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 톨스토이 · 안나 카레니나 · 1877

제7부 제1장

석 달째 이어지는 모스크바 생활과 기다림
석 달째 이어지는 모스크바 생활과 기다림

레빈 부부는 벌써 석 달째 모스크바에서 살고 있었다.

이런 일을 잘 안다는 사람들이 가장 정확하게 계산해 잡았던 키티의 출산 예정일은 이미 오래전에 지나갔지만, 키티는 여전히 아이를 품고 있었고, 두 달 전보다 이제 때가 더 가까워졌다는 징후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의사도, 산파도, 돌리도, 어머니도, 특히 다가오는 일을 생각하기만 해도 공포를 느끼는 레빈도 차츰 초조하고 불안해지기 시작했으나, 키티 혼자만은 완전히 평온하고 행복했다.

키티는 이제 자기 안에서 미래의 아이, 그러나 그녀에게는 이미 어느 정도 현재의 존재가 된 아이를 향한 새로운 사랑이 싹트고 있음을 뚜렷이 느꼈고, 그 감정에 기꺼이 귀를 기울였다. 아이는 이제 더 이상 완전히 자기 몸의 일부만은 아니었고, 때때로 그녀와 독립된 자기 자신의 삶을 사는 듯했다. 아이 때문에 자주 아프기도 했지만, 그러면서도 이상하고 새로운 기쁨 때문에 웃음이 날 것 같았다.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 곁에 있었고, 모두가 너무나 친절하게 대해주고 돌봐주었으며, 모든 것이 오직 즐거운 쪽으로만 그녀에게 마련되어 있었으므로, 이 생활이 곧 끝나야 한다는 것을 알고 느끼지만 않았다면 더 좋고 즐거운 삶을 바라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 생활의 매력을 해치는 것은 단 하나, 남편이 그녀가 사랑하던 시골에서의 그 남편과 같지 않다는 것이었다.

키티는 시골에서의 그의 차분하고 다정하며 손님을 기꺼이 맞는 말투를 좋아했다. 그러나 도시에서는 그가 늘 불안하고 경계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마치 누가 자기를, 무엇보다 그녀를 모욕하지 않을까 끊임없이 두려워하는 사람 같았다.

시골에서는 자기가 제자리에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었으므로 어디에도 서둘러 가지 않았고,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는 법도 없었다. 그러나 도시에서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놓칠까 봐 서두르면서도 정작 할 일은 없었다.

그래서 키티는 그가 가엾었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그가 가엾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그녀도 알고 있었다. 오히려 사교 모임에서 키티가,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때때로 일부러 낯선 사람처럼 바라보며 그 사람이 남에게 어떤 인상을 주는지 가늠하듯 남편을 바라보면, 질투심이 들 만큼 두렵게도 그는 결코 초라하지 않았으며, 반듯한 품행과 여자들을 대할 때의 약간 구식이고 수줍은 예의, 건장한 체격과 그녀가 보기에는 유난히 표정이 풍부한 얼굴 때문에 대단히 매력적인 남자로 보였다.

그러나 키티는 그를 바깥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안에서 보고 있었다. 그녀는 이곳의 남편이 진짜 그 자신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녀로서는 그의 상태를 그렇게밖에는 표현할 수 없었다.

때로는 도시에서 사는 법을 모른다고 마음속으로 그를 나무라기도 했지만, 또 어떤 때에는 이곳에서 만족스럽게 살아갈 생활을 꾸리는 것이 그에게 정말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실제로 그가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는가?

그는 카드놀이를 좋아하지 않았다. 클럽에도 가지 않았다. 오블론스키 같은 유쾌한 남자들과 어울린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도 키티는 이제 알고 있었다. 술을 마시고, 술을 마신 뒤에는 또 어딘가로 가는 것이었다. 남자들이 그런 경우 어디로 가는지 생각하면 그녀는 몸서리가 났다.

사교계에 드나들 것인가? 그러나 그러려면 젊은 여자들과 가까워지는 일을 즐거움으로 여겨야 한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고, 그런 것을 바라지는 못했다.

그녀와 어머니와 자매들 곁에 집에서 앉아 있을 것인가? 똑같은 이야기들, 늙은 공작이 자매들의 대화를 가리켜 ‘알리나-나디나 이야기’라고 부르던 그 이야기들이 아무리 키티 자신에게는 즐겁고 재미있어도, 남편에게는 지루하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면 무엇이 남는가?

책을 계속 쓸 것인가? 그는 그렇게 해보려고 했다. 처음에는 도서관에 다니며 자기 책에 필요한 인용문과 참고자료를 조사했다. 그러나 그 자신이 키티에게 말했듯이,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오히려 남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었다.

게다가 이곳에서는 자기 책에 관해 너무 많은 말을 해버려서, 책에 관한 생각들이 전부 뒤섞이고 흥미를 잃어버렸다고 불평했다.

