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 톨스토이 · 안나 카레니나 · 1877

제7부 제22장

낯설고 기묘한 이야기에 어리둥절해진 머리
낯설고 기묘한 이야기에 어리둥절해진 머리

스테판 아르카디예비치는 자기가 방금까지 들은 낯설고 기묘한 이야기들 때문에 완전히 어리둥절해져 있었다.

페테르부르크 생활의 복잡함은 대체로 그에게 활력을 주었다. 모스크바의 느슨한 정체 상태에서 그를 끌어내는 여러 이해관계와 인맥, 서로 엇갈리는 계산과 미묘한 관계를 그는 좋아했고 또 잘 이해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기가 익히 알고 있는 사회의 영역에서 벌어지는 복잡함이었다. 지금 들어온 이 낯선 세계에서 그는 무엇이 진지한 것이고 무엇이 우스운 것인지, 무엇을 믿어야 하고 무엇을 적당히 맞장구쳐야 하는지조차 판단할 수 없었다.

리디야 이바노브나의 말을 듣고, 동시에 란도의 아름답고도 순진한―혹은 교활한 것인지 그 자신도 분간할 수 없는―눈이 자기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느끼는 동안, 스테판 아르카디예비치는 머리가 이상할 정도로 무거워졌다.

좋은 저녁식사에 이어 마신 많은 코냑도 한몫했겠지만, 그것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멍한 감각이었다.

‘마리 사니나는 아이가 죽은 것을 기뻐한다는 건가? 아니, 감사한다고 했지. 신앙만 있으면 구원받고, 행위는 필요 없고…… 그렇다면 수도사들은 도대체 왜 그 모든 고행을 하지? 그 사람들은 모르는 걸 리디야 이바노브나는 안다는 말인가? 담배 한 대만 피웠으면 좋겠군. 하지만 여기서 담배를 꺼내면 안 되겠지.’

생각이 이리저리 흩어졌다.

그는 몇 번이나 하품을 참았다. 책을 읽는 백작부인의 목소리는 점점 멀어지고, 방의 램프 빛은 부드럽게 번져나가는 것 같았다.

그러다 문득 리디야 이바노브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잠들었어요.”

스테판 아르카디예비치는 자기를 두고 하는 말인 줄 알고 움찔했으나, 곧 그 말이 란도를 가리킨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안도했다.

란도는 안락의자에 깊숙이 기대 눈을 감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잠든 사람의 무방비함과 동시에 이상할 만큼 긴장된 표정이 섞여 있었다.

리디야 이바노브나와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는 마치 기다리던 순간이 왔다는 듯 서로를 바라보았다.

“친구여, 손을 주세요.”

리디야 이바노브나가 카레닌에게 말했다.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는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란도의 축축한 손이 천천히 움직여 그의 손을 붙잡았다.

모두 조용해졌다.

잠시 뒤 란도는 눈을 뜨지 않은 채 프랑스어로 말했다.

Que la personne qui est arrivée la dernière, celle qui demande, qu’elle sorte! Qu’elle sorte! 마지막으로 온 사람, 무엇인가를 청하는 그 사람이 나가게 하십시오. 나가게 하십시오!”

스테판 아르카디예비치는 자기가 잘못 들었나 싶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리디야 이바노브나는 난처하지만 엄숙한 얼굴로 그에게 몸을 돌렸다.

“용서하세요. 하지만 보시다시피…… 열 시쯤 다시 오시든지, 아니, 내일 오시는 편이 더 좋겠어요.”

“나가게 하십시오!”

란도가 눈을 감은 채 조급하게 되풀이했다.

“저를 말하는 겁니까?”

스테판 아르카디예비치가 물었다.

대답은 그렇다는 것이었다.

그 순간 그는 리디야 이바노브나에게 자기 관직 문제를 부탁하려던 것도, 누이의 이혼 문제를 말하려던 것도 모두 잊고, 오직 이곳에서 가능한 한 빨리 빠져나가고 싶다는 생각뿐이 되었다.

그는 발끝으로 걸어 방을 나왔고, 마치 전염병 환자의 집에서 빠져나온 사람처럼 거리로 달려나갔다. 그리고 정신을 되찾고 평소의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기 위해 마부에게 쓸데없는 말을 걸고 한참이나 농담을 주고받았다.

그 뒤 그는 프랑스 극장에 가서 마지막 막을 보았고, 다시 타타르인들과 어울려 샴페인을 마셨다. 익숙한 쾌락 속으로 돌아오면 조금 전의 기묘한 기분이 사라질 줄 알았으나 완전히 그렇지는 않았다.

밤늦게 피오트르 오블론스키의 숙소로 돌아왔을 때에는 벳시의 쪽지가 와 있었다. 내일 들러서 끝내지 못한 이야기를 마저 하자는 내용이었다. 그는 쪽지를 읽고 얼굴을 찌푸렸다. 누이의 일이 머릿속에서 다시 무겁게 살아났기 때문이다.

그때 계단 아래에서 무거운 발소리와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젊어진 피오트르 오블론스키였다. 그는 술에 너무 취해 혼자 계단을 오르지도 못했다. 그러나 스테판 아르카디예비치를 보자 자기를 바닥에 세워놓으라고 명령한 다음 그에게 매달려 방까지 올라갔다. 방에 들어오자 그는 그날 저녁을 얼마나 즐겁게 보냈는지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말을 끝내기도 전에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스테판 아르카디예비치는 그에게 드문 일이지만 몹시 침울해졌다.

잠자리에 누워도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떠올리는 것마다 어쩐지 불쾌했고, 그 가운데에서도 리디야 이바노브나의 응접실에서 보낸 저녁은 마치 자기가 어떤 수치스러운 일에 가담하기라도 한 것처럼 가장 불쾌하게 기억되었다.

다음 날 그는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에게서 안나와의 이혼을 허락할 수 없다는 단호한 거절을 받았다.

그리고 그 결정을 받아든 순간, 스테판 아르카디예비치는 그것이 전날 란도가 진짜 잠 속에서 말했든 잠든 척하며 말했든, 어쨌든 그 프랑스인이 입 밖에 낸 명령에 근거해 내려진 결정임을 이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