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 톨스토이 · 안나 카레니나 · 1877

제2부 제32장

마담 슈탈과 바렌카를 둘러싼 소문
마담 슈탈과 바렌카를 둘러싼 소문

공작부인이 알아낸 바렌카의 과거와 마담 슈탈과의 관계, 그리고 마담 슈탈 자신의 사정은 이러했다.

어떤 사람들은 마담 슈탈이 남편을 못살게 굴었다고 했고, 다른 사람들은 남편의 부도덕한 행동 때문에 오히려 그녀가 고통받았다고 했다.

어쨌든 마담 슈탈은 언제나 병약하고 열정적인 여인이었다.

남편과 이미 헤어진 뒤 첫아이를 낳았는데 그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죽었다.

마담 슈탈의 가족들은 그녀의 예민한 성격을 알고 있었으므로 그 소식을 들으면 목숨까지 위험할지 모른다고 두려워했다.

그래서 같은 날 밤 페테르부르크의 같은 집에서 태어난 궁정 요리사의 딸을 데려다가 죽은 아이와 바꾸었다.

그 아이가 바로 바렌카였다.

마담 슈탈은 뒤에 바렌카가 자기 친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계속해서 길렀다.

더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바렌카에게는 가까운 친척이 아무도 남지 않았다.

마담 슈탈은 벌써 십 년이 넘도록 남쪽 외국에서만 살았고, 침대에서 일어나는 일도 없었다.

어떤 사람들은 그녀가 덕이 높고 깊은 신앙을 지닌 여자라는 사회적 지위를 스스로 만들어냈다고 했고, 다른 사람들은 그녀가 실제로 보이는 그대로 남을 위한 선만 생각하며 살아가는 고결한 사람이라고 했다.

아무도 그녀가 가톨릭인지 개신교인지 정교회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그녀는 모든 교회와 종파의 가장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과 친분을 맺고 있었다.

바렌카는 언제나 그녀와 함께 외국에서 살았고, 마담 슈탈을 아는 사람들은 모두 바렌카도 알고 사랑했다.

이런 사정을 모두 알아낸 뒤 공작부인은 딸이 바렌카와 가까워지는 데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생각했다.

특히 바렌카는 예의와 교육이 아주 훌륭했고 프랑스어와 영어를 모두 잘했다.

무엇보다 마담 슈탈이 병 때문에 직접 공작부인을 만나 인사할 수 없는 것이 아쉽다는 뜻을 바렌카를 통해 전해온 점이 공작부인의 마음에 들었다.

바렌카와 알게 된 뒤 키티는 날이 갈수록 친구에게 더 매료되었다.

매일 새로운 장점을 발견했다.

공작부인은 바렌카가 노래를 잘한다는 말을 듣자 어느 날 저녁 자기 집에 와서 노래해달라고 부탁했다.

“키티가 피아노를 칠 줄 알고 우리 집에도 피아노가 있어요. 물론 좋은 악기는 아니지만 당신이 와주면 정말 기쁠 거예요.”

공작부인은 특유의 꾸민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미소는 지금 키티에게 특히 불쾌했다.

바렌카가 노래하고 싶지 않아 한다는 것을 키티가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렌카는 그날 저녁 악보를 가지고 왔다.

공작부인은 마리야 예브게니예브나와 딸, 대령도 초대했다.

바렌카는 처음 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곧바로 피아노로 갔다.

그녀는 자기 반주를 할 줄 몰랐지만 악보를 보고 부르는 능력은 훌륭했다.

피아노를 잘 치는 키티가 반주를 맡았다.

“정말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군요.”

바렌카가 첫 곡을 아름답게 부른 뒤 공작부인이 말했다.

마리야 예브게니예브나와 딸도 감사하며 칭찬했다.

“보세요.”

대령이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 노래를 들으려고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실제로 창 아래에는 제법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여러분에게 즐거움을 드릴 수 있어서 기뻐요.”

바렌카는 단순하게 대답했다.

키티는 자기 친구를 자랑스럽게 바라보았다.

그녀의 솜씨와 목소리와 얼굴에도 감탄했지만, 무엇보다 바렌카의 태도에 감탄했다.

바렌카는 자기 노래에 관해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것 같았고 칭찬에도 완전히 무심했다.

