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 톨스토이 · 안나 카레니나 · 1877

제4부 제4장

오페라에서 돌아와 옷걸이를 살피는 남편
오페라에서 돌아와 옷걸이를 살피는 남편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는 자기 집 현관에서 브론스키와 마주친 뒤 예정대로 이탈리아 오페라로 갔다.

두 막을 앉아 있었고 만나야 할 사람들도 모두 만났다.

집으로 돌아온 뒤 그는 옷걸이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군복 외투가 없는 것을 보고 늘 하던 대로 자기 방으로 갔다.

그러나 평소와 달리 잠자리에 들지 않았다.

새벽 세 시까지 서재를 앞뒤로 걸었다.

아내가 체면을 지키지도 않고, 자기가 내건 유일한 조건, 곧 집 안에서는 애인을 만나지 말라는 요구조차 따르지 않은 데 대한 분노가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안나는 그의 요구를 어겼다.

그렇다면 그는 이제 아내를 벌하고 자기가 한 위협을 실행해야 했다.

이혼을 청구하고 아들을 빼앗아야 했다.

그 일에 얼마나 어려움이 따르는지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기는 하겠다고 말했고, 이제는 실제로 해야 했다.

리디야 이바노브나 백작부인도 그것이 현재의 처지에서 가장 좋은 출구라고 넌지시 말해준 바 있었다.

게다가 요즘에는 이혼 실무가 워낙 ‘발달’해서 형식적인 장애도 충분히 넘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설상가상으로 이민족 정비 문제와 자라이스크 지방 관개 문제까지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에게 관직상의 큰 골칫거리를 안겨주었으므로 그는 최근 계속 극도로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었다.

그는 밤새 잠들지 못했다.

분노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져 아침에는 극점에 도달했다.

그는 서둘러 옷을 입었다.

분노가 가득 찬 잔을 들고 있어 한 방울이라도 쏟을까 두려운 사람처럼, 동시에 분노가 빠지면서 아내와 이야기할 때 필요한 힘까지 잃을까 겁내는 사람처럼 조심스럽게 걸었다.

아내가 일어났다는 말을 듣자마자 방으로 들어갔다.

자기 남편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믿었던 안나는 그의 모습을 보고 놀랐다.

이마는 잔뜩 찌푸려져 있었고 눈은 그녀와 마주치지 않으려는 듯 어둡게 정면만 보았다.

입은 굳고 경멸적으로 다물려 있었다.

걸음과 몸짓과 목소리에는 안나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결단과 단단함이 있었다.

그는 인사조차 하지 않고 방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바로 안나의 책상으로 갔다.

열쇠를 집어 서랍을 열었다.

“무엇을 찾는 거예요?”

안나가 외쳤다.

“당신 애인의 편지.”

그가 말했다.

“여기 없어요.”

안나는 서랍을 닫았다.

그러나 그 동작만으로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는 자기가 짐작한 곳이 맞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안나의 손을 거칠게 밀치고, 그녀가 중요한 서류를 넣어두는 것을 알고 있던 서류가방을 재빨리 집어들었다.

안나는 빼앗으려 했지만 그는 다시 밀어냈다.

“앉으시오. 할 말이 있소.”

그는 가방을 겨드랑이에 끼고 팔꿈치로 너무 단단히 눌러 어깨가 올라갈 정도로 붙들었다.

안나는 놀라고 두려운 얼굴로 아무 말 없이 바라보았다.

“나는 당신에게 애인을 집으로 들이지 않겠다고 말했소.”

“그를 만나야 했어요. 왜냐하면…….”

안나는 멈췄다.

둘러댈 말을 찾지 못했다.

“여자가 자기 애인을 왜 만나야 하는지까지는 묻지 않겠소.”

“나는…… 단지…….”

안나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남편의 거친 말투가 오히려 화를 일으켜 용기를 주었다.

“당신이 나를 모욕하는 일이 얼마나 쉬운지 느끼지 못해요?”

“정직한 남자나 정직한 여자는 모욕할 수 있겠지. 그러나 도둑에게 도둑이라고 말하는 것은 단순한 사실 확인일 뿐이오.”

“당신에게 이런 새로운 성질, 잔인함이 있는 줄은 몰랐군요.”

“남편이 아내에게 자유를 주고, 오직 체면만 지킨다는 조건으로 자기 이름이라는 명예로운 지붕 아래 머물게 하는 것을 잔인함이라고 부르는 거요?”

