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 톨스토이 · 안나 카레니나 · 1877

제7부 제13장

익숙해질 수 없는 처지는 거의 없다
익숙해질 수 없는 처지는 거의 없다

사람이 익숙해질 수 없는 처지는 거의 없다. 특히 주위의 모든 사람이 똑같이 살아가는 것을 보고 있으면 더욱 그렇다.

석 달 전의 레빈이라면 자기가 지금과 같은 조건에서도 평온하게 잠들 수 있으리라고는 믿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 목적도 질서도 없이, 수입을 넘어서는 도시생활을 하고, 전날에는 클럽에서 ― 달리 부를 수 없는 ― 술자리를 벌이고, 한때 자기 아내가 사랑했던 남자와 어색한 친교를 맺고, 더구나 세상에서 타락한 여자라고 불릴 수밖에 없는 여자를 찾아가 그녀에게 끌리고 그 일로 아내를 괴롭혀놓고도 편안히 잠들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피로와 잠 못 잔 밤과 술기운 때문에 그는 깊고 고요하게 잠들었다.

새벽 다섯 시, 문이 삐걱거리며 열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 그는 벌떡 일어나 둘러보았다. 곁에 키티가 없었다. 칸막이 너머로 움직이는 불빛이 보였고 그녀의 발소리가 들렸다.

“뭐야? 무슨 일이야? 키티!”

“아무것도 아니야.”

키티가 촛불을 들고 나타났다. 그녀는 유난히 다정하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조금 몸이 안 좋았어. 하지만 이제 괜찮아졌어.”

“시작된 거야? 시작됐어?”

레빈은 겁에 질려 말했다.

“사람을 보내야 해.”

그는 허둥지둥 옷을 입기 시작했다.

“아니야, 아니야.”

키티는 웃으며 손으로 그를 붙잡았다.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어. 잠깐 아팠을 뿐이고 이제 지나갔어.”

그녀는 침대로 가서 촛불을 끄고 누웠다.

레빈은 키티가 숨을 죽이는 듯 지나치게 조용하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고, 무엇보다 조금 전 그녀가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말할 때 얼굴에 떠오른 특별한 다정함과 흥분이 이상했지만 너무 졸린 나머지 곧 잠들었다.

나중에야 그는 그 조용한 호흡을 기억했고, 생애에서 가장 큰 사건을 기다리면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자기 곁에 누워 있던 그 순간, 사랑하는 아내의 마음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를 이해했다.

일곱 시에 키티의 손이 어깨를 건드리고 낮은 속삭임이 들렸다. 그녀는 남편을 깨우는 것이 미안하면서도 말을 하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망설이는 듯했다.

“코스차, 놀라지 마. 아무것도 아니야. 하지만 아무래도…… 리자베타 페트로브나를 불러야 할 것 같아.”

촛불은 다시 켜져 있었다. 키티는 침대에 앉아 요 며칠 계속 뜨고 있던 뜨개질을 손에 들고 있었다.

“제발 겁먹지 마. 아무것도 아니야. 나는 하나도 무섭지 않아.”

그녀는 레빈의 놀란 얼굴을 보고 그의 손을 자기 가슴에 대었다가 입술에 가져갔다.

레빈은 정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 채 벌떡 일어나 가운을 걸쳤다. 가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자기가 키티의 얼굴을 사랑하지 않았던가? 그 얼굴의 모든 표정을 안다고 생각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지금과 같은 얼굴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어젯밤 그녀를 괴롭힌 자기 자신이 얼마나 추하고 끔찍하게 느껴지는지 몰랐다. 잠옷 모자 밑으로 빠져나온 부드러운 머리카락에 둘러싸인 붉어진 얼굴은 기쁨과 결심으로 빛나고 있었다.

평소에도 키티에게는 인위적이거나 꾸며진 것이 거의 없었지만, 지금은 모든 덮개가 한꺼번에 벗겨지고 영혼의 가장 깊은 핵심이 두 눈에서 빛나는 듯했다. 그렇게 단순하고 벌거벗은 모습 속에서 그가 사랑하던 바로 그 키티가 전보다 더 분명히 보였다.

그녀는 웃으며 바라보다가 갑자기 눈썹을 떨었다. 머리를 들고 재빨리 그에게 다가와 손을 잡고 몸 전체를 그에게 밀착시켰다. 뜨거운 숨결이 닿았다.

