벳시 공작부인은 마지막 막이 끝나기를 기다리지 않고 극장을 떠났다. 그녀가 자기 분장실로 들어가 길고 창백한 얼굴에 분을 뿌렸다가 닦아내고, 머리를 고치고, 큰 응접실에 차를 내오라고 명령하자마자 벌써 마차들이 볼샤야 모르스카야 거리에 있는 그녀의 거대한 저택 앞에 하나씩 도착하기 시작했다. 손님들이 넓은 현관으로 올라왔고, 아침이면 유리문 뒤에서 행인들에게 교훈이라도 주려는 듯 신문을 읽곤 하는 뚱뚱한 문지기가 커다란 문을 소리 없이 열어 그들을 안으로 들여보냈다.
거의 동시에 한쪽 문에서는 새로 단장한 머리와 새로 가다듬은 얼굴의 안주인이, 다른 쪽 문에서는 손님들이 들어와 어두운 벽과 푹신한 카펫이 깔린 큰 응접실로 모였다. 촛불 아래 밝게 빛나는 탁자에서는 흰 식탁보와 은빛 사모바르, 투명한 도자기 찻잔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안주인은 사모바르 앞에 앉아 장갑을 벗었다. 눈에 띄지 않게 움직이는 하인들이 의자를 옮겨주자 사람들은 두 무리로 나뉘어 자리 잡았다. 하나는 안주인과 사모바르 곁에, 다른 하나는 응접실 맞은편 끝, 검은 벨벳 옷에 짙고 또렷한 검은 눈썹을 가진 아름다운 대사 부인 주위에 모였다. 늘 그렇듯 첫 몇 분 동안 두 곳의 대화는 만남과 인사, 차 권하는 소리에 자꾸 끊기며 어디에 정착할지를 찾는 불꽃처럼 이리저리 흔들렸다.
“배우로서는 놀라울 정도로 훌륭하더군요. 카울바흐를 연구한 게 분명합니다.” 대사 부인 쪽에 있던 외교관이 말했다. “넘어지는 장면을 보셨습니까…….”
“아, 제발 닐손 이야기는 그만해요!”
“그 여자에 대해서는 이제 새로 할 말도 없어요.” 낡은 비단 드레스를 입은, 눈썹도 가발도 없는 뚱뚱하고 얼굴 붉은 금발 여인이 말했다. 단순하면서도 거침없는 말투로 유명하여 ‘앙팡 테리블’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먀흐카야 공작부인이었다. 그녀는 두 무리 사이 한가운데 앉아 양쪽 이야기를 번갈아 듣고 끼어들고 있었다. “오늘만 세 사람이 나한테 카울바흐에 관해 바로 똑같은 문장을 말했어요. 서로 짠 것처럼요. 도대체 그 문장이 뭐가 그렇게 마음에 들었는지 모르겠어요.”
그 한마디로 이야기가 끊겨버렸고, 사람들은 새 화제를 다시 만들어내야 했다.
“재미있되 심술궂지는 않은 이야기 하나 해주세요.” 영어로 스몰토크라 불리는 우아한 대화를 이끄는 데 대가인 대사 부인이, 무엇으로 말을 시작해야 할지 모르고 있던 외교관에게 말했다.
“그건 아주 어렵다고들 하지요. 재미있는 것은 악한 것뿐이라고 하니까요.” 그가 웃으며 시작했다. “하지만 한번 해보겠습니다. 화제를 하나 주십시오. 모든 것은 화제에 달려 있어요. 화제만 주어지면 그 위에 수를 놓는 것은 쉽습니다. 나는 가끔 지난 세기의 유명한 대화가들이 지금 살아 있다면 영리한 말을 하기가 꽤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영리한 말은 전부 너무 식상해졌으니까요…….”
“그 말도 오래전에 누가 했어요.” 대사 부인이 웃으며 끊었다.
대화는 기분 좋게 시작되었으나 바로 그 지나친 기분 좋음 때문에 다시 멎었다. 이제는 언제나 틀림없는 수단, 즉 남의 흉보기에 의지해야 했다.
“투시케비치에게 루이 15세풍의 무엇인가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외교관이 탁자 곁에 서 있는 잘생긴 금발 청년을 눈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오, 그래요! 이 응접실과 취향이 같지요. 그래서 그렇게 자주 여기 오는 걸 테고.”
