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 톨스토이 · 안나 카레니나 · 1877

제7부 제30장

흔들리는 바퀴 위로 다시 보이기 시작하는 것들
흔들리는 바퀴 위로 다시 보이기 시작하는 것들

‘또 시작됐어! 다시 모든 것이 보이기 시작해.’

마차가 움직여 작은 포석 위를 흔들리며 덜컹거리기 시작하고, 바깥의 인상들이 다시 하나씩 빠르게 바뀌자 안나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그래, 내가 마지막으로 아주 분명하게 생각했던 게 뭐였지?’

그녀는 기억해내려고 애썼다.

‘튜트킨, coiffeur? 아니야, 그것 말고. 그래, 야시빈이 말한 것이었어. 생존을 위한 싸움과 증오만이 사람들을 서로 묶어놓는다고 했지.’

네 필의 말이 끄는 마차 한 대에 사람들이 타고 분명 교외로 놀러 가고 있었다.

‘아니에요, 가봐야 소용없어요.’

안나는 마음속으로 그들에게 말했다.

‘같이 데려가는 개도 당신들을 구해주지 못해. 자기 자신에게서는 달아날 수 없으니까.’

표트르가 고개를 돌려 바라보는 쪽을 따라 시선을 던지자, 머리를 흔들며 거의 만취해 죽을 지경이 된 공장 노동자 하나를 순경이 어디론가 데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차라리 저 사람이 더 가까이 갔네.’

안나는 생각했다.

‘나와 브론스키 백작도 거기서 아주 많은 기쁨을 기대했는데 결국 찾지 못했어.’

그리고 안나는 지금까지는 일부러 생각하지 않으려 했던 브론스키와 자기 관계를, 지금 모든 사물을 비추고 있는 그 잔인하도록 밝은 빛 아래 처음으로 들여다보았다.

‘그 사람은 내게서 무엇을 원했던 걸까? 사랑이라기보다는 자기 허영심을 만족시키려 했던 것 아닐까?’

두 사람이 관계를 맺기 시작했을 무렵 브론스키가 했던 말들과, 고분고분한 사냥개를 닮았던 그의 얼굴 표정이 떠올랐다. 이제는 모든 것이 그 생각을 뒷받침했다.

‘그래, 그 사람에게는 자기가 성공했다는 허영의 승리가 있었어. 물론 사랑도 있었지. 하지만 더 큰 부분은 성공했다는 자부심이었어. 그는 나를 자랑했어. 이제 그건 끝났어. 자랑할 것이 없어졌으니까. 자랑은커녕 부끄러워해야 하지. 그는 내게서 얻을 수 있는 것을 전부 얻었고, 이제 나는 필요 없어. 나는 그에게 짐이고, 그는 나를 대하는 일에서 비열한 사람이 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을 뿐이야.’

‘어제 그 사람은 속마음을 흘렸어. 이혼하고 결혼해버리고 싶다고 했지. 퇴로를 완전히 끊으려고. 나를 사랑하기는 해. 하지만 어떻게? The zest is gone. 맛이 사라진 거야.’

그녀는 훈련용 말을 타고 지나가던 얼굴이 발그레한 점원을 보며 생각했다.

‘저 사람은 남들을 놀라게 만들고 싶어 하고 자기 자신에게 아주 만족해 있네. 그래, 브론스키에게서 나를 향한 그 맛은 이미 없어졌어. 내가 그를 떠난다면 마음 깊은 곳에서는 기뻐할 거야.’

이것은 추측이 아니었다.

삶과 인간관계의 의미를 지금 자기에게 열어 보여주는 그 꿰뚫는 듯한 빛 속에서 안나는 그것을 너무도 분명하게 보고 있었다.

‘내 사랑은 갈수록 더 격렬하고 더 이기적으로 변하고, 그의 사랑은 자꾸만, 자꾸만 식어가고 있어. 바로 그래서 우리는 서로 멀어지는 거야.’

그녀는 계속 생각했다.

‘어쩔 도리가 없어. 내게는 모든 것이 그 사람 하나뿐이라서, 나는 그 사람이 자기 자신을 점점 더 많이, 전부 내게 내놓기를 바라. 그런데 그는 점점 더 많이 내게서 벗어나고 싶어 해. 관계를 맺기 전까지 우리는 서로를 향해 걸어왔지만, 관계를 맺은 뒤에는 막을 수 없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멀어지고 있어. 이것을 바꿀 수는 없어.’

‘그 사람은 내가 터무니없이 질투한다고 말하고, 나도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해왔어. 내가 이유 없이 질투한다고.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야.’

‘나는 질투하는 게 아니라 만족하지 못하는 거야. 하지만…….’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너무 흥분해 안나는 입을 벌리고 마차 안에서 몸의 위치를 바꾸었다.

‘내가 단지 그의 애무만을 열렬히 사랑하는 정부가 아닌 다른 무엇이 될 수만 있다면! 하지만 나는 다른 무엇이 될 수도 없고, 되고 싶지도 않아. 그런 욕망 때문에 나는 그에게 혐오감을 일으키고, 그는 내게 악의를 일으켜. 달리 될 수 없어.’

