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 톨스토이 · 안나 카레니나 · 1877

제7부 제8장

높은 방들을 지나 당구장으로
높은 방들을 지나 당구장으로

식탁에서 일어난 레빈은 걸을 때 자기 두 팔이 유난히 반듯하고 가볍게 흔들리는 것을 느끼며 가긴과 함께 높은 방들을 지나 당구장으로 갔다.

큰 홀을 지나가다가 장인과 마주쳤다.

“그래, 어때? 우리 ‘한가함의 신전’이 마음에 드나?”

공작이 그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

“자, 좀 걸어보세.”

“나도 한번 돌아다니며 구경하고 싶었습니다. 재미있군요.”

“그래, 자네한테는 재미있겠지. 하지만 내 재미는 자네와는 좀 다르네. 자네는 저 늙은이들을 보면서―”

공작은 허리가 굽고 아랫입술이 축 늘어진 채 부드러운 장화 속 발을 겨우 움직이며 마주 오는 회원을 가리켰다.

“―저 사람들이 태어날 때부터 ‘슐루피크’였다고 생각하겠지.”

“슐루피크가 뭡니까?”

“이런, 자네는 그 이름도 모르는군. 우리 클럽 용어야. 달걀을 굴리다 보면 너무 많이 굴린 달걀이 길쭉하게 닳아버리는 일이 있지? 그걸 슐루피크라고 해. 우리도 마찬가지야. 클럽에 오고 또 오고 하다 보면 결국 슐루피크가 되는 거지.”

공작은 말했다.

“그래, 자네는 웃지만 우리 같은 사람은 자기가 언제 슐루피크가 될지를 벌써 지켜보고 있다네. 체첸스키 공작을 아나?”

공작이 물었다.

레빈은 그의 표정을 보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임을 알아차렸다.

“아니요, 모릅니다.”

“아니, 어떻게 몰라! 그 유명한 체첸스키 공작 말일세. 뭐, 상관없네. 늘 당구를 치는 사람이지. 삼 년 전까지만 해도 아직 슐루피크가 아니라고 큰소리치면서 다른 사람들을 슐루피크라고 불렀어. 그런데 어느 날 클럽에 왔지. 우리 문지기 있잖나…… 바실리 말이야. 그 뚱뚱한 사람. 재치 있는 말을 잘하는 친구지. 체첸스키 공작이 묻더래. ‘그래, 바실리, 누가누가 와 있나? 슐루피크들도 있나?’ 그러자 바실리가 대답했지. ‘공작님이 세 번째이십니다.’ 그래, 이 친구야, 그렇게 되는 거야!”

레빈은 공작과 함께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이야기를 하며 클럽의 모든 방을 돌아보았다.

큰 방에서는 이미 카드판들이 벌어져 늘 같은 상대끼리 작은 판돈의 게임을 하고 있었다.

소파방에서는 체스를 두고 있었고 세르게이 이바노비치가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있었다.

당구장 한쪽 굽은 곳의 소파 곁에서는 샴페인을 곁들인 명랑한 모임이 만들어져 있었고 가긴도 거기에 끼어 있었다.

‘지옥방’이라는 도박방에도 들여다보았다. 야시빈이 벌써 자리를 잡은 어느 식탁 둘레에 돈을 거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조심하며 어두운 독서실에도 들어갔다.

갓을 씌운 등불 아래에는 화가 난 얼굴의 젊은이가 잡지 한 권을 놓으면 또 다른 잡지를 집어 들고 있었고, 대머리 장군 하나는 독서에 깊이 빠져 있었다.

공작이 ‘똑똑한 방’이라고 부르는 방에도 들어갔다.

그곳에서는 세 신사가 최신 정치 소식을 놓고 열띤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공작님, 준비됐습니다.”

그의 상대 중 하나가 찾아와 말했고 공작은 떠났다.

레빈은 한동안 앉아서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아침 내내 들었던 모든 대화를 떠올리자 갑자기 견딜 수 없이 지루해졌다.

그는 서둘러 일어나, 함께 있으면 즐거웠던 오블론스키와 투로프친을 찾으러 갔다.

투로프친은 당구장 높은 소파에 앉아 음료가 든 큰 잔을 들고 있었고, 스테판 아르카디예비치는 방 끝 구석 문 옆에서 브론스키와 무언가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 여자가 지루해서 그런 게 아니라, 이 불확실하고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가…….”

