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 톨스토이 · 안나 카레니나 · 1877

제2부 제23장

두 사람의 처지를 두고 부딪치는 대화
두 사람의 처지를 두고 부딪치는 대화

브론스키는 전에도 여러 번, 오늘처럼 단호하게까지는 아니었지만, 두 사람의 처지를 함께 이야기해보려 했다. 그때마다 그는 바로 지금 안나가 그의 물음에 대답할 때 보이는 것과 같은, 얕고 가벼운 판단에 부딪혔다.

마치 이 문제에는 그녀가 자기 자신에게 분명히 밝힐 수도, 밝히고 싶지도 않은 무엇인가가 있는 것 같았다. 이 이야기를 시작하는 순간 진짜 안나는 어디론가 자기 안으로 사라지고, 그 대신 브론스키에게 낯설고 사랑할 수도 없으며 두렵기까지 한 다른 여자가 나타나 그를 밀어내는 것 같았다.

그러나 오늘만은 그는 모든 것을 말하기로 결심했다.

“그 사람이 알고 있는지 모르는지는,” 브론스키는 평소의 단단하고 차분한 말투로 말했다. “우리에게는 중요하지 않아요. 우리는…… 당신은 이렇게 계속 살 수 없어요. 특히 이제는.”

“그럼 어떻게 하라는 거예요?” 안나는 여전히 가볍게 비웃는 듯한 말투로 물었다.

브론스키가 자기의 임신을 가볍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그토록 두려워했던 그녀였지만, 이제는 그가 임신을 이유로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결론 내리는 것이 오히려 짜증스러웠다.

“그 사람에게 모든 것을 말하고 떠나는 거예요.”

“아주 좋군요. 내가 그렇게 한다고 해봐요.” 안나가 말했다. “그러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세요? 내가 미리 전부 이야기해 드리죠.”

조금 전까지만 해도 부드럽던 그녀의 눈에 사악한 불빛이 켜졌다.

“‘아, 당신은 다른 남자를 사랑하고 그와 범죄적인 관계를 맺었다는 말이오?’”

안나는 남편 흉내를 내며,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가 실제로 그러듯 ‘범죄적인’이라는 말에 유난히 힘을 주었다.

“‘나는 종교적으로, 민사적으로, 가정적으로 어떤 결과가 올 것인지 경고했소. 당신은 내 말을 듣지 않았소. 이제 나는 내 이름이 치욕을 당하게 할 수 없소…….’”

안나는 ‘그리고 내 아들이’라고 말하려 했으나 아들을 가지고 농담할 수는 없었다.

“‘내 이름이 치욕을 당하게 할 수 없소.’ 그리고 뭐 비슷한 말을 더하겠죠. 어쨌든 그 사람은 언제나처럼 관청에서 보고하듯 명료하고 정확하게 말할 거예요. 나를 놓아줄 수는 없지만, 스캔들을 막기 위해 자기가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하겠죠. 그리고 자기가 말한 대로 차분하고 정확하게 해낼 거예요. 그게 일어날 일이에요. 그는 사람이 아니라 기계예요. 화가 나면 악한 기계가 되죠.”

안나는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의 모습과 말투와 성격의 세세한 부분까지 하나하나 떠올리면서, 그에게서 찾아낼 수 있는 나쁜 점이라면 무엇이든 죄처럼 그에게 돌렸다. 자기가 남편 앞에 저지른 그 끔찍한 죄 때문에, 바로 그 죄 때문에 오히려 그에게 단 하나의 잘못도 용서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안나.” 브론스키는 달래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말은 해야 해요. 그다음 그 사람이 어떻게 하는지 보고 거기에 맞추면 돼요.”

“그럼 도망가자는 거예요?”

“왜 도망가지 못하겠어요? 나는 이렇게 계속 지낼 수 있다고 보지 않아요. 나 자신 때문이 아니라…… 당신이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 있으니까.”

“그래요, 도망가서 내가 당신의 정부가 되라고요?” 안나가 매섭게 말했다.

“안나!” 브론스키는 나무라면서도 다정하게 불렀다.

