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 톨스토이 · 안나 카레니나 · 1877

제7부 제19장

세르게이 알렉세예비치가 왔다는 전갈
세르게이 알렉세예비치가 왔다는 전갈

스테판 아르카디예비치가 이제 일어나 돌아가려 할 때 코르네이가 들어와 알렸다.

“세르게이 알렉세예비치가 왔습니다.”

“세르게이 알렉세예비치? 그게 누구지?”

스테판 아르카디예비치는 말하다가 곧 기억해냈다.

“아, 세료자!”

그는 웃었다.

“‘세르게이 알렉세예비치’라기에 무슨 부처 국장이라도 온 줄 알았네.”

그러다가 안나가 자기를 보내며 하던 말을 떠올렸다.

‘그래도 아이를 한번 만나봐. 어떻게 지내는지, 누가 곁에 있는지 자세히 알아봐. 그리고 스티바…… 가능하다면…… 정말 가능하다면?’

안나가 그렇게 말할 때 얼굴에 떠오르던 소심하고 애처로운 표정이 생각났다.

그 ‘가능하다면’이 무엇을 뜻하는지 그는 알고 있었다. 이혼을 성사시키면서 아들까지 안나에게 돌려줄 수 있다면, 이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카레닌과 이야기를 하고 난 지금 스테판 아르카디예비치는 그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임을 알았다. 그래도 조카를 보게 된 것은 반가웠다.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는 옛 처남에게 아들에게는 어머니 이야기를 결코 하지 않으며, 그에게도 안나에 관해 한마디도 꺼내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어머니와의 만남 뒤에 아이가 아주 심하게 앓았습니다. 목숨까지 걱정했지요. 그러나 적절한 치료와 여름 해수욕으로 건강이 회복됐고, 지금은 의사의 조언에 따라 학교에 보냈습니다. 실제로 동급생들과의 생활이 좋은 영향을 주어 아주 건강하고 공부도 잘합니다.”

그때 넓은 어깨의 잘생긴 소년이 파란 상의와 긴 바지를 입고 씩씩하고 자연스럽게 방에 들어왔다. 얼굴에는 건강과 생기가 넘쳤다.

“어이구, 정말 훌륭한 청년이 됐구나! 이제는 세료자라고 부르면 안 되고 완전히 세르게이 알렉세예비치로군!”

스테판 아르카디예비치는 웃었다.

소년은 처음에는 낯선 사람을 대하듯 삼촌에게 인사했으나 그를 알아보자 얼굴을 붉히고, 무엇인가 불쾌하고 화가 난 사람처럼 얼른 고개를 돌렸다. 아버지에게 다가가 학교에서 받은 성적표를 내밀었다.

“그래, 괜찮군. 가도 좋다.”

아버지가 말했다.

“살도 조금 빠지고 키도 컸어. 이제는 어린애가 아니라 소년이 됐군. 나는 이게 좋아.”

오블론스키가 말했다.

“그런데 나 기억하니?”

세료자는 아버지를 재빨리 돌아보았다.

“기억합니다, 삼촌.”

그는 삼촌을 한번 보고는 다시 눈을 내리깔았다.

스테판 아르카디예비치는 아이를 불러 손을 잡았다.

“그래, 잘 지내니?”

말을 이어가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세료자는 얼굴이 붉어진 채 대답하지 않고 자기 손을 삼촌 손에서 조심스럽게 빼려고 했다. 스테판 아르카디예비치가 손을 놓자마자 아이는 풀려난 새처럼 아버지를 묻는 듯 한번 보고는 빠른 걸음으로 방을 나갔다.

세료자가 마지막으로 어머니를 본 뒤 한 해가 지났다.

그때부터 어머니 이야기는 한 번도 듣지 못했다. 그해 학교에도 들어가 동급생들을 알고 좋아하게 되었다. 어머니를 만난 뒤 그를 병들게 했던 꿈과 기억들도 이제는 예전만큼 그를 괴롭히지 않았다. 그런 생각이 떠오르면 그는 일부러 밀어냈다. 그런 감상은 여자아이에게나 어울리고 남자아이, 동급생들과 함께 사는 소년에게는 부끄러운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 다툼이 있어 헤어졌다는 것은 알았다. 자기는 아버지와 살아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그 생각에 익숙해지려고 애썼다.

어머니를 닮은 삼촌을 보는 것이 불쾌했다. 잊고 싶은 바로 그 기억들이 되살아나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서재 문 앞에서 기다리는 동안 우연히 들은 몇 마디와 아버지와 삼촌의 얼굴을 보고, 둘이 어머니 이야기를 했다는 것을 눈치챘다.

지금 함께 살며 의지해야 하는 아버지를 비난하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가 그토록 수치스럽게 여기는 감상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세료자는 일부러 삼촌을 보지 않으려 했고, 그가 자기를 무엇을 떠올리게 하는지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나 뒤이어 방을 나선 스테판 아르카디예비치가 계단에서 조카를 보고 불러 세운 뒤 학교에서 수업 사이에 어떻게 노느냐고 묻자, 아버지가 없는 자리에서는 세료자도 조금 말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 요즘 철도놀이를 해요. 이런 거예요. 두 명이 벤치에 앉으면 승객이고 한 명은 벤치 위에 서요. 모두가 끈으로 연결해서 복도를 달리는 거예요. 손으로 잡아도 되고 허리띠를 써도 돼요. 앞에 있는 사람이 문을 계속 열어줘야 하고요. 차장 역할이 제일 어려워요.”

“서 있는 사람이 차장이야?”

스테판 아르카디예비치가 웃으며 물었다.

“네. 갑자기 멈추거나 누가 넘어지면 정말 용감하고 재빠르게 해야 하거든요.”

“그래, 장난이 아니겠구나.”

오블론스키는 슬픈 마음으로 조카의 활기찬 두 눈을 들여다보았다. 그 눈은 어머니와 닮았지만 이제 더 이상 어린아이의 눈도, 완전히 순진한 눈도 아니었다.

그리고 카레닌에게 안나 이야기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도 그는 참을 수 없었다.

“너…… 엄마 기억하니?”

갑자기 물었다.

“아니요. 기억 안 나요.”

세료자는 너무도 빠르게 대답했다. 얼굴 전체가 진홍빛으로 달아올랐고 고개를 숙였다. 그 뒤에는 삼촌이 아무리 말을 걸어도 더 이상 대답을 얻을 수 없었다.

반시간쯤 뒤 슬라브계 가정교사는 계단에서 혼자 있는 학생을 찾아냈다. 그는 세료자가 화가 난 것인지 울고 있는 것인지 한동안 알 수 없었다.

“철도놀이하다 넘어져 다치기라도 했나?”

가정교사가 말했다.

“내가 위험한 놀이라고 했지. 교장 선생님께 알려야겠군.”

“내가 다쳤어도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을 거예요. 그건 분명해요.”

“그럼 왜 그러니?”

“그냥 내버려두세요! 기억하든 안 하든…… 그게 삼촌에게 무슨 상관이에요? 내가 왜 기억해야 해요? 나를 좀 내버려두세요!”

그 말은 이제 가정교사에게가 아니라 세상 전체를 향해 외치는 말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