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 톨스토이 · 안나 카레니나 · 1877

제2부 제17장

숲을 팔아 지폐로 불룩해진 주머니
숲을 팔아 지폐로 불룩해진 주머니

상인이 석 달 치 선불로 건넨 지폐 뭉치 때문에 호주머니가 불룩해진 스테판 아르카디예비치는 위층으로 올라왔다. 숲 매매는 끝났고, 돈은 호주머니에 들어 있었으며, 저녁 사냥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고, 그래서 그는 기분이 몹시 좋았다. 그런 만큼 레빈에게 덮친 언짢은 기분을 어떻게든 풀어주고 싶었다. 시작할 때 즐거웠던 하루를 저녁 식사에서도 같은 기분으로 끝내고 싶었던 것이다.

실제로 레빈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사랑하는 손님에게 다정하고 상냥하게 대하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자기 자신을 이겨낼 수 없었다. 키티가 아직 결혼하지 않았다는 소식에서 비롯된 취기가 서서히 그의 머리를 어지럽히기 시작했다.

키티는 결혼하지 않았고, 병들어 있었다. 자기를 업신여긴 남자를 사랑했기 때문에 병들었다. 그 모욕은 마치 레빈 자신에게도 돌아온 것처럼 느껴졌다. 브론스키는 키티를 업신여겼고, 키티는 그 레빈을 업신여겼다. 그렇다면 브론스키는 레빈을 업신여길 권리가 있는 셈이고, 따라서 브론스키는 그의 적이었다. 그러나 레빈은 이 모든 것을 이렇게 명확한 생각으로 정리하고 있지는 않았다. 그는 그 일 속에 자기에게 모욕적인 무언가가 있다는 것만 어렴풋이 느꼈고, 지금 자기 마음을 뒤흔든 바로 그 일에는 화를 내지 못한 채 눈앞에 나타나는 다른 모든 것에 트집을 잡고 있었다. 오블론스키가 어리석게 숲을 팔아넘긴 일, 그가 속아 넘어간 일이 바로 자기 집에서 벌어진 사실이 그를 성가시게 했다.

“그래, 다 끝났나?” 위층으로 올라온 스테판 아르카디예비치를 맞으며 레빈이 말했다. “저녁 먹을래?”

“그럼, 마다할 리가 있나. 시골만 오면 식욕이 얼마나 좋아지는지 정말 놀라워. 그런데 자네는 왜 랴비닌에게도 뭘 좀 먹으라고 하지 않았나?”

“아, 그놈은 엿이나 먹으라지!”

“하지만 자네는 그 사람을 정말 심하게 대하더군.” 오블론스키가 말했다. “악수조차 안 했잖아. 왜 손을 안 내밀었나?”

“나는 하인에게도 먼저 손을 내밀지 않아. 그런데 하인은 저 사람보다 백 배는 낫지.”

“자네는 정말 완고한 복고주의자군! 계급의 융합은 어쩌고?” 오블론스키가 말했다.

“합치고 싶은 사람은 마음껏 합치라고 해. 나는 싫으니까.”

“내가 보기에 자네는 철저한 복고주의자야.”

“솔직히 말해, 나는 내가 무슨 주의자인지 생각해본 적이 없어. 나는 콘스탄틴 레빈이야. 그뿐이지.”

“그리고 지금 몹시 기분이 나쁜 콘스탄틴 레빈이지.” 스테판 아르카디예비치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 기분이 나빠. 왜 그런지 알아? 미안하지만, 자네의 그 어리석은 숲 거래 때문이야…….”

스테판 아르카디예비치는 아무 잘못도 없는데 모욕을 당하고 괴롭힘을 받는 사람처럼 선량하게 얼굴을 찡그렸다.

“아, 그만하게.” 그가 말했다. “누가 무언가를 팔고 나서 곧바로 ‘훨씬 더 받을 수 있었는데’라는 말을 듣지 않은 적이 있던가? 정작 팔려고 내놓았을 때는 아무도 그 값을 주지 않지…… 아니, 알겠군. 자네는 그 불쌍한 랴비닌에게 뭔가 원한이 있어.”

