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 톨스토이 · 안나 카레니나 · 1877

제7부 제12장

손님이 돌아간 뒤 방 안을 오가는 밤
손님이 돌아간 뒤 방 안을 오가는 밤

손님들이 돌아간 뒤 안나는 방 안을 천천히 오갔다.

그날 저녁 내내 그녀는, 최근 젊은 남자들을 만날 때면 거의 무의식적으로 늘 그랬듯이, 레빈이 자기를 좋아하게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그리고 자기가 성공했다는 것도 알았다. 정직하고 아내를 사랑하는 남자에게서 단 한 번의 저녁 동안 얻어낼 수 있는 만큼의 감정은 얻어냈다는 사실을 여자로서 정확하게 느꼈다.

그녀는 레빈을 좋아했다. 키티가 사랑하는 남자인 레빈에게도 브론스키와 통하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레빈이 현관을 나서는 순간 그녀는 거의 곧바로 그에 대한 생각을 멈추었다.

남은 것은 하나뿐이었다.

브론스키.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직 이렇게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는데, 아내를 사랑하는 저 남자까지도 한 저녁 만에 흔들 수 있는데, 어째서 그는 나에게 점점 차가워지는 것일까?’

아니, 브론스키가 차갑다고만 할 수는 없었다. 그는 여전히 그녀를 사랑했다. 그러나 둘 사이에는 예전에는 없던 무엇인가가 생겨 있었다. 서로를 가로막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단단한 무엇이었다.

그리고 오늘은 왜 저녁 내내 돌아오지 않는가?

스테판 아르카디예비치를 통해 브론스키는 야시빈의 도박을 지켜보다가 그를 데려오려고 남겠다고 전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안나는 그 이유 뒤에 또 다른 이유가 있다고 느꼈다. 브론스키는 자기도 자기 일과 친구와 자유를 가질 권리가 있다는 것을 그녀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안나는 그에게서 충성의 증거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 오직 사랑이었다. 그리고 브론스키라면 지금 모스크바에서 그녀가 어떤 상태로 살고 있는지를 이해해야 했다.

이혼 문제는 끝없이 미뤄지고 있었다. 스티바는 카레닌에게서 분명한 대답을 받아내지 못했다. 그녀 자신은 카레닌에게 다시 편지를 쓸 수도 없었다. 시작할 수도 끝낼 수도 없고, 지금의 삶을 바꿀 수도 없었다.

그래서 영어인 가족을 돌보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여러 계획을 세우며 시간을 채웠다. 그러나 그것들이 결국 무엇인가? 모두가 속임수였다. 밤이면 모르핀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브론스키라면 알아야 하고, 그녀를 불쌍히 여겨야 했다.

자기 자신이 너무 불쌍하게 느껴져 눈물이 흘렀다.

그때 현관에서 벨 소리가 났다.

안나는 재빨리 눈물을 닦고 책을 집어 들었다. 브론스키가 들어왔을 때 그녀는 읽고 있던 사람처럼 보였다. 그녀는 자기 불쾌함은 보여주고 싶었지만, 고통과 자기연민만큼은 보이고 싶지 않았다. 자기 자신은 스스로를 불쌍히 여길 수 있었으나, 그에게 불쌍히 여겨지는 것은 견딜 수 없었다.

그녀는 싸움을 원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싸울 준비를 한 사람처럼 행동했다.

브론스키는 유난히 명랑해 보였다.

“이제는 심심하지 않았겠군. 스티바와 레빈이 왔다고 들었어.”

“그래. 당신은 야시빈과 있었고?”

“있었지. 그 사람은 오늘 정말 미쳤어. 한때는 만 칠천 루블이나 따고 있었어. 나는 그만두라고 했고 거의 데리고 나올 뻔했는데, 다시 돌아가더니 지금은 잃고 있을 거야.”

“그러면 왜 남아 있었어?”

안나는 차갑게 물었다.

“스티바에게는 야시빈을 데리고 나오려고 남는다고 했잖아. 그런데 결국 그 사람을 두고 왔고.”

브론스키의 얼굴에도 즉시 경계하는 표정이 나타났다.

“나는 스티바에게 당신에게 그런 말을 전해달라고 부탁한 적이 없어. 그리고 나는 거짓말하지 않아. 무엇보다도 내가 남고 싶어서 남은 거야.”

그는 부드럽게 만들려는 듯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안나는 그 손을 잡고 싶었다. 사실은 그 순간 모든 것을 끝내고 그에게 기대고 싶었다. 그러나 둘 사이에서 언제부터인가 작동하기 시작한 이상하고 악의적인 힘이 그녀를 그렇게 하지 못하게 했다.

“그래. 당신이 원하면 남을 권리가 있겠지. 당신에게는 자유가 있으니까.”

“또 그 이야기군.”

“아니야.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그저 당신이 자유롭다는 걸 인정했을 뿐이야.”

브론스키는 손을 거두었다.

안나는 그 순간 자기가 이기고 싶어하고 있음을 알았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다툼에서 이기려 하고 있었다.

“그건 고집이야.”

그녀가 말했다.

“당신에게는 승리겠지. 하지만 나에게는…….”

갑자기 자기연민이 밀려왔다.

“당신은 내가 당신이 적이 되어 있을 때 어떤 상태가 되는지 몰라. 나는 요즘 끔찍한 일이 가까이 와 있는 것 같아. 나 자신이 무서워.”

그녀는 고개를 돌리고 울기 시작했다.

브론스키의 얼굴에 공포가 떠올랐다. 그는 곧바로 그녀의 손에 입을 맞췄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내가 뭘 해야 하는지 말해. 무엇이든 할게.”

“아무것도. 나는 그냥 외롭고 신경이 지쳐 있어. 우리 다른 이야기 하자. 경마 이야기를 해줘.”

그녀는 화해한 듯 보였고, 마음 한구석에서는 자기가 이겼다는 기쁨을 느꼈다.

그러나 저녁식사를 하며 브론스키가 경마와 사람들 이야기를 하는 동안 안나는 그가 아직 완전히 용서하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다. 그의 말투에는 전보다 차가운 무엇이 있었다. 그리고 조금 전 자기가 먼저 무너진 것을 후회했다.

그녀는 또 하나를 깨달았다. “끔찍한 일이 가까이 있다”, “나 자신이 무섭다”는 말이 그에게 얼마나 강하게 작용했는지. 그것은 위험한 무기였다. 한 번은 쓸 수 있었지만, 다시는 함부로 쓸 수 없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사랑과 나란히 또 하나의 힘이 생겨 있었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굴복시키고, 누가 더 필요한 사람인지를 증명하려는 악의적인 투쟁의 힘이었다. 그것은 그의 마음에도 있었고, 무엇보다 그녀 자신의 마음에서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