“그건 잔인함보다 더 나빠요. 비열함이에요, 알고 싶다면!”

안나는 분노를 폭발시키며 소리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려 했다.

“안 돼!”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는 평소보다 한 음 더 높아진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리고 큰 손가락들로 안나의 팔을 너무 세게 움켜쥐어 팔찌 자국이 붉게 남을 정도로 눌러 강제로 다시 앉혔다.

“비열함이라고? 그런 말을 쓰고 싶다면 비열한 것은 남편과 아들을 버리고 애인에게 가면서 남편의 빵을 먹는 일이오!”

안나는 고개를 숙였다.

어제 애인에게 말했던 “당신이 내 남편이고 남편은 오히려 남이다”라는 생각은 입 밖에 내지 않았을 뿐 아니라, 떠올리지조차 못했다.

그의 말이 너무도 옳다는 것을 그대로 느끼며 아주 조용히 말했다.

“내 처지를 내가 이해하는 것보다 더 나쁘게 묘사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죠?”

“왜 하느냐고? 왜?”

그는 여전히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체면을 지키라는 요구를 했는데도 당신이 따르지 않았으므로, 이제 이 상태를 끝내기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알려주기 위해서요.”

“곧, 곧 이 상태는 저절로 끝날 거예요.”

안나가 중얼거렸다.

이제 바라기까지 하는 가까운 죽음을 생각하자 다시 눈물이 고였다.

“당신과 당신 애인이 생각한 것보다 더 빨리 끝날 것이오!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동물적인 욕망의 만족…….”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 그것이 비열한 말이라고 하지는 않겠어요. 하지만 쓰러진 사람을 때리는 것은 점잖은 행동이 아니에요.”

“그렇소. 당신은 자기 생각밖에 하지 않소. 당신 남편이었던 인간의 고통에는 아무 관심도 없지. 그 사람의 삶 전체가 무너졌다는 것, 그 사람이 얼마나 고오…… 고통…… 고통받았는지…….”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는 너무 빠르게 말하다가 혀가 꼬여 ‘고통받았다’라는 말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했다.

몇 번을 더듬은 뒤에야 우스꽝스럽게 끝까지 발음해냈다.

안나는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바로 그런 순간 웃을 수 있었다는 것이 부끄러웠다.

그 순간 처음으로 아주 잠깐 그를 불쌍히 여겼다.

마음이 그의 자리로 옮겨가 그가 느낀 것을 상상했다.

하지만 자기가 무엇을 말하거나 할 수 있단 말인가.

고개를 숙이고 침묵했다.

그도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 뒤에는 날카로움이 조금 가신 차갑고 낮은 목소리로, 아무 특별한 의미도 없는 단어들에 이상하게 힘을 주며 말했다.

“내가 온 것은 당신에게 알리기 위해서요…….”

안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아니야, 내가 잘못 본 거야.’

조금 전 그가 말을 더듬을 때의 얼굴을 떠올리며 생각했다.

‘저 흐린 눈과 자기만족의 평온을 가진 사람이 무언가를 느낄 수 있을 리 없어.’

“나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어요.”

안나는 속삭였다.

“내가 온 것은 내일 모스크바로 떠난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오. 그리고 다시는 이 집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오. 내가 이혼절차를 맡길 변호사를 통해 내 결정을 듣게 될 것이오. 내 아들은 내 누이 집으로 옮길 것이오.”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는 애써 아들에 관해 하려던 말을 기억해내며 말했다.

“당신은 세료자를 데려가 나를 아프게 하려는 거예요.”

안나는 눈을 치켜뜨고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은 그 아이를 사랑하지도 않잖아요…… 세료자를 내게 남겨줘요!”

“그렇소. 당신과 연결되어 있다는 이유 때문에 나는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까지 잃었소. 그래도 데려갈 것이오. 안녕히 계시오.”

그는 나가려고 했다.

이번에는 안나가 그를 붙잡았다.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 세료자를 남겨줘요!”

다시 한번 속삭였다.

“아무 말도 더 하지 않을게요. 세료자만 남겨줘요. 내가…… 곧 아이를 낳을 때까지만이라도. 남겨줘요!”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는 얼굴이 붉어졌다.

안나가 잡은 손을 뿌리치고 말없이 방을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