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 톨스토이 · 안나 카레니나 · 1877

제7부 제15장

촛불이 여러 자루 타 버린 밤과 새벽 사이
촛불이 여러 자루 타 버린 밤과 새벽 사이

늦은 밤인지 새벽인지 레빈은 알지 못했다. 촛불은 이미 여러 자루 타버렸다.

키티가 잠시 조용해진 틈을 타 돌리는 의사에게 좀 누우라고 권했다. 의사는 쉬는 동안 어떤 사기꾼 자력치료사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레빈은 그것을 듣다가 잠시 침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또 잊었다.

그때 갑자기, 지금까지 들었던 모든 소리와 비교할 수 없는 끔찍한 비명이 들렸다.

의사는 말을 멈추고 귀를 기울이더니 오히려 만족한 듯 미소 지었다.

모든 것이 너무나 비정상적이어서 레빈은 이제 오히려 무슨 일이든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였다.

그는 침실로 발끝을 세워 들어갔다.

리자베타 페트로브나는 엄격한 얼굴로 서 있었고, 창백한 얼굴 아래턱이 떨리고 있었다. 모든 시선은 키티에게 모여 있었다.

키티는 완전히 달아오르고 지쳐 있었다. 땀에 젖은 머리카락이 얼굴에 들러붙어 있었다. 그녀는 레빈을 눈으로 찾았다.

그가 가까이 가자 키티는 손을 내밀었다. 레빈은 그 차가운 손을 잡아 자기 얼굴에 댔다.

“가지 마.”

키티가 말했다.

“나는 무섭지 않아.”

그러고는 어머니에게 귀걸이를 빼달라고 부탁했다. 미소를 지으려 했지만 갑자기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녀는 레빈을 밀쳐냈다.

“끔찍해! 나는 죽을 거야! 가, 가버려!”

다시 비명이 터졌다.

레빈은 두 손으로 머리를 싸쥐고 방 밖으로 뛰쳐나왔다.

“괜찮아, 괜찮아.”

돌리가 말했다.

하지만 누가 무슨 말을 하든 레빈은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고개를 벽에 대고 복도에 서서, 전에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그 소리가 바로 조금 전까지 키티였던 존재에게서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이제 아이를 바라지도 않았다. 아이가 밉기까지 했다. 아내가 살아남기를 바라는 마음조차 뚜렷하지 않았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이 끔찍한 고통이 끝나는 것뿐이었다.

“어떻습니까?”

그는 지나가는 의사에게 물었다.

“끝나갑니다.”

의사는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 말에 레빈은 ‘죽어가고 있다’는 뜻을 들었다.

그는 정신없이 다시 침실로 달려갔다.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리자베타 페트로브나의 얼굴이었다. 전보다 훨씬 엄격하고 심각했다. 키티의 얼굴은 이제 보이지도 않았다. 그 자리에 있는 것은 몸 전체가 공포스럽게 긴장하며 내는 움직임과 소리뿐인 것 같았다.

레빈은 침대 머리맡에 머리를 숙였다.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

비명은 점점 높아지고 강해져 더는 올라갈 수 없는 마지막 지점까지 치솟았다.

그리고 갑자기 멎었다.

잠깐의 침묵이 있었다.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소리,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그러고는 키티의 목소리였다. 부서진 듯 약했지만 살아 있었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다정하고 행복한 목소리였다.

“끝났어.”

레빈은 고개를 들었다.

키티는 형언할 수 없이 아름답고 고요한 얼굴로 누워 있었다. 두 팔을 이불 위에 올려놓고 그를 바라보며 미소 지으려 했다.

지난 스물두 시간 동안 자기가 살고 있던 공포스럽고 신비한 저편 세계에서 그는 한순간에 다시 평범한 세계로 옮겨온 듯했다. 하지만 그 세계는 지금 처음 보는 새로운 행복의 빛으로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를 간신히 붙들고 있던 줄들이 모두 끊어졌다. 그는 흐느끼기 시작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만큼 강한 울음과 기쁨의 눈물이 몸 전체를 뒤흔들어 한동안 말조차 할 수 없었다.

그는 침대 곁에 무릎을 꿇고 아내의 손에 입을 맞췄다. 키티의 손가락이 그의 입맞춤에 가볍게 응답했다.

그러는 동안 침대 발치에서는 리자베타 페트로브나의 능숙한 손 안에서, 등잔 위 작은 불꽃처럼,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인간의 생명이 흔들리고 있었다.

“살아 있습니다. 아들이에요.”

리자베타 페트로브나는 아기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엄마, 정말이에요?”

키티가 물었다.

대답 대신 공작부인은 울기만 했다.

그러자 갓 태어난 아이가 지금껏 들리지 않던 대담하고도 뻔뻔스러운 듯한 목소리로 울음을 터뜨렸다.

전날 누군가 레빈에게 키티가 죽고 자기도 함께 죽으며 그들의 아이들이 천사가 되는 일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면 그는 오히려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키티가 살아 있고 건강하며, 저렇게 이상하게 울어대는 존재가 자기 아들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기가 더 어려웠다.

키티는 살아 있었다. 고통은 끝났다. 그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이 행복했다.

그런데 아이는?

저것은 어디서 왔고, 무엇이며, 왜 존재하는가?

기쁨 가운데 불쑥 끼어든 여분의 무엇, 아직 마음이 따라가지 못하는 낯선 존재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