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 제6권 1808~1810년 / 제25장
《전쟁과 평화》 · 제6권 1808~1810년

제25장

《전쟁과 평화》 제6권 25장 삽화

아들이 떠난 뒤 그해 동안 니콜라이 볼콘스키 공작은 건강도 성미도 훨씬 나빠졌다. 전보다 더욱 신경질적으로 변했고, 까닭 없이 자주 터뜨리는 분노의 화살은 대개 마리야 공작 영애가 고스란히 맞았다. 그는 딸에게 가능한 한 잔인한 정신적 고통을 주려고 일부러 약점을 샅샅이 찾아내는 듯했다. 마리야 공작 영애에게는 두 가지 열정이자 두 가지 기쁨이 있었다. 조카인 어린 니콜라이와 신앙이었다. 공작은 바로 이 두 가지를 즐겨 공격하고 조롱했다. 무슨 이야기를 하든 노처녀의 미신이나 아이를 애지중지해 버릇없이 키우는 문제로 돌렸다. “너는 그 아이를,” 공작은 어린 니콜라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너처럼 노처녀로 만들려는 게야! 안타깝군! 안드레이 공작에게 필요한 것은 아들이지 노처녀가 아니다.” 그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또는 부리엔 양을 돌아보며 마리야 공작 영애가 듣는 앞에서 우리 시골 사제들과 성상이 마음에 드는지 묻고 그것들을 농담거리로 삼았다.

공작은 끊임없이 마리야 공작 영애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괴롭혔지만, 그녀는 아무런 노력 없이도 아버지를 용서했다. 아버지가 자신에게 잘못할 수 있을까? 무슨 일이 있어도 자기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아는 아버지가 부당할 수 있을까? 그리고 정의란 무엇인가? 공작 영애는 ‘정의’라는 그 오만한 말을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 인간의 모든 복잡한 법칙은 그녀에게 명확하고 단순한 하나의 법칙으로 모였다. 자신도 하느님이면서 인류를 사랑해 고통받은 그분이 가르쳐 준 사랑과 자기희생의 법칙이었다. 다른 사람의 정의나 불의가 그녀와 무슨 상관인가? 그녀는 인내하고 사랑해야 했으며, 그렇게 했다.

겨울에 안드레이 공작이 민둥산에 왔다. 그는 마리야 공작 영애가 아주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명랑하고 온화하며 다정한 모습이었다. 그녀는 오라버니에게 무슨 일이 생겼음을 느꼈지만 그는 자신의 사랑에 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떠나기 전 안드레이 공작은 아버지와 무언가를 두고 오랫동안 이야기했다. 마리야 공작 영애는 그가 떠나기 전에 두 사람이 서로 못마땅해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안드레이 공작이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마리야 공작 영애는 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친구 줄리 카라기나에게 편지를 썼다. 모든 처녀가 그렇듯 그녀는 줄리를 오라버니와 결혼시키는 꿈을 꾸었었다. 줄리는 당시 튀르키예에서 전사한 자기 오라버니의 상을 치르고 있었다.

슬픔은 우리 모두의 운명인가 봐요, 사랑스럽고 다정한 줄리.

당신이 겪은 상실은 너무나 끔찍해서, 당신을 사랑하시는 하느님께서 당신과 훌륭한 어머니를 시험하시려는 특별한 섭리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아, 친구여! 신앙, 오직 신앙만이 우리를, 위로한다고 말하지는 않겠어요, 절망에서 구할 수 있어요. 신앙만이 그 도움 없이는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설명해 줄 수 있어요. 삶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고,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행복에 꼭 필요한 선하고 고귀한 이들이 왜, 무슨 까닭으로 하느님의 부름을 받는지, 잔인하고 쓸모없고 해로운 이들이나 자신과 타인에게 짐이 되는 사람들은 왜 살아남는지 말이에요. 내가 처음으로 목격했고 결코 잊지 못할 죽음인 사랑하는 올케의 죽음도 내게 그런 인상을 남겼어요. 훌륭한 오라버니가 왜 죽어야 했느냐고 당신이 운명에 묻듯, 나도 천사 같은 리자가 왜 죽어야 했느냐고 물었어요. 그 사람은 누구에게도 잘못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영혼에 악한 생각을 품은 적조차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사랑하는 친구여, 어떻게 되었는지 아세요? 그 뒤 5년이 흘렀고 보잘것없는 이해력밖에 없는 나조차 이제는 왜 그 사람이 죽어야 했는지, 그 죽음이 어떻게 창조주의 무한한 선을 드러낸 것이었는지 분명히 보기 시작했어요. 창조주의 모든 행동은 우리가 대개 이해하지 못해도 피조물을 향한 무한한 사랑의 표현일 뿐이에요. 나는 자주 이런 생각을 해요. 어쩌면 그 사람은 너무나 천사처럼 순결해서 어머니의 모든 의무를 감당할 힘이 없었을지도 몰라요. 젊은 아내로서는 흠잡을 데가 없었지만 어머니로서도 그럴 수 있었을지는 몰라요. 지금 그 사람은 우리에게, 특히 안드레이 공작에게 더없이 순수한 슬픔과 추억을 남겼을 뿐 아니라, 아마 *그곳에서* 내가 감히 바라지도 못할 자리를 받았을 거예요. 그 사람만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에요. 너무 이르고 끔찍했던 그 죽음은 모든 슬픔에도 나와 오라버니에게 가장 좋은 영향을 주었어요. 상실을 겪던 바로 그때에는 이런 생각을 할 수 없었어요. 당시에는 그런 생각을 끔찍하게 여기며 물리쳤을 테지만, 이제는 아주 명확하고 확실해요. 사랑하는 친구여, 이 모든 말을 쓰는 것은 내 삶의 원칙이 된 복음서의 진리를 당신에게 확신시키기 위해서예요. 그분의 뜻이 아니면 우리 머리카락 한 올도 떨어지지 않아요. 그분의 뜻은 우리를 향한 무한한 사랑만으로 움직이므로 우리에게 닥치는 모든 일은 우리의 행복을 위한 것이에요.

