 두 시간은 더 살아내야 했다.

그 밤과 아침 내내 레빈은 완전히 무의식적인 상태로 살았고 물질적인 삶의 조건에서 해방된 사람처럼 느꼈다.

온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았고 이틀 밤을 자지 않았으며 추위 속에서 옷을 제대로 입지 않은 채 몇 시간이나 보냈다.

그런데도 생애 어느 때보다 싱싱하고 건강했다.

자기 몸에서 완전히 독립한 듯했다.

근육을 움직인다는 노력 없이도 움직였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느꼈다.

필요하기만 하다면 하늘로 날아오르거나 집 모퉁이를 밀어 움직일 수도 있다고 확신했다.

남은 시간 동안 그는 계속 거리를 걸었다.

끊임없이 시계를 보고 주위를 바라보았다.

그날 그가 본 것들은 이후 다시는 같은 모습으로 보이지 않았다.

특히 학교에 가는 아이들.

지붕에서 인도로 내려앉은 푸른 비둘기들.

보이지 않는 손이 빵집 창문에 내놓은 밀가루 묻은 작은 빵들이 그를 감동시켰다.

그 빵과 비둘기와 소년 둘은 지상의 존재가 아닌 것 같았다.

모든 일이 한순간에 일어났다.

소년 하나가 비둘기에게 달려가다가 웃으며 레빈을 바라보았다.

비둘기는 날갯짓 소리를 내며 날아올랐고, 햇빛 속 허공에서 흔들리는 눈가루 사이로 반짝였다.

창문 하나가 열리며 갓 구운 빵 냄새가 흘러나왔고, 창가에는 밀가루 묻은 빵들이 나타났다.

이 모든 것이 한데 합쳐 너무도 믿을 수 없게 아름다워 레빈은 기쁨 때문에 웃다가 울었다.

가제트니 골목과 키슬로프카를 크게 한 바퀴 돌고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시계를 자기 앞에 놓고 열두 시가 되기를 기다렸다.

옆방에서는 누군가 기계와 사기에 관한 말을 하고 아침기침을 해댔다.

그 사람들은 시계바늘이 벌써 열두 시를 향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바늘이 도착했다.

레빈은 현관으로 내려갔다.

삯마차꾼들은 분명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행복한 얼굴로 레빈 주위에 몰려들어 서로 다투며 자기 마차를 타라고 권했다.

다른 마부들이 섭섭하지 않도록 또 타주겠다고 약속한 뒤 한 명을 골라 셰르바츠키 집으로 가라고 했다.

그 마부는 흰 셔츠 깃이 외투 위로 나와 튼튼하고 붉고 살 오른 목을 감싸고 있는 정말 사랑스러운 사람이었다.

썰매는 높고 산뜻했다.

레빈은 그 뒤 이런 썰매를 다시는 타보지 못했다.

말도 훌륭해서 열심히 뛰었지만 이상하게도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마부는 셰르바츠키 집을 알고 있었다.

특별히 승객에게 경의를 표하는 듯 팔을 둥글게 뻗어 고삐를 당기고 “프르르” 소리를 내며 현관 앞에 정확히 멈췄다.

셰르바츠키 집 문지기도 분명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눈의 미소와 말투를 보면 알 수 있었다.

“정말 오래간만입니다, 콘스탄틴 드미트리치!”

단지 알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노인은 기뻐 날뛰고 싶으면서도 즐거움을 감추려고 애쓰는 것이 분명했다.

그 다정한 늙은 눈을 바라보는 순간 레빈은 자기 행복 안에서 또 하나의 새로운 것을 이해했다.

“일어나셨습니까?”

“들어오시죠! 그건 여기 두세요.”

레빈이 모자를 가지러 돌아가려 하자 문지기는 웃으며 말했다.

그 말도 무언가를 뜻했다.

“누구에게 알릴까요?”

젊고 새로 들어온 멋쟁이 하인이 물었다.

그 사람도 아주 착하고 훌륭한 사람이며, 역시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있었다.

“공작부인께…… 공작께…… 공녀님께…….”

레빈이 말했다.

처음 마주친 사람은 마드무아젤 리농이었다.

그녀가 홀을 가로질러 오는데 곱슬머리도 얼굴도 환하게 빛났다.

