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 톨스토이 · 안나 카레니나 · 1877

제2부 제5장

이름은 밝히지 않겠다며 웃음을 파는 이야기
이름은 밝히지 않겠다며 웃음을 파는 이야기

“조금 점잖지 못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너무 재미있어서 견딜 수가 없군요.” 브론스키는 웃음기 어린 눈으로 벳시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름은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럼 나는 알아맞힐 테니 더 재미있겠네요.”

“자, 들어보십시오. 유쾌한 젊은이 둘이 마차를 타고 갑니다…….”

“물론 당신 연대의 장교들이겠죠?”

“장교라고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점심 전에 한잔한 젊은이 둘이라고 하지요…….”

“번역하면 술에 취했다는 말이군요.”

“그럴 수도 있지요. 친구 집의 만찬에 가는 길인데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그런데 예쁜 여자 하나가 마차를 타고 자기들을 앞질러가면서 뒤를 돌아보고, 적어도 두 사람 눈에는 자기들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 것처럼 보였답니다. 당연히 뒤를 쫓지요. 전속력으로 달려갑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미인이 바로 자기들이 가려던 집의 현관 앞에 마차를 세우는 겁니다. 미인은 위층으로 뛰어 올라가고, 그들이 본 것은 짧은 베일 밑의 붉은 입술과 아름답고 조그만 발뿐이었답니다.”

“당신이 너무 감정을 담아 이야기해서 그 두 사람 가운데 하나가 바로 당신인 것처럼 들리는데요.”

“조금 전에는 저한테 뭐라고 하셨습니까? 어쨌든 젊은이들은 친구 집으로 들어갑니다. 송별 만찬이 있었지요. 거기서도 물론 술을 마셨고, 송별 만찬이 늘 그렇듯 어쩌면 필요 이상으로 마셨을 겁니다. 식사 중에 그들은 이 집 위층에 누가 사느냐고 묻습니다. 아무도 모르고, 집 주인의 하인만이 ‘위층에 아가씨들이 사느냐’는 질문을 받고 그런 여자는 아주 많다고 대답하지요. 식사가 끝난 뒤 젊은이들은 주인의 서재로 들어가 정체 모를 여자에게 편지를 씁니다. 열정적인 고백 편지를 쓴 다음, 글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을 만한 부분을 직접 밝혀주겠다며 그 편지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갑니다.”

“왜 그런 더러운 이야기를 나한테 하는 거예요? 그래서요?”

“초인종을 누릅니다. 하녀가 나옵니다. 두 사람은 편지를 건네며 자기들이 둘 다 너무나 사랑에 빠져서 지금 이 문 앞에서 죽을 지경이라고 장담합니다. 하녀가 어쩔 줄 모르며 상대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소시지처럼 생긴 구레나룻을 단, 가재처럼 얼굴이 빨간 신사가 나타나 이 집에는 자기 아내 말고는 아무 여자도 살지 않는다며 두 사람을 쫓아냅니다.”

“그런데 구레나룻이, 뭐라고 했죠, 소시지처럼 생겼다는 건 어떻게 알아요?”

“자, 이제 들으십시오. 오늘 제가 그들을 화해시키러 갔거든요.”

“그래서요?”

“바로 거기에서 이야기가 재미있어집니다. 알고 보니 행복한 부부는 9등 문관과 그 부인이었습니다. 그 문관이 고소를 했고, 제가 중재자가 된 겁니다. 제가 얼마나 훌륭한 중재자인지! 장담하건대 탈레랑도 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무엇이 그렇게 어려웠는데요?”

“자, 들어보세요…… 우리는 제대로 사과를 했습니다. ‘절망하고 있습니다. 불행한 오해를 용서해주십시오.’ 소시지 구레나룻의 문관은 조금씩 누그러집니다. 그런데 자기 감정도 표현해야겠다고 나서더니, 입을 열기만 하면 다시 흥분해서 무례한 말을 하지 뭡니까. 그러면 저는 다시 외교적 재능을 전부 동원해야 합니다. ‘두 사람이 잘못했다는 데 저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오해였다는 것, 젊은 혈기였다는 것을 생각해 주십시오. 더구나 두 젊은이는 점심 전에 술을 조금 마신 상태였습니다. 이해하시겠지요.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으며 용서를 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문관이 다시 누그러집니다. ‘나도 동의합니다, 백작님. 용서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내 아내가, 내 아내가, 정숙한 여자가 어떤 애송이 녀석들에게 추근거림과 무례와 뻔뻔한 짓을 당했단 말입니다, 이…….’ 그런데 그 ‘애송이’가 바로 옆에 있고, 저는 그 둘을 화해시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다시 외교를 시작하고, 거의 모든 일이 끝나려는 바로 그 순간이면 그 문관은 다시 흥분하고 얼굴이 벌게지고 구레나룻이 치솟고, 그러면 저는 또 외교의 미세한 곡예를 펼쳐야 하는 겁니다.”

