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 톨스토이 · 안나 카레니나 · 1877

제7부 제20장

페테르부르크에서 헛되이 보내지 않는 시간
페테르부르크에서 헛되이 보내지 않는 시간

스테판 아르카디예비치는 언제나 그렇듯 페테르부르크에서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

누이의 이혼 문제와 자기 자리를 위한 청탁이라는 일들 외에도, 그는 늘 말하듯 모스크바의 답답한 공기에서 벗어나 ‘기운을 새로 돋울’ 필요가 있었다.

모스크바는 카페 샹탕도 생기고 옴니버스도 다녔지만 여전히 고여 있는 늪이었다. 스테판 아르카디예비치는 언제나 그렇게 느꼈다.

특히 가족 가까이에서 오래 살다 보면 자기는 기운이 빠지는 것 같았다. 모스크바에 너무 오래 눌러앉아 있으면 아내의 언짢은 기분과 꾸중, 아이들의 건강과 교육, 관청의 사소한 일까지 걱정되기 시작했다. 심지어 자기가 빚이 있다는 사실마저 걱정스럽게 느껴졌다.

그러나 페테르부르크에 와서 자기가 어울리는 사회 속에 조금만 머물면, 모스크바 사람들처럼 겨우 연명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 들어오면, 그런 생각들은 불 앞의 밀랍처럼 즉시 녹아 사라졌다.

아내?

바로 그날 그는 체첸스키 공작을 만났다. 공작에게는 아내와 가족, 이미 시동으로 궁정에 들어갈 나이가 된 아이들이 있었고 동시에 다른 비합법적인 가족과 그쪽 아이들도 있었다. 첫 번째 가족도 나쁘지 않았지만 공작은 두 번째 가족과 함께 있을 때 더 행복하다고 했다. 그는 큰아들을 그 두 번째 가족에게 데리고 가기까지 했으며 그것이 아들에게 교육적으로 유익하다고 스테판 아르카디예비치에게 설명했다.

모스크바라면 이런 일을 두고 뭐라고 했을까?

아이들?

페테르부르크에서는 아이들이 아버지의 삶을 방해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교육기관에서 길러졌다. 모스크바에서 퍼지고 있는, 이를테면 리보프가 가진 것 같은 야만적인 생각 ― 아이들에게 삶의 모든 호사를 주고 부모는 노동과 걱정만 떠맡아야 한다는 생각 ― 도 없었다. 여기서는 교양 있는 인간이라면 자기 자신을 위해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었다.

공무생활 역시 달랐다. 모스크바에서처럼 끈질기게 일하면서 아무 보상도 받지 못하는 멍에가 아니었다. 여기서는 공무 자체가 흥미로웠다. 누구를 만나고, 작은 부탁 하나를 들어주고, 적절한 말 한마디를 하고, 사람 흉내를 재미있게 내는 능력만 있어도 어느 날 갑자기 출세할 수 있었다. 어제 만난 브랸체프처럼 말이다. 그는 이제 고위관리였다.

무엇보다도 돈을 보는 페테르부르크식 관점은 스테판 아르카디예비치를 크게 안심시켰다.

적어도 연 오만 루블은 쓰는 생활을 하는 바르트냔스키가 전날 아주 훌륭한 말을 해주었다.

저녁식사 전에 이야기를 나누다가 스테판 아르카디예비치는 말했다.

“자네 모르드빈스키와 친하지? 내게 부탁 하나 해줄 수 있겠어. 한 자리 맡고 싶어서 말이야. 그 기관 위원 자리…….”

“나는 이름 같은 건 어차피 기억 못 해. 그런데 자네는 왜 그런 철도니 은행이니 하는 유대인들 일에 끼고 싶어하지?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 좀 지저분하잖아.”

스테판 아르카디예비치는 그것이 ‘살아 있는 실제 일’이라고 설명하지 않았다. 바르트냔스키는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돈이 필요해. 살 돈이 없어.”

“살고 있잖아?”

“살기는 하지. 하지만 빚이 있어.”

“얼마나?”

바르트냔스키는 동정하듯 물었다.

“아주 많아. 이만 루블쯤.”

바르트냔스키는 즐겁게 웃음을 터뜨렸다.

“오, 행복한 사람이군! 나는 백오십만 루블 빚이 있고 가진 게 하나도 없어. 그런데 보게, 아직 잘 살고 있잖아!”

이 말이 단순한 허풍이 아니라는 것을 스테판 아르카디예비치는 실제 사례들로 알고 있었다. 지바호프는 삼십만 루블 빚에 자기 명의 재산이라고는 한 푼도 없었지만 얼마나 멋지게 사는가. 크리브초프 백작은 오래전에 파산했다고 모두가 생각했는데도 두 집 살림을 유지했다. 페트로프스키는 오백만 루블을 날리고도 예전과 똑같이 살면서 재정까지 담당하고 연봉 이만 루블을 받았다.

게다가 페테르부르크는 육체적으로도 스테판 아르카디예비치에게 좋은 영향을 주었다. 이 도시는 그를 젊게 만들었다.

모스크바에서는 때때로 흰머리를 살피고, 점심 뒤 졸고, 하품하고, 계단을 오를 때 천천히 걸으며 숨이 차고, 젊은 여자들과 있어도 지루해하며 무도회에서 춤도 추지 않았다. 그러나 페테르부르크에서는 늘 몸에서 열 살이 빠져나간 듯했다.

전날 외국에서 돌아온 예순 살의 표트르 오블론스키 공작이 한 말과 똑같았다.