이 이야기는 오래 이어질 수 있었다. 이 응접실에서는 입 밖에 낼 수 없는 바로 그 일, 즉 투시케비치와 안주인의 관계를 암시로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모바르와 안주인 곁에서도 대화는 한동안 세 가지 피할 수 없는 화제, 즉 최신 사교계 소식과 극장과 이웃 사람에 대한 비난 사이를 떠돌다가 마침내 마지막 화제, 곧 흉보기에 정착했다.
“말티셰바도 의상을 맞춘다면서요. 딸 말고 어머니가요. ‘분홍 악마’ 차림을 한다던데요.”
“설마요! 아니, 정말 근사하군요!”
“그 정도 머리가 있는 여자가, 바보도 아닌데 자기가 얼마나 우스운지 모른다는 것이 놀라워요.”
불쌍한 말티셰바를 헐뜯고 비웃는 데는 누구에게나 한마디씩 보탤 말이 있었고, 대화는 불붙은 모닥불처럼 신나게 탁탁 소리를 내며 타올랐다.
벳시 공작부인의 남편은 마음씨 좋은 뚱뚱한 사람으로 판화 수집에 열중하고 있었는데, 아내에게 손님이 왔다는 것을 알고 클럽에 가기 전에 응접실에 들렀다. 그는 부드러운 카펫 위를 소리 없이 걸어 먀흐카야 공작부인에게 다가갔다.
“닐손은 어떠셨습니까?” 그가 말했다.
“아, 그렇게 살금살금 다가오면 어떡해요? 얼마나 놀랐는지.” 그녀가 대답했다. “제발 나하고 오페라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 당신은 음악을 하나도 모르잖아요. 차라리 내가 당신 수준으로 내려가서 마욜리카와 판화 이야기를 하지요. 자, 최근 벼룩시장에서 무슨 보물을 샀어요?”
“보여드릴까요? 하지만 공작부인은 잘 모르실 텐데.”
“보여주세요. 나도 그…… 뭐더라…… 은행가들한테서 좀 배웠어요. 거기 훌륭한 판화들이 있더라고요. 우리에게 보여줬어요.”
“뭐라고요, 슈츠부르크네에 가셨어요?” 사모바르 곁의 안주인이 물었다.
“갔지요, ma chère. 그 사람들이 우리 부부를 저녁에 초대했는데, 그날 소스 하나가 천 루블짜리였다고 하더군요.” 먀흐카야 공작부인은 모두가 자기 말을 듣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큰 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아주 맛없는 초록색 소스였어요. 우리도 그들을 초대해야 해서 내가 85코페이카짜리 소스를 만들었는데 모두 아주 만족했어요. 나는 천 루블짜리 소스는 못 만들거든요.”
“정말 독보적이에요!” 안주인이 말했다.
“놀랍군!” 누군가가 말했다.
먀흐카야 공작부인의 말이 불러오는 효과는 언제나 같았다. 그 비결은 지금처럼 반드시 때에 맞는 말은 아니더라도, 그녀가 단순하면서도 이치에 맞는 말을 한다는 데 있었다. 그녀가 사는 사회에서는 그런 말이 가장 재치 있는 농담만큼이나 강한 효과를 냈다. 공작부인 자신은 왜 그런 말이 그렇게 사람들에게 먹히는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효과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고 그것을 이용했다.
먀흐카야 공작부인이 말하는 동안 모두가 그녀에게 귀를 기울여 대사 부인 주위의 대화까지 멎자, 안주인은 두 무리를 하나로 합치려는 마음에서 대사 부인에게 말을 걸었다.
“정말 차를 안 드실 거예요? 이쪽으로 오시지 그래요.”
“아니요, 우리는 여기 아주 좋아요.” 대사 부인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고 하던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 이야기는 아주 즐거운 것이었다. 카레닌 부부, 남편과 아내를 헐뜯고 있었던 것이다.
“안나는 모스크바에 다녀온 뒤 아주 많이 변했어요. 어딘가 이상한 데가 있어요.” 안나의 친구가 말했다.
“가장 큰 변화라면 알렉세이 브론스키라는 그림자를 하나 달고 왔다는 것이죠.” 대사 부인이 말했다.
“그래서요? 그림 형제 이야기 가운데 그림자가 없는 사람이 있잖습니까. 그림자를 잃은 사람이요. 그게 무슨 벌이었던 것 같은데 나는 왜 벌인지 도무지 이해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여자라면 그림자가 없는 것이 불쾌하긴 하겠군요.”
