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 톨스토이 · 안나 카레니나 · 1877

제4부 제2장

아프고 불행하다는 안나의 쪽지
아프고 불행하다는 안나의 쪽지

집으로 돌아온 브론스키는 안나에게서 온 쪽지 한 장을 발견했다.

나는 아프고 불행해요. 외출할 수는 없지만, 당신을 더 오래 보지 않고 견딜 수도 없어요. 저녁에 와주세요. 일곱 시에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가 회의에 가서 열 시까지 돌아오지 않을 거예요.

남편이 브론스키를 집에 들이지 말라고 분명히 요구했는데도 안나가 자기 집으로 직접 오라고 부른 것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그러나 그는 곧 가기로 결정했다.

그해 겨울 브론스키는 대령으로 진급했고 연대에서는 나와 혼자 살고 있었다.

아침 식사를 마친 뒤 그는 곧바로 소파에 누웠다.

오 분도 지나지 않아 지난 며칠 동안 보았던 추한 장면들이 서로 뒤엉켜, 안나의 모습과 곰사냥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던 사냥몰이 농부의 모습과 뒤섞였고, 브론스키는 잠들었다.

어둠 속에서 그는 공포에 떨며 깨어났다.

급히 촛불을 켰다.

‘뭐였지? 무슨 일이었지? 내가 꿈에서 무슨 끔찍한 것을 본 거야?’

그는 기억하려고 애썼다.

‘그래, 그래. 곰몰이꾼이었어. 키가 작고 지저분하고, 수염은 헝클어져 있었지. 몸을 굽혀 무언가를 하고 있다가 갑자기 프랑스어로 이상한 말들을 했어. 그래, 그것뿐이야. 꿈에는 아무것도 더 없었어. 그런데 왜 그렇게 끔찍했던 거지?’

그는 그 농부와, 농부가 중얼거리던 이해할 수 없는 프랑스어를 다시 또렷하게 떠올렸다.

차가운 공포가 등을 타고 흘렀다.

‘무슨 바보 같은 꿈이야!’

브론스키는 생각하고 시계를 보았다.

벌써 여덟 시 반이었다.

그는 하인을 불러 급히 옷을 갈아입고 현관으로 나왔다.

꿈은 완전히 잊었다.

이제는 오직 늦었다는 사실만이 그를 괴롭혔다.

카레닌 집 현관에 가까워지며 시계를 보니 아홉 시 십 분 전이었다.

회색 말 두 마리가 매인 높고 폭이 좁은 마차가 현관 앞에 서 있었다.

안나의 마차였다.

‘나한테 오려고 하는군.’

브론스키는 생각했다.

‘차라리 그 편이 낫지. 이 집으로 들어가는 것은 불쾌해. 그래도 상관없다. 내가 숨을 이유는 없어.’

그는 어릴 때부터 몸에 익힌, 부끄러울 것이 없는 사람이 취하는 태도로 썰매에서 내려 문으로 걸어갔다.

문이 열렸고, 문지기가 담요를 한쪽 팔에 걸친 채 마차를 불렀다.

평소 세세한 것을 잘 알아차리지 않는 브론스키였지만, 이번에는 문지기가 자기를 보고 놀라는 표정을 짓는 것까지 보았다.

문턱에서 그는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와 거의 정면으로 마주쳤다.

가스등의 불빛이 검은 모자 아래의 핏기 없이 꺼진 얼굴과 비버 모피 외투 위로 반짝이는 흰 넥타이를 그대로 비추었다.

카레닌의 움직이지 않고 흐린 눈이 브론스키의 얼굴에 고정되었다.

브론스키가 인사하자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는 입술을 한번 씹듯 움직이고 모자에 손을 대고 지나갔다.

브론스키는 그가 한 번도 돌아보지 않고 마차에 오르는 모습, 창문으로 담요와 쌍안경을 받아드는 모습, 그대로 사라지는 것까지 보았다.

브론스키는 현관으로 들어갔다.

눈썹은 찌푸려졌고 눈에는 사납고 자랑스러운 빛이 번쩍였다.

‘이런 상황이라니!’

그는 생각했다.

‘저 사람이 싸우고 자기 명예를 지켰다면 나는 행동할 수 있었을 거야. 내 감정을 직접 드러낼 수도 있었을 거고. 그런데 이런 나약함, 아니 비열함은 뭔가? 나를 속이는 사람의 처지에 놓아버리잖아.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던 적도 없고 지금도 되고 싶지 않아.’

브레데 정원에서 안나와 마지막으로 설명을 나눈 뒤 브론스키의 생각은 크게 달라져 있었다.

자기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자기에게서 자기 운명에 관한 결정을 기다리는 안나의 나약함에 자기도 모르게 굴복하면서, 또 어떤 결과가 오더라도 미리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그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 관계가 예전에 자기가 생각했던 방식으로 끝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버렸다.

야심의 계획들은 다시 뒤로 밀려났다.

자기는 이미 모든 것이 정해진 활동의 원 밖으로 나왔다는 것을 느끼며, 오직 자기 감정에 자신을 맡겼다.

그리고 그 감정은 날이 갈수록 더욱 강하게 그를 안나에게 묶어놓았다.

현관 안쪽에서부터 그는 멀어지는 그녀의 발소리를 들었다.

자기를 기다리며 귀를 기울이고 있다가 이제 응접실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안 돼!”

안나는 그를 보자 외쳤다.

목소리의 첫 음에서부터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안 돼. 이렇게 계속된다면 그 일은 훨씬 더, 훨씬 더 빨리 일어나고 말 거야!”

“무슨 말이야, 내 사랑?”

“무슨 말이냐고? 나는 기다렸어. 한 시간, 두 시간…… 안 돼, 이제는 안 그럴 거야! 나는 못 해! 당신하고 싸우고 싶지도 않아. 분명 올 수 없었던 사정이 있었겠지. 아니, 싸우지 않을게!”

그녀는 두 손을 그의 어깨 위에 올리고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는 깊은 황홀함과 동시에 무언가를 시험하려는 긴장이 들어 있었다.

그녀는 그를 보지 못했던 시간 동안 자기 마음속에서 만들어낸 브론스키의 모습, 실제로는 존재할 수 없을 만큼 더 완전하고 더 아름다운 그 모습을, 지금 눈앞에 선 실제의 그와 다시 하나로 맞추려고 그의 얼굴을 살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