‘내가 모르는가? 그가 나를 속이지 않을 거라는 걸. 소로키나에게 어떤 속셈도 없고, 키티를 사랑하지도 않고, 나를 배신하지 않을 거라는 걸. 나는 그걸 전부 알아. 그래도 전혀 나아지지 않아.’

‘그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서도 의무 때문에 친절하고 다정하게 대해주기만 하고, 내가 원하는 그것은 주지 않는다면―그건 미움보다 천 배는 더 나빠! 그게 지옥이야! 그리고 지금 바로 그것이야. 그는 이미 오래전부터 나를 사랑하지 않아. 사랑이 끝나는 곳에서는 증오가 시작돼.’

안나는 낯선 거리를 둘러보았다.

‘이 거리들은 전혀 모르겠어. 무슨 언덕들이 있고, 집, 또 집…… 집마다 사람, 사람…… 얼마나 많은지 끝도 없어. 그리고 모두가 서로를 미워하고 있어.’

‘좋아,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 원하는 것을 전부 얻는다고 상상해보자. 그래, 나는 이혼을 얻고,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는 세료자를 내게 돌려주고, 나는 브론스키와 결혼하는 거야.’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를 떠올리는 순간 그의 모습이 살아 있는 사람처럼 비상할 정도로 선명하게 눈앞에 나타났다. 온순하지만 생기 없고 꺼져버린 눈, 흰 손 위로 도드라진 푸른 핏줄, 특유의 말투, 손가락 관절을 딱딱 꺾던 소리까지 모두 떠올랐다.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도 한때 ‘사랑’이라고 불렸던 감정이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자 혐오감으로 몸이 떨렸다.

‘좋아, 이혼을 얻고 브론스키의 아내가 된다고 하자. 그러면 키티가 오늘 나를 보던 그런 눈으로 더는 바라보지 않을까? 아니야.’

‘세료자가 내 두 남편에 대해 묻거나 생각하지 않게 될까? 그리고 나와 브론스키 사이에는 도대체 어떤 새로운 감정을 만들어낼 수 있지? 행복은커녕, 고통스럽지 않기만 한 상태라도 가능할까? 아니야, 아니야!’

이번에는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스스로 대답했다.

‘불가능해! 우리는 삶 자체에서 서로 갈라지고 있어. 내가 그를 불행하게 하고, 그가 나를 불행하게 해. 그도 나도 다시 만들 수 없어. 할 수 있는 시도는 다 했어. 나사가 다 망가져버렸어.’

길가에서 아이를 데리고 있는 가난한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 아이를 데리고 구걸하는 여자. 저 여자는 내가 자기를 불쌍히 여긴다고 생각하겠지.’

‘우리 모두가 이 세상에 던져진 것은 서로를 미워하고, 그래서 자기 자신과 남을 괴롭히기 위해서가 아닐까?’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웃으며 걸어갔다.

‘세료자?’

그녀는 문득 아들을 떠올렸다.

‘나는 세료자를 사랑한다고 생각했고, 내가 얼마나 다정한 어머니인지 스스로 감동하기까지 했어. 그런데 결국 그애 없이도 살았잖아. 다른 사랑과 바꾸어버렸고, 그 사랑이 나를 만족시키는 동안은 세료자를 버린 것을 후회하지도 않았어.’

그녀는 자기가 ‘그 사랑’이라고 불렀던 것을 혐오스럽게 떠올렸다.

그러면서도 지금 자기 삶과 모든 사람의 삶을 바라보는 그 명료함 자체는 묘하게 기뻤다.

‘나도 그렇고, 표트르도, 마부 표도르도, 저 상인도, 광고에서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볼가 강 쪽에 사는 저 모든 사람도, 어디서나, 언제나 모두 똑같아.’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마차는 니제고로드 역의 낮은 건물 앞에 도착했고 짐꾼들이 달려 나왔다.

“오비랄로프카까지 가십니까?”

표트르가 물었다.

안나는 자기가 어디로, 무엇 때문에 가고 있었는지를 완전히 잊고 있었다. 큰 노력을 하고서야 질문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

그녀는 돈지갑을 그에게 건넸다.

작은 빨간 가방을 팔에 걸고 마차에서 내렸다.

사람들 사이를 지나 일등 대합실로 들어가는 동안 자기 처지의 세부와 자기가 망설이고 있던 여러 결심들이 조금씩 다시 떠올랐다.

그러자 오래전부터 아파오던 바로 그 자리에서 희망과 절망이 번갈아 솟구치며, 지칠 대로 지치고 무섭게 떨리는 마음의 상처를 다시 헤집어놓았다.

기차를 기다리며 별 모양 소파에 앉아, 들어오고 나가는 사람들을 혐오스럽게 바라보았다. 그들은 모두 그녀에게 역겨웠다.

어떤 때에는 역에 도착한 뒤 그에게 쪽지를 쓴다면 무엇이라고 쓸지를 생각했고, 어떤 때에는 지금 그가 자기 고통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한 채 어머니에게 자기 처지를 불평하고 있을 모습을 떠올렸다. 또 자기가 방으로 들어가면 무엇을 말할지도 상상했다.

그러다가도 삶은 아직 행복해질 수 있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고, 자기가 그를 얼마나 고통스럽게 사랑하고 동시에 미워하는지 느꼈으며, 자기 심장이 얼마나 무섭게 뛰고 있는지를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