레빈이 막 말을 걸려는 순간, 문 뒤에서 드레스 스치는 소리가 들렸다.

마드무아젤 리농은 레빈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자기 행복이 다가온다는 기쁨과 공포가 한꺼번에 레빈을 덮쳤다.

마드무아젤 리농은 서둘러 다른 문으로 나갔다.

그녀가 사라지자마자 아주 빠르고 가벼운 발소리가 마룻바닥 위를 울렸다.

레빈의 행복, 그의 삶, 그 자신, 자기 자신보다 더 좋은 자기 자신, 그가 그렇게 오래 찾고 바라던 모든 것이 빠르게 그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키티는 걸어오는 것이 아니었다.

보이지 않는 힘에 실려 그에게 날아오는 것 같았다.

그가 볼 수 있는 것은 맑고 진실한 눈뿐이었다.

레빈의 심장을 채우고 있는 것과 똑같은 사랑의 기쁨 때문에 그 눈도 겁먹어 있었다.

그 눈은 점점 가까워지며 사랑의 빛으로 그를 눈멀게 했다.

키티는 그의 바로 앞에 멈춰 몸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 왔다.

두 팔이 올라와 그의 어깨 위에 떨어졌다.

키티는 자기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그에게 달려와 몸 전체를 맡겼다.

겁먹고 기뻐하면서.

레빈은 그녀를 껴안고 자기 입맞춤을 기다리던 입술에 입을 맞췄다.

키티도 밤새 잠을 자지 못했고 아침 내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아무 반대 없이 동의했고 딸의 행복을 함께 기뻐했다.

키티는 레빈을 기다렸다.

자기와 그의 행복을 자기가 가장 먼저 알려주고 싶었다.

혼자 그를 맞으려고 준비했고 그 생각 때문에 행복했지만 동시에 겁이 나고 부끄러웠으며,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랐다.

레빈의 발소리와 목소리를 듣고 문 뒤에서 마드무아젤 리농이 떠나기만 기다렸다.

그녀가 나갔다.

키티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자기에게 묻지도 않은 채 그에게 가서 자기가 한 일을 했다.

“엄마한테 가요!”

키티는 레빈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레빈은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말 한마디로 자기 감정의 높이를 망칠까 두려워서만이 아니었다.

무슨 말을 하려고 할 때마다 말 대신 행복의 눈물이 먼저 터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는 키티의 손을 들어 입을 맞췄다.

“정말입니까?”

마침내 쉰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는 것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아요.”

키티는 그가 ‘당신’ 대신 자연스럽게 ‘너’에 가까운 친밀함으로 말한 것과, 그 말을 하면서도 소심하게 바라보는 태도 때문에 미소를 지었다.

“네.”

그녀는 중요하게, 천천히 말했다.

“나는 너무 행복해요!”

키티는 그의 손을 놓지 않고 응접실로 들어갔다.

공작부인은 두 사람을 보자 숨이 빨라지더니 바로 울고, 바로 웃었다.

그리고 레빈이 예상하지 못한 힘찬 걸음으로 달려왔다.

레빈의 머리를 껴안고 입을 맞추면서 눈물로 뺨을 적셨다.

“이제 다 끝났구나! 기쁘다. 그 애를 사랑해주게. 정말 기쁘다…… 키티!”

“정말 빨리 정리했군!”

늙은 공작은 태연한 척 말했다.

그러나 레빈은 그가 자기에게 몸을 돌릴 때 눈에 물기가 있다는 것을 보았다.

“나는 오래전부터, 언제나 이걸 원했어.”

그는 레빈의 손을 잡아 자기에게 끌어당기며 말했다.

“그때도 이 바보 같은 계집애가…….”

“아빠!”

키티가 소리치며 두 손으로 아버지의 입을 막았다.

“그래, 말 안 할게!”

그는 말했다.

“나는 정말, 정말…… 기…… 아, 내가 왜 이렇게 바보 같지…….”

늙은 공작은 키티를 껴안아 얼굴과 손과 다시 얼굴에 입을 맞추고 성호를 그어주었다.

키티가 아버지의 통통한 손에 오래도록 다정하게 입을 맞추는 것을 보자, 레빈은 전에는 자기에게 낯선 사람이었던 이 늙은 공작에게 완전히 새로운 사랑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