그저 ‘더 부를 필요가 있습니까, 아니면 이제 충분합니까?’라고 묻는 사람처럼 보였다.

‘내가 저런 재능을 가졌다면 얼마나 우쭐했을까! 창 아래 저 군중을 보면서 얼마나 기뻐했을까!’

키티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저 사람에게는 아무 상관도 없어. 그저 거절하지 않고 maman을 즐겁게 해주겠다는 생각뿐이야. 도대체 저 사람 안에는 무엇이 있기에 모든 것을 이렇게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독립적으로 평온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걸까? 나도 그것을 알고 배우고 싶어.’

키티는 바렌카의 평온한 얼굴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공작부인이 한 곡 더 부탁하자 바렌카는 전과 마찬가지로 고르고 또렷하고 아름답게 노래했다.

피아노 곁에 똑바로 서서 마르고 거무스름한 손으로 박자를 짚었다.

악보집에서 다음 곡은 이탈리아 노래였다.

키티는 전주를 연주한 뒤 바렌카를 돌아보았다.

“이 곡은 건너뛰어요.”

바렌카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키티는 놀라서 질문하는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급히 악장을 넘겼다.

“그럼 다른 곡으로 해요.”

그녀는 그 노래에 어떤 기억이 연결되어 있음을 즉시 알아차렸다.

“아니에요.”

바렌카는 악보 위에 손을 얹고 미소를 지었다.

“이 곡을 해요.”

그리고 전과 똑같이 차분하고 냉정하고 아름답게 그 노래를 불렀다.

노래가 끝나자 모두가 다시 감사를 표했고 차를 마시러 갔다.

키티와 바렌카는 집 옆의 작은 정원으로 나갔다.

“정말 이 노래에 어떤 기억이 있는 거죠?”

키티가 물었다.

그러다가 급히 덧붙였다.

“이야기하지 않아도 돼요. 그저 정말인지 그것만 말해주세요.”

“아니, 왜요? 말해줄게요.”

바렌카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그리고 키티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계속했다.

“그래요, 이 노래와 관련된 기억이 있어요. 옛날에는 아주 힘든 기억이었어요. 내가 한 사람을 사랑했거든요. 이 노래를 그 사람에게 불러줬어요.”

키티는 눈을 크게 뜨고 말없이, 감동한 채 바렌카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 사람을 사랑했고 그도 나를 사랑했어요. 하지만 그 사람 어머니가 반대했고 그는 다른 여자와 결혼했어요. 지금도 우리와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어서 가끔 봐요. 나에게도 연애 이야기가 있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죠?”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에는 아주 희미하게 작은 불빛이 비쳤다.

키티는 그 불빛이 언젠가 바렌카의 전 존재를 환하게 비추었을 것이라고 느꼈다.

“왜 생각하지 못했겠어요? 내가 남자였다면 당신을 알고 난 뒤로는 다른 누구도 사랑할 수 없었을 거예요. 다만 이해할 수 없는 건, 어떻게 그 사람이 어머니 뜻 때문에 당신을 잊고 당신을 불행하게 만들 수 있었는지예요. 마음이 없는 사람이었나 봐요.”

“아니에요. 아주 좋은 사람이에요. 그리고 나는 불행하지 않아요. 오히려 아주 행복해요.”

바렌카가 말했다.

“자, 오늘은 이제 노래하지 않는 거죠?”

그녀는 집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당신은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키티는 외치며 그녀를 붙잡고 입을 맞췄다.

“나도 조금이라도 당신을 닮을 수 있다면!”

“왜 누구를 닮으려고 해요? 당신은 지금 모습 그대로 좋은 사람이에요.”

바렌카는 온화하면서도 피곤해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나는 전혀 좋은 사람이 아니에요. 그런데 말해주세요…… 잠깐, 여기 조금 더 앉아 있어요.”

키티는 바렌카를 다시 벤치 옆에 앉히며 말했다.

“자기의 사랑을 상대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는 것, 원하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모욕적이지 않아요?”

“그 사람은 내 사랑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 않았어요. 나는 그가 나를 사랑했다고 믿어요. 다만 어머니에게 순종하는 아들이었을 뿐이에요…….”