“우리는 여기서 사는 법을 몰라. 믿겠나, 나는 여름을 바덴에서 보냈는데 정말 젊은 사람이 된 것 같았어. 젊은 여자를 보면 생각도 달라지고…… 밥을 먹고 술을 조금 마시면 힘이 나고 활기가 생겨. 그런데 러시아로 돌아와 아내에게 가고 또 시골에 갔더니, 이 주 만에 가운이나 걸치고 저녁식사 때 옷도 제대로 갈아입지 않게 되더군. 젊은 여자를 생각하기는커녕 완전히 늙은이가 됐지. 남은 건 영혼 구제뿐이더라고. 파리에 가니 다시 괜찮아졌어.”

스테판 아르카디예비치는 바로 그 차이를 느꼈다. 모스크바에서 계속 살았더라면 정말 언젠가 영혼을 구원해야겠다는 생각까지 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페테르부르크에 오면 다시 점잖고 정상적인 사람이 된 듯했다.

벳시 트베르스카야 공작부인과 스테판 아르카디예비치 사이에는 오래되고 이상한 관계가 있었다. 그는 늘 장난으로 그녀를 유혹했고, 역시 장난이라는 형식 아래 가능한 한 외설적인 말을 했다. 그런 말을 벳시가 가장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카레닌과 이야기한 다음 날 그녀를 찾아갔을 때 스테판 아르카디예비치는 너무 젊어진 기분이어서 장난스러운 구애와 거짓말이 뜻밖에 너무 멀리 가버렸다. 이제 어떻게 빠져나와야 할지 모를 지경이었다. 불행하게도 벳시는 그에게 전혀 매력적이지 않았고 오히려 혐오스러웠다. 다만 그녀가 그를 매우 좋아했기 때문에 이런 말투와 관계가 오래전부터 굳어져 있었다.

그래서 먀흐카야 공작부인이 들어와 둘만 있는 시간을 끊어주자 그는 진심으로 반가웠다.

“아, 당신도 여기 계셨군요.”

먀흐카야 공작부인은 그를 보자 말했다.

“당신의 불쌍한 누이는 어때요? 나를 그런 눈으로 보지 마세요. 모두가 그 여자에게 달려들어 비난하기 시작한 뒤부터, 그것도 안나보다 십만 배는 더 나쁜 사람들이 말이에요, 나는 오히려 안나가 아주 잘했다고 생각해요. 그 여자가 페테르부르크에 왔을 때 브론스키가 내게 알려주지 않은 건 용서할 수 없어. 나는 찾아가서 어디든 함께 다녀줬을 텐데. 안나에게 내 사랑을 전해주세요. 자, 어떻게 지내는지 말해봐요.”

“예, 처지가 몹시 어렵습니다. 안나는…….”

스테판 아르카디예비치는 ‘누이 이야기를 해달라’는 말을 진짜 부탁으로 받아들이고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먀흐카야 공작부인은 늘 하던 대로 즉시 말을 끊고 자기가 말하기 시작했다.

“안나는 나만 빼고 모두가 실제로는 하면서도 숨기는 일을 했을 뿐이에요. 다만 속이기를 싫어해서 공개했지요. 잘한 일이에요. 게다가 그 반미치광이인 당신 처남까지 버렸으니 더 잘했어요. 용서하세요. 모두가 그 사람을 똑똑하다고 할 때 나는 혼자 바보라고 했어요. 이제 리디야와 란도에게 붙은 뒤로는 모두가 미쳤다고 하니, 이번에는 나도 남들과 의견을 달리하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군요.”

“그런데 제발 좀 설명해주세요. 그게 대체 무슨 뜻입니까? 어제 나는 누이 일 때문에 그에게 가서 확실한 답을 달라고 했습니다. 대답을 안 하고 생각해보겠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오늘 아침 대답 대신 오늘 저녁 리디야 이바노브나 백작부인 집으로 오라는 초대를 받았어요.”

“그렇군, 그렇군!”

먀흐카야 공작부인은 신이 나서 말했다.

“그들이 란도에게 물어보려는 거예요. 란도가 뭐라고 말하는지.”

“란도에게요? 왜? 란도가 누굽니까?”

“세상에, 유명한 투시자 쥘 란도를 모르세요? 정말 지방에서 사니 아무것도 모르시는군요. 보세요. 란도는 원래 파리 상점의 점원이었어요. 의사를 만나러 갔다가 대기실에서 잠이 들었는데, 자면서 환자들에게 충고를 하기 시작했대요. 그런데 그 충고가 놀랍도록 정확했다는 거예요. 멜레딘스키의 아내가 이 란도 이야기를 듣고 병든 남편에게 데려갔지요. 내 생각에는 남편에게 아무 도움도 되지 않았어요. 여전히 병자니까. 하지만 그들은 믿었고 데리고 다녔어요. 러시아로 데려오자 여기 사람들이 모두 달려들었고 란도는 다 치료하기 시작했어요. 베주보바 백작부인을 낫게 했다는데, 그 여자가 란도를 너무 사랑하게 되어 아들로 입양했어요.”

“입양했다고요?”

“그래요. 그래서 이제는 란도가 아니라 베주보프 백작이에요.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리디야 말이에요. 나는 그 여자를 아주 좋아하지만 머리는 좀 이상하잖아요. 당연히 이제 이 란도에게 완전히 빠졌고, 그 사람 없이는 리디야도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도 아무 결정을 하지 않아요. 그러니 당신 누이의 운명은 지금 이 란도, 아니 베주보프 백작 손에 달린 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