“그래도 그림자를 달고 다니는 여자들은 대개 좋게 끝나지 않아요.” 안나의 친구가 말했다.
“그런 말은 혀를 깨물고라도 하지 마세요.” 먀흐카야 공작부인이 그 말을 듣고 갑자기 끼어들었다. “카레니나는 훌륭한 여자예요. 나는 남편은 좋아하지 않지만 안나는 아주 좋아해요.”
“왜 남편을 좋아하지 않으세요? 그렇게 훌륭한 분인데.” 대사 부인이 말했다. “우리 남편 말로는 유럽에도 그런 정치가는 드물다고 하던걸요.”
“우리 남편도 똑같이 말하지만 나는 믿지 않아요.” 먀흐카야 공작부인이 말했다. “남편들이 그런 말을 안 했다면 우리는 있는 그대로 보았을 거예요. 내 생각에는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는 그냥 바보예요. 이건 작은 목소리로 말하는 거예요…… 자, 이렇게 말하고 나니까 모든 게 얼마나 분명해졌는지 모르겠어요. 전에는 그 사람을 똑똑하다고 생각하라고 하니까 계속 지혜를 찾았고, 그 사람의 지혜를 보지 못하는 내가 바보인가 보다 했지요. 그런데 한번 ‘그는 바보다’라고 말하고 나니까, 물론 작은 목소리로 말했지만, 모든 게 아주 분명해졌어요. 그렇지 않나요?”
“오늘 정말 심술궂으시군요!”
“전혀요. 내게 다른 길이 없잖아요. 우리 둘 중 누군가는 바보여야 하니까요. 그런데 자기 자신을 바보라고 말할 수는 없다는 걸 아시잖아요.”
“사람은 누구도 자기 처지에는 만족하지 않지만, 누구나 자기 지성에는 만족한다.” 외교관이 프랑스 시구를 인용했다.
“그래요, 바로 그거예요.” 먀흐카야 공작부인이 급히 그에게 말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안나는 내가 당신들에게 넘겨주지 않겠다는 거예요. 얼마나 훌륭하고 사랑스러운 여자인데요. 사람들이 다 안나에게 반해서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걸 그 여자가 어떻게 하겠어요?”
“나도 비난하려는 건 아니었어요.” 안나의 친구가 변명했다.
“우리 뒤에는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해서 남을 비난할 권리가 생기는 건 아니지요.”
안나의 친구를 충분히 혼내준 먀흐카야 공작부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대사 부인과 함께 탁자로 갔다. 거기에서는 프러시아 국왕에 관한 이야기가 한창이었다.
“그쪽에서는 누구 흉을 보고 있었어요?” 벳시가 물었다.
“카레닌 부부요. 공작부인이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의 인물평을 해주셨어요.” 대사 부인은 미소를 띠고 탁자에 앉으며 대답했다.
“우리가 못 들어서 아쉽군요.” 안주인은 현관 쪽을 보다가 말했다. “아, 이제야 오셨군요!” 그녀는 들어오는 브론스키를 향해 웃었다.
브론스키는 이곳 사람 모두와 아는 사이일 뿐 아니라 매일같이 보는 사람들이었으므로, 방금 전에 헤어진 사람들 방으로 다시 들어오는 사람처럼 태연하게 들어왔다.
“어디에서 왔냐고요?” 대사 부인의 물음에 그가 대답했다. “어쩌겠습니까, 고백해야겠군요. 부프 극장에서 왔습니다. 아마 백 번째 보는 것 같은데도 볼 때마다 새롭게 즐겁습니다. 정말 매력적이에요! 부끄러운 일이라는 건 압니다. 하지만 나는 오페라에서는 잠이 들고 부프에서는 마지막까지 앉아 즐겁게 봅니다. 오늘은…….”
그는 프랑스 여배우의 이름을 말하며 무언가 이야기하려 했으나 대사 부인이 장난스러운 공포를 지으며 끊었다.
“제발 그 끔찍한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
“좋습니다, 안 하지요. 더구나 그 끔찍한 일들은 모두가 알고 있으니까요.”
“그곳에 가는 것이 오페라만큼 당연한 일로 여겨졌다면 사람들은 모두 갔을 거예요.” 먀흐카야 공작부인이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