“그래요.” 그녀는 계속했다. “당신의 정부가 되고, 모든 것을 파괴하고…….”

그녀는 다시 ‘아들을’이라고 말하려 했으나 그 말을 끝내 입 밖에 내지 못했다.

브론스키는 안나처럼 강하고 정직한 천성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이 거짓된 처지를 견디면서도 거기에서 벗어나려고 하지 않을 수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그녀가 입에 올리지 못한 단어, ‘아들’이 가장 중요한 이유라는 것을 짐작하지 못했다.

아들을 생각할 때, 아버지를 버린 어머니와 아들이 앞으로 어떤 관계가 될지를 생각할 때마다 안나는 자기가 한 일이 너무도 두려워 아무것도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없었다. 다만 여자다운 방식으로, 거짓된 논리와 말로 자기 자신을 달래고, 모든 것이 예전대로 남아서 아들에게 어떤 일이 생길 것인가 하는 끔찍한 문제를 잊을 수 있기만을 바랐다.

“부탁이에요, 제발.” 안나는 갑자기 전혀 다른, 진실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며 그의 손을 잡았다. “다시는 이 이야기를 내게 하지 말아요.”

“하지만 안나…….”

“절대로. 내게 맡겨둬요. 내 처지가 얼마나 비천하고 얼마나 무서운지 나는 다 알아요. 하지만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나한테 맡기고, 내 말을 들어요. 다시는 이 이야기를 하지 마요. 약속해요? 아니, 아니, 약속해줘요!”

“무엇이든 약속할게요. 하지만 당신이 방금 말한 것을 듣고 나서는 특히 더 마음 편히 있을 수가 없어. 당신이 편안할 수 없는데 내가 어떻게 편안하겠어요?”

“나라고요?” 안나가 되풀이했다. “그래요, 나도 가끔 괴로워요. 하지만 당신이 이 이야기를 내게 하지 않으면 지나가요. 당신이 이 말을 꺼낼 때만 괴로워져요.”

“나는 이해할 수가 없어.” 브론스키가 말했다.

“알아요.” 안나가 그의 말을 끊었다. “당신처럼 정직한 천성에게 거짓말이 얼마나 힘든지도 알고, 그래서 당신이 가엾어요. 나는 당신이 나 때문에 인생을 망쳤다고 자주 생각해요.”

“나도 방금 같은 생각을 했어요.” 그가 말했다. “나 때문에 당신이 어떻게 모든 것을 희생할 수 있었을까. 당신이 불행해졌다는 것을 나는 내 자신에게 용서할 수가 없어.”

“내가 불행하다고요?”

안나는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 사랑의 황홀한 미소를 띠고 바라보았다.

“나는 굶주린 사람에게 음식을 준 것과 같아요. 그 사람은 추울지도 몰라요. 옷이 찢어졌을 수도 있고, 자기 모습이 부끄러울 수도 있어요. 하지만 불행하지는 않아요. 내가 불행하다고요? 아니에요. 이것이 내 행복이에요…….”

그때 돌아오는 아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안나는 테라스를 재빨리 둘러보고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브론스키가 잘 아는 불꽃이 눈에서 타올랐다. 그녀는 아름다운 두 손, 반지 낀 두 손을 재빠르게 들어 그의 머리를 잡았다. 오래도록 그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벌어져 미소 짓는 입술을 가까이 가져가 그의 입과 두 눈에 급히 입을 맞추고 밀어냈다.

그녀가 가려 하자 브론스키가 붙잡았다.

“언제?” 그는 황홀하게 바라보며 속삭였다.

“오늘, 한 시에.” 그녀도 속삭였다.

깊이 숨을 내쉰 뒤 가볍고 빠른 걸음으로 아들을 맞으러 갔다.

세료자는 넓은 정원에서 비를 만나 유모와 함께 정자 안에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럼 안녕히 가요.” 안나가 브론스키에게 말했다. “이제 곧 경주에 갈 준비를 해야 해요. 벳시가 나를 데리러 오기로 했어요.”

브론스키는 시계를 한번 보고 서둘러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