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 톨스토이 · 안나 카레니나 · 1877

제2부 제7장

문을 바라보던 얼굴에 떠오른 낯선 표정
문을 바라보던 얼굴에 떠오른 낯선 표정

현관 쪽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벳시 공작부인은 카레니나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브론스키를 바라보았다. 그는 문을 보고 있었고, 얼굴에는 전에 없던 이상한 표정이 나타나 있었다. 그는 기쁨과 집중과 동시에 약간의 두려움을 띠고 들어오는 사람을 바라보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안나가 응접실로 들어왔다. 언제나 그렇듯 몸을 유난히 곧게 세우고, 다른 사교계 여성들의 걸음과 확연히 다른 빠르고 단단하면서도 가벼운 걸음으로, 바라보는 방향을 바꾸지도 않은 채 안주인에게 이르는 몇 걸음을 걸었다. 벳시의 손을 잡고 미소를 지은 다음, 바로 그 미소를 띤 채 브론스키를 돌아보았다. 브론스키는 깊이 허리를 숙이고 그녀에게 의자를 밀어주었다.

안나는 고개만 살짝 숙여 답했고, 얼굴을 붉히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나 곧바로 아는 이들에게 빠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내민 손들을 잡아준 뒤 안주인에게 말했다.

“리디야 백작부인 댁에 갔다가 일찍 오려고 했는데 너무 오래 앉아 있었어요. 거기 존 경이 와 있었어요. 아주 흥미로운 분이더군요.”

“아, 그 선교사 말이에요?”

“네. 인도 사람들의 생활을 아주 재미있게 이야기했어요.”

안나가 들어오며 끊겼던 대화는 바람을 맞은 등불의 불꽃처럼 다시 이리저리 흔들렸다.

“존 경이라! 그래요, 존 경. 나도 봤어요. 말을 잘하더군요. 블라시예바는 완전히 그 사람에게 반했어요.”

“그런데 젊은 블라시예바가 토포프와 결혼한다는 게 사실인가요?”

“네, 거의 결정됐다고들 해요.”

“부모가 놀랍군요. 사랑으로 하는 결혼이라면서요.”

“사랑으로요? 참 홍수 이전 시대 같은 생각을 하시는군요! 요즘 누가 사랑 같은 걸 말해요?” 대사 부인이 말했다.

“어쩌겠습니까? 그 어리석은 옛 유행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는 모양이지요.” 브론스키가 말했다.

“그런 유행을 따르는 사람들에게는 더 나쁜 일이죠…… 나는 오히려 이성으로 한 결혼만이 행복한 것을 보았어요.”

“하지만 이성으로 한 결혼의 행복이 바로 그들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던 사랑이 나타났기 때문에 먼지처럼 흩어지는 경우가 얼마나 많습니까.” 브론스키가 말했다.

“우리가 이성적인 결혼이라고 부르는 건 두 사람이 이미 실컷 방황해 본 뒤 하는 결혼이에요. 성홍열 같은 거죠. 누구나 한번은 앓고 지나가야 해요.”

“그렇다면 천연두처럼 사랑도 인공적으로 접종하는 법을 배워야겠군요.”

“나는 젊었을 때 성가대 보조사제를 사랑했어요.” 먀흐카야 공작부인이 말했다. “그게 내게 도움이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농담 말고 진지하게 생각하면, 사랑을 알기 위해서는 한번 잘못하고 그다음 바로잡아야 한다고 봐요.” 벳시 공작부인이 말했다.

“결혼한 뒤라도요?” 대사 부인이 장난스럽게 물었다.

“회개하기에 너무 늦은 때는 없다.” 외교관이 영국 속담을 인용했다.

“바로 그거예요.” 벳시가 받아 말했다. “잘못하고 바로잡아야 해요.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요?” 그녀는 입술에 거의 보이지 않을 만큼 단단한 미소를 띤 채 말없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안나에게 물었다.

“내 생각에는요.” 안나는 벗어놓은 장갑을 손끝에서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사람 수만큼 생각이 다르다고 한다면, 아마 마음 수만큼 사랑의 종류도 다를 거예요.”

브론스키는 안나를 바라보며 가슴이 멎는 듯한 심정으로 그녀가 무슨 말을 할지 기다리고 있었다. 안나가 그 말을 끝내자 그는 위험을 넘긴 사람처럼 숨을 내쉬었다.

안나는 갑자기 그에게 돌아섰다.

“모스크바에서 편지를 받았어요. 키티 셰르바츠카야가 몹시 아프다고 하더군요.”

“정말입니까?” 브론스키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안나는 엄격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관심이 없으신가요?”

“아닙니다. 아주 관심 있습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 정확히 뭐라고 써왔는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안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벳시에게 다가갔다.