“아, 이 이야기를 꼭 들으셔야 해요!” 벳시는 웃으며 자기 관람석으로 들어오는 여자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나를 얼마나 웃겼는지 몰라요.”

“그럼 행운을 빌어요.” 그녀는 부채를 들지 않은 손가락 하나를 브론스키에게 내밀며 덧붙였다. 그리고 어깨를 움직여 올라간 드레스의 몸통을 다시 내렸다. 무대 앞으로 나가 가스등과 모든 사람의 눈앞에 설 때 마땅히 그래야 한다는 듯 가슴과 어깨가 충분히 드러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브론스키는 프랑스 극장으로 갔다. 프랑스 극장의 공연을 단 한 번도 빼먹지 않는 연대장을 실제로 만나 자기 중재 사건을 상의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벌써 사흘째 그를 붙들어놓고 동시에 즐겁게 해주고 있었다. 그 일에는 그가 좋아하는 페트리츠키와, 최근에 연대에 들어온 훌륭한 청년이자 좋은 동료인 젊은 케드로프 공작이 얽혀 있었다. 무엇보다도 연대의 체면이 걸린 일이었다.

두 사람은 모두 브론스키가 지휘하는 중대에 속해 있었다. 9등 문관 벤덴이라는 관리가 자기 아내를 모욕한 장교들을 고발하러 연대장을 찾아온 것이었다. 벤덴의 말에 따르면, 결혼한 지 반년밖에 되지 않은 젊은 아내는 어머니와 교회에 갔다가 특별한 사정에서 오는 몸의 불편함을 느껴 더 이상 서 있을 수 없게 되었고, 마침 지나가던 빠른 마차를 잡아 집으로 돌아가려 했다. 그때 장교들이 뒤를 쫓아왔고, 여자는 겁을 먹은 데다 더욱 몸이 아파져 계단을 뛰어 올라 집으로 들어갔다. 벤덴 자신은 관청에서 돌아왔다가 초인종 소리와 여러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나가보니, 술에 취한 장교들이 편지를 들고 서 있었으므로 그들을 밀어내 쫓았다. 그는 엄한 처벌을 요구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야.” 연대장은 브론스키를 자기 곁으로 불러 말했다. “페트리츠키는 이제 정말 감당이 안 돼. 일주일이 멀다 하고 사건을 만들잖아. 저 관리는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야. 더 위로 가져갈 걸세.”

브론스키는 이 사건이 얼마나 꼴사나운지, 여기에는 결투 같은 것으로 해결할 여지도 없고, 그저 이 문관을 최대한 달래어 사건을 묻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연대장이 브론스키를 부른 것도 바로 그가 품위 있고 영리한 사람이며, 무엇보다 연대의 명예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상의 끝에 페트리츠키와 케드로프가 브론스키를 데리고 문관에게 가서 사과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연대장과 브론스키는 브론스키라는 이름과 황제의 부관을 뜻하는 그의 표식이 문관의 마음을 누그러뜨리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는 것도 이해했다. 실제로 이 두 가지 수단은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브론스키가 말했듯 화해의 결과는 여전히 불확실했다.

프랑스 극장에 도착한 브론스키는 연대장과 함께 로비 한쪽으로 가서 자기가 거둔 성공인지 실패인지 모를 결과를 보고했다. 모든 것을 생각해 본 연대장은 더 이상 사건을 문제 삼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재미 삼아 브론스키에게 그 만남의 세부를 물었고, 진정되던 문관이 사건의 세부를 떠올릴 때마다 갑자기 다시 불붙듯 흥분했던 모습과, 브론스키가 마지막 화해의 문턱에서 말을 교묘히 돌리며 페트리츠키를 자기 앞에 밀어놓고 후퇴했던 이야기를 들으며 오랫동안 웃음을 참지 못했다.

“고약한 사건이지만 정말 죽도록 우습군. 케드로프가 그 신사와 결투를 할 수도 없지 않은가! 그렇게까지 몹시 흥분하던가?” 연대장은 웃으며 다시 물었다. “그런데 오늘 클레르는 어땠나? 정말 굉장하더군!” 그는 새로 온 프랑스 여배우를 두고 말했다. “볼 때마다 날마다 새로워…… 이런 건 프랑스인들만 할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