“그래요. 하지만 어머니 뜻 때문이 아니라, 그 사람 스스로가 그냥…….”

키티는 말을 하다가 자기가 자기 비밀을 드러냈다는 것을 느꼈다.

부끄러움으로 타오르는 얼굴이 이미 모든 것을 말해버리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 사람은 나쁜 행동을 한 것이고, 나는 그런 사람을 아까워하지 않았을 거예요.”

바렌카는 이제 이야기가 자기 자신이 아니라 키티에 관한 것임을 분명히 이해하고 대답했다.

“하지만 모욕감은요?”

키티가 말했다.

“모욕받은 것은 잊을 수가 없잖아요. 잊을 수가 없어요.”

그녀는 마지막 무도회에서 음악이 멈추었을 때 자기가 지었던 시선을 떠올리고 있었다.

“무엇이 모욕이라는 거예요? 당신이 나쁜 행동을 한 것도 아니잖아요?”

“나쁜 행동보다 더 끔찍한 일이었어요. 부끄러운 일이었어요.”

바렌카는 고개를 저으며 키티의 손 위에 자기 손을 얹었다.

“그게 왜 부끄러운 일이죠?”

바렌카가 말했다.

“당신에게 아무 감정도 없는 사람에게 당신이 직접 사랑한다고 말한 건 아니잖아요?”

“물론 아니에요. 단 한마디도 말한 적 없어요. 하지만 그 사람은 알고 있었어요. 아니에요, 아니에요. 눈길도 있고 태도도 있잖아요. 내가 백 년을 살아도 잊지 못할 거예요.”

“그래서요? 나는 잘 모르겠어요. 중요한 것은 지금 그 사람을 사랑하느냐, 사랑하지 않느냐 하는 것 아닌가요?”

바렌카는 문제를 그대로 이름 붙이며 말했다.

“나는 그 사람이 미워요. 내 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요?”

“수치와 모욕이 남잖아요.”

“아, 모든 사람이 당신처럼 예민하다면요.”

바렌카가 말했다.

“그런 일을 겪지 않은 처녀가 어디 있겠어요. 그리고 그것은 정말 그렇게 중요한 일이 아니에요.”

“그럼 무엇이 중요한데요?”

키티는 궁금증과 놀라움을 품고 바렌카의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 중요한 것은 많아요.”

바렌카가 웃으며 말했다.

“무엇인데요?”

“그것보다 중요한 것이 아주 많아요.”

바렌카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대답했다.

바로 그때 창 쪽에서 공작부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키티, 날이 서늘하다! 숄을 걸치든가 안으로 들어오렴.”

“정말 시간이 됐네요.”

바렌카는 일어서며 말했다.

“나는 마담 베르트에게도 들러야 해요. 부탁을 받아놓았거든요.”

키티는 그녀의 손을 붙잡고 열렬한 호기심과 애원으로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무엇이, 도대체 무엇이 가장 중요한 거죠? 무엇이 당신에게 이런 평온을 주는 건가요? 당신은 알고 있잖아요. 내게 말해주세요!’

그러나 바렌카는 키티의 시선이 무엇을 묻는지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녀가 기억하고 있는 것은 오늘 마담 베르트에게 들러야 하며, 열두 시에는 maman의 차 시간에 맞추어 집에 돌아가야 한다는 것뿐이었다.

바렌카는 방으로 들어가 악보를 챙기고 모두에게 인사한 뒤 돌아갈 준비를 했다.

“내가 바래다드리지요.”

대령이 말했다.

“이 밤에 혼자 어떻게 가겠어요?”

공작부인도 맞장구쳤다.

“파라샤라도 함께 보내지요.”

자기를 데려다줘야 한다는 말을 듣는 순간 바렌카가 웃음을 가까스로 참는 것을 키티는 보았다.

“아니에요. 나는 언제나 혼자 다녀요.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아요.”

바렌카는 모자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키티에게 다시 한번 입을 맞춘 뒤,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는 끝내 말하지 않은 채, 악보를 겨드랑이에 끼고 활기찬 걸음으로 여름밤의 반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키티가 부러워하던 그 평온과 존엄을 바렌카에게 주는 ‘중요한 것’의 비밀도 함께 가지고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