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 톨스토이 · 안나 카레니나 · 1877

제7부 제29장

더 나쁜 상태로 다시 오른 마차
더 나쁜 상태로 다시 오른 마차

안나는 집에서 나올 때보다 훨씬 더 나쁜 상태로 마차에 올랐다. 원래의 괴로움에, 키티를 만났을 때 너무도 분명하게 느낀 모욕감과 배척당했다는 감정까지 더해졌다.

“어디로 모실까요? 댁으로요?”

표트르가 물었다.

“그래, 집으로.”

안나는 이제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조차 생각하지 않은 채 대답했다.

‘그 사람들은 마치 무섭고 이해할 수 없고 신기하기까지 한 물건을 보는 것처럼 나를 쳐다봤어. 저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뭘 저렇게 열심히 이야기하는 걸까?’

안나는 두 보행자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자기가 느끼는 것을 정말 다른 사람에게 말할 수 있는 걸까? 나는 돌리에게 말하려 했지. 말하지 않은 게 잘됐어. 내가 불행하다는 걸 알았으면 속으로 얼마나 기뻐했을까! 겉으로는 감추었겠지만, 내가 누린다고 생각해서 질투하던 즐거움 때문에 벌을 받았다는 기쁨이 돌리 마음속에서는 가장 컸을 거야. 키티는 훨씬 더 기뻐했겠지.’

‘나는 키티를 속속들이 다 알아! 내가 그 여자 남편에게 평소보다 더 친절하게 굴었다는 걸 알아차렸어. 그래서 질투하고 나를 미워하지. 게다가 경멸해. 키티 눈에 나는 부도덕한 여자야. 정말 내가 부도덕한 여자라면, 마음만 먹으면 그 남편이 나를 사랑하게 만들 수도 있었어…… 원했다면. 그래, 사실 나는 그러고 싶었어.’

마주 오던 뚱뚱하고 발그레한 신사가 그녀를 아는 사람으로 착각해, 반들거리는 대머리 위에서 반들거리는 모자를 들어 인사했다가 사람을 잘못 보았음을 알아차렸다.

‘저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 아주 만족해 있어.’

안나는 생각했다.

‘자기가 나를 안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저 사람이 나를 아는 정도는 이 세상 누구든 나를 아는 정도와 똑같아. 나 자신도 나를 몰라. 내가 아는 건, 프랑스 사람들이 말하듯 내 욕구들뿐이야.’

그녀는 아이스크림 장수를 붙잡아 세운 두 소년을 보았다. 장수는 머리 위에 이고 있던 통을 내려놓고 수건 끝으로 땀에 젖은 얼굴을 닦고 있었다.

‘저 아이들은 저 더러운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어 해. 그것만은 확실히 알겠지. 우리 모두 달고 맛있는 것을 원해. 사탕이 없으면 더러운 아이스크림이라도. 키티도 똑같아. 브론스키가 아니면 레빈. 그리고 나를 질투하지. 나를 미워해. 우리 모두가 서로를 미워해. 나는 키티를, 키티는 나를. 이것이 진실이야.’

‘튜트킨, coiffeur…… Je me fais coiffer par Tioutkine…….’

‘그 사람이 돌아오면 이 말을 해줘야지.’

그녀는 생각하며 웃었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이제는 우스운 말을 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기억했다.

‘그리고 우습고 즐거운 것도 아무것도 없어. 모든 게 역겨워.’

저녁기도를 알리는 종이 울렸다.

‘저 상인은 얼마나 조심스럽게 성호를 긋는지! 꼭 무언가를 떨어뜨릴까 두려워하는 것 같아. 무엇 때문에 이런 교회와 종소리와 거짓말이 있는 걸까? 우리가 모두 서로를 미워한다는 것을 감추려고 있는 것뿐이야. 저 마부들이 저렇게 악에 받쳐 욕하는 것처럼. 야시빈이 말했지. 그 사람은 내 속옷까지 벗겨놓고 싶어 하고 나도 그 사람을 그렇게 만들고 싶다고. 그게 진실이야!’

이런 생각이 그녀를 얼마나 강하게 휘어잡았는지 자기 처지 자체를 생각하는 것조차 잊고 있었는데, 어느새 마차가 집 현관 앞에 멈췄다.

마중 나온 문지기를 보고서야 안나는 쪽지와 전보를 보냈다는 것을 떠올렸다.

“답이 왔나요?”

“지금 보겠습니다.”

문지기는 안내대 위를 확인하고 네모지고 얇은 전보 봉투를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열 시 전에는 갈 수 없소. 브론스키.’

안나는 읽었다.

“심부름 간 사람은 돌아오지 않았어요?”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아, 그렇다면 이제 내가 뭘 할지 알아.’

정체를 알 수 없는 분노와 복수하고 싶은 욕구가 솟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안나는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내가 직접 그에게 가겠어. 영원히 떠나기 전에 모든 것을 말할 거야. 이 남자만큼 미워한 사람은 한 번도 없어!’

현관 걸이에 걸린 그의 모자를 보자 혐오감으로 몸이 떨렸다.

그녀는 지금 받은 전보가 자기가 보낸 전보에 대한 답이며, 브론스키는 아직 그 쪽지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 그녀의 눈에는 브론스키가 어머니와 소로키나 곁에서 태연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자기 고통을 기뻐하고 있는 모습만 보였다.

‘그래, 빨리 가야 해.’

하지만 어디로 갈지는 아직 확실히 알지 못했다.

그저 이 끔찍한 집에서 느끼는 감정에서 하루빨리 달아나고 싶었다. 하인들도, 벽들도, 물건들도 전부 혐오와 분노를 일으켰고 무거운 짐처럼 그녀를 짓눌렀다.

‘그래. 역으로 가야 해. 거기 없으면 그 집까지 가서 현장을 잡아내겠어.’

안나는 신문에서 기차 시간표를 찾아보았다.

저녁 기차는 여덟 시 이 분에 출발했다.

‘그래, 탈 수 있어.’

그녀는 다른 말들을 마차에 매라고 지시하고 며칠간 필요한 물건을 여행가방에 넣기 시작했다.

이 집에는 다시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여러 계획 가운데 하나는 이랬다. 역에서든 백작부인의 영지에서든 그곳에서 일어날 일이 끝나면 니제고로드 선을 타고 첫 번째 도시까지 가 그곳에 머무르는 것이었다.

식탁에는 저녁식사가 차려져 있었다.

안나는 다가가 빵과 치즈 냄새를 맡았다. 모든 음식 냄새가 역겹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곧 마차를 대라고 했다.

집의 그림자는 이미 길 건너편까지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 날은 맑았고 햇빛이 닿는 곳은 아직 따뜻한 저녁이었다.

짐을 들고 따라나온 안누시카도, 짐을 마차에 싣는 표트르도, 분명 기분이 상해 있는 마부도 모두 혐오스러웠다. 그들의 말과 몸짓 하나하나가 안나를 자극했다.

“표트르, 너는 따라올 필요 없어.”

“그럼 표는 어떻게 하시려고요?”

“네 마음대로 해. 나는 아무래도 상관없어.”

안나는 짜증스럽게 말했다.

표트르는 마부석으로 뛰어올라 허리에 손을 짚고 역으로 가라고 명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