레빈은 그런 말을 들었다.

그는 얼른 돌아서려 했지만 스테판 아르카디예비치가 불렀다.

“레빈!”

레빈은 스테판 아르카디예비치의 눈에 눈물은 아니지만 습기가 어려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술을 마셨을 때나 감정이 북받쳤을 때 늘 그랬다.

오늘은 두 가지가 다 겹쳐 있었다.

“레빈, 가지 마.”

그는 레빈의 팔꿈치를 꽉 잡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놓아주지 않을 기세였다.

“이 사람은 내 진실한 친구, 아마 가장 좋은 친구일 거야.”

그가 브론스키에게 말했다.

“자네는 또 내게 그보다 더 가깝고 소중한 사람이지. 나는 자네들이 서로 친한 사이가 되어야 한다고 바라고, 또 반드시 그렇게 될 거라고 알아. 두 사람 다 좋은 사람이니까.”

“그렇다면 이제 우리에게 남은 일은 입맞춤뿐이군요.”

브론스키가 선량하게 농담하며 손을 내밀었다.

레빈은 곧 내민 손을 잡고 힘껏 악수했다.

“정말, 정말 반갑습니다.”

레빈이 말했다.

“하인, 샴페인 한 병!”

스테판 아르카디예비치가 외쳤다.

“나도 정말 반갑습니다.”

브론스키가 말했다.

그러나 스테판 아르카디예비치의 바람에도, 또 두 사람 자신의 선의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서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고, 둘 다 그것을 느꼈다.

“자네는 이 사람이 안나와 아직 아는 사이가 아니라는 걸 아나?”

스테판 아르카디예비치가 브론스키에게 말했다.

“나는 꼭 이 사람을 데리고 안나에게 갈 생각이야. 레빈, 같이 가세!”

“정말입니까?”

브론스키가 말했다.

“안나도 무척 기뻐할 겁니다. 나는 지금 곧 집으로 갈 수도 있었는데―”

그가 덧붙였다.

“야시빈이 마음에 걸려서요. 끝날 때까지 여기 좀 있으려고 합니다.”

“상황이 나쁜가?”

“계속 잃고 있어요. 내가 아니면 말릴 사람이 없습니다.”

“그럼 당구 한 판 어떤가? 레빈, 자네도 할 거지? 그래, 잘됐군.”

스테판 아르카디예비치가 말했다.

“피라미드를 세우게.”

그가 당구장 직원에게 말했다.

“벌써 준비해놓았습니다.”

직원은 이미 공을 삼각형으로 세워놓고 심심풀이로 붉은 공을 굴리고 있었다.

“그럼 하지.”

한 판을 치고 난 뒤 브론스키와 레빈은 가긴의 식탁으로 가 앉았고, 레빈은 스테판 아르카디예비치의 권유로 에이스에 돈을 걸기 시작했다.

브론스키는 계속 찾아오는 지인들에게 둘러싸여 식탁에 앉아 있기도 하고, 야시빈을 살피러 도박방에 다녀오기도 했다.

레빈은 오전의 정신적 피로에서 벗어나는 기분 좋은 휴식을 느끼고 있었다.

브론스키와의 적대감이 사라진 것도 기뻤고, 이곳에서 느끼는 평온과 품위와 즐거움의 인상도 계속 그를 감싸고 있었다.

판이 끝나자 스테판 아르카디예비치가 레빈의 팔을 잡았다.

“자, 이제 안나에게 가세. 지금 갈까? 응? 집에 있을 거야. 오래전부터 자네를 데려가겠다고 약속했거든. 자네 오늘 저녁 어디 갈 데 있나?”

“별로 없어. 스비야시스키에게 농업협회에 가겠다고 약속하긴 했지만. 좋아, 갑시다.”

“훌륭해, 가세! 내 마차가 왔는지 알아봐.”

스테판 아르카디예비치가 하인에게 말했다.

레빈은 식탁으로 가서 에이스에 걸었다 잃은 사십 루블을 계산했다.

또 문기둥 옆에 서 있는 늙은 하인에게, 어떤 신비스러운 방식으로 그 자신만 정확히 알고 있는 클럽 비용도 지불했다.

그러고는 평소보다 두 팔을 더 크게 흔들며 모든 방을 지나 출구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