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 톨스토이 · 안나 카레니나 · 1877

제2부 제1장

의사들이 모여 키티의 병을 의논하는 방
의사들이 모여 키티의 병을 의논하는 방

겨울이 끝나갈 무렵, 셰르바츠키 공작의 집에서는 키티의 건강이 어떤 상태에 있으며 쇠약해진 기력을 회복시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결정하기 위한 의사들의 진찰 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키티는 앓고 있었고, 봄이 가까워질수록 건강은 더욱 나빠졌다. 집안 주치의는 처음에는 대구 간유를 먹이고, 그다음에는 철분제를 쓰고, 이어 질산은까지 처방했으나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아무 소용이 없었고, 봄이 되면 외국으로 떠나는 것이 좋겠다고 권했으므로, 마침내 이름난 의사가 초빙되었다. 아직 늙지 않은, 매우 잘생긴 남자인 그 유명한 의사는 환자를 직접 진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처녀의 수치심 따위는 야만시대의 잔재에 불과하며, 아직 젊은 남자가 젊은 처녀의 벗은 몸을 손으로 만져 진찰하는 것보다 더 자연스러운 일은 없다는 주장을, 유달리 만족스러운 듯한 태도로 고집했다. 그에게는 그것이 자연스러웠다. 매일 하는 일이었고, 그러면서 자기 생각에는 아무런 나쁜 감정도 품지 않았으므로, 그는 처녀가 느끼는 수치심을 야만의 흔적일 뿐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모욕으로까지 여겼다.

그들에게는 복종하는 수밖에 없었다. 모든 의사가 같은 학교에서 같은 책으로 공부하고 같은 의학을 배웠으며, 더구나 어떤 사람들은 바로 이 유명한 의사가 실은 형편없는 의사라고 말하기까지 했지만, 공작부인의 집과 그 사교계에서는 어째서인지 이 유명한 의사만이 남들이 모르는 특별한 지식을 가지고 있고 오직 그 사람만이 키티를 구할 수 있다고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치심으로 어쩔 줄 모르고 정신까지 얼떨떨해진 환자를 세심하게 살펴보고 두드려 진찰한 뒤, 유명한 의사는 손을 꼼꼼히 씻고 응접실에 서서 공작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공작은 눈살을 찌푸리고 가끔 기침을 하며 의사의 말을 들었다. 세상을 살아볼 만큼 살아보았고, 어리석지도 병약하지도 않은 사람인 그는 의학을 믿지 않았으며 속으로는 이 모든 희극 같은 짓에 화가 나 있었다. 더구나 키티의 병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완전히 이해하는 사람은 아마 그 혼자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유명한 의사가 딸의 증상에 관해 늘어놓는 말을 들으면서, 사냥꾼들이 떠벌이를 두고 쓰는 말을 떠올리며 속으로 생각했다. ‘허풍쟁이 같으니라고.’ 한편 의사는 이 늙은 귀족을 향한 경멸을 얼굴에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쓰는 동시에, 그의 낮은 이해 수준에 맞추어 이야기하는 것도 힘겨워했다. 그는 이 노인에게는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으며 이 집의 실질적인 주인은 어머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므로 자신이 가진 진주의 알맹이들은 공작부인 앞에 흩어놓을 생각이었다. 바로 그때 공작부인이 집안 주치의와 함께 응접실로 들어왔다. 공작은 이 희극이 얼마나 우스운지 자기가 느끼는 바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쓰며 물러났다. 공작부인은 당황했고 무엇을 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자신이 키티에게 죄를 지었다고 느끼고 있었다.

“자, 선생님, 우리 운명을 결정해 주세요.” 공작부인이 말했다. “전부 말씀해 주세요.”

‘희망이 있습니까?’라고 묻고 싶었으나 입술이 떨려 그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래서, 선생님……?”

“곧 말씀드리겠습니다, 공작부인. 제 동료와 상의한 뒤 제 의견을 보고드리는 영광을 갖겠습니다.”

“그럼 저희가 자리를 비켜드릴까요?”

“원하시는 대로 하십시오.”

공작부인은 한숨을 쉬며 밖으로 나갔다.

두 의사만 남자 집안 주치의는 조심스럽게 자기 의견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결핵성 변화가 시작되고 있는 듯하다는 것이었으나, 그것은…… 하는 식으로 말을 이어갔다. 유명한 의사는 듣다가 그가 말을 하는 중간에 커다란 금시계를 들여다보았다.

“그렇습니다.” 그가 말했다. “하지만…….”

집안 주치의는 말허리를 끊고 공손히 입을 다물었다.

“아시다시피 결핵성 과정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우리는 확정할 수 없습니다. 공동이 생기기 전에는 확실한 것이 아무것도 없지요. 다만 의심할 수는 있습니다. 징후도 있고요. 영양 상태의 불량, 신경의 흥분성, 그 밖의 것들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됩니다. 결핵성 과정을 의심할 만한 상황에서 영양을 유지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지만 선생님도 아시다시피 이런 경우에는 언제나 도덕적이고 정신적인 원인이 숨어 있지 않습니까.” 집안 주치의가 엷은 미소를 띠며 감히 끼어들었다.