당신은 우리가 내년 겨울을 모스크바에서 보낼지 물었지요. 당신을 만나고 싶은 마음에도 그렇지 않을 것 같고, 그러고 싶지도 않아요. 그 까닭이 보나파르트라면 놀라겠지요! 사정은 이래요. 아버지의 건강은 눈에 띄게 나빠지고 있고 어떤 반대도 견디지 못하며 신경질적으로 변하고 계세요. 알다시피 그 신경질은 주로 정치 문제를 향하지요. 보나파르트가 유럽의 모든 군주와, 특히 위대한 예카테리나의 손자인 우리 황제 폐하와 대등한 조건으로 협상한다는 생각을 견디지 못하세요! 알다시피 나는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지만, 아버지가 하시는 말씀과 미하일 이바노비치와 나누는 대화를 통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 특히 보나파르트가 받는 영예에 관해서는 알고 있어요. 온 세상에서 오직 민둥산에서만 보나파르트를 위대한 인물로, 더구나 프랑스 황제로 인정하지 않는 듯해요. 아버지는 그것을 견디지 못하세요. 내 생각에는 아버지가 모스크바에 가는 이야기를 꺼리고 계신 주된 까닭도 정치적 견해에 있어요. 누구를 상대하든 개의치 않고 자기 견해를 말씀하시는 방식 때문에 충돌이 일어날 것을 내다보고 계시기 때문이지요. 치료를 받아 얻을 수 있는 모든 효과도 피할 수 없이 벌어질 보나파르트에 관한 논쟁 때문에 잃고 말 거예요. 어쨌든 아주 곧 결정될 거예요.

우리 가족의 생활은 안드레이 오라버니가 없는 것을 제외하면 예전과 똑같아요. 전에 편지에 썼듯 오라버니는 최근 아주 많이 달라졌어요. 슬픔을 겪은 뒤 올해에야 비로소 완전히 활기를 되찾았어요. 내가 어린 시절 알던 모습, 곧 다정하고 애정이 깊으며 내가 비길 데 없다고 생각하는 황금 같은 마음을 지닌 사람으로 돌아왔어요. 이제 자신의 삶이 끝나지 않았음을 깨달은 듯해요. 하지만 이런 정신적 변화와 함께 육체적으로는 훨씬 약해졌어요. 전보다 야위고 신경도 예민해졌어요. 오라버니가 걱정되지만 의사들이 오래전부터 권한 외국 여행을 떠나서 다행이에요. 그 여행이 병을 고쳐 주기를 바라요. 당신은 페테르부르크에서 오라버니를 가장 활동적이고 교양 있고 유능한 젊은이 가운데 한 사람이라고 말한다는 소식을 썼지요. 가족으로서 드러내는 내 허영을 용서해 줘요. 하지만 나는 한 번도 그것을 의심한 적이 없어요. 오라버니가 이곳에서 농민부터 귀족까지 모든 사람에게 베푼 선은 헤아릴 수 없어요. 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해 받은 것은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이었어요. 나는 언제나 소문이 페테르부르크에서 모스크바까지 날아가는 속도에 놀라요. 특히 당신이 쓴 것처럼 거짓된 소문은 더욱 그래요. 오라버니가 작은 로스토바와 약혼했다는 소문 말이에요. 나는 오라버니가 다시 결혼하리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특히 그 아가씨와는 절대로 결혼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까닭은 이래요. 첫째, 오라버니가 잃은 아내에 관해 좀처럼 말하지 않아도 그 상실의 슬픔이 마음속에 너무나 깊이 새겨졌기에, 그 사람의 후임이자 우리 작은 천사의 계모가 될 여인을 맞기로 결심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요. 둘째, 내가 아는 한 그 아가씨는 안드레이 공작의 마음에 들 만한 사람이 아니에요. 오라버니가 그녀를 아내로 선택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솔직히 나도 그것을 바라지 않고요. 하지만 말이 너무 길어져 두 번째 편지지 끝까지 왔네요. 안녕, 사랑하는 친구여. 하느님께서 거룩하고 강한 보호 아래 당신을 지켜 주시기를 바라요. 사랑하는 내 친구 부리엔 양도 당신에게 입맞춤을 보냅니다.

마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