그녀는 고통받고 있었고, 그 고통을 남편에게 호소하는 듯했다. 처음 순간 레빈은 습관적으로 자기가 잘못한 사람처럼 느꼈다. 하지만 키티의 눈에는 비난이 아니라 오히려 이 고통 때문에 그를 더욱 사랑한다고 말하는 듯한 다정함이 있었다.

‘내가 아니라면 대체 누가 이 고통의 원인인가?’

그는 본능적으로 벌을 줄 범인을 찾았다. 그러나 범인은 없었다. 누군가를 탓할 수도 없고, 단순히 도와주거나 이 고통에서 구해줄 수도 없었다.

키티는 고통받으며 호소했고, 동시에 그 고통을 자랑스럽게 받아들이고 기뻐하고 사랑하는 듯했다. 그녀의 영혼에서 아름다운 무엇인가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레빈에게 보였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것은 그의 이해를 넘어서는 일이었다.

“엄마에게는 사람을 보냈어. 당신은 얼른 리자베타 페트로브나에게 가줘…… 코스차! 괜찮아, 지나갔어.”

키티는 몸을 떼고 벨을 울렸다.

“자, 이제 가. 파샤가 오고 있어. 나는 괜찮아.”

레빈은 놀랍게도 키티가 밤에 들고 나온 뜨개질을 다시 집어 들어 뜨기 시작하는 것을 보았다.

그가 한쪽 문으로 나가려 할 때 다른 문으로 하녀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레빈은 문밖에 서서 키티가 하녀에게 아주 세세한 지시를 내리고 함께 침대 위치까지 옮기는 소리를 들었다.

옷을 다 입고 말을 준비시키는 동안, 아직 이른 시각이라 마차를 부를 수도 없었으므로 그는 다시 침실로 달려 올라갔다. 발끝으로 조심조심 걷기는커녕 자기가 날개를 달고 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녀 둘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방 안의 물건들을 옮기고 있었고 키티는 걸어 다니면서 빠르게 뜨개질을 하며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나는 지금 의사에게 갈게. 리자베타 페트로브나에게는 이미 사람을 보냈지만 나도 들를 거야. 또 필요한 건 없어? 돌리에게도 갈까?”

키티는 그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는 듯 바라보았다.

“그래, 그래. 가. 얼른 가.”

그녀는 얼굴을 찡그리며 손을 내저었다.

레빈이 거실로 나가려는 순간, 침실에서 애처로운 신음이 들렸다가 곧 멎었다.

그는 멈춰 섰다. 한동안 그 소리가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 키티였어.’

그는 두 손으로 머리를 움켜쥐고 아래층으로 달려갔다.

“주여, 자비를 베푸소서! 용서하시고 도와주소서!”

어디서 갑자기 떠올랐는지도 모를 말이 입에서 반복되어 나왔다. 믿지 않는 사람이었던 그는 이제 그 말을 입술로만 되뇌는 것이 아니었다. 이 순간 그는 자기 안에 있던 모든 의심과, 이성으로는 믿을 수 없다고 여겨왔던 그 불가능성이 하느님께 호소하는 데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 모든 것은 이제 먼지처럼 영혼에서 날아가 버렸다. 자기 자신과 영혼과 사랑이 그 손 안에 있다고 느끼는 존재가 아니면 대체 누구에게 호소할 수 있겠는가?

말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그러나 단 한 순간도 잃지 않기 위해 모든 육체적 힘과 주의가 한곳으로 모이는 것을 느낀 레빈은 말을 기다리지 않고 걸어서 나섰고, 쿠지마에게 뒤따라오라고 했다.

모퉁이에서 그는 서둘러 오는 야간 마차 한 대를 만났다. 작은 썰매 안에는 벨벳 외투를 입고 머리에 숄을 두른 리자베타 페트로브나가 앉아 있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레빈은 지금은 특별히 엄숙하고 엄격하게까지 보이는 산파의 작고 금발인 얼굴을 알아보고 환호했다. 그는 마부에게 멈추라고 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마차 옆을 따라 뛰며 집으로 돌아갔다.

“한 두 시간쯤일까요? 그 이상은 아닐까요?”

리자베타 페트로브나가 말했다.

“페트르 드미트리치를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 다만 재촉하지는 마세요. 약국에서 아편도 가져오시고요.”

“그럼 무사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주여, 용서하시고 도와주소서!”

마침 집 문을 나서는 자기 말을 본 레빈은 썰매에 올라 쿠지마 곁에 앉아 의사에게 가라고 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