“물론입니다. 그건 당연한 이야기지요.” 유명한 의사는 다시 시계를 보며 대답했다. “실례합니다만, 야우자 다리는 이제 완공되었습니까, 아니면 아직도 돌아가야 합니까? 아! 완공되었다고요. 그렇다면 스무 분이면 갈 수 있겠군요. 자, 우리가 말한 것은 이렇습니다. 문제는 영양을 유지하고 신경을 바로잡는 것입니다. 하나는 다른 하나와 연결되어 있으니 양쪽에서 동시에 작용해야 합니다.”

“외국 여행은 어떻습니까?” 집안 주치의가 물었다.

“나는 외국 여행을 반대합니다. 보십시오. 결핵의 초기 단계가 있다고 해도, 우리는 그것을 확실히 알 수 없고, 외국으로 간다고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필요한 것은 영양을 유지하면서 해를 주지 않는 방법이지요.”

유명한 의사는 조덴 광천수를 이용한 치료 계획을 설명했다. 그것을 처방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보아하니 적어도 해가 되지는 않으리라는 데 있었다.

진찰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집 안의 침묵
진찰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집 안의 침묵

집안 주치의는 주의 깊고 공손하게 들었다.

“하지만 외국 여행을 찬성하는 이유로는 생활 습관의 변화,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환경에서 벗어나는 효과를 들 수 있겠습니다. 게다가 어머니께서 원하시기도 하고요.”

“아! 그렇다면야, 뭐, 가게 두십시오. 다만 독일의 돌팔이들이 일을 망치지 않게…… 그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않도록 해야겠군요. 자, 그렇다면 떠나도록 하지요.”

그는 다시 한번 시계를 보았다.

“오! 벌써 시간이 됐군.” 그는 문 쪽으로 향했다.

유명한 의사는 공작부인에게 환자를 한 번 더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예의라는 감각이 그렇게 하라고 그에게 일러준 것이었다.

“뭐라고요! 또 진찰을 해야 하나요!” 어머니가 공포에 질려 외쳤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몇 가지 세부 사항만 확인하면 됩니다, 공작부인.”

“그럼 들어오세요.”

어머니는 의사를 데리고 키티가 있는 응접실로 들어갔다. 야위었으면서도 뺨은 붉었고, 조금 전 겪은 수치심 때문에 눈에는 유난한 광채가 남아 있는 키티가 방 한가운데 서 있었다. 의사가 들어오자 그녀는 얼굴이 확 붉어졌고 눈에는 눈물이 가득 찼다. 자신의 병과 치료라는 것이 모두 얼마나 어리석고, 심지어 우스운 일인지! 자신을 치료한다는 짓은 산산이 깨진 꽃병 조각을 약으로 붙이려는 것처럼 우스워 보였다. 깨진 것은 마음이었다. 그런데 그들은 알약과 가루약으로 무엇을 고치겠다는 것인가? 하지만 어머니를 괴롭힐 수는 없었다. 특히 어머니 자신이 이 모든 일에 책임이 있다고 여기고 있었으므로 더욱 그랬다.

“앉아주시겠습니까, 공녀님.” 유명한 의사가 말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 맞은편에 앉아 맥을 짚고는 또다시 지루한 질문들을 하기 시작했다. 키티는 대답하다가 문득 화가 나 자리에서 일어섰다.

“용서하세요, 선생님. 하지만 정말 아무 소용도 없는 일 같아요. 똑같은 질문을 벌써 세 번째 하고 계시잖아요.”

유명한 의사는 기분 나빠하지 않았다.

“병적인 신경 과민입니다.” 키티가 방을 나간 뒤 그가 공작부인에게 말했다. “어쨌든 진찰은 끝났습니다…….”

그리고 의사는 공작부인을 유난히 총명한 여성으로 대우하듯 공녀의 상태를 학술적으로 설명하고는, 사실 아무 필요도 없는 그 광천수를 어떻게 마셔야 하는지 지시하는 것으로 말을 끝냈다. 외국으로 가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그는 마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라도 하듯 깊은 생각에 잠겼다. 마침내 결론이 내려졌다. 외국으로 가되 돌팔이들은 믿지 말 것이며, 무슨 일이든 자기에게 문의하라는 것이었다.

의사가 떠나고 나자 마치 무슨 기쁜 일이 생기기라도 한 듯했다. 어머니는 딸에게 돌아왔을 때 한결 명랑해져 있었고, 키티 역시 자기도 명랑해진 척했다. 요즘 그녀는 자주, 거의 언제나, 그런 척을 해야 했다.

“정말 저는 건강해요, maman. 하지만 어머니가 외국에 가고 싶으시다면 가요!” 키티는 그렇게 말하고, 앞으로 있을 여행에 관심이 있는 척하려 애쓰며 출발 준비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