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 제6권 1808~1810년 / 제14장
《전쟁과 평화》 · 제6권 1808~1810년

제14장

《전쟁과 평화》 제6권 14장 삽화

1809년에서 1810년으로 넘어가는 새해 전야인 12월 31일, 예카테리나 시대의 한 노대신이 무도회와 자정 만찬을 열었다. 외교단과 황제 자신도 참석할 예정이었다.

영국인 제방에 있는 그 대신의 유명한 저택은 무수한 불빛으로 찬란하게 빛났다. 붉은 나사천이 깔리고 환히 밝혀진 입구에는 경찰이 배치되었다. 현관에는 헌병뿐 아니라 수십 명의 경찰관과 경찰국장 자신까지 서 있었다. 붉은 제복을 입은 시종과 깃털 달린 모자를 쓴 시종을 태운 마차들이 끊임없이 떠나고 새로 도착했다. 마차에서는 제복에 별 모양 훈장과 훈장 띠를 단 남자들이 내렸다. 공단과 흰담비 털옷을 걸친 부인들은 덜커덕 내려놓은 마차 발판을 조심스럽게 밟고 내려와, 입구의 나사천 위를 서두르면서도 소리 없이 걸어갔다.

새 마차가 도착할 때마다 군중 사이에서는 거의 어김없이 속삭임이 번졌고 사람들이 모자를 벗었다.

“황제 폐하인가?…… 아니야, 대신이군…… 공작인가…… 대사야. 깃털이 안 보이나?…….” 군중 사이에서 속삭이는 소리가 났다.

다른 사람들보다 좋은 옷을 입은 한 사람은 모두를 아는 듯 당대 최고위 인사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댔다.

손님의 3분의 1가량이 이미 도착했지만, 무도회에 참석할 로스토프 가족은 아직도 서둘러 옷을 갖춰 입고 있었다.

로스토프 집안에서는 이 무도회를 두고 수많은 의논과 준비가 이어졌다. 초대장이 오지 않을까 봐, 옷이 제때 완성되지 않을까 봐, 무언가가 제대로 준비되지 않을까 봐 걱정도 많았다.

백작부인의 친구이자 친척으로, 지방 출신인 로스토프 가족을 페테르부르크 상류 사회에서 이끌어 주는 마리야 이그나티예브나 페론스카야가 그들과 함께 무도회에 가기로 했다. 그녀는 황태후 궁정의 시녀로, 몸이 마르고 생각이 얕은 여자였다.

그들은 10시에 타우리다 정원에 있는 페론스카야의 집에 들르기로 했다. 그러나 벌써 10시 5분 전인데도 처녀들은 아직 옷을 다 입지 못했다.

나타샤가 처음 참석하는 성대한 무도회였다. 그녀는 그날 아침 8시에 일어나 하루 종일 흥분과 분주함으로 열병을 앓듯 지냈다. 아침부터 자신의 모든 힘을 쏟아 자신과 엄마와 소냐 모두가 가능한 한 아름답게 차려입도록 했다. 소냐와 어머니는 모든 일을 전적으로 나타샤에게 맡겼다. 백작부인은 짙은 포도주색 벨벳 드레스를 입고, 두 처녀는 분홍색 비단 속옷 위에 흰 망사 드레스를 입고 가슴에는 장미꽃을 달며 머리는 *그리스풍으로* 꾸미기로 했다.

꼭 필요한 준비는 이미 끝났다. 무도회에 걸맞게 발과 손과 목과 귀를 씻고 향수를 뿌린 뒤 분을 발랐다. 비쳐 보이는 비단 양말을 신고 리본 달린 흰 공단 구두도 신었으며 머리 손질도 거의 끝났다. 소냐와 백작부인은 옷을 다 갖춰 입는 중이었지만, 모두를 도우며 분주히 돌아다닌 나타샤는 준비가 늦었다. 그녀는 아직도 가느다란 어깨에 실내복을 걸친 채 거울 앞에 앉아 있었다. 옷을 다 입은 소냐는 방 한가운데 서서, 섬세한 손가락이 아플 만큼 핀 머리를 힘껏 누르며 마지막 리본을 달았다. 핀이 리본을 뚫을 때 삐걱 소리가 났다.

“그렇게 하는 게 아니야, 아니야, 소냐!” 나타샤는 고개를 돌리며 외쳤다. 머리를 만지던 하녀가 손을 놓을 틈도 없어서 두 손으로 자기 머리카락을 붙잡았다. “그 리본 매듭은 잘못됐어. 이리 와!”

소냐가 앉자 나타샤는 리본을 다른 모양으로 고정했다.

“아가씨, 가만히 계세요! 이러시면 머리를 만질 수가 없어요.” 나타샤의 머리카락을 붙잡은 하녀가 말했다.

“아, 정말! 그럼 잠깐만. 됐어, 소냐.”

“아직 준비가 안 됐니? 거의 10시야.” 백작부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곧 끝나요! 곧요! 엄마는요?”

“모자만 고정하면 된다.”

“나 없이 하지 마세요!” 나타샤가 외쳤다. “엄마가 하면 제대로 못 할 거예요.”

“하지만 벌써 10시잖니.”

