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 톨스토이 · 안나 카레니나 · 1877

제2부 제18장

연대의 익숙한 레일 위를 달리는 바깥의 삶
연대의 익숙한 레일 위를 달리는 바깥의 삶

브론스키의 내적인 삶 전체가 그의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음에도, 바깥의 삶은 조금도 궤도를 바꾸지 않은 채 사교계와 연대의 관계와 관심사라는 오래되고 익숙한 레일 위를 거침없이 굴러가고 있었다. 연대의 일은 브론스키의 생활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다. 그가 연대를 사랑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연대 사람들이 그를 사랑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브론스키를 사랑할 뿐 아니라 존경했고 자랑스럽게 여겼다. 막대한 재산을 지니고 훌륭한 교육을 받았으며 재능도 있고, 성공과 야심과 허영이 요구하는 온갖 길이 훤히 열려 있는 사람이 그런 모든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인생의 수많은 관심 가운데 연대와 동료들의 일을 무엇보다 마음 가까이 두고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자랑스러워했다. 브론스키는 동료들이 자기를 이렇게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런 생활을 좋아하는 것과는 별개로, 사람들이 자기에게 품고 있는 이 평판을 지켜야 할 의무까지 느꼈다.

두말할 것도 없이 그는 자기 사랑에 대해 동료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아무리 술자리가 거칠어져도 입을 잘못 놀리는 법이 없었다. 애초에 그는 아무리 취해도 자제력을 잃을 정도까지 술을 마시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리고 가벼운 동료들 가운데 누군가 그의 관계를 암시하려 하면 그 자리에서 입을 막아버렸다.

그러나 그의 사랑은 이미 도시 전체에 알려져 있었다. 사람들은 카레니나와 그 사이가 어떠한지를 어느 정도는, 그리고 대개는 꽤 정확하게 짐작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젊은 남자들 대부분은 브론스키의 사랑에서 정작 그에게 가장 무거운 짐이 되는 바로 그 점, 곧 카레닌의 높은 사회적 지위 때문에 두 사람의 관계가 세상 사람들의 눈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오히려 부러워했다.

안나를 시기해오던 젊은 여자들 대부분은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그녀를 ‘올바른 여자’라고 부르는 데 싫증이 나 있었으므로, 자기들이 짐작하는 일이 사실이기를 은근히 기뻐했고, 여론이 방향을 바꾸었다는 확실한 증거만 나타나면 기다렸다는 듯 자기들의 경멸을 한꺼번에 그녀에게 쏟아부으려고 했다. 때가 오면 그녀에게 던질 진흙덩이를 벌써 손에 뭉쳐두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반대로 나이가 든 사람들과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눈앞에서 자라나고 있는 이 사교계의 추문을 못마땅해했다.

브론스키의 어머니는 아들의 관계를 처음 알았을 때 오히려 기뻐했다. 그녀의 생각으로는 상류사회 여성과의 관계만큼 눈부신 젊은 남자를 마지막까지 완성시켜주는 것도 없었고, 더구나 자기가 그토록 마음에 들어 했으며 자기 아들 이야기를 그렇게 많이 하던 카레니나도 결국 브론스키 백작부인의 눈에는 다른 아름답고 점잖은 여자들과 다를 바 없는 여자라는 사실이 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마 전 그녀는 아들이 오직 카레니나를 계속 만날 수 있는 연대에 남기 위해, 자기 경력에 대단히 중요한 자리를 제안받고도 거절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그 일 때문에 아들을 못마땅하게 여긴다는 것도 들었다. 그러자 그녀의 생각은 달라졌다.

또한 이 관계가, 자기가 들은 모든 것으로 미루어볼 때, 자신이 충분히 인정할 수 있는 화려하고 우아한 사교계의 정사 같은 것이 아니라, 어딘가 베르테르를 연상시키는 절망적인 열정이어서 아들을 어리석은 행동으로 끌고 갈 수도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는 아들이 모스크바에서 뜻밖에 떠난 뒤 한 번도 그를 보지 못했고, 큰아들을 통해 자기에게 오라고 거듭 요구하고 있었다.

형 역시 동생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그는 그 사랑이 큰지 작은지, 격정적인지 그렇지 않은지, 타락한 것인지 그렇지 않은지 따위는 따져보지 않았다. 그 자신도 아이들이 있으면서 무용수 하나를 따로 거느리고 있었으므로 그런 문제에는 관대한 편이었다. 다만 그는 이 사랑이 환심을 사야 할 사람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랑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동생의 행동을 인정하지 않았다.

공무와 사교생활 외에 브론스키에게는 또 하나의 관심사가 있었다. 말이었다. 그는 말에 관해서라면 열렬한 애호가였다.

마침 그해에는 장교들의 장애물 경마가 예정되어 있었다. 브론스키는 출전을 신청했고, 영국산 순종 암말 한 필을 샀으며, 자기 사랑에 사로잡혀 있으면서도 다가오는 경주에 대해 뜨겁게, 다만 언제나처럼 절제된 방식으로 몰두하고 있었다.

이 두 열정은 서로 방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에게는 사랑과 아무 관계가 없는 어떤 일과 흥분이 필요했다. 그 일에 몰두하는 동안 지나치게 마음을 뒤흔드는 사랑의 인상들에서 벗어나 새 기운을 얻고 쉴 수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