“그럴지도 모르지. 그런데 왜 그런지 알아? 자네는 또 나를 복고주의자라든가 그보다 더 끔찍한 말로 부르겠지만, 그래도 나는 내가 속해 있는 귀족계급이 사방에서 가난해져가는 모습을 보면 속상하고 분해. 계급이 서로 뒤섞인다는 시대라 해도 나는 내가 그 계급에 속한다는 것을 아주 다행스럽게 여기고 말이야. 그런데 내가 말하는 가난은 사치 때문에 생기는 가난도 아니야. 그런 거라면 아무렇지도 않지. 귀족답게 돈을 쓰고 사는 것은 귀족의 일이야. 그런 생활을 제대로 할 줄 아는 건 귀족뿐이기도 하고. 지금 우리 주변에서는 농민들이 땅을 사들이고 있어. 나는 그게 조금도 분하지 않아. 지주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농민은 일해서 게으른 인간을 밀어낸다. 그건 마땅히 그래야 해. 나는 오히려 농민이 잘되는 게 아주 기뻐. 하지만 내가 참기 어려운 것은 뭐라고 해야 할지, 어떤 순진함 때문에 재산이 사라지는 모습이야. 여기서는 니스에 사는 한 부인이 아주 훌륭한 영지를 폴란드인 소작인에게 반값에 팔아버렸고, 저기서는 십 루블 가치가 있는 땅 한 데샤티나를 상인에게 일 루블에 세놓아. 그리고 여기서는 자네가 아무 이유도 없이 저 사기꾼에게 삼만 루블을 선물했어.”

“그럼 어떻게 하라는 건가? 나무를 한 그루씩 전부 세어보라고?”

“당연히 세어야지. 자네는 안 셌지만 랴비닌은 셌어. 랴비닌의 아이들에게는 살아갈 돈도 교육받을 돈도 남겠지만, 자네 아이들에게는 아마 남지 않을지도 몰라.”

“글쎄, 미안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나하나 세는 데에는 어딘가 옹졸한 데가 있다고 생각해. 우리는 우리 일이 있고, 그들은 그들 일이 있어. 상인은 이윤을 남겨야 하잖나. 어쨌든 거래는 끝났고, 그 이야기는 그만하지. 아, 저기 계란프라이가 왔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요리야. 아가피야 미하일로브나가 그 훌륭한 약초술도 주겠지…….”

스테판 아르카디예비치는 식탁에 앉아 아가피야 미하일로브나에게 농담을 건네면서, 이렇게 훌륭한 점심과 저녁은 오래간만이라고 거듭 칭찬했다.

“그래도 나리께서는 칭찬이라도 해주시네요.” 아가피야 미하일로브나가 말했다. “우리 콘스탄틴 드미트리예비치 나리께서는 뭘 내놓아도 똑같아요. 빵 껍질 하나를 드려도 먹고는 그대로 일어나 가시니까요.”

레빈은 아무리 자신을 억누르려 해도 어둡고 말이 없었다. 그는 스테판 아르카디예비치에게 꼭 물어보고 싶은 것이 하나 있었지만, 차마 입을 열지 못했고, 어떤 말로 어떤 때에 물어야 하는지도 찾지 못했다. 스테판 아르카디예비치는 벌써 아래층 자기 방으로 내려가 옷을 벗고, 다시 씻고, 주름이 잡힌 잠옷 셔츠를 입고 침대에 누웠는데도 레빈은 여전히 그의 방에서 떠나지 못한 채 사소한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자기가 정말 묻고 싶은 것을 묻지 못하고 있었다.

“비누라는 건 정말 놀랍게 만드는군.” 그는 아가피야 미하일로브나가 손님을 위해 준비해두었지만 오블론스키가 쓰지 않은 향긋한 비누 조각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포장을 풀며 말했다. “이것 좀 봐. 이건 거의 예술품이야.”

“요즘은 무슨 일이든 끝없이 개선되고 있지.” 스테판 아르카디예비치는 촉촉하고 행복한 하품을 하며 말했다. “극장도 그렇고, 저런 유흥시설도…… 아아!” 그는 하품을 했다. “전깃불도 어디에나 들어오고…… 아아!”

“그래, 전깃불.” 레빈이 말했다. “그래…… 그런데 브론스키는 지금 어디 있지?” 그는 갑자기 비누를 내려놓으며 물었다.

“브론스키?” 스테판 아르카디예비치는 하품을 멈추며 말했다. “페테르부르크에 있지. 자네가 떠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갔고, 그 뒤로 모스크바에는 한 번도 오지 않았어. 그리고 말이야, 코스탸, 내가 자네에게 솔직히 한마디 하지.” 그는 탁자에 팔꿈치를 기대고, 아름답고 혈색 좋은 얼굴을 손 위에 올렸다. 기름기 도는 선량하고 졸린 눈이 별처럼 빛났다. “자네 자신에게도 잘못이 있었어. 자네가 경쟁자를 겁냈잖아. 그때도 내가 말했지만 어느 쪽에 가능성이 더 컸는지는 나도 모르겠어. 왜 끝까지 밀어붙이지 않았나? 내가 그때도 말했잖아…….”