그들은 10시 반까지 무도회장에 도착하기로 했지만, 나타샤는 아직 옷도 입어야 했고 타우리다 정원에도 들러야 했다.

머리 손질이 끝나자 나타샤는 춤 구두가 밑으로 드러나는 짧은 속치마에 어머니의 실내복을 걸친 채 소냐에게 달려가 꼼꼼히 살펴보고는 다시 어머니에게 달려갔다. 어머니의 머리를 이쪽저쪽으로 돌려 보며 모자를 고정한 뒤, 회색 머리카락에 서둘러 입을 맞추고 자기 치맛단을 접어 올리는 하녀들에게 돌아갔다.

시간이 늦어진 까닭은 나타샤의 치마가 너무 길었기 때문이다. 두 하녀는 치맛단을 접어 올리면서 실 끝을 이로 서둘러 끊었다. 셋째 하녀는 입에 핀을 문 채 백작부인과 소냐 사이를 뛰어다녔고, 넷째 하녀는 한 손을 높이 들어 거미줄처럼 얇은 옷 전체를 받쳐 들었다.

“마브라, 더 빨리, 얘야!”

“아가씨, 저기 있는 제 골무 좀 주세요…….”

“대체 언제 준비가 끝나는 거냐?” 백작이 문 앞까지 와서 물었다. “여기 향수가 있다. 페론스카야는 기다리다 지쳤겠구나.”

“다 됐습니다, 아가씨.” 하녀는 짧아진 망사 드레스를 두 손가락으로 들어 올린 채 말했다. 자신이 든 옷의 가벼움과 깨끗함을 잘 안다는 듯 입김으로 무언가를 불어 내고 옷을 흔들었다.

나타샤는 드레스를 입기 시작했다.

“잠깐만요! 잠깐만! 들어오지 마세요, 아빠!” 그녀는 문을 여는 아버지에게 외쳤다. 아직 얼굴 전체를 덮고 있는 얇은 치마 아래에서 하는 말이었다.

소냐가 문을 쾅 닫았다. 1분 뒤 백작이 들어오는 것을 허락했다. 그는 푸른색 연미복에 구두와 양말을 갖춰 신었고, 향수를 뿌리고 머릿기름을 바른 모습이었다.

“아, 아빠! 정말 멋져 보여요! 아주 근사해요!” 방 한가운데 서서 망사 드레스의 주름을 펴던 나타샤가 외쳤다.

“아가씨, 제발 가만히 좀 계세요.” 무릎을 꿇고 치마를 반듯하게 잡아당기던 하녀가 말했다. 그녀는 혀로 핀을 입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옮겼다.

“뭐라고 말해도 소용없어.” 소냐가 나타샤를 바라보며 절망적인 목소리로 외쳤다. “뭐라고 해도 역시 너무 길어.”

나타샤는 전신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려고 뒤로 물러섰다. 드레스는 정말 너무 길었다.

“아니에요, 아가씨. 전혀 길지 않습니다.” 마브라는 젊은 아가씨를 따라 무릎으로 기어가며 말했다.

“그래, 길면 시침질해 올리면 돼…… 1분이면 시침질할 수 있어.” 단호한 두냐샤는 작은 숄 앞쪽에 꽂아 둔 바늘을 빼 들고 여전히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다시 일하기 시작했다.

그때 백작부인이 모자와 벨벳 드레스를 차려입고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수줍게 들어왔다.

“오오, 우리 미인!” 백작이 외쳤다. “너희 모두보다 훨씬 아름답구나!”

백작이 아내를 끌어안으려 하자 그녀는 얼굴을 붉히고 옷이 구겨질까 봐 옆으로 비켜섰다.

“엄마, 모자를 이쪽으로 좀 더 옮겨요.” 나타샤가 말했다. “내가 바로잡아 줄게요.” 그녀가 앞으로 달려 나가는 바람에 치맛단을 시침질하던 하녀들이 미처 따라 움직이지 못했고, 망사 한 조각이 찢어졌다.

“어머나! 어떻게 된 거야? 정말 내 잘못은 아니에요!”

“괜찮아요. 제가 꿰매면 안 보일 거예요.” 두냐샤가 말했다.

“정말 아름다우십니다. 꼭 여왕님 같아요!” 문 앞에 온 유모가 말했다. “소냐 아가씨도요! 두 분 모두 아름다우세요!”

10시 15분이 되어서야 그들은 마침내 마차에 올라 출발했다. 하지만 아직 타우리다 정원에 들러야 했다.

페론스카야는 준비를 완전히 끝낸 상태였다. 나이 들고 못생긴 그녀도 로스토프 가족과 똑같은 과정을 거쳤지만, 소란은 덜했다. 그녀에게는 익숙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추하고 늙은 몸도 똑같이 씻고 향수를 뿌리고 분을 발랐다. 귀 뒤도 그들처럼 정성껏 씻었다. 노란 드레스를 입고 궁정 시녀 표장을 단 채 응접실로 들어서자, 그녀의 늙은 하녀도 로스토프 집안 하인들처럼 황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페론스카야는 로스토프 가족의 옷차림을 칭찬했고, 그들은 그녀의 안목과 옷차림을 칭찬했다. 11시가 되자 모두 머리 모양과 드레스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조심하며 마차에 자리를 잡고 출발했다.