“차 한 잔 주세요.” 그녀는 벳시의 의자 뒤에 멈춰 서며 말했다.

벳시가 차를 따르는 동안 브론스키가 안나에게 다가갔다.

“뭐라고 써왔습니까?” 그가 다시 물었다.

“남자들은 무엇이 비열한 일인지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늘 그런 것을 입에 올린다고 나는 자주 생각해요.” 안나는 그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말했다. “오래전부터 당신에게 하고 싶던 말이에요.” 그녀는 몇 걸음을 옮겨 앨범들이 놓인 구석 탁자 곁에 앉았다.

“무슨 뜻인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브론스키는 그녀에게 찻잔을 건네며 말했다.

안나는 자기 옆 소파를 바라보았고, 그는 즉시 앉았다.

“그래요, 말하고 싶었어요.” 안나는 그를 보지 않은 채 말했다. “당신은 잘못했어요. 나쁘게, 아주 나쁘게 행동했어요.”

“내가 잘못한 것을 나도 모르는 줄 아십니까? 하지만 내가 그렇게 행동하게 된 원인은 누구입니까?”

“왜 그런 말을 나한테 해요?” 안나는 그를 엄격히 바라보며 말했다.

“왜인지 알고 계시잖습니까.” 브론스키는 용감하고 기쁜 표정으로 그녀의 시선을 받아내며 눈을 떼지 않고 대답했다.

당황한 쪽은 그가 아니라 그녀였다.

“그건 당신에게 마음이 없다는 것밖에 증명하지 못해요.” 그녀가 말했다. 그러나 안나의 눈빛은 브론스키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을 자신이 알고 있으며,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를 두려워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방금 말씀하신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잘못이었습니다.”

“내가 그 말을, 그 혐오스러운 말을 입에 올리지 말라고 금지한 것을 기억하세요.” 안나는 몸을 떨며 말했다. 그러나 그 순간 ‘금지했다’는 그 한마디만으로도 자기가 그에게 어떤 권리를 가진 사람임을 인정하고 있으며, 바로 그 권리로 그에게 사랑 이야기를 계속하도록 부추기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래전부터 이 말을 하고 싶었어요.” 안나는 결심한 듯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얼굴을 달아오르게 하는 홍조 속에서 온몸이 타는 듯한 채 계속했다. “오늘은 당신을 만날 줄 알고 일부러 온 거예요. 당신에게 이것은 끝나야 한다고 말하려고요. 나는 누구 앞에서도 얼굴을 붉혀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당신은 내가 무슨 죄를 지은 사람처럼 느끼게 만들어요.”

브론스키는 그녀를 바라보며 그 얼굴에 나타난 새로운 정신적 아름다움에 놀랐다.

“내게 무엇을 원하십니까?” 그는 단순하고 진지하게 물었다.

“모스크바로 가서 키티에게 용서를 빌어주세요.” 안나가 말했다. 눈에서는 작은 불빛이 흔들렸다.

“당신은 그걸 원하지 않습니다.” 그가 말했다.

그는 안나가 자신이 해야 한다고 억지로 생각한 말을 하고 있을 뿐, 실제로 원하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았다.

“당신이 말한 대로 나를 사랑한다면.” 안나가 속삭였다. “내가 마음 편해질 수 있게 해주세요.”

브론스키의 얼굴이 환해졌다.

“당신이 내게 삶 전체라는 것을 모르십니까? 하지만 나는 평온을 모르며, 당신에게 줄 수도 없습니다. 나 자신 전부와 사랑이라면…… 그렇습니다. 나는 당신과 나를 따로 생각할 수 없습니다. 내게 당신과 나는 하나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나 자신에게도 당신에게도 평온이 가능하다고는 보이지 않습니다. 내가 보는 것은 절망과 불행의 가능성…… 혹은 행복의 가능성입니다. 얼마나 큰 행복인지! 그것은 가능하지 않습니까?” 그는 입술만 움직이듯 아주 작게 덧붙였으나 안나는 들었다.

안나는 해야 할 말을 하기 위해 모든 이성을 힘껏 모았다. 그러나 그 대신 사랑으로 가득한 눈을 그에게 고정한 채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바로 이거야!’ 브론스키는 황홀하게 생각했다. ‘이미 절망했고 끝이 없을 것 같던 바로 그때, 이것이 왔다! 그녀는 나를 사랑한다.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를 위해 그렇게 해주세요. 다시는 그런 말을 내게 하지 말고, 좋은 친구로 지내요.” 안나는 입으로는 그렇게 말했지만 눈빛은 전혀 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친구가 될 수 없습니다. 당신 자신도 알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가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 될지 가장 불행한 사람들이 될지는 당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안나는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그가 가로막았다.