그는 입을 벌리지 않은 채 턱만 움직여 또 하품했다.

‘이 사람이 내가 청혼한 것을 아는 건가, 모르는 건가?’ 레빈은 그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래, 이 사람에게는 어딘가 교활하고 외교관 같은 데가 있어.’ 그는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끼며 말없이 스테판 아르카디예비치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때 그 애 쪽에 무언가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건 겉모습에 끌린 것에 가까웠을 거야.” 오블론스키가 계속했다. “알다시피 그 완벽한 귀족적인 분위기, 장차 사교계에서 얻게 될 지위 같은 것이 그 애 자신보다는 어머니에게 더 강하게 작용했겠지.”

레빈은 눈살을 찌푸렸다. 자신이 겪었던 거절의 모욕이 마치 방금 새로 난 상처처럼 가슴속에서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자기 집에 있었고, 자기 집에서는 벽조차 사람을 도와주는 법이었다.

“잠깐, 잠깐.” 그는 오블론스키의 말을 끊으며 시작했다. “자네는 귀족적이라는 말을 했지. 그럼 묻겠는데, 브론스키의 귀족적이라는 것은 대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나? 아니면 어느 누구의 귀족적이라는 게 무엇이길래 나를 업신여겨도 되는 거지? 자네는 브론스키를 귀족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아니야. 아버지는 처세술로 아무것도 없는 데서 올라왔고, 어머니는 누구와 무슨 관계였는지 하느님이나 아실 사람이지…… 아니, 미안하지만 나는 나 자신과 나 같은 사람들을 귀족이라고 생각해. 지나간 세대에서 서너 대의 정직한 가문을 가리킬 수 있고, 그 세대마다 가장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았으며—재능과 지성은 별개의 문제고—어느 누구 앞에서도 비굴하지 않았고, 누구에게도 기대어 살지 않았던 사람들 말이야. 내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그렇게 살았어. 나는 그런 집안을 많이 알아. 자네는 내가 숲의 나무를 센다고 하면 천박하다고 생각하고, 그러면서 랴비닌에게 삼만 루블을 선물하지. 자네에게는 임대료도 있고 또 무엇인가가 있겠지만, 나는 그런 게 없어. 그래서 나는 조상에게서 물려받았고 내 노동으로 지켜온 것을 소중히 여기는 거야…… 귀족은 우리야. 권세 있는 사람들의 하사품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고, 이십 코페이카만 줘도 살 수 있는 사람들이 귀족인 게 아니라.”

“그런데 자네 지금 누구를 향해 화를 내는 건가? 나는 자네 말에 동의해.” 스테판 아르카디예비치는 진심으로 유쾌하게 말했다. 다만 레빈이 ‘이십 코페이카만 줘도 살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할 때 자기까지 은근히 거기에 끼워 넣었다는 것은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레빈이 이렇게 열을 올리는 모습은 진심으로 마음에 들었다. “누구한테 화를 내는 거야? 브론스키에 대해 자네가 말한 것 가운데 사실이 아닌 것도 많지만 나는 그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야. 내 말을 솔직히 하자면, 나라면 자네와 함께 모스크바로 가서…….”

“아니, 자네가 아는지 모르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아무래도 좋아. 내가 말하지.” 레빈이 그의 말을 끊었다. “나는 예카테리나 알렉산드로브나에게 청혼했고 거절당했어. 그래서 그 사람은 지금 내게 고통스럽고 부끄러운 기억이야.”

“왜? 그런 말도 안 되는…….”

“그 이야기는 그만하자. 그리고 내가 자네한테 무례했다면 용서해줘.” 레빈이 말했다. 마음속의 것을 모두 말하고 나자 그는 다시 아침의 자기 모습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나한테 화난 건 아니지, 스티바? 제발 화내지 마.” 그는 미소를 지으며 친구의 손을 잡았다.

“아니야, 전혀. 화낼 일도 없고. 오히려 이렇게 서로 속을 털어놔서 좋아. 그런데 아침의 멧도요 사냥도 꽤 괜찮거든. 가지 않을래? 나는 아예 잠을 자지 않고 아침 사냥을 마치자마자 곧장 역으로 가도 돼.”

“아주 좋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