도시생활의 한 가지 좋은 점은 이곳에서는 두 사람 사이에 싸움이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도시라는 조건이 달라서인지, 아니면 두 사람 모두 이 문제에 관해 좀 더 조심스럽고 현명해져서인지, 모스크바에서는 도시로 옮겨오며 그토록 두려워했던 질투 때문에 싸우는 일이 없었다.

그 점에서는 두 사람 모두에게 대단히 중요한 일 하나까지 일어났다. 바로 키티가 브론스키와 만난 일이었다.

키티의 대모이며 언제나 그녀를 몹시 사랑해온 늙은 마리야 보리소브나 공작부인이 반드시 키티를 보고 싶다고 했다. 지금 처지 때문에 어디에도 다니지 않던 키티는 아버지와 함께 그 존경할 만한 노부인을 찾아갔다가 그곳에서 브론스키와 마주쳤다.

그 만남에서 키티가 자기 자신을 나무랄 수 있는 것은 오직 한 가지뿐이었다. 평복을 입은 남자의 얼굴에서 한때 너무도 익숙했던 그 이목구비를 알아본 순간, 잠깐 숨이 멎고 피가 심장으로 몰리며 얼굴에 선명한 홍조가 번졌다는 것, 그녀 자신도 그것을 느꼈다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몇 초밖에 계속되지 않았다.

일부러 큰 소리로 브론스키에게 말을 건 아버지가 이야기를 끝내기도 전에 키티는 이미 완전히 마음의 준비를 마쳤다. 필요하다면 마리야 보리소브나 공작부인과 이야기하는 것과 똑같이 브론스키를 바라보고 그와 말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말투의 마지막 억양 하나와 미소 하나까지도 남편이 보았다면 좋다고 인정할 수 있도록 행동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 순간 그녀는 보이지 않는 남편의 존재가 자기 위에 있는 듯 느끼고 있었다.

키티는 브론스키와 몇 마디를 나누었고, 그가 선거를 ‘우리 의회’라고 부르며 한 농담에도 침착하게 웃었다. 농담을 알아들었다는 것을 보여주려면 웃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고는 곧바로 마리야 보리소브나 공작부인 쪽으로 몸을 돌렸고, 브론스키가 작별하려 일어설 때까지 한 번도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 그때는 그를 바라보았지만, 사람이 인사하는데 쳐다보지 않는 것은 예의가 아니었으므로 그렇게 했다는 것이 너무도 분명했다.

키티는 아버지가 브론스키와의 만남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이 고마웠다. 하지만 방문을 마친 뒤 늘 하던 산책을 하는 동안 아버지가 유난히 다정한 태도를 보이는 것을 보고, 아버지가 자기 행동에 만족했다는 것을 알았다.

키티 자신도 자기에게 만족했다.

브론스키를 향해 품었던 옛 감정에 대한 모든 기억을 마음 아주 깊은 곳에 붙잡아두고, 그에게 태연한 척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완전히 무관심하고 평온할 수 있는 힘이 자기 안에 있으리라고는 기대하지 못했다.

키티가 마리야 보리소브나 공작부인 댁에서 브론스키를 만났다고 말했을 때, 레빈은 오히려 그녀보다 훨씬 더 붉어졌다.

그 이야기를 꺼내는 것도 키티에게는 몹시 어려웠지만, 만남의 자세한 사정을 계속 말하는 것은 더 어려웠다. 레빈이 아무것도 묻지 않고 눈살을 찌푸린 채 그녀만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당신이 거기 없었던 게 정말 아쉬워요.” 키티가 말했다. “당신이 그 방에 없어서가 아니라…… 당신이 곁에 있었다면 내가 그렇게 자연스럽게 행동하지 못했겠지요…… 지금도 훨씬 더, 훨씬, 훨씬 더 얼굴이 붉어지잖아요.”

그녀는 눈물이 맺힐 만큼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하지만 당신이 문틈으로라도 보았으면 좋았을 텐데.”

키티의 진실한 눈은 그녀가 자기 행동에 만족하고 있음을 레빈에게 말해주었다. 그는 그녀가 얼굴을 붉히고 있었는데도 곧 마음을 놓고, 키티가 바로 그렇게 해주기를 바라던 대로 자세한 이야기를 묻기 시작했다.

처음 한순간에는 얼굴이 붉어지지 않을 수 없었지만 그 뒤에는 길에서 처음 만난 낯선 사람을 대하는 것처럼 쉽고 자연스러웠다는 세세한 이야기까지 전부 들은 레빈은 완전히 명랑해졌다.

“정말 잘됐어. 이제는 나도 선거 때처럼 그렇게 어리석게 굴지 않을 거야. 다음에 브론스키를 만나면 가능한 한 다정하게 대하도록 해야겠어.”

그리고 레빈은 덧붙였다.

“거의 적이나 마찬가지인 사람이 세상에 하나 있고, 그 사람을 만나기가 괴롭다고 생각하는 건 정말 고통스러운 일이야. 나는 정말, 정말 기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