“내가 바라는 것은 하나뿐입니다. 희망할 권리, 지금처럼 괴로워할 권리만이라도 주십시오. 그것조차 허락되지 않는다면 사라지라고 명령하십시오. 그러면 사라지겠습니다. 내 존재가 견디기 힘들다면 다시는 나를 보지 않게 될 겁니다.”

“나는 당신을 어디로도 쫓아내고 싶지 않아요.”

“그러면 아무것도 바꾸지 마십시오. 지금 그대로 두십시오.” 브론스키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 남편이 오는군요.”

실제로 그 순간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가 차분하면서도 어딘가 어색한 걸음으로 응접실에 들어오고 있었다.

아내와 브론스키를 한번 훑어본 그는 안주인에게 다가가 찻잔을 앞에 두고 앉았다. 그리고 늘 하던 대로 느릿하면서도 누구에게나 잘 들리는 목소리, 평소의 농담조로 누군가를 비꼬기 시작했다.

“당신의 랑부예 살롱이 완전히 갖추어졌군요.” 그는 모인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삼미신과 뮤즈들이 모두 있군.”

그러나 벳시 공작부인은 자기가 ‘비꼬는 말투’라고 부르는 그의 어조를 몹시 싫어했고, 영리한 안주인답게 곧바로 보편적 군 복무 문제라는 진지한 화제로 그를 끌어들였다.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는 즉시 대화에 몰입하여 새 법령을 비판하는 벳시 공작부인에게 진지하게 그것을 변호하기 시작했다.

브론스키와 안나는 작은 탁자 곁에 계속 앉아 있었다.

“이제 보기 민망해지고 있어요.” 한 여자가 카레니나와 브론스키와 그녀의 남편을 눈으로 가리키며 속삭였다.

“내가 뭐라고 했어요?” 안나의 친구가 대답했다.

그 여자들만이 아니었다. 응접실의 거의 모든 사람들, 심지어 먀흐카야 공작부인과 벳시 자신까지도 몇 번씩 그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마치 두 사람이 공통의 무리에서 떨어져 앉아 있는 것이 모두에게 방해가 되기라도 하는 것처럼. 오직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만이 단 한 번도 그쪽을 보지 않았고, 시작된 이야기의 흥미에서 벗어나지도 않았다.

모두가 불편해하는 것을 알아차린 벳시 공작부인은 자기 자리에 다른 사람을 앉혀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의 말을 듣게 해놓고 안나에게 다가갔다.

“나는 늘 당신 남편이 얼마나 명료하고 정확하게 말하는지 감탄해요.” 그녀가 말했다. “그가 설명하면 가장 초월적인 개념까지도 내가 이해할 수 있게 된다니까요.”

“오, 그래요!” 안나는 행복에 겨운 미소로 빛나면서도 벳시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한마디도 이해하지 못한 채 대답했다. 그녀는 큰 탁자로 자리를 옮겨 전체 대화에 끼어들었다.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는 반 시간쯤 더 앉아 있다가 아내에게 와서 함께 집으로 가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안나는 그를 바라보지도 않은 채 저녁 식사를 하고 가겠다고 대답했다.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는 사람들에게 인사하고 나갔다.

윤이 나는 가죽 외투를 입은 늙고 뚱뚱한 타타르인 마부가 카레니나의 마차 곁에서 추위에 들뜬 왼쪽 회색말을 간신히 붙들고 있었다. 하인은 마차 문을 열어놓고 섰고, 문지기는 바깥문을 잡고 있었다. 안나 아르카디예브나는 작고 빠른 손으로 소매의 레이스가 외투 고리에 걸린 것을 풀어내며 고개를 숙인 채, 자신을 배웅하러 나온 브론스키가 하는 말을 황홀하게 듣고 있었다.

“당신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좋습니다, 나도 아무것도 요구하지는 않겠습니다.” 브론스키가 말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이 우정이 아니라는 것은 아시겠지요. 내게 가능한 행복은 인생에서 오직 하나뿐입니다. 당신이 그렇게 싫어하는 그 말…… 그렇습니다, 사랑입니다…….”

“사랑…….” 안나는 마치 자기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로 천천히 되풀이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레이스를 고리에서 풀어내고는 덧붙였다. “내가 그 말을 싫어하는 것은 그 말이 내게 너무 많은 것을 뜻하기 때문이에요. 당신이 이해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요.” 그녀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안녕히 계세요!”

안나는 손을 내밀고 빠르고 탄력 있는 걸음으로 문지기를 지나 마차 속으로 사라졌다.

그녀의 눈길과 손의 감촉은 브론스키를 불태웠다. 그는 그녀가 만졌던 자기 손바닥의 자리에 입을 맞추고 집으로 돌아갔다. 오늘 저녁 단 한 번으로 지난 두 달 동안보다 자기 목적에 훨씬 더 가까이 다